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가는 길 (박정근 소설집)

파미르 가는 길 (박정근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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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정근 소설집 [파미르 가는 길]. 여행기 소설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소외된 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참의 성찰이 어우러진 7편의 중·단편을 묶은 박정근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파미르 가는 길」은 중편소설이다. 주인공인 동주는 카작 대학의 한국인 교환교수로 박정근 작가의 경험적 자아가 투영된 인물이다. 소설은 동주의 즉물적인 솔직성이 가져오는 깨달음을 통해 여행에서의 ‘길’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

박정근

저자는1955년에전북부안에서출생하였다.1991년봄에고려대학교에서영문학박사를취득하였으며이듬해대진대학교영문과교수로취임했다.저자는전임교수가된후2001년창조문학에서신인상을받고등단하였다.문학의꿈을꾸는문인들을돕기위해윌더니스문학을창간하여반년간지로지금까지꾸준히발간하고있다.저자는2017년일년간카자흐스탄크즐오르다국립대에서연구년을보내면서소설을쓰기로결심하게된다.그는크즐오르다에거주하는고려인들의이야기와그의체류기를소설로담았다.그중한작품인「이방인들의파티」가월간문학의신인작품상에당선되어작가가되었으며,이번소설집『파미르가는길』을출간하기에이르렀다.

목차

스베틀라나
파미르가는길
세느강변에서부르는이방인의부루스
조난위기
이방인들의파티
부활을기다리는사람들
그날의함성

서평_한낭만주의자의다채로운여정/김성렬
작가의이야기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
여행기소설의성격을가지면서도,소외된자들에대한깊은연민과동참의성찰이어우러진7편의중·단편을묶은박정근작가의첫소설집이다.이미세권의시집을출간한시인이면서,학술서두권과번역서다섯권을펴낸영문학교수이자,셰익스피어연극공연을기획연출하고배우로도직접무대에오르는문학예술계의올라운드플레이어인저자의열정적인필력이돋보이는작품집이다.
소설의주인공들은외국대학의한국인교환교수로낯선이국을여행하면서끊임없이그여행의의미를생각하고고민한다.그러면서이방인들의고난과시련에깊은동감과연민을가지는데,고려인2세여자가주인공인「스베틀라나」역시그런요소가강하다.소설은그녀의사연을통해조선인디아스포라의파란만장한삶을눈에보이는듯이생생하게되살리고있다.스베틀라나는조혼풍습에따라18세에결혼했는데이것이불행의서곡이된다.소설은신산하고고달픈스베틀리나의모습을극사실적으로묘사해주류에서소외된고려인들의아픔을피부에와닿게전달하면서도연민의속내를곳곳에서드러내고있다.화자인동엽이스베틀리나를통해‘인간은낙원에서쫓겨난영원한디아스포라로그운명을벗어날수없는존재’라는것을각인하는장면이많은것을시사한다.
표제작이기도한「파미르가는길」은중편소설이다.주인공인동주는카작대학의한국인교환교수로박정근작가의경험적자아가투영된인물이다.그는카자크스탄에서머물게된인연을기회로세계의지붕이라일컬어지는파미르고원을여행하게된다.태초의자연과순박한인간들이어우러진지구의지붕파미르구석구석을돌아보며동주는아름다움의구원을느끼면서도낭만자적인순례자의모습을보인다.이런그의모습은일면유미주의자와도닿아있다.이처럼낭만주의자이며유미주의자인동주는파미르고원을종주하면서무엇보다대자연의경이에감탄한다.타자키스탄부루쿤마을의거대한녹색초원에반하고,레닌파크의만년설이녹아거대한호수를이룬카라를호수앞에서일행과함께무아의춤을추는가하면,토속적인랑가르마을의총총한밤하늘에서별빛을잃어버린조국의하늘을한탄하며,키르기즈스탄의사리사타민둥산에핀야생화를보고감격에젖기도한다.하지만동주의여행이이처럼대자연의숭고함과그로부터얻은여러행복한경험과깨달음으로즐거운것만은아니다.여행중에세속의갈등과불행을경험하는데같이동행한여교사그룹과의갈등때문이다.결국파미르여행은그들과감정의찌꺼기를남긴채끝난다.동주는인간의세속에서벗어나고싶어파미르를찾았지만,그곳에서도어쩔수없이세속을만나게된다.그아쉬움때문인지소설은동주의여행은끝났으나‘길’을찾기위한여행은다시시작된다는암시를던지고있다.왜냐하면소설의결말이여교사그룹과의어색한화해로끝맺는게아니라동주가고픈배를채우기위해음식을집어삼키는것으로마무리되기때문이다.동주는허겁지겁배를채우면서도‘파미르는결코추상적인관념이아니라는암시가아닐까’생각한다.소설은그런동주의즉물적인솔직성이가져오는깨달음을통해여행에서의‘길’의의미를다층적으로생각하게만든다.
「세느강변에서부르는이방인의부루스」에서수영은파리여행에서찾아간루브르박물관의위용에놀란다.하지만위용의그이면에는제국주의시대프랑스가주변국유물을찬탈했기에가능했다는역시적인사실도깊이각인한다.수영은몽마르뜨언덕에서파리시내를내려다보면서수많은예술가들이고달픈현실을넘고자화폭에그려냈던셀수없는선과이미지들의미로를떠올린다.호스텔로향하는계단을내려오면서보이지않은혼으로남아있는예술가들의환상을느끼기도한다.수영은계단에잠시머물러몽마르뜨에서굶주리며예술에매달렸던자들을가슴에품고싶지만,동시에가난한예술가들을내쫓은회색빛건물을부수고싶은충동을간신히억누르기도한다.그렇지만낭만적인예술가들의혼이영원한숨결이되어그의가슴에머물러있어수영은미련없이파리를떠날수있었다.
「조난위기」는한국의온갖명산을정복한중년의친구들이일본의유명한고봉인북알프에도전하려다갑자기들이닥친악천후와급격한체력저하를느낀친구때문에봉우리를앞두고철수할수밖에없는하루낮과밤의악전고투를그리고있다.자칫생명을잃을지도모르는악천후속에서벌어지는친구들간의갈등이리얼하게나타난다.그갈등으로결국등산모임은해체되고말지만소설은‘다같이함께’하는것의의미가무엇인지를진지하게묻고있다.
「이방인들의파티」는크즐오르다의대학에서같이한국학관련강의를하는계약직교수인신선생과우선생,그리고화자인‘나’사이에생기는크고작은갈등을그리고있다.육십가까운나이에한국에서정규직교수가되지못한신선생과우선생,이두인물의고단한처지와다툼사이에서보이는작가의연민은타고난본성이다.그래서‘이제자신을밀어내는이도시를떠나려는이방인이연대의진용을구축하려고했던동지에게엄청난배신을당했다는슬픔에울고있다.하지만위로의손길은어디로향해야할지막막하기만하다’는화자의전언이오랫동안귓가를맴돈다.
「부활을기다리는사람들」은크즐오르다의K대학에교환교수로온B교수가고려인들의상처를조금이나마위로하고그들의분투를기원하기위해성극을기획,공연하는과정을그린소설이다.예수의죽음과부활을소재로삼은성극은그러나생각만큼진척이쉽지않다.그과정에서B교수는고려인들의가슴속애환에관심을가지고연습때마다그들의표정과발언을유심히살피면서미래의불투명때문에고통스러운그들의삶에대한이해의폭을넓히며성극공연을성공시킨다.B교수는성극이고려인들의치유와재기의디딤돌이되기를바라는간절한소망도함께품어본다.B교수의고단한사람들의삶에대한이해와헌식적인동참은바로작가의의식이기도하다.힘없고억압받는기층서민들에깊이공감해온작가의성향이작품에많은영향을끼치고있다.
「그날의함성」은촛불집회참여기록이다.화자이자교수인원석은2017년연말,박근혜정권의실정과독선을규탄하기위해광화문에구름같이모인시민들의함성에감격하고그들과함께소리높여노래를합창한다.이소설역시작가의육성이깊게배인것으로역사적항쟁에참여하여감격을억누르지못하는군중들의목소리를직접들려주고있다.원석은박근혜정부의역사교과서국정화나권력에영합하는지식인들을강하게비판하기도한다.소설은이렇게더불어걸어가는정신으로역사와시대에참여하고자하는지식인작가의정신을직설적으로드러낸다.
박정근작가의소설『파미르가는길』은파미르오지를찾아가는여행기소설의특성과,고려인디아스포라로대표하는소외된이에대한공감의눈길,역사와시대에참여하는지식인정신등의다양한요소로이루어졌다.그것들이유기적으로엮여안팎으로드넓게소통하고있는일곱편의소설은,작가가몸과마음으로부딪혀온현장의모습과혼용되어제각기결이다른이야기를빚어내고있다.이렇게작가의삶속에서시퍼렇게살아서번득이는정신의실체가,인물들의내면과행동에실천적으로체현되고있어소설의리얼리티와진정성에기여하고있다.그래서독자들은벌써부터그의다음여행지가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