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입니다』시리즈제3권‘AI도목이마르다’는바로이기묘한만남에서시작한다.
우리는AI를‘디지털’이라고부른다.그래서AI에는몸이없다고생각한다.하지만정말그럴까?
AI에게도집이있다.데이터센터다.AI에게도밥이있다.전기다.AI에게도머리가있다.GPU다.그리고AI에게도치명적인적이있다.열이다.
AI가똑똑해질수록더많은계산을해야하고,더많은계산은더많은전기를필요로하며,더많은전기는더많은열을만든다.결국세계최고의AI들이벌이는지능경쟁뒤편에서는뜻밖에도‘누가더잘식힐것인가’라는냉각경쟁이벌어진다.
여기서이책은한걸음더들어간다.AI의뇌라불리는최첨단반도체는어떻게만들어질까?또물이다.
반도체제조공정에서는극도로깨끗한초순수가사용된다.눈에보이지않는미세한오염까지문제가되는반도체세계에서물은단순한세척수가아니다.AI가태어나기전부터물이필요하고,AI가태어난뒤에도물이필요하다.그러고보니이상하다.AI는물을한모금도마시지않는데,태어날때부터목이마르다.
그런데정말재미있는이야기는이제부터다.
AI가물을찾아움직이기시작했기때문이다.인류최초의문명은강가에서태어났다.메소포타미아문명은티그리스와유프라테스강을,이집트문명은나일강을찾아갔다.물이있어야사람이살고,농사를짓고,도시를만들수있었기때문이다.
수천년이지났다.인간은증기기관을만들었고,전기를발견했고,컴퓨터를만들었으며,마침내인공지능까지만들었다.이제쯤물에서자유로워졌을것같았다.그런데최첨단AI데이터센터가다시물을찾아간다.인간의문명이강가에서시작되었는데,AI문명도다시물가를기웃거리고있는것이다.역사는앞으로만가는줄알았는데,한바퀴를돌아다시강가로왔다.그러자조금불편한문제가생긴다.사람도물을마셔야하고,농작물도물을먹어야하고,가축도물을마셔야하는데AI까지물을달라고하기시작한것이다.그렇다면가뭄이닥쳤을때마지막한방울의물은누구에게주어야할까?사람일까,농작물일까,아니면AI일까?
농부와GPU가같은물을놓고경쟁하는시대.SF소설같은이야기지만,『AI도목이마르다』가보여주는AI의세계는화면속의가상세계가아니라바로이런물과전기와열의현실세계다.그런데여기서이야기는다시뒤집힌다.
물을먹는AI가이번에는물을살리기시작한다.AI는비가어디에얼마나내릴지예측하고,홍수와가뭄의위험을계산하며,농업에필요한물을더효율적으로관리하는데활용된다.물을소비하던AI가물을지키기시작한것이다.물은AI를살리고,AI는다시물을살린다.
참묘한관계다.그리고그관계를따라가다보면우리는결국인간자신과마주친다.사람의뇌도생각하면에너지를쓴다.뇌는몸전체에서작은부분을차지하지만,많은에너지를사용한다.그래서혈액은뇌에산소와영양분을공급하고열을운반한다.
AI도계산하면뜨거워진다.인간의머릿속에는뉴런이있고,AI에는인공신경망이있다.인간에게는혈관이있고,데이터센터에는냉각을위한배관과시스템이있다.하나는생명이고하나는기계다.그런데둘을계속들여다보다보면이상할정도로닮은모습이나타난다.
둘다에너지가필요하고,둘다열을내며,둘다흐름이멈추면생각도멈춘다.그래서이책은뜻밖의문장에도착한다.지능은흐름이다.
글쓴이는1980년대초대학에서처음‘인공지능’이라는과목을배웠다.
당시에는기계가인간처럼생각한다는이야기가SF처럼들렸다.수업을마친뒤친구에게말했다.
“이거우리살아있는동안에는안될것같은데….”
그리고40여년이흘렀다.다행히친구도살아있고글쓴이도살아있다.그런데그때는살아있는동안만나지못할것같다던AI까지나타났다.그것도인간과대화하고,글을쓰고,그림을그리고,프로그램을만들정도로똑똑해져서.
40년전에는“AI가정말생각할수있을까?”를걱정했다.그런데이제는전혀다른걱정을한다.
“저AI를어떻게식히지?”
한때존재가능성을걱정하던기술이이제는더위를걱정해야할만큼현실이된것이다.AI는SF에서빠져나와어느새우리의일상이되었다.
‘AI도목이마르다’의가장큰매력은어려운인공지능이론을쉽게풀어주는데만있지않다.전혀관계없어보이던것들이어느순간하나로연결되는재미에있다.AI와물.GPU와강.반도체와초순수.데이터센터와발전소.인간의뇌와냉각시스템.가뭄과인공지능.그리고바다밑과우주로향하는데이터센터까지.처음에는서로아무관계도없어보인다.
그런데책장을한장씩넘기다보면하나의길이보이기시작한다.
AI→반도체→전기→열→냉각→물.
그리고어느순간독자는깨닫는다.우리가‘클라우드’라고부르던세계가사실은구름처럼가벼운곳이아니었다는것을.그곳에는거대한건물이있고,수많은반도체가있으며,전선과배관이지나고,엄청난전기가들어가고,열이쏟아지고,그열을식히기위해물이흐른다.
AI는생각보다훨씬육체적이다.그러나이책은AI와물의관계만을이야기하지않는다.AI를따라가다보면결국인간은어떤존재인가라는질문에도착한다.인간역시물없이는생각할수없고,살아갈수도없다.
수십억년전물속에서시작된생명이진화하여인간의뇌를만들었다.그뇌가컴퓨터를만들고,인터넷을만들고,마침내자신을닮은인공지능을만들었다.그리고인간이만든AI가다시물을찾는다.가만히보면거대한원이다.물에서생명이태어났고,생명에서지능이태어났다.지능은AI를만들었고,AI는다시물로돌아왔다.『물론입니다』시리즈는바로이런연결을찾아가는과학이야기다.
제1권에서는너무흔해서보이지않았던물을바라보았고,제2권‘파동은물의언어다’에서는세상을이어주는보이지않는떨림을따라갔다.그리고제3권‘AI도목이마르다’에서는인간이만든가장새로운존재인AI를끝까지추적한다.
그런데그길의끝에서기다리고있던것은뜻밖에도미래의신기술이아니라물이었다.
‘AI도목이마르다’는AI사용법을가르치는책이아니다.AI가얼마나똑똑한지를자랑하는책도아니다.인간이만든가장새로운지능을따라가며,우리가너무흔해서잊고있었던가장오래된존재를다시발견하는책이다.
책장을덮을때쯤이면아마AI를보는눈도,물한잔을보는눈도조금은달라져있을것이다.그리고다음에ChatGPT에질문을던질때문득엉뚱한생각이떠오를지도모른다.
“얘도지금뜨거워지고있는건아닐까?”
그러다책상위의물한잔을바라보게될것이다.인간도그물없이는생각할수없다.AI도그물에서완전히자유롭지못하다.생명의시대에도물이있었고,문명의시대에도물이있었으며,이제인공지능의시대에도물이있다.
그래서이책의긴여행은결국한문장으로돌아온다.
AI를따라갔더니,결국물이었다.
『물론입니다』시리즈는윤경용박사와
흔들의자출판사가똑똑한대한민국을만들기위해10년을준비한지식프로젝트!
이책을읽고나면,물도예전의물이아니고AI도예전의AI가아니다.
AI를쫓아갔는데,왜자꾸물이나오는가.
처음원고를받았을때출판사도조금당황했다.
제목은였다.당연히인공지능책이라고생각했다.ChatGPT가나오고,생성형AI가나오고,인공신경망이나GPU이야기가이어질것이라고예상했다.
물론나온다.그런데읽다보니이상했다.갑자기물이튀어나온다.반도체공장으로가더니생전처음듣는초순수라는것이나온다.데이터센터로들어갔더니냉각수가흐른다.전기를따라갔더니발전소에서또물을만난다.인간의뇌로갔더니이번에는혈액이흐르고척수가나온다.그러더니홍수와가뭄으로갔다가바닷속데이터센터를지나급기야우주까지올라간다.
편집자는슬슬의심하기시작했다.
“교수님,이거AI책맞습니까?”
그런데끝까지읽고나면질문이거꾸로바뀐다.
“세상에,왜우리는지금까지AI를이렇게보지못했지?”
이책의재미는바로거기,그기발함에있다.
저자윤경용교수의머릿속에는아마보통사람에게없는연결선이몇개더있는모양이다.보통사람은AI를보면ChatGPT를생각한다.조금아는사람은GPU를생각하고,더깊이들어가면데이터센터와전력을생각한다.그런데저자는거기서멈추지않는다.
“잠깐,GPU가계산하면열이나잖아?”
여기서냉각으로간다.
“그럼,무엇으로식히지?”
물로간다.
“그물은어디서오지?”
강과지하수로간다.
“그런데사람도물이필요한데?”
농업과지역사회의물문제로간다.
“그러고보니사람의뇌도생각하면열이나는데?”
이번에는혈액과뇌로간다.
정신을차려보면독자는AI에서출발해물과에너지,생명과환경,산업과문명한가운데까지끌려와있다.꼬리에꼬리를문다.
참희한한사람이다.남들은점을보는데이사람은선을본다.
남들은분야를나누는데이사람은분야사이의다리를찾는다.
그래서그의글에서는전혀친하지않을것같은것들이어느날갑자기한식탁에앉는다.AI와물이만나고,GPU와인간의뇌가만나고,데이터센터와혈관이만나고,반도체와강물이만난다.그리고저자는아무렇지도않게말한다.
“원래다연결되어있었는데요?”
독자로서는약간억울하다.설명을듣고나면너무당연하기때문이다.
“그러네?”
『물론입니다』시리즈의묘한중독성은바로이세글자에서나온다.
저자의이력도이책만큼이나조금수상하다.
컴퓨터와전기전자공학을공부했고,인공지능과ICT를다뤘으며,에너지와연료전지까지연구했다.한사람이평생한분야를파도쉽지않은데이사람은자꾸옆집담을넘는다.
컴퓨터를하다가통신으로가고,통신을하다가에너지로가고,에너지를들여다보다물을만나고,다시AI로돌아온다.
그래서별명이‘Dr.Everything’이라는사실이이책을읽고나면그다지과장처럼느껴지지않는다.그런데더재미있는것은그렇게여러분야를넘나드는사람이정작글에서는어려운척을하지않는다는것이다.
오히려질문이엉뚱하다.
“AI도목이마를까?”
이한마디로시작해버린다.논문이라면상당히곤란한질문이다.하지만대중과학책에서는이보다좋은질문을찾기도어렵다.
저자는1980년대초대학에서인공지능을배웠다.당시의인공지능은지금과전혀달랐다.최단경로를찾고,체스를두고,휴리스틱으로가능성높은답을찾아가는정도였다.인터넷도,스마트폰도,빅데이터도없던시절이다.수업을마친그는친구에게말했다.
“이거우리살아있는동안에는안될것같은데….”
40여년이흘렀다.친구도살아있고저자도살아있다.그런데그때는살아있는동안못볼것같다던AI까지아주멀쩡하게살아있다.그것도사람과대화하고,글을쓰고,그림을그리고,프로그램까지만든다.이정도면젊은시절의예측이틀렸음을조용히인정할법도한데,저자는여기서또다른질문을찾아낸다.
40년전에는
“AI가정말생각할수있을까?”를걱정했는데,이제는
“AI가너무뜨거운데어떻게식히지?”를걱정한다.
인공지능의존재가능성을걱정하던사람이이제인공지능의체온을걱정하게된것이다.이보다인공지능시대의도래를재미있게보여주는개인사가또있을까.
그리고이책에서가장재미있는반전이시작된다.AI는몸이없는존재처럼보인다.하지만저자는AI의옷을하나씩벗긴다.알고리즘을벗기면서버가나온다.서버를벗기면반도체가나온다.반도체뒤에는전기가있다.전기를사용하면열이생긴다.열을따라가면냉각이나온다.그리고마침내,물이나온다.여기까지오면제목『AI도목이마르다』가단순한말장난이아니었다는것을알게된다.AI에게입은없다.그런데물이필요하다.목도없다.그런데목이마르다.이책의제목부터이미저자다운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