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드럼 : 나의 현생을 한 번에 꺼줄 스위치를 찾아다녔다 - 아무튼 시리즈 54

아무튼, 드럼 : 나의 현생을 한 번에 꺼줄 스위치를 찾아다녔다 - 아무튼 시리즈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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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주 5일은 책에 밑줄을 치고 쉬는 날에는 드럼을 치는 생활음악인
흥성거리는 홍대 앞 골목에서 노란 불빛을 밝히고 차분히 책 읽는 사람들을 반기는 동네서점, 땡스북스. 손정승은 그곳에서 7년째 책을 고르고 진열하고 소개하는 서점인이다. 책을 좋아해서 서점인이 되었고, 일주일 내내 책에 밑줄을 치면서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게 기쁘면서도 자신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책이라는 세계가 혹시라도 자신을 내치면 어쩌나, 스스로 먼저 질려서 떠나고 싶어지면 어떡하나 싶어 종종거렸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대상, 자신이 몸담은 세계와 거리를 두는 것이 절실했다. 그렇게 책과 접점이라곤 하나 없는 세계를 찾아 헤매다가 드럼 앞에 앉게 되었다. 『아무튼, 드럼』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세계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드럼 쪽으로 돌아앉았다가 어느새 음악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게 된, 주 5일은 책에 밑줄을 치고 쉬는 날에는 드럼을 치는 생활음악인의 이야기다.

저자

손정승

서점인.홍대앞에서,그것도책방에서일할거라곤꿈에도생각못했다.드럼도마찬가지.인생이라는평형대위를책과드럼으로균형맞춰걷고있다.주5일은책에밑줄을치고,쉬는날엔드럼을친다.홍대앞동네서점땡스북스10년의이야기를모아『고마워책방』(공저)을냈다.

목차

아침드럼
우리이거얼른들어볼까요
생활음악인
떨림의연속
한곡떼기
닳기를바라는마음
수작업악보
클럽1열관람기
본업이아닌자들의자유
어른이되어좋은것들
드럼아니고드럼세트
하림상과도라무
생각보다여려요
여성드러머
모십니다,밴드원
불이켜진그곳

출판사 서평

_‘이제음악이입체적으로들리겠어요’

첫날스틱잡는법을배우고스네어드럼을내려치던순간,스틱끝에서손으로올라오는떨림은태어나처음느끼는감각이었다.어릴때방방을타다가땅을디뎠을때처럼이상하게기분이좋았다.현실에서살짝붕뜬기분으로레슨실을성실히오가는사이,스틱을내려칠때전해오는섬세한떨림에,베이스드럼의페달을밟을때마다발끝에서부터올라오는묵직한울림에,별빛이부서지듯청량한심벌소리에점점몸과마음을빼앗겼다.

드럼을배우기전까지음악을좋아한다는건그저반복적으로많이듣기라고생각했는데드럼을배우기시작하면서는‘이곡을연주해볼수있을까?’를고민하게되었다.오랜시간가사에만기울였던귀를드럼소리가나는쪽으로돌렸다.곡에스민드럼소리를열심히찾고음악을듣는시간이아주많이늘었다.

_드럼을통해나의세계가다시한번크게확장되었다

음악이입체적으로들리기시작하면서,음악의언어에대한감각도늘어갔다.땡스북스한편에진열돼있던음반들을다시꺼내보고,드림팝,슈게이징,얼터너티브락,사이키델릭팝등몇번을읽어도물음표가가시지않아감으로때려맞히던음반소개내용들을드럼을배우고나서야이해하기시작했다.땡스북스음반진열장에겹겹이포개둔시디들을장르에따라다시분류했고,한장한장재킷이잘보이도록진열했다.스스로음악에문외한이라여기며멀리하던음악분야책들을눈여겨보게되었고,나서서찾아읽고독자들에게도소개하게되었다.책과되도록멀리떨어져보고자시작한드럼이,어느새자신이몸담고있는책의세계를확넓힌것이다.

_어른이되어좋은것들

드럼을배우며선생님에게칭찬받는일은달콤했다.그래서자꾸욕심이났다.지금껏몰랐던재능이있기를,익히는속도가남들보다훨씬빠르기를내심바라면서도겉으로는실력에대한자기객관화가잘된겸손한학생으로보이길바랐다.그래서수업때배울곡을정할기회가주어지면“하고싶은곡이지만저한텐아직어려울까요?”를덧붙이곤했다.그러면선생님은이렇게말했다.“노래를고를때쉬울까어려울까고민하지말고,‘이걸할때즐거울까?’만생각하세요.”

드럼으로밥벌이를할것도아니며숨겨진재능을발견할확률도낮다고한계를긋자오히려드럼앞에더앉고싶어졌다.미래에대한상상을지워갈수록현재의즐거움이선명해졌다.좋아하는것을세상의전부로여기지않을수있는여유가,좋아하는대상과바람이통하는거리를유지하는것이사랑을지속하는데도움이된다는것도알게됐다.좋아하는일에흠뻑빠지는대신,빠져나올때를전보다더잘아는어른이되어깨달은진실이다.어른이되어만난덕분에,드럼과도적당한거리를유지할수있게되었다.

_드럼의뜨겁고도여린품성을,여리면서도정확하게내는소리를닮아가고싶다

대부분의사람들이드럼을두고서힘차다,격하다,시원하다등센악기로인식하지만드럼은철저히외강내유형의악기라는것도실감하게되었다.자신의소리를때에맞게줄일줄알고,여운을남길줄알며,앞으로나서지않고기타와보컬뒤에서묵묵히자신의역할을다하는,세보이지만섬세하고유순한악기.손정승작가는드럼을곁에두고서계속닮아가고자한다.그것의뜨겁고도여린품성을,여리면서도정확하게내는소리를.『아무튼,드럼』은손정승작가가세상을향해여리면서도정확하게내는,첫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