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 (정길연 소설)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 (정길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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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길연 소설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 198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가족 수첩」이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 정길연의 소설이다. 등단 후 30여 년 동안 6편의 장편소설과 6권의 소설집을 펴낸 작가는 특히 일그러진 가족과 연인 관계,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주목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피할 수 없는 상처를 안은 두 남녀가 운명적으로 만나 서로의 아픔을 딛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특유의 명확한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는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두 남녀 은탁, 린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이야기이다. 완벽하다 생각했던 가족이 균열되고 그로 인해 방황이 시작된 린과, 누군가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두 번씩이나 본 것을 지독한 형벌로 느끼며 정상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던 은탁이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은 운명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다. 마치 세상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있지만,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은 없는 것처럼. 작가는 이 소설이 “망각과 복원, 기억의 소멸과 기억의 재구성에 관한 이야기”이며, ‘잊거나 잊히는 일에 절박한 사람들이 그 어디쯤에서 마주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

정길연

저자정길연은1961년부산에서태어났으며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84년중편소설「가족수첩」으로『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소설집『종이꽃』『쇠꽃』『나의은밀한이름들』『우연한생』,장편소설『달리는남자걷는여자』『변명』『사랑의무게』『그여자,무희』『백야의연인』,에세이『나의살던부산은』『그여자의마흔일곱마흔여덟』등이있다.2016년한국가톨릭문학상본상을수상했다.

목차

나무물고기
직소퍼즐을맞추는시간
비밀의방
타임캡슐-울음의기원
달리는남자
마법의시간
걷는여자
첫이별,예외없이
그여름,양귀비꽃
그렇게첫번째하루
굿바이,첸
눈먼사랑법
아무도모르게,작별
슬픈완벽한아름다운,
CLOSE!이만안녕!
시간이지나면흐릿해지는것
우연과우연이우연히
차갑고뜨겁게,첫겨울
다시,사랑

출판사 서평

지나온시간의출구를향해달리는남자와
사라진시간의입구를더듬으며천천히걷는여자
피할수없는상처를안고사랑은시작될수있을까?

고품격로맨스소설시리즈로망컬렉션의아홉번째작품

198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중편소설「가족수첩」이당선되어등단한작가정길연의신간『달리는남자걷는여자』가나무옆의자에서펴내는고품격로맨스소설시리즈‘로망컬렉션’아홉번째작품으로출간되었다.등단후30여년동안6편의장편소설과6권의소설집을펴낸작가는특히일그러진가족과연인관계,인간의욕망과사랑에주목해왔는데,이번작품에서도피할수없는상처를안은두남녀가운명적으로만나서로의아픔을딛고사랑에이르는과정을특유의명확한문장으로섬세하게그리고있다.

과거를잊고싶은남자와지나간시간을찾고싶은여자
포토에세이스트의본업을접고일몰풍경이아름다운바닷가마을에서게스트하우스‘나무물고기’를운영하는은탁.오래전자신이짝사랑했던‘성당누나’소정의자살이후집을떠났던그는,몇해전자신을짝사랑했던혜란이그를배웅하고돌아가던길에자동차사고로즉사하자그죄책감으로더이상공항로를지날수없게된다.고향인부령으로돌아온그는과거를잊기위해매일방파제를달린다.한편뉴욕에머물던린은스물두번째생일에생모가따로있다는아버지의이메일을받은데이어다음날아버지의부음을전해듣고급히귀국한다.장례를치른후린은화가인어머니가그린생모의누드화와양귀비꽃빛머플러를손에넣게되자생모의연고지인부령으로향한다.은탁은린의강렬한출현으로인해어쩔수없이그토록잊고자했던과거를복기하게되고,린은은탁을통해미지의과거라는퍼즐을맞추느라나무물고기를떠나지못한다.그과정에서린과은탁은생의반복과거부할수없는이끌림을느끼게되는데……

달리는남자은탁과걷는여자린,생의반복과거부할수없는이끌림
마흔에접어든은탁과스물두살린은게스트하우스의주인과손님으로첫대면한다.은탁은린을본순간전율을느낀다.사흘을머물겠다는사람이어마어마하게큰트렁크에커다란액자까지들고온것도놀라웠지만그녀의모습이잊고싶었던기억을강렬하게떠올렸기때문이다.

찰나적인무엇인가가그의눈을의심케했고,그의입을막았다.그저놀라움이라는단어로는함량이부족한그무엇은,경악이아닌경이자체였다.그경이가불러낸전복,원치않은기억의전복이었다.(16쪽)

은탁은잊을수도없고잊지않을수도없어덮어버린기억속의존재와린이연결돼있음을직감적으로깨닫는다.바로어릴적한지붕아래살았고은탁이좋아했던소정누나…….하지만그녀는은탁에게오르지못할나무였고,결국엔영영떠나보내고말았던사람이다.
린이부령에온것은갑작스럽게드러난가족사의비밀앞에서자신의기원과사라진시간을찾기위해서였다.휠체어생활을하는화가인엄마이령과사업가인아버지마영후는첫사랑으로만나결혼했지만,한지붕아래서타인처럼살아왔다.린은그속에서불편함없이,아쉬울것없이자랐다.그런데난데없이엄마의친딸이아니라니.‘나는어디에서왔을까,나를배고나를버린여자는어떤여자일까……’그원초적물음을안고린은이령이그린누드드로잉속여자를찾아이령이건네준관제엽서에적힌주소지로떠난것이다.손에는어릴적언제나품에안고놓지않았던생모의양귀비꽃빛머플러를쥐고.
작은바닷가마을게스트하우스에서린은모두의시선을끌고화제의중심이된다.은탁은보름이넘도록떠나지않는그녀가계속신경쓰인다.은탁이부령에게스트하우스를열고매일방파제를달리는것은자신을짝사랑했던혜란의죽음이후스스로에게내린유배이자냉정하고비열했던자신을속죄하고고통스러운기억을잊기위한처방전이었다.그러나린과의대면은망각을위한노력을무산시킬뿐아니라봉인해놓았던더먼기억의문을연다.그리고그녀가나무물고기에와서오래머무는것이결코우연이아니란걸은탁은눈치챈다.
이제부터는둘사이의밀고당기기가시작된다.은탁은불안한마음에린을멀리하려하지만린은은탁을처음봤을때부터느낀친근함을본능적으로믿고그에게점점다가간다.린은당돌할정도로거침없이은탁에게호감을표하면서그의기억을들추려하고,은탁은심장이멎을듯떨리는마음을애써숨기며그녀의마음을모르는척한다.그러나그애틋한마음을어찌감출수있겠는가.린은나무물고기에머물면서상처받은마음을치유해가고,점차스물둘의발랄함을되찾아간다.
나무물고기에서은탁을통해생모에대한이야기와자신의기원을알아가면서린은이령과의모녀관계에서도더성숙한모습을보인다.불쑥찾아와애정어린잔소리를늘어놓는린을보며이령은사랑하고사랑받는자특유의열기를느끼며고독속으로침잠한다.하지만린에게그녀는언제까지나엄마이고변함없는가족이다.이령을만나고다시나무물고기로돌아간린은게스트하우스일을도우며은탁과많은시간을함께한다.
은탁은소정을사랑했지만그사랑을지킬수없었고,묻어둔기억을파내며다가오는린의사랑을도저히끊어낼수가없다.그끌림은자기도모르게이어지는사랑이리라.그리고마침내은탁도린의마음을받아들이게된다.그렇게은탁과린은오랜생을돌아다시만난듯차갑고뜨겁게,빙점과비등점을오가는기나긴레이스에오른다.

“…아저씨는내엄마고내아빠야.그러니까날밀치면안돼요.그건바보짓이니까.세상에서가장못된짓이니까.내가,아저씨가제일아끼는뭔가를망가뜨려도아저씬무조건내편이돼줘야해요.난,아저씨가제일아끼는그어떤물건보다,그어떤누구보다,제일아끼는사람이될거거든.알아들어요?”
은탁은린의엉덩이를떠받친채벽난로앞을왔다갔다했다.어느새자신의등이축축하게젖어들고있었다.그녀의가장깊은곳에고여있던눈물이제물고랑을찾은듯했다.(232~233쪽)

망각과복원,기억의소멸과기억의재구성
『달리는남자걷는여자』는전혀공통점이없을것같은두남녀은탁,린을중심으로과거와현재를오가며기억의퍼즐을맞춰가는이야기이다.완벽하다생각했던가족이균열되고그로인해방황이시작된린과,누군가의지상에서의마지막모습을두번씩이나본것을지독한형벌로느끼며정상적인사랑을하지못하던은탁이서로만나게되는것은운명일수도우연일수도있다.마치세상에일어나지말아야할일은있지만,세상에서일어나지않는일은없는것처럼.작가는이소설이“망각과복원,기억의소멸과기억의재구성에관한이야기”이며,‘잊거나잊히는일에절박한사람들이그어디쯤에서마주치게된다’고말한다.은탁과린역시그렇게만났고다른모든연인처럼서로의상처와기억을보듬어주며살아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