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 아무튼 시리즈 49

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 아무튼 시리즈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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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래와 함께 점점 더 오래된 사람이 된다
“노래방을 장악해보지도 않은 내가 왜 노래에 관한 책을 쓰는가?” 이슬아 작가는 스스로 던진 이 물음에, 생각해보면 몹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답한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사인 볼트가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복희가 요리에 관한 글을 쓰지 않듯, 가왕들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이슬아는 가왕들이 차폭을 정확히 인지한 운전자처럼 두려움 없이 다음 소절로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에 감탄한다. 그런가 하면 잘 못 불렀는데도 좋아죽겠는 노래를 맞닥뜨릴 때마다 음악을, 삶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된다. 어느덧 “나를 까먹으며 남의 노래를 보고 듣”게 된다. 『아무튼, 노래』는 아무튼 시리즈 마흔아홉 번째 책이자 이슬아 작가의 열 번째 책으로, 노래에 대한 오랜 사랑의 고백이면서 노래와 함께 점점 더 깨끗하고, 아름답고, 오래된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저자

이슬아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잡지사기자,누드모델,글쓰기교사등으로일했다.2013년단편소설<상인들>로데뷔후작가이자헤엄출판사대표로일하고있다.수필,칼럼,서평,인터뷰,소설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쓴다.

언제나외부의플랫폼으로부터청탁을받아야만독자를만날수있었던이슬아는2018년봄부터아무도청탁하지않은연재를시작했다.연재의제목은<일간이슬아>....

목차

노래방에서는뭔가를들키고만다
태어나보니노래방이있었다
엇박적인간과정박적인간
가정노래교육
강부자와정향자와프레디머큐리의기분
투머치러브윌킬유
축가
히트곡을향하여
비문학적노래방
네가먼저1절불러
세월과노래
노래를본다는것
허전하고쓸쓸할때내가너의벗되리라
모를거야누나는
아이돈라이크워칭유고
앞으로걸으니바다가가까워졌어
노래와함께오래된사람이된다

출판사 서평

태어나보니노래방이있었다

삼대가함께모여사는이슬아의집거실에는노래방기계가있었다.할아버지한우는술이거나하게취한날이면어김없이집안식구들을호출하고노래방기계를틀었다.할머니향자는“먼동이트면철새처럼떠나겠다”고노래했고,당숙모는“어제는울었지만오늘은당신땜에내일은행복할”거라고노래했다.어른들이깜빡잊은사각지대에서어린이슬아의몸과마음과영혼에노래가흘러들어가고있었다.
세월이흘러어린이슬아는작가가되었다.그러나이따금노래를잘하는게제일멋진일인데글쓰기같은게대체무슨소용이냐싶었다.술에취해노래할때만명곡의힘을빌려마음을내보이는애인때문에꾸역꾸역새벽의시간을견디기도했다.글쓰기가두렵고힘들때노래로도망가곤했다.그때마다노래는넉넉한품으로노래에대한이슬아의짝사랑을받아안았다.어느날에는한결혼식에서축가를부르며자신이노인이기를간절히바랐다.“사랑밖엔난몰라”라고노래하지만사랑말고도많은것을알게된노인으로서축가를건네고싶었다.그렇게알지못하는채로스물아홉의이슬아는미래의자신을향해까치발을하고선2절까지꿋꿋하게불렀다.

고속도로를달리며,바다수영을하며,<눈사람>을들으며

우리모두가그렇듯,이슬아는노래와함께순간들을산다.할아버지를잃어외롭고상심한,이제는헤어진오래된연인에게“허전하고쓸쓸할때내가너의벗되리라”나직이노래를불러준다.죽음곁에서생의의지를다지며그와함께삶을구석구석사는벗이되고싶다고생각한다.눈도닮고코도닮고입도닮았지만이제서로를속속들이는알수없게되어버린동생과집으로향하는고속도로를달리며노래<밤운전>을만든다.살아가는걸그렇게좋아하지않는다는친구가처음으로바다수영을하며삶의기쁨에잠기는것을바라볼때단한곡의노래만세상에남아야한다면<안식없는평안>이어야한다고도생각한다.그리고한해가끝나던어느날정미조의<눈사람>을들으면서마음속에하얗고커다란벌판이생기는것을느낀다.노래를부르면부를수록마음이깨끗한사람이되고싶다.고맙다고말하고싶어지고미안하다고말하고싶어진다.아름다운사람이되고싶어진다.노래와함께점점더오래된사람이되고싶다.


책속에서

P.7가왕들이화려한열창으로자신의기량을뽐내며세평남짓한방을뒤흔드는동안나는소심하게리모컨을들고다음곡을고른다.예약버튼을누른뒤엔목을가다듬고다른이의노래를경청하며기다린다.드디어차례가다가오면마이크를두손으로쥔다.좀송구스러운모습으로첫소절을부른다.에코섞인내목소리는내가아는나보다어리고여린것만같다.가슴을진정시키고최대한집중해서두번째소절을부를때쯤가왕친구들은자기들끼리웃고떠들기시작한다.[…]지금은그저가왕들이쉬어가는시간일뿐이란걸1절후렴을부르며깨닫는다.

P.17일주일에한번구민회관노래교실에다니는여자와거실중앙에노래방기계를설치한남자가있었다.뭐가먼저인지는모르겠다.노래교실에다니는여자를위해남자가반주기계를산건지,아니면남자가사놓은반주기계때문에여자가노래교실에다니기시작한건지.아무튼나는그들의손주로태어났다.

P.54~55새삼스럽지만나는오늘의신랑신부도잘몰랐고결혼식이뭔지도몰랐고결혼이뭔지는더욱더몰랐다.어디가서축가를불러본적도없었고직접녹음한반주도실은엉성했고노래제목은하필<사랑밖엔난몰라>인데사랑이라도알면그나마다행이겠으나사실은사랑마저잘몰랐다.이자리에섭외되기에는내가너무덜살았으며그러므로축가수락은여러모로부적절했다는판단이설무렵점잖은사회자의준엄한안내멘트가들려왔다.

P.91나이를먹는것은두렵지않다고내가노래하자마자그가물흐르듯양손검지를흐르게하더니두손바닥을부르르떨고선두렵지않다는표정으로손사래를쳤다.상냥함을잃어가는것이두려울뿐이라고내가노래하자마자,그가오른손새끼손가락을턱끝에살짝톡톡친뒤상심하듯고개를숙였다.그리고아까처럼양손을떤뒤고개를끄덕였다.

P.106그게동원과의마지막대화였다.정말로불러드렸다면좋았을것이다.임종때가장마지막까지남는감각이청각이라는데,내가노래를미루지않았다면참좋았을것이다.찬송가가끝나자하마가영정사진을들었다.하마의발치에는동원과합장하기위해고이모셔둔할머님의유골함이놓여있었다.식구가적은장례라그것을들손이부족했다.망설이지않고얼른가서소중히안아들었다.

P.117“모를거야,누나는.”무슨일인지다말해놓고선꼭그렇게마무리한다.우리사이의유행어같은거다.얼마나우스웠는지얼마나서러웠는지얼마나앞이캄캄했는지누나가어떻게다알겠냐는푸념이다.그럼나는한순간에모르는누나가되어웃는다.웃으면서똑같이대꾸한다.“모를거야,너도.”그럼걔가한번더응수한다.“아니,누나는진짜로모를거야.”우리는서로가얼마나모르는지강조하며웃는다.몰라도괜찮다는듯이웃는다.나는그순간이“넌내마음다알잖아.”같은말을주고받을때보다더좋다.그냥우연히남매가되었을뿐이다.가족이어도다알수가없다.모른다는것을알아야만한다.

P.134우리는그런순간을알아볼수있다.겪으면서도아쉽다.흔치않아서.영영계속되지않는다는것도알아서.시간이우리를가만두지않는다.좋은곳에서만계속멈춰있을수는없다.현희진은여기에쭉머물고싶은지자신이이대로더깊이떠내려가도붙잡지말라고했다.내가단호하게말했다.아직은안돼.힘차게그의튜브를끌고해변을향해헤엄쳤다.친구가표류하거나익사해서죽게놔두기엔나는수영을너무잘했다.현희진은순순히뭍으로돌아왔다.우리가함께깊은물에머물던순간은이모든걸모래위에서지켜보던이훤의카메라에담겼다.이여름한장의사진만세상에남아야한다면그사진이어야한다고생각했다.단한곡의노래만세상에남아야한다면그노래여야한다고생각했다.

P.142하지만어떻게다시그렇게부를수있을까?아무도보고있지않다는듯이.누가보고있어도괜찮다는듯이.내가나여서다행이라는듯이.언제든네가될수도있다는듯이.노래하는사람은어쩔수없이영혼을들켜버리고만다.좋은가수는좋은작가가해낸것과비슷한일을해낸것인지도모른다.아무도아닌,동시에십만명인어떤사람이되는것.그렇게투명하고담대한사람이되면음악의사랑을받으며노래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