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문화에 깃든 감정 노동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

성폭력 문화에 깃든 감정 노동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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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성폭력 문화’에서 ‘동의의 문화’로

엠마는 어린 시절 귀엽다는 핑계로 자신에게 추근댔던 남자 어른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시답잖고 우스꽝스러운 언행과 불쾌한 신체 접촉을 일삼으면서도 단지 어리고 귀여워서 그런다는 이유로 이런 행동들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사회였다. 학창 시절에는 남자아이들이 몰래 뒤에서 브래지어를 풀거나 엉덩이를 슬쩍 만지는 행위를 해도 그저 장난으로만 여겼다. 전 남친은 그냥 평범한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관계에 있어서는 도를 넘는 행위를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기도 했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겪어야만 했던 이런 일들은 비단 그녀 혼자만의, 혹은 일부 여성들만의 지엽적인 경험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주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고, 아주 못생겼고, 위험하며, 폭력적이고, 지하 주차장이나 어두운 골목길에 숨어 있는 사람 정도로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렇게 우리 사회는 이미 은연중에 ‘성폭력 문화’가 팽배해 있었고, 반면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엠마는 이런 성폭력 문화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그저 치한을 몰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우리 삶 안에 들어와 있는 남자들, 즉 아버지, 오빠, 남동생, 남편, 남친 등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음을 피력한다. 이들은 자기들이 이른바 ‘성범죄자’로 여겨지는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기를 원하지 않지만, 엠마는 남자들의 이런 불평 뒤에는 ‘서로 만들어 가는 관계’에 대한 거부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서로 간의 ‘동의 여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드시 무기를 들이대면서 저질러야만 범죄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야 어떻든 아랑곳 없이 내 욕구만 채우려고 드는 욕심이 문제의 핵심이며, 이는 여자의 역할이란 결국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일로만 생각하도록 세뇌받아 온 인류의 오랜 편견 속에서 만연된 ‘성폭력 문화’에 기인함을 지적한다.
저자

엠마

페미니스트이자혁명가이며컴퓨터엔지니어이기도하다.엠마는미디어를꼼꼼히파헤치고매일일어나는작은일에관심을갖는다.이에대한정치적이해를돕고자자신이얻은정보와시사문제를함께다루는그림을그리고있다.이책에는최근일어난사건사고에대한1년간의관찰과고민의흔적이고스란히담겨있다.이세상을보는다른시선에대한이야기다.이세상을변화시킬수있도록해줄다른시선...

목차

-그럼안되지,그렇긴한데...
-꼭해야하는역할
-기다림
-어느경찰관이야기
-미셸
-사랑의힘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는문제들?짜고치는고스톱

[다른시선]1권과2권에서도보았듯엠마의시선은비단여성문제에만머무르지않는다.그녀는우리사회곳곳에서행해지는부조리에대해서도지대한관심을갖고심층적인시선으로바라보고있다.이번3권에서는경찰비리와맞서싸웠던‘에릭’이라는한경찰관과인터뷰한내용이수록되어있다.에릭은범인이아닌실적만쫓는경찰들,시민의안전보다는오히려과도한폭력만을일삼는경찰들,관내성노동자들과의유착관계등의실태를밝히고개선하고자노력했던평범한경찰이었다.그러나경찰내부의비리는생각보다심각했다.부조리에대해상신을해도상부로부터사건이조용히무마되는등경찰조직은윗선부터이미썩을대로썩어있었고,내부고발자보호조치는말할것도없었다.경찰조직내의전횡을몸소체감한에릭은끝내다음과같은결론을내리기에이른다.‘시민들을지킨다는명분은그저선량하고순진한시민들을눈속임하는것일뿐,경찰에게주어진진짜임무는힘있는권력자들을위해일하는것’이라고......전작과마찬가지로이번3권에서도경찰관에릭의경험을소개하는데아낌없이지면을할애하고최대한그리고구체적으로다룸으로써공권력의남용과비리의민낯을신랄하게보여주고자했던엠마의의도를엿볼수있다.

#생산노동vs.생식및번식노동

남녀가결혼할때처음에는서로돕고의지하며살자고다짐하면서도,이내남자가할일과여자가할일을따로나누는함정에빠지게된다.남자는밖에서풀타임으로일하는이른바‘생산노동’을하게되고,여자는하던일을잠시접거나파트타임으로일하면서육아와집안일을도맡아하는‘생식및번식노동’을하게된다는것이다.엠마는언뜻보기에정당한역할분담처럼보일지도모르는이러한시스템의문제점을지적한다.‘생산노동자’는월급을받고,사회적지위가생기고,퇴직후에는연금을받는반면,‘생식및번식노동자’는알아주는이도없이그많은일들을그저무보수로할뿐이라는것이다.문제는이런역할분담은부부사이가지속될때만유효하다는것이다.따라서일을그만둔여자들은남자와헤어지고나서경제적곤란을겪게될수밖에없다.다시말해부부사이에‘의존관계’가성립될수밖에없다는것인데,이혼후남녀소득의통계수치가이를뒷받침한다.사랑이아닌경제적필요에의해부부관계를지속해야한다면남녀서로에게슬픈일이아닐수없다.엠마는이를방지하기위해역할분담에있어서균형이잡혀야함을지적한다.이와관련해그녀는문제를해결하기위해진행되고있는각종연구들의성향과흐름전반에대해본인이느낀바를토대로설명하며소개하고있다.
#감정노동

남의기분만너무신경쓰다보면정작내기분이상하는데도어쩌지못하는경우가있다.사회생활을하는데있어자신의기분을남들의기대에맞추려는이러한현상을사회학자알리러셀호흐실드는‘감정노동’이라일컫는다.특히여자들의경우,꼭고객앞에서가아니더라도주변사람들,즉함께일하는동료들의감정적안락을위해부단히신경을쓴다.회사뿐만아니라집에들어가서도감정노동은계속된다.성관계시에도자신이느낀불만족이별거아니라고거짓말을하곤한다.남녀사이의성관계는아직까지도남자의오르가슴과욕정에중점이맞춰져있기때문이다.프랑스여론연구소조사에따르면,프랑스여성30%는아주정기적으로오르가슴을느끼는척연기를한다고한다.감정노동은주변사람들에게도움을주고그들에게시간을할애하는것으로끝이아니다.여기에더해주변사람들의반응과감정이어떤지끊임없이헤아리며되도록많은걸그들에게맞추려애쓰는소위‘감정적부하상태’에빠진다는것이다.그러나감정노동은결코잉여의노동이거나필요이상의노동은아니다.오히려감정노동은사람들과의관계속에서자신의목소리를내고,새로운것을창조하고경영하는데필요한에너지를제공하기도한다.엠마는이러한감정노동을남녀가잘분담하는것이중요하다고지적한다.이를위해서는남자들이지금보다좀더적극적으로나서야하고감정적인면에더신경을쓸것을촉구한다.여자들의이야기에좀더귀를기울이고동감하려노력하면서말이다.주변사람들에게관심을쏟고,그들에게도움의손길을뻗고,그들을이해하려노력하면서......그러면더나은사회가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