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지 못하는 새 (정수남 소설집)

앉지 못하는 새 (정수남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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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수남 소설집 [앉지 못하는 새]. 소설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떠돌거나 정착하지 못한다. 그렇게 떠돌며 한평생 ‘거랑 놈의 세상’을 입에 담고 살다가 군사분계선에서 자살을 하거나, 발신인이 없는 편지에 가슴 졸이고, 개발에 떠밀려 부모님 묘를 이장하면서 어릴 때 하던 그림자놀이를 떠올리기도 하고, 고령의 나이에도 과감하게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덤벼들고, 수많은 문패를 쾅쾅 때려 박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끊임없이 나는 왜, 지금, 여기를, 묻고 있다. 이것이 정수남 작가의 소설적 화두이다.
저자

정수남

1945년평양출생.
1984년서울신문신춘문예당선.
소설집?분실시대??별은한낮에빛나지않는다?
?타성의새??아직도그대는내사랑??시계탑이있는풍경??길에서,길을보다??앉지못하는새?,장편소설?행복아파트사람들?시집?병상일기?산문집?시한잔의추억?(전2권)외다수의저서가있다.
제2회자유문학상,제15회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제43회한국소설문학상수상.
일산문학학교대표.

목차

작가의말

앉지못하는새
쉿,쉿,쉬잇,쉬이잇!
그림자놀이
탈과뿔
꿈길
청양고추
길에서,길을잃다
파라다이스유료낚시터
가나안기사식당
겨울빛

해설
떠도는자들이남긴상처의고마운흔적들_김성달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
정수남소설가가일곱번째묶어내는작품집이다.소설의인물들은하나같이떠돌거나정착하지못한다.그렇게떠돌며한평생‘거랑놈의세상’을입에담고살다가군사분계선에서자살을하거나,발신인이없는편지에가슴졸이고,개발에떠밀려부모님묘를이장하면서어릴때하던그림자놀이를떠올리기도하고,고령의나이에도과감하게이길수없는싸움에덤벼들고,수많은문패를쾅쾅때려박기도한다.또한푸세차로남의집담을허물고들어가똥을쏟아놓기도하고,가출한남편을기다리다가낯선남자와몸을섞기도하고,유료낚시터에서제2의인생을꿈꾸기도하며,광화문촛불집회와태극기집회로뛰어나가기도하고,오랜친구의죽음앞에서인생의회한을곱씹기도한다.그러면서그들은끊임없이나는왜,지금,여기를,묻고있다.이것이정수남작가의소설적화두이고,그에관한답이소설집앉지못하는새이다.
표제작앉지못하는새는월남한아버지의삶을다루고있는작품으로귀향의불가능성에대한확인과귀향에대한희구사이에서끝없는줄다리기를한다.아버지는이미떠나본사람의삶을살았고,떠나온그가보아버린것은혼돈과균열이며파괴이다.때문에아버지의귀향은남쪽에서북쪽으로의평면적인이동이아니라입체적인흔들림이다.그래서더위태롭고불안하다.왜냐하면아버지는떠돌고떠돌았으나결국제자리였다.여기나저기나모두똑같다는사실을확인하기위해아버지는그토록열심히떠돈것이다.그래서더욱가슴아프고잔인한현실이다.쉿,쉿,쉬잇,쉬이잇!의나는‘아직도그두꺼운외투입고다니세요당신을지금까지무겁게누르고있는그외투,이젠그만벗어버리세요’라는문장으로시작되는발신인없는편지를받고대학때사귀다스스로목숨을끊은연희를떠올리며불안에시달리다가동창들을찾아간다.세상을알면불행하다.그러나세상을알아야성장할수있다.나에게불행을알게만든촉매제이자성장을하게만든것이연희이다.그런연희는내아련한기억으로존재하는마음의시원이자본향을더욱그리워하게만드는공간이다.하지만그공간에는세상에서만들어지는추함과불편함을느끼게만드는이면도있다는것을이작품은보여주고있다.흥미로운것은등장인물모두에게그시절연애는전부이기도하고전무이기도하다는것이다.그래서그들은서로다른여자를떠올리면서도똑같이연애라고생각한다.그림자놀이는개발로인한부모님묘소를이장해야하는세태를어릴때친구들과하던그림자놀이의상징을빌려비판하고있다.화자는고향의존재를믿으면서도고향의실체를불신하는이중성을보인다.그러면서도고향의추억과낭만을끝까지포기하지않는다.그것은그런기억을통해소외를극복하려는몸부림이기때문이다.몸부림!그것이야말로가장인간다운것이다.탈과뿔은아파트안에설치된운동기구에서운동을하다가줄이끊어져크게다친81세의전직대학교수의손해배상문제를둘러싼이야기를그리고있다.폭력적인현실앞에서강하지못하면슬프다.이작품은그런슬픔과허무의벽을넘어서는이교수의심리과정을생사의순간과기막히게병치시키고있다.이교수는강해지고싶어하지만그것이성공할가능성은커보이지않는다.하지만그는아무런욕망이없는사람이바보라는것을깨달으며,그기형적인공간을떠나려고몸을움직인다.보다적극적으로살면서상황을거스르고자신의의지대로삶을살려고하는이교수를통해,자신의삶에빈곤감을느끼는사람은평생피해자일수밖에없다는것을강하게각인시키고있다.꿈길역시월남한아버지의이야기이다.이작품은화자의아버지를통해객관성과거리를확보하고,그를통해간접적으로나의내면에접근하고있다.그것은직접적으로아버지의입장을대면했을때나타날수있는과잉감정이나감정의합리화를피하려는작가의노련함때문이다.이런과정을통해작가는아버지의내면에있는아버지의이면까지도되짚어보고있다.‘이곳’에서도아버지의일상은계속되어야한다.그러면서도‘그곳’으로돌아가고싶어하는치열한갈등을아버지는몸으로느낀다.그과정에서기억만으로유지되는고향은복원될수없기에아버지의삶자체가끊임없는탈현실화와무기력의나락으로떨어질수밖에없는데작가는그지점을집요하게파고든다.청양고추는희뿌연먼지를뒤집어쓴채시계바늘이1960년대에멈춘동네의,1990년대상황을실감나게그리고있다.재개발을둘러싼땅주인차사장과땅을빌린송씨그리고동네주민들의모습이손에잡힐듯이생생하면서도,개발논리로미쳐돌아가는세상에푸세차로차사장의담을박차고들어가똥을쏟아놓은하씨의모습은일견통쾌하기까지하다.작지만매운청양고추를통해고통을고통답게겪음으로그것을희망의거름으로만들려고하는이야기이다.인간은추억도기억하고상처도기억하지만이작품은상처를추억으로변화시키는것이아니라상처를상처로복원하게하는과정을통해상처에서벗어나는길을모색하고있다.그래서가진것없는자들의상처가만든분노는힘이세고씩씩하다.그들은주저앉지않기위해억울함과싸운다.어떤경우에도그들은살아가야한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길에서길을잃다는가출한후소식이없는남편을기다리는여자의일상을그린다.여자는이것을말하면서저것을내포하고,말하지않으면서도많은것을암시한다.이것이의도하는것은서로대립되는것들의긴장과갈등이다.이런관계를위해여러개의목소리를확보해그사이의개방성과불확정성을강조하고있다.통일되지않고,여러개로갈라지는목소리를통해길잃은여자의심리를맛깔스럽게표현하고있다.인생에서길을찾으려고하면할수록길을잃게된다.그래도길찾기를포기하는순간그자리에서화석으로굳어진다.어디든이정표를만들어야하지만어디에도갇혀서는안된다는것을역설적으로보여준다.한국소설문학상수상작인파라다이스유료낚시터-우리동네풍경1은낚시를우리인생에비유하는상징이뛰어나게발현된작품이다.소설의인물들은하나같이무엇인가를기다리거나찾는다.그래서그들은탐색자들이다.그런의미에서그들에게낚시터는최상의공간이다.이들이탐색자인이유는중심으로부터소외되었거나추방되었기때문이다.그들은그런자신들의위치나본질을인식하고있음에도무엇인가를끊임없이찾으며주저앉지않는다.이런의지와희망이그들을탐색자로만들지만미래에대한불안과초조가낚싯바늘이되어가슴을찍고있는모습이처연하다.가나안기사식당-우리동네풍경2은세태를다룬소설로가나안기사식당을배경으로광화문촛불시위의안팎풍경을촘촘하게살핀다.실컷세상을미워해야다시세상을사랑할수있다는것을인물들은각자의모습만큼증언하고있다.그런그들에게서동시대들사람들만이공유할수있는신뢰와편안함이엿보인다.그것은작가가자칫이분법으로갈라놓을수도있는국면을미움속에서도사랑이병존하는상황으로만들었기때문이다.중편겨울빛은친구가입원중인중환자실을배경으로인생에서친구란무엇이고,자식은또무엇인가를진지하게묻고있다.삶의이면을다루고있지만그것은어쩌면우리들이이미보아온흔한삶의살풍경들이다.작품에서처절하게형상화한삶의이면이라는것은결국인간들의허위의식그자체이다.인생에는이면이따로있지않고인간이가진허위의식이진짜삶의이면이라는것을말하고있다.그러면서우리의삶은겉이나속이나모두더러운욕망덩어리라는것을일깨우면서다시복원해야할삶의본질이있다고믿는것이야말로최대의미혹이라고지적한다.왜냐하면자칫희망이,삶에대해갖게되는부당한편견이나나쁜습관일수도있기때문이다.희망을버리지못하는인간은끊임없이삶과불화하기때문이다.죽는다고해도아무것도달라지지않는다.
앉지못하는새속에서는온갖이미지들이끊임없이떠돈다.그이미지들은고정되어굳어진것이아니라유연하게떠돌면서살아있는의미를생성한다.때문에소설속이미지들은불안할정도로의미를찾아떠돈다.이처럼떠도는이미지는현재속에서과거를기억하고감각하고느낀다.소설속화자들이과거를느껴야하는데그러기위해서는이미지가먼저과거를기억해야한다.그러나과거는현재와분리되어존재하지않고현재의밑바닥에가라앉아있다.때문에현재를흔들어과거를수면위로떠오르게한다.그러면서과거가침투된혹은과거와손잡은여러개의현재를존재하게만든다.삶은이미지로부터분리될수없다.그래서삶속에존재하는이미지는고통스러울수밖에없다.삶자체가고통이가때문이다.고통은덩어리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상처의파편화된이미지로떠돈다.소설안팎에서는이런상처의이미지들이복병처럼숨어있다가느닷없이튀어나오는데그것은바로수많은인간들이살아온삶의시간들이다.그래서정수남작가의소설안팎에는늘고통의상처조각들이여기저기흩어져있다.그상처의흔적에는저마다의삶의시간들을견딘처절한몸짓이담겨있다.부정할수도망각할수도없는인간의길을보여주는고마운흔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