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의료실천가,동네주치의의명랑뭉클에세이
여자,페미니스트,동네의사로일궈온20년의아름다운여정
서울은평구에위치한국내최초여성주의병원‘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살림의원)의의사추혜인원장의에세이<왕진가방속의페미니즘>이출간됐다.건축학도를꿈꾸다“성폭력피해자를위해증언해줄의사가한명이라도있었으면좋겠다”라는말에진로를바꿔의대에재입학한이십대부터자전거타고왕진가는동네주치의가된지금까지여자로,의사로,페미니스트로살아온20여년의경험과철학,함께한사람들의이야기를아름답고감동적인글60여편에담았다.가장인간적이고,가장안전한의료시스템을향한열망이만들어낸한지역의사의따듯하고다정한치료기이자압축된생의기록이다.
책에는저자가의사가된사연부터살림의원을만들게된과정,페미니스트로살아오며맞닥뜨린의료현장의문제점,이웃과환자들의왁자지껄한사람이야기,우리가몰랐던의료계의이모저모등다양한이야기가실려있다.기존에가졌던의사에대한편견을깨주고의료사각지대에있는소수자도존중받으며일상을영위하고평등하게진료받을수있다는희망을뭉클하고재미있게그려낸다.
전례없는코로나시대를살아가며힘들어하는독자에게돌봄,존엄한삶과죽음,이웃,인간애에대해다시생각해볼수있는기회를제공할것이다.따뜻하고재미있고울컥하게만드는건강하고맛있는글의성찬,책에는내공있는저자의삶이고스란히배어있어한번펼치면도무지손에서놓을수없는묵직한감동이있다.
1장<따릉이타는동네주치의>에서는살림의원에서벌어지는왁자지껄하면서도은밀한이야기가펼쳐진다.트렌스젠더의눈물쏙빼는사연부터발톱을깎고귀지를파는왕진이야기.동네목욕탕,거리에서만난이웃이야기.병의근원을몰라이병원저병원을돌다온환자들의사연.죽음을맞은환자와의마지막인사등동네의사로살아가는의사추혜인의인간적면모를만날수있다.
2장<페미니스트의사되기,쉽지않아>에서는‘병원’하면‘대형병원,3분진료,남자의사’를먼저떠올리는세상에서‘페미니스트동네의사’로살아가는여정을담았다.대학1학년때부터페미니스트로활동해온이야기,의료현장의편견과성추행에맞서싸운일,현장에서벌어지는보이지않는부조리를의사의눈,여자의눈그리고시민의눈으로살핀다.성폭력피해자를위해경찰서에가고법원에출두하는일화,심지어아파도남성중심으로진단받는구조에문제의식을던진다.
3장<그녀들이나에게>에서는재개발로인해기억을잃어버린할머니,모든책임을떠안게된이땅의산모들을위한조언,암진단을받은독거노인의숙연해지는사연,엄마와의배꼽빼는에피소드등오늘의의사추혜인을만들고깨우치게만든여자들의이야기가다채롭게펼쳐진다.
4장<약이아닌관계로치료하다>에서는약과기계가아니라관계와사람의힘으로건강을되찾는사람들의이야기,증상으로드러난병의치료뿐아니라한사람의삶의맥락안에서질병을통합적으로살펴보려는노력에대해들려준다.
5장<우리에겐주치의가필요하다>에서는의료협동조합을만들고운영하며겪은희로애락,의사로서의소명과애로,일반인들이잘몰랐거나오해하기쉬운의료현장의이야기들,지역주민들과함께만들어가는의료공동체의진면목을만날수있다.
★이사람:따릉이타고왕진가는별난의사,추혜인
어서오세요,왕진다니는의사는처음이시죠?
잘나가던서울대의대생이대학병원을거부하고동네의사가되어오르막길을오르고,후미진골목을자전거를타고누빈다.기저귀를갈고귀지를파고발톱을깎는다.
그녀에겐남다른꿈이있었다.꾸준히여성주의를공부하며언젠가여성주의를실현할병원,의료시스템을만들고싶었다.그리고2012년지인과지역주민이힘을합쳐의료협동조합을만들었다.바로‘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그렇게살림의원은지금조합원3,200세대가넘는어엿한지역거점병원으로우뚝섰다.
‘왕진’이란단어가낯설고아직도왕진이있냐고반문하는시대,그녀는일주일에한번거동이불편하거나병원을찾지못하는환자를찾아왕진가방을챙겨나선다.단순히병을치료하는데그치지않고환자가일상을영위하는데필요한환경과가족상황,가구배치,햇볕이들어오는지도살핀다.아프거나나이들어서도인간적품위와자아를잃지않고치료받을수있도록살핀다.성폭력피해자를위해기꺼이달려가증언해주고,환자가원하는곳으로왕진을가는사람,은평구주민들의사랑방이자건강지킴고리살림의원의추혜인원장이다.
이책은그런그녀가가슴으로환자를만나고,신념과의지로환자와의사가서로를신뢰하는의료시스템을일궈낸공동체의기록이다.때로는친구처럼,때로는잔소리하는엄마처럼환자와마주하는이별난의사의책을읽는독자라면누구나이런혼잣말을하게될것이다.
“이래야진짜의사지!”정말이지우린이런의사를기다려왔다.
★병원이야기:여성에의한,여성을위한의료,지역주민과함께일구다
지역민건강책임지는친근하고색다른병원이야기
헬스도하고,중고물품도나누고,수다도떨고,오다가다들르는병원이있다고?
의사가환자를돈벌이수단으로보지않을거라는믿음,의사가내병을고치기위해최선을다할거라는믿음,남녀노소차별받지않고누구나평등하게치료받을수있다는믿음을바탕으로운영되는의료기관이있다.여성주의의료라고해서여성만치료받는곳이아니다.남녀노소누구나평등하게진료받을수있는개념의여성주의의료를꾸준히해온결과트랜스젠더나장애인,성폭력피해자,다문화가정여성등소수자와사회적약자가안심하고치료받는병원이되었다.
장애인도휠체어도쉽게드나드는문턱없는병원,
병의원인을알아내기위해의사와환자가시간에구애받지않고대화하는병원,
지역주민들이“이병원때문에이사가기싫어요”라고말하는병원
돌봄과돌봐주기가연결된안전한사회를만들기위해끊임없이고민하는병원,
환자의질병이력과스토리를줄줄꿰는주치의가있는병원,
바로‘살림의원’이다.덕분에이지역주민들의삶은한결안전하고건강해졌다.
이책을다읽을때쯤독자는이렇게혼잣말을하게될것이다.
“이동네사람들부럽다.”
책은지금껏한번도경험하지못한낯선병원풍경속으로독자를초대한다.
★시스템을만들다:3분진료가없는병원,마을주치의시스템
의사와환자가서로를신뢰하고만족하는지속가능한의료시스템을만들다
의사들의밥그릇싸움에서벗어나의사란무엇인가,인술이란무엇인가물음을던지는의료원이있다.스스로물음을던지고행동을통해답을찾아나가는의료원.이병원의조합원들은더이상“과잉진료없는병원좀추천해주세요”“늙어서아프면누가챙겨주나?”라는질문을하지않는다.혼자고독사하지않을거라는믿음,이웃과의사가돌봐줄거라는신뢰가있기때문이다.살림의원공동체는돌봄이필요한사람은없는지,홀로떨어져아픈사람은없는지끊임없이찾아낸다.혼자외롭게늙어갈걱정을내려놓게만들고,이웃과의사,공동체가서로를돌보는문화,살고싶은동네를만드는데온힘을쏟고있다.
이런공로를인정받아2018년서울시사회적경제우수기업으로선정되었고,2019년우수사회적협동조합에선정된데이어추혜인원장이‘사회기업가’로대통령표창을받았다.살림의원은‘모두가평등하고건강한마을’을목표로진료보다는예방을지향하고,과잉진료없는적정진료를통해환자와의사가신뢰하는병원을구축해왔다.요즘은나이드신어른신들이마지막을잘준비하고함께할수있도록통합돌봄센터를준비하고있다.
코로나시대,의료인의존재가어느때보다소중하지만그만큼의사에대한불신도높다.추혜인원장은“의사도환자만큼이나신뢰에목말라있다”고말한다.책은이런불신이생길수밖에없는대한민국의료시스템의구조적문제를지적하고지속가능한대안을제시한다.
책을다읽고난독자는이런혼잣말을하게될것이다.
“나도이런주치의가있었으면좋겠다”“우리집근처에이런병원이있다면좋겠다.”
건강한열정으로인간에대한애정을잃지않으며,지역에단단히뿌리내리고살아가는용감하고멋진언니들의행보에힘찬응원의박수를보내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