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유령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기억의 유령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20.22
Description
2001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W. G. 제발트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세계 문학계는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이 “기묘하고 불가해한 작가”의 죽음을 애도했다. 『기억의 유령』은 제발트가 1997년부터 사망하기 한 달 전까지의 심층 인터뷰와 유명 평론가들의 에세이를 엄선한 책이다.

제발트는 오늘날 어떤 작가보다도 새롭게 글을 썼다. “굽이치며 최면을 거는 듯한 문장은 뒤엉킨 불안뿐 아니라 무기력을 동반한 현대적 감성의 패러다임 그 자체다.” 제발트는 현대 소설에서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구체화하여 ‘산문 픽션’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고안했다. 그리고 “유령 사냥꾼”이 되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일과 그 일의 불가능성을 다루는 데 헌신했다

이 책에서 제발트는 알프스 고산 지대에서 꽁꽁 언 시신과 함께 지내곤 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나치가 아닌 체하는” 교수들에 불만을 품고 독일을 떠난 이유, ‘산문 픽션’의 탄생, 애완견을 보고 배운 글쓰기 방식, 모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 조국의 “집단 기억상실”과 기억하는 일의 압도적 중요성을 신랄하고 재치 있게 이야기한다. 『기억의 유령』은 홀로코스트를 겪은 이상,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는 아도르노의 금언에 배치되는 “진정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제발트 면모를 치밀하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

W.G.제발트

W.G.제발트
빈프리트게오르크막시밀리안제발트는1944년독일알고이의베르타흐에서태어났다.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교,스위스프리부르대학교,영국맨체스터대학교에서문학을전공했다.영국노리치의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30년동안학생들을가르쳤고,브리티시문학번역원초대원장을지냈다.소설『현기증.감정들』『이민자들』『토성의고리』『아우스터리츠』는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하인리히뵐문학상,베를린문학상등국제적으로다수의문학상을받았다.또한시집세권과에세이집『공중전과문학』을썼다.2001년영국노포크에서교통사고로사망했다.

목차

옮긴이의말│제발트와언어의힘
감사의말
서문│상실된것을부활시키는언어

사냥꾼
유령사냥꾼
제발트는누구인가
보이지않는대상에대한시
서늘한사치
제발트와의대화
연기의고리
모의된침묵
경계를넘다

연보
인용출처및참고문헌

부록
버지니아울프│나방의죽음
프란츠카프카│사냥꾼그라쿠스
글쓰기에관한제발트어록

출판사 서평

구병모소설가강력추천!
“한번제발트를읽어버린작가가제발디언이되지않기란가능한가?”

20세기의가장암울한악몽이거주하는저승이있다면제발트는우리를그곳으로데려다주는뱃사공일것이다.2001년12월14일,유력한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된제발트가자동차사고로사망하자세계문학계는세상에막알려지기시작한이“기묘하고불가해한작가”의죽음을애도했다.『기억의유령』은제발트가1997년부터사망하기한달전까지의심층인터뷰와저명한평론가들의에세이를엄선한책이다.

최근수십년간제발트는가장영향력있는작가로꾸준히거론되어왔다.오늘날어떤작가보다도새롭게글을썼던그는장르를초월하는자신의작품을‘산문픽션(prosefiction)'이라고불렀다.이것은현대소설에서독일의산문전통을부활시켜픽션과논픽션사이의경계가모호해지는현상을구체화한새로운형식의글쓰기다.제발트는모든작품에서기억과망각,예술과현실,산자와죽은자사이의간격을메우는일과그일의불가능성을다룬다.이책에서제발트는산자의세계와죽은자의세계사이의경계가완전히차단되어있지않다는점을재차강조한다.

제발트가남긴소설은단네권이전부이지만,전세계적으로스스로를‘제발디언’이라고부르는추종자들을낳았을정도로그는하나의장르가되었다.‘추종자’라는말은귄터그라스,잉에보르크바흐만,하인리히뵐을즐겨읽는독자들에게도붙지않는다.카프카의경우‘카프카에스크’라는용어가생겼지만그의미가변질되었고,‘오웰리언’이라는말도관료주의적이거나압제적또는기이한무언가를가리키는애매하고평범한용어로전락되었다.그러나‘제발디언’이라는용어는그의추종자를가리키기도하지만형용사로쓰이며순수하게제발트특유의산문체를떠올리게한다.이는영어권이나프랑스어권에서도마찬가지다.2001년제발트가불시에사망한뒤로지금까지산문에이만큼큰영향력을미친작가는아직없다.

“양심이있는사람들은오래살지못하죠.양심의가책으로고통을받거든요.파시스트지지자들은아주오래삽니다.”

1944년알프스산맥에위치한작은마을인베르타흐에서태어난제발트는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교와스위스프리부르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했다.그는제3제국당시나치당원이었던교수들이가까운과거의비극적사건을언급하지않는현실에불만을품고스물두살에독일을떠나영국에정착했다.그리고사망할때까지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30년이넘도록학생들을가르쳤고,브리티시문학번역원의초대원장을역임했다.

『기억의유령』은홀로코스트를겪은이상,예술은존재할수없다는아도르노의금언에배치되는“진정위대한작가”로평가받는제발트의면모를치밀하면서도생생하게보여준다.스스로기억상실을유도한독일사회에서성장한제발트는기억하는일을도덕적이고정치적인행위로여겼다.여러인터뷰에서그는전쟁에대한부모의침묵,대학시절과거를회피하고“나치가아닌체하는”교수들에대한좌절감,더나아가조국의“집단기억상실”과“모의된침묵”을혐오한다고여러번언급한다.

특히기억과망명,죽음을파고드는놀라운책인『이민자들』과『아우스터리츠』는유럽의유대인들이겪은홀로코스트에대한그의이해도가여느독일작가들보다독보적임을보여준다.저명한비평가인루스프랭클린은홀로코스트와관련하여“제발트처럼도덕적지위가있는작가만이이런책을쓸엄두를낼수있을것”이라고평하고,전기작가인캐럴앙지에는“우울하고가슴아프지만,아름답게쓰인”제발트의작품에찬사를보낸다.

폭력의시대,불가능의글쓰기는어떻게가능한가.
문학의효용이란“기억을돕고어떤일은인과의논리로설명되지않음을가르쳐주는것”

제발트처럼언어의유혹적힘을의식하게만드는작가는거의없다.그의문학이지닌유혹적요소들은과거를회복하고삼키고대체한다.그과정에서극도로파괴적인혼란상태는더없이정확하고절제된말로표현된다.한나아렌트처럼제발트는눈에보이는것이진실이아닐수있음을잘알고있었다.일례로아우슈비츠의참상에대해우리가떠올리는이미지들은사실은수감자들이해방되었을때를담은사진들이었고,홀로코스트의현장은그이전에안보이는데서신속히처리되었던것이다.

역사를기억하는일에가장중요한관리인역할을한제발트는역사의참화와희생자는안개처럼증발하지않는다는것을확인하는일에헌신적이었다.『기억의유령』에서제발트는알프스고산지대에서꽁꽁언시신과함께지내곤했던어린시절의경험,“나치가아닌체하는”교수들에불만을품고독일을완전히떠난이유,‘산문픽션’의탄생과개를보고배운글쓰기방식,흐릿한흑백사진을쓰는이유,문학의효용과글쓰기의윤리,영어가아닌모국어로작품활동을하는이유,조국의“집단기억상실”과기억하는일의압도적중요성을신랄하고단도직입적이며재치있게이야기한다.

여느창작이론서나글쓰기책에서는얻을수없는내용으로가득한『기억의유령』은인터뷰어의자질과실력에따라작가의답변이보물같을수있음을여실히보여준다.이번개정증보판에는제발트의소설특히『현기증.감정들』에서중요한모티프로관통하는버지니아울프의「나방의죽음」과카프카의「사냥꾼그라쿠스」및글쓰기어록을새로수록했으며,아울러번역가의친절하고세밀한후기는문학애호가와작가지망생뿐만아니라제발트를처음만나는독자들에게유용한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