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는 일 (양장)

마음이 하는 일 (양장)

$15.00
Description
셀 수 없이 많은 새벽을 버티게 해준 작가,
오지은의 신작 에세이
“마음이 하는 일은 뻔하다. 뻔하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이 마음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생긴 몇 년간의 흔적을 남깁니다.”

지금 발을 붙이고 있는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바람이 통하게 하려면. 혼자서 막막해하던 시간을 가만히 관찰한 산문집 『익숙한 새벽 세시』를 통해 비슷한 시기를 보내는 이들 곁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새벽을 버티게 해준 작가 오지은. 이 책 『마음이 하는 일』에서는 마흔을 갓 넘긴 여성으로서, 한때 루키였지만 이제는 선배가 된 뮤지션으로서, 아직도 마감 앞에서 쩔쩔 매는 작가로서, 나이는 들어가는데 스스로 어릴 적 꿈꿔온 모습과 다른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그는 스물여덟 살에 쓴 노래에 “어른이 되어가는 건 지혜가 생겨나는 것”이라는 문구를 넣었지만, 이제 지혜란 자동으로 생겨나지 않으며, 갈수록 상황은 복잡해지고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다. 그렇다고 화성으로 떠나버릴 수는 노릇이다. 지금 발을 붙이고 있는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바람이 통하게 하려면, 어둠에 잡아먹히지 않고 밝은 곳을 보려면,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지은은 시간에 떠밀려 저절로 흘러가버리는 것들을 단단히 붙잡고, 꾸준히 바라보고, 때로는 바로잡기 위해, 마음을 다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생긴 몇 년간의 흔적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

오지은

글을쓰고음악을하는사람.2007년1집앨범[지은]을발매,이후2집[지은],3집[3]을냈다.2010년책『홋카이도보통열차』를냈고이후『익숙한새벽세시』,『이런나라도즐겁고싶다』그리고『마음이하는일』을냈다.

목차

서문_마음이하는일은뻔하지만

1부
아침습관
난알지도못하고서
인문학의위기는영원해
소비와향기
즐겜러
롤모델찾기

2부
창문안의세계와바깥의세계
마감이힘들어도
소원을이룬다음날살아가기
예술과무대와직업과사람
영원하지않다는것
보여지는직업
꼰대에대한고찰
인간계아줌마는오늘도생각한다

3부
진흙탕속에서추는춤
흔들리며달려가는사람
앞에서는사람에게일어나는일
어떤선택과어떤무게와어떤혐오에대하여
아이의손을잡고지뢰밭을바라보다

출판사 서평

_진흙탕속에서도춤을추고,흔들리고고민하고때때로무너져도계속달려가는
오지은은글을쓰고음악을만들면서오래도록“버티는사람”으로살아왔지만,이제는높은등급으로올라가려고열심히하기보다슬렁슬렁게임을즐기는“즐겜러”로살고자한다.하지만즐겜러로살기란게임속에서나가능할뿐,실제삶에서는그러기쉽지않다.어려움은예고없이나타나고쉽게피해갈수도없다.게다가이미‘어른’이된줄알았는데,자기일에책임을지는진짜어른이되기는여전히어렵고,거스를수없는노화또한유쾌하지않은데다,어느덧마흔을넘긴여성에게세상이씌워놓은여러겹의까다로운굴레까지상대해야한다.
이러한상황에서그는떠내려가기쉬운일상에서평범한하루를잘살아내는길을찾아다큐와영화와책과사람을오래지켜본다.그러다가자신의삶만가지고는미처생각하지못했던영역에다다르면서,아,하고멈춘순간들을이책에기록했다.하루를단단하게다지는아침습관의비밀,똑똑하고날카롭고시니컬하면서도그모든것에사랑을담는어른의태도,음악가가자신의직업을사랑하는방식등을배운순간들.그것은진흙탕속에서도춤을추는사람,흔들리고고민하고때때로무너져도계속달려가는사람,고난이닥칠것을알면서도맨앞에서는사람을마주본순간이기도하다.오지은이붙잡아놓은그순간들덕분에이책을읽는이들도그동안미처알아보지못한삶의진실에눈을뜬다.

_마음이하는일은뻔하지만,마음이없이는결코할수없는일들에대하여
눈을뜬다는것은좋은일이다.멋진일이다.더나은사람이된다는쾌감마저느끼게해준다.하지만우리가눈을뜨는것과는별개로세상은그렇게빨리변하지않을것이고상황은비슷하게반복될것이고인생은복잡하고입장은다양하고혐오는뿌리깊고우리의내면은허약하기때문에,우리중대부분은눈을뜬다는것에만족하고걸음을멈춘다.하지만세상은공짜로바뀌지않는다.우리가머뭇거리는사이에도누군가는계속가시밭길을걷고있으며,누군가는희망이작은줄알면서도용기를내어지뢰가득한세상에뛰어들고있다.그런사람들을보면서어설픈어른으로서우리는무엇을할수있을까.
오지은은말한다.적어도“거기내가지뢰있다고했잖아”하고혀는차지말아야한다고.거기서조금상황이된다면,짧은구간이라도그들을태우고지뢰밭을헤치고나아가는운전사가될수있다면좋겠다고.자신도지금껏모르는새에수많은사람의차를얻어타고그울퉁불퉁한길을지나여기에다다랐을것이라고.
마음이하는일은뻔하지만,마음이없이는결코할수없는일들을조금씩해내고,그렇게우리가딛고선땅을좀더단단하게만들어준사람들의이야기를전하며오지은작가는비로소기꺼이앞에선사람이된다.그리고독자들에게손을내민다.이제우리가진짜어른이될차례라고.

책속에서

에세이는삶을직시하지않으면쓰지못한다고생각한다.본인의삶이든,타인의삶이든,우리를둘러싼세상이든,괴로워도바라봐야한다.도망갈곳이없기때문이다.심지어글로만들려면아주오래바라봐야한다.그래서에세이는용감한문학이라고생각한다.시대에따라‘생각이가는대로써내려간글’을뭐라고부르든,그것이산문이든수필이든에세이든,글에담긴가치는변하지않는다.나는에세이라는장르의팬으로서그렇게생각한다.(p.10)

왜모르는누군가가커튼을걷는뒷모습을보는게좋았을까,왜냉장고에있는채소를대충썰어넣은수프가그렇게맛있어보였을까,생각하다가문득깨달았다.미지근한물도,청소도,목욕도,스트레칭도,그릇정리도,전부주문이었다.그리고결계였다.오늘나의하루가조금이라도단단해지기를바라는마음에서외우는주문이자,나의쉼터가더포근해지기를바라며만드는작은결계.(p.21)

세상은완벽하지않은데창문으로보는세상은완벽하다.신기한일이다.(p.68)

일상은얼마나떠내려가기쉬운가.무난하고평범한하루를보내기는얼마나힘든가.어떤사람은공감하지않을수도있지만나는점점더그렇게생각하게되었다.〈인생론〉이라는노래를쓴적이있다.당시나는스물여덟살이었고“어른이되어가는건지혜가생겨나는것”이라는문구를잘도넣었다.지금이라면그렇게못적을것같다.지혜는자동으로생겨나지않는다.상황은복잡해지고,문제는해결되지않으며,매번같은레퍼토리가민망해서하소연하기도좀그렇다.친구와만나면이말만반복한다.다그렇지뭐.그렇다고화성으로떠나버릴수는없다.그렇다면지금내가발을붙이고있는이곳에서조금이라도마음에바람이통하게하려면,어둠에잡아먹히지않고밝은곳을보려면,파도에휩쓸리지않으려면어떻게해야하나.?(pp.21~22)

눈을뜬다는것은좋은일이다.멋진일이다.우리는영화를보고책을읽고여행을떠나고글을읽으면서미처생각하지못했던영역에다다를때아,하고멈춘다.더나은자신이된다는쾌감마저느낀다.하지만그건안전한영역에서만일어나는일이다.실제내인생이주제가된다면다르다.그것은때때로비참하고잔혹하고지치고화가나는일이된다.더나아가선유약하고비겁한자신의태도에죄책감이들기도한다.돌이켜보면사방이지뢰였다.화가난다.그리고지뢰는내안에도있다.부끄럽다.그런생각을반복하다보면기운이빠진다.세상은빨리변하지않을것이고상황은반복될것이고그걸겪고있는나자신도사실은그다지괜찮은인간이아닐지도모른다는생각의흐름은사람을무력하게만든다.눈을뜨기시작한다는것은,이렇게간단히적을수있지만,실제로는전혀간단한일이아니다.(pp.132~133)

오사카나오미는최근자신의우울증에대해고백했다.우울증이있는그는나약한사람일까.미국에서인종차별반대시위가일어나던2020년,그는유에스오픈경기에검은마스크를쓰고나왔다.마스크에는시위희생자의이름이적혀있었다.당시농구경기나미식축구경기에검은마스크를쓰고나온선수들이있었다.여럿이모이면마음이강해진다.어쩌면팀스포츠여서용기를내기조금더쉬웠을지도모른다.하지만테니스는개인종목이기에오사카나오미는코트위에서철저히혼자였다.그는출전한경기에서전부이겼다.그래서준비했던일곱개의,각각다른희생자의이름이적힌마스크를전부쓸수있었다.내가생각하는21세기의영웅의모습은이렇다.흔들리고,고민하고,때때로무너져도,계속달려가는사람.(pp.142~143)

예전에“죽을용기가있으면그힘으로열심히살지”라는말을들은적이있다.나는그말이틀렸다고생각한다.용기가있어서죽는게아니다.그만얻어맞고싶어서,이제다그만두고싶어서내려놓는것이라고생각한다.어떤사람에게인생이란,길한가운데에샌드백처럼서있는것이아닐까.그러다가어느순간‘아,이제이자리에그만서있자’하는마음이드는것이아닐까.성소수자만의문제가아니다.통계에따르면2020년상반기이십대여성자살률이전년대비43퍼센트증가했다고한다.촘촘한혐오속에서사람들이죽어간다.(p.156)

세상은공짜로바뀌지않는다.누군가는지금도가시밭길을걷는다.지뢰가터진다.우리는같은땅에서있다.희망이아주작다는것을알면서도사막을계속걷는사람들을존경한다.(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