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얼굴 : 이슬아 칼럼집

날씨와 얼굴 : 이슬아 칼럼집

$15.00
Description
나의 얼굴에서 너의 얼굴로,
주어를 확장하고 변주해가는 이슬아 작가의 첫 칼럼집
『날씨와 얼굴』은 이슬아 작가가 지난 2년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다시 쓰고, 새로 쓴 글을 더해 엮은 책이다. “얼굴을 가진 우리는 가속화될 기후위기 앞에서 모두 운명공동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기후위기의 다양한 모습 뒤편에 그동안 인간이 외면해온 수많은 얼굴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 시대가 외면해온 반갑고 애처로운 얼굴들을 불러낸다. 때로 그것은 ‘나’의 얼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된 동물과 택배 노동자와 장애인과 이주여성의 얼굴 들이다.

“내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의 앞뒤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으려 한다”는 저자는 분명 어떤 얼굴들은 충분히 말해지지 않으며 그들에 대해 말하려면 특정 방향으로 힘이 기우는 세계를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슬아 작가의 다짐이기도 하다. 중요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누락된 목소리를 정확하게 옮겨 적는 것.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배운 저항의 방식임을 곱씹는다.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여러 사람에게 묻고 여러 책을 참조하고 부지런히 자료를 조사하며 이 책을 완성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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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슬아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잡지사기자,누드모델,글쓰기교사등으로일했다.2013년단편소설<상인들>로데뷔후작가이자헤엄출판사대표로일하고있다.수필,칼럼,서평,인터뷰,소설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쓴다.

언제나외부의플랫폼으로부터청탁을받아야만독자를만날수있었던이슬아는2018년봄부터아무도청탁하지않은연재를시작했다.연재의제목은<일간이슬아>....

목차

프롤로그:마음에걸리는얼굴을유심히바라보았다

1부동물에대해잊어버린것
우리는혼자먹지않는다
미래를말하고싶다면
이토록구체적인고기
다시차리는식탁
목숨을세는방식
동물어가번역되는상상
어떤시국선언
가짜해법에속지말것

2부나아닌얼굴들
한여름의택배노동자
우리사랑을아무것도아닌것으로하지않으리
이주여성이마이크를들었다
눈밝은어느독자를생각하며
인터뷰하는마음
깊게듣는사람
슬픔을모르는수장들
누구나반드시소수자가된다
서로다른운동이만나는순간
당연하지않은부모
납작하지않은고통
가릴수없는말들

3부반복하고싶지않은것의목록
쓰레기로이루어진언덕과바다에서
산불을바라보며
어떤멸종
몸을씻으며하는생각
최초의해방
여자를집으로데려오는여자들
결코절망하지않을친구들에게

에필로그:더많이보는눈

출판사 서평

_“가속화될기후위기앞에서우리모두는운명공동체다”
그럼에도우리는모두얼마나용감해질수있는가

이슬아의언어를통과하면중요하고절박함에도먼곳에서들려오는웅성거림에지나지않던문제들이어느새내옆자리에바싹다가와앉는간절한문제가된다.오래되고익숙해져환기력을잃은대상이새로운의미를얻는다.아름다운것들은더욱새롭게아름다워지고슬픈것들은새삼더슬퍼진다.축산업과낙농업의시스템에갇혀매대에놓인고기상품에지나지않게된공장식축산동물들,한여름수없이화물차를오르내리는택배노동자들,차별금지법제정을촉구하며단식농성하는장애인들,긴세월부지런히하늘길을오가며자신들의삶의원리에충실하였으나이제는끊기고막힌길앞에서서서히멸종을맞을운명에놓인기러기들….

『날씨와얼굴』은우리삶을지탱하지만의도적으로지워진얼굴들을찬찬히들여다본다.우리는그길의곳곳에서어떻게든해보려는사람들,어쩔수없다고말하지않는이들의존재를만나게된다.그리고우리모두는얼마나굉장한개인인지,얼마나더용감해질수있는지깨닫게된다.이는저자가글쓰기수업에서도늘가르치고자하는것이다.우리모두가하던짓을그만두기로할때만들어질커다란정서를그는부푼마음으로상상한다.비인간동물을착취하지않고도무탈히흘러가는인간동물의생애,그것이이슬아작가가꿈꾸는앞으로의날들이다.
예술사회학연구자이라영은“사회의수많은고통앞에서윤리적귀가되기위해이슬아작가는조심스럽게언어를구성해간다”면서“주목받지못하는얼굴들에하나하나조명을비추며우리가연결된존재임을강조하는이언어에동참해보면어떨까”권한다.이슬아작가는같은꿈을꾸자고독자를초대하며말하고있다.나에게없는지혜가당신에게있을것이라고.우리는분명서로에게배울수있을거라고.

추천사

오늘의날씨가축적되면시대의기후가된다.개인의얼굴이모이면집단의초상이된다.오늘날우리가맞이하는기후위기의다양한모습에는그동안인간이외면해온수많은얼굴이있다.기후위기는소외된인간과자연,비인간존재가인간에게보내는고통의신호이며동시에결과다.『날씨와얼굴』은노동자,장애인,이주민,동물에이르기까지,우리사회에서소외된존재의얼굴들을찬찬히들여다보며다양한목소리를담아낸다.“아름다운우유크림케이크에서도가축화된동물의생을그리”는것은생명이있는존재의얼굴을인식하기때문이다.착취와차별속에은폐된어떤얼굴을끌어내기위해서는예민한언어가필요하다.사회의수많은고통앞에서윤리적귀가되기위해이슬아작가는조심스럽게언어를구성해간다.주목받지못하는얼굴들에하나하나조명을비추며우리가연결된존재임을강조하는이언어에동참해보면어떨까.
_이라영(예술사회학연구자)

책속에서

마음에걸리는얼굴들때문에,이책은쓰여졌다.분명어떤얼굴들은충분히말해지지않는다.그들에대해말하려면특정방향으로힘이기우는세계를탐구해야한다.그게내가배운저항의방식이다.중요한이야기를중요하게다루는것.누락된목소리를정확하게옮겨적는것.(p.7)

글쓰기수업에서나는우리모두가얼마나굉장한개인인지를가르치곤한다.개인이소비하지않기로한선택들이모여기업과정치와과학을들썩들썩움직인다는믿음을학생들에게쥐여준다.자신의선택이모두에게영향을미칠수있다는믿음이자아도취적으로들릴지도모르겠다.하지만그보다나쁜건자신의선택이아무한테도영향을주지않는다고믿는자기기만이다.전지구인의총동원이필요한이시대에,당신은어떤것을그만두고싶은지궁금하다.(p.19)

식탁위요리나매대위제품에서동물은추상적인모습을하고있다.구체적인고통같은건매끈하게닦여나간뒤다.그러나우리역시동물이라그고통을헤아릴줄안다.이상상력은아름다운우유크림케이크에서도가축화된동물의생을그리게한다.(p.31)

이런문장을마주하면나는마음을다칠줄아는이가몹시그리워진다.작가들은실패할것을알면서주어를바꿔말하고있었다.세상대부분의일이‘어차피’와‘최소한’의싸움이기때문일지도몰랐다.어차피세상은변하지않는다고말하는이들과그래도최소한이것만은하지않겠다고말하는이들사이의간극을메우는말들이흘러나왔다.그것은절멸하지않고싶다는의지였다.너도살고나도살자는소망이었다.?(p.59)

‘로켓배송’이라고커다랗게적힌상자에서세계의진실을마주한다.여름과겨울은매번돌아올것이다.다음여름도이래서는안된다.다음겨울도이래서는안된다.공평하지않은날씨의고통아래쿠팡이노동자를어떻게대우하는지지켜봐야한다.지켜보는사람없이힘의기울기는바뀌지않는다.우정도시작되지않는다.쿠팡노동자만큼많은수의친구를상상하고있다.우리가소비자일뿐아니라노동자의동지라는걸노동자가알기를,쿠팡이알기를,그리고우리자신도알기를희망한다.(p.74)

당신에대해알게된사실을나열해보겠다.당신은무례한질문을자주받는다.당신의가족과나라가얼마나가난한지.당신이번돈중얼마를원가족에게송금하는지.어떤사람은초면임에도불구하고당신에게반말로말을건다.당신은새가족에편입되면서원래가지고있던이름을잃는다.당신은낯선기후와낯선음식에적응해야한다.낯선한국어에적응하는일에비하면그것은비교적쉬운일이다.짐을푼곳에서당신의모국어는배제된다.(p.85)

하지만이런의문이드는것이다.이시각국감에모여앉은저어른들에게떠오르는풍경이있을까?텍스트와숫자말고,얼굴과장면말이다.어떤정책을거론할때마다가슴을아프게하는,단어마다자꾸걸려넘어지게하는누군가가그들마음속에있을까?만약있다면그들이내뱉는문장은지금보다생생하게뛸것이다.나는‘진짜질문’과‘진짜대답’을그리워하며국회방송을시청한다.(p.109)

“안다고착각했던일을,진짜로알게되는순간이있지않습니까.”
대담에서그는말했다.21대국회3백개의의원실중적어도한곳은기후위기상황실이어야하지않겠냐는경각심이그를기후국감으로이끌었다.탄소배출감소와취약계층을위한정책들이실제로잘이루어지고있는지,책임자들의코앞에다대고묻고감시하는국감이었다.(pp.125~126)

모두가버리지만모두가치우지는않는세계에서어떻게든해보려는사람들이있다.어쩔수없다고말하지않는이들이있다.쓰레기가잠깐이아니라는걸똑바로보는부모와자식과자식의자식과노동자와옷가게주인과잠수사와소설가와시인과친구들이있다.그리고당신이있다.우리는헤아릴수조차없다.한사람의삶에얼마나많은생이스며드는지.(p.148)

나는반복하고싶지않은것의목록을적어가며어른이되어왔다.청소년이었을때에는어른이되면최대한단체생활을하지않는환경에서살겠다고다짐했었다.단체생활만안해도사는게훨씬홀가분해질것같았다.하지만독립해서살게된이후에도몸과마음이홀가분하지않은일들을자주반복하곤했다.이를테면말실수,불친절,과소비,과식,과로같은것.단번에고치지는못해도최대한줄여나가고싶었다.(p.164)

힘든일생기면우리집에오라고말하던언니들이있었다.나는십대혹은이십대였고집이없었고있더라도너무남루했고어떤밤에는정말로돌아갈곳이마땅치않았다.언니들집에찾아가면밥을해주거나시켜줬다.내얘기를들어주고언니들얘기를들려줬다.자고가라며이부자리를펴주기도했다.이제와서생각한다.그때언니들되게바빴을텐데어떻게시간냈을까.언니들도가난했는데왜가진걸나눠줬을까.(p.175)

새해에는글쓰기로더많은얼굴을비추고싶다.깊은밤초롱불같은원고가되게끔문장을데운다.내가계속한다는게나뿐만아니라아이들에게도희망이었으면좋겠다.그들과함께더많은것을보고듣고쓸용기를낸다.어째서자꾸정치적인글을쓰느냐고묻는독자님도계시지만오히려나는언제나이것이아쉽다.내글이충분히정치적이지않다는것.더욱정치적이기위해더욱구체적으로첨예해지려한다.생을더자세히사랑하겠다는다짐이다.(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