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일기 (묻힌 기억을 끄집어내는 민간인 학살의 기록 | 박건웅 만화)

악마의 일기 (묻힌 기억을 끄집어내는 민간인 학살의 기록 | 박건웅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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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의 실상을 낱낱이 그린 작가주의 만화가 박건웅의 한국 근현대사 그래픽 노블!
악마보다 더 악랄한
일제 강점기 시절,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놀랍게도 이 아이는 악마의 표식인 666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목사인 아버지는 불길한 아들의 모습에 화를 입을까 두려워 내다 버리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낳은 어린 아들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엄마는 아들을 다락방에 숨기고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몰래 키우기 시작한다. 소년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 소녀에게 글을 배우며 살아간다. 해방이 찾아오자 아이는 좌ㆍ우로 편향된 이데올로기 대립의 현장들과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목도한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과 소년의 가족은 불시에 소집되어 어디론가 강제 이동을 하게 되고,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이유도 모른 채 군인들의 총에 살해된다. 그러나 머리에 총을 맞았음에도 소년은 죽지 않았다. 그제야 소년은 자신의 정체를 깨닫기 시작한다. 가족을 찾아 시체더미를 헤집던 소년은 자기에게 글을 가르쳐 주던 소녀의 주검 곁에서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에는 소녀가 죽임을 당하기 직전까지 벌어졌던 끔찍한 상황이 다급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유일했던 친구의 죽음을 본 소년은 이제 자기가 이어서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소년은 마을 곳곳을 살피며 죄 없는 사람들이 군인들의 총탄에 속속 죽어 나가는 살육의 현장들을 낱낱이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정작 악마인 자신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한 인간의 탈을 쓴 진짜 악마의 모습이었다.
저자

박건웅

어렸을때부터그림그리기를좋아했으며대학에서회화를전공했다.대학시절을거치며한국근현대사의숨겨진이야기에관심을가지고작업을해왔다.빨치산이야기를다룬《꽃》,한국전쟁당시미군의민간인학살을다룬《노근리이야기》,제주4ㆍ3항쟁을담은《홍이이야기》,비전향장기수인허영철선생의삶을다룬《어느혁명가의삶》,민주주의자김근태가남영동에서견뎌낸22일을기록한《짐승의시간》,인혁당사형수8명의이야기를담은《그해봄》,독립운동가의삶을다룬《제시이야기》,《옌안송》,《아리랑》을만화로그렸다.수상경력으로는2002년대한민국만화대상신인상,2011년오늘의우리만화상,2014년부천만화대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다락방/해방/창고/이름/목총/닭/귀신/외무덤/삼형제/두얼굴/굴/호환/만세/순이/만남/기억/증언

출판사 서평

국민보도연맹사건
‘국민보도연맹’은좌익계열전향자들로조직됐던관변단체이다.이승만정권은좌익에물든사람들의사상을전향시켜계몽하고인도한다는취지로이단체를결성했다.그러나본질은국민의사상을국가가직접통제하려는데목적이있었다.국민보도연맹은‘대한민국정부지지및북한정권반대’,‘공산주의사상배격‘,‘남로당분쇄’등을내세워철저한반공주의를강령으로삼았다.국민보도연맹가입대상자는좌파로낙인찍힌사람들이주였지만,실제로는사상과아무관련이없는사람들도물자나식량을제공받는조건으로가입하는일이비일비재했다.공무원들이할당된실적을채우기위해양민가입을유도하는배급품선전에몰두했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주민간의사적감정에따라보복으로가입된경우도있었으며심지어본인도모르게가입된경우도있었다.
1950년6월25일발발한한국전쟁초기,북한군점령지역의국민보도연맹원들이북한군에협조할것이라고판단한정부는한강이남전국에서이들을검속하기시작했다.소집ㆍ연행된사람들은경찰서유치장,인근창고,형무소,공회당등에구금되어분류심사를받는과정에서폭력과고문을당했고,일부지역에서는심사없이즉결처형되기도하였다.희생자들을소집ㆍ연행한기관은육군특무대(CIC),사찰계경찰,헌병등이었다.국민보도연맹원검거및학살명령이누구로부터내려왔는지는밝혀지지않았으나여러국가기관이동원된만큼이승만정권의최고위층의결정과지시에의한것임은분명하다.
정부가국민을구속하거나처형하기위해서는적법한근거와절차가있어야함에도경찰,CIC,헌병등은임의적으로국민보도연맹원을무단검거하고집단학살하는반인도주의적만행을저질렀다.억울하게죽임을당한희생자뿐만아니라그들의유족도정부로부터요시찰대상으로분류돼감시를당했고연좌제를적용해각종불이익과차별을받으며살아야했다.그동안헌병과경찰은국가권력에의한민간인학살사실을철저히은폐하고금기시해왔으며현재까지도정확한해명작업이이루어지지않고있다.정부가주체가되어결성한관변조직을정부스스로가무책임하게,그리고잔혹하게집단살해한이사건은현대사의가장큰비극중하나로기억될것이다.

화해와치유의길로
이책에는죄없는사람들을억울한죽음으로몰아간집단학살의극악무도한상황에서도자신의재산을바치고기지를발휘해구금된사람들의목숨을구한사람들의이야기도담겨있다.이른바한국판쉰들러로서인권과평화의가치를몸소실현한의인들이었다.또한뒤늦게나마자신이당시가해자중한명이었음을밝히고기자회견을통해증언을한노병김만식씨의이야기도소개하고있다.그는한국전쟁당시6사단헌병대소속으로강원도원주,경북영주,충북오창등지에서민간인총살에참여했다고증언했다.또한국민보도연맹원에대한학살명령이헌병사령부를통해대통령특명이라는무전지시를직접받았다고밝히기도했다.“죽기전에고백할수있어서다행입니다.”그의증언은가해자의최초공개증언으로서남다른역사적의미를남겼다.이로인해그는동료들로부터갖은원망과비판을감수해야했지만,과거무고한사람을죽인것에대한죄책감과수십년간자신을괴롭혔던트라우마로부터치유를얻었다.오랜시간이지난지금에라도진실이규명되고반성이동반되는모습은무척고무적인일이다.그러나여전히안타까운점은그이후로는더이상의가해증언자가나타나지않고있다는사실이다.

국가폭력의희생자를조명하는작가주의만화가박건웅
박건웅은줄곧‘작가주의만화가’의길을걷고있다.‘작가주의만화’란기존만화장르에서벗어나작가만의독특한세계관과가치관이투영된독창성및실험성이두드러진만화작품을일컫는다.박건웅은특히암울했던역사속에서국가폭력에희생된사람들의이야기를그려왔다.이렇게주로현대사의아픈기억들을다루는이유를묻는질문에그는이렇게답한다.
“망각의시대를살고있는요즘기억하는것이곧생명을유지하는것이라생각한다.특히억울하게죽은사람을기억하지않으면아주사라지는것이다.역사는반복되기때문에그런비극적인사건은다시발생할것이다.그때우리는아무런교훈을얻을수없다.”
신간《악마의일기》역시이러한그의관점을풀어낸작품이다.본작품은충북지역의국민보도연맹사건을다룬박만순선생의책,《기억전쟁》을모티브로삼았다.이책은선생이16년동안직접발품을팔아1,500여자연마을을돌아다니며민간인학살의구술증언을청취해종합적으로정리한책이다.이를기반으로박건웅은특유의서정적이면서도강렬한흑백목판화기법과판타지요소를더해그래픽노블로재구성했다.충북지역곳곳에서벌어졌던민간인학살에대해시공을초월하는존재인한소년이집적보고들은것을기록한그림일기형식으로희생자들의피맺힌에피소드들을적나라하게전달한다.이는또한오늘날의불과수년전발생했던비극들과연장선상에놓여있음을상기시키며어두운역사를기억하는일이야말로불행한역사를되풀이하지않는길임을강조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