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목소리가들린다
『작가라는사람─현재세계에서가장뛰어난작가
22인의목소리그리고이야기』
“내가아는수많은사람중최고의인터뷰어”-줄리언반즈
“내가전세계에서만나본사람들중에서작가들과의인터뷰를가장잘하는사람”
-가즈오이시구로
작가들사이에서“세계에서인터뷰를제일잘하는사람”으로통하는엘리너와크텔의인터뷰집.올리버색스,가즈오이시구로,앨리스워커,존버거등현재세계에서가장뛰어난작가22인의목소리를담았다.영문학과저널리즘을전공하고30년가까이라디오작가인터뷰프로그램을진행해오고있는와크텔의놀라운인터뷰는우리에게익숙한수많은작가들을낯선눈으로다시보게만든다.
쓰는인간,
작가라는사람
밀란쿤데라는그의문학에세이에서이런말을썼다.“지옥(이세상의지옥)은비극이아니다.어떠한비극적흔적도없는공포,그것이바로지옥이다.”흔적을남기는것,산다는것이무엇인지고민한흔적을남기고,상처를헤집고또어루만지고,틀린것을바로잡고,모순을인식하는것.탐험하는것.빈틈을채우고,막다른길의당혹스러운경험을나누는것.금기를넘고도약하고실험하는것.언어로서그모든흔적을남기는것.그흔적이없다면지옥이나다름없다.
“작가의일은상처에손가락을집어넣는것,독자가아직방어하는법을배우지못한언어로그렇게하는것이다.”(다비드그로스만,『작가라는사람2』,71쪽)
“우리는가만히앉아서모든일이잘풀리기를바라는것은아닙니다.일이잘풀리게만들기위해서각자해야할역할이있습니다.저는그것이작가의존재이유라고생각합니다.”(치누아아체베,『작가라는사람2』,211쪽)
전쟁과쿠데타를목격하고,또한직접겪으면서그것을쓰지않는다면작가는왜존재하는걸까?세상의모순과억압을보고그것을말하지않는다면작가의목소리란대체무엇이란말인가?『작가라는사람』에담긴작가22인의인터뷰는바로자신들의삶과,또그삶과겹쳐있는그들의글쓰기에대한것이다.그들은우리에게쓰는이유를,읽는이유를,존재하는이유를이해시킨다.그리고그설명을들으며우리는짐작케된다.글의어떤요소가,언어라는것이,문학이라는것이어떻게우리의세계를풍요롭게했는지말이다.
“멕시코에가서살아보면모든일에는그림자가있고우리가믿는모든것에모순이있다는것을알게되지요.저는그것이무척건전하다고생각합니다.그것이,이상과현실의모순이저를소설가로만들었습니다.”(카를로스푸엔테스,『작가라는사람2』,177쪽)
“저에게일어난모든일은언어를통해가공되어개인적이든집단적이든기억과상상으로확장될때에만다른사람들에게의미를갖게됩니다.…
저는내면의리듬을따를것이고,사회에대한의문을제기할것입니다.충분한시간을들일거예요.모든것이빨리지나가고있으니까요.시간을들여서글을쓰고자기내면과주변에서일어나는일들을명쾌하게파악하는것은작가의임무이기도합니다.저는글을최대한솔직하게쓰기위해서,아름다움과명료함에대한임무를마음에새기기위해서스스로에게최대한많은자유를주고싶어요.”(니콜브로사르,『작가라는사람2』,211쪽,224쪽)
멕시코작가의소설로는최초로『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목록에오른바있는카를로스푸엔테스.그는“말하지않으면잊게된다고생각한다”말한다.그에게작가가되는것,방심하지않는작가가되는것이정말로중요한이유는잘못된것을그대로내버려두지않기위해서이고,잊지말아야할것은기억하기위해서다.“과거를살아있게만들고과거의빈틈을끊임없이채우기위해서,과거,현재,미래사이에경험의연속체를만들기위해서는모두각자의역할이있”다말하는그에게있어존재의이유는글을쓰는이유와정확히같다.
세상을알아보는
작가라는사람
“내가만약목소리를가지고있다면무엇을말할것인가.”베케트는말했다.그리고썼다.세상의어떤비밀을먼저알아챈이들이남긴목소리를우리는듣는다.
『천에이커의땅에서』로1992년퓰리처상을수상한제인스마일리는셰익스피어의희곡『리어왕』을기본틀로한작품『천에이커의땅에서』에서『리어왕』의과감한해석을내놓는다.리어왕은나르시시스트로,그의두딸은아버지에게학대받은여성으로.
“우리시대에악이존재하지않는다고믿는다면희곡속의두여자가왜그런식으로행동하는지물어야하지않을까요?이질문에대한우리사회의대답은그들이아주,아주화가났다는거예요.제가만나본중에그정도로화가난여자들은가족에게성적학대를당한사람들입니다.그래서저는여자들의행동과그런행동을불러온이유를논리적으로연결시키려애썼어요.”(제인스마일리,『작가라는사람2』,107쪽)
타인의자율성을허락하지않는건학대하는사람의특징이라말하며셰익스피어의작품을폄하했다는비판에도아랑곳하지않는제인스마일리.이상하다고생각되는사람이있다면그사람들이그렇게말하고행동하는이유를묻고생각해봐야하는것아니겠느냐,이해가안되는일이있다면알아내야하는거아니겠느냐고되묻는작가.자신의글을통해묻힌목소리를찾아내는또다른의미의목소리─그렇게작가는목소리없는자들의목소리가되어준다.사람들의관계가틀어지거나사물이나사건이평평함에서튀어나오는순간,어떤모순점을포착하는사람,세상을알아보고사람을알아보는사람.엘리너와크텔과의인터뷰를통해우리가보고듣는사람들은그런‘작가라는사람’들이다.
그러므로이책『작가라는사람』은,작가들자체에대한책일뿐만아니라그들이귀기울여듣는방식,주변과사회,세계에대해생각하고개입하는것에관한책이다.
위반하고넘나드는
작가라는사람
와크텔은물었다.“위대한작가들의그늘을의식했나요?”
“아뇨,그런건의식할수가없지요.예술의본질에어긋납니다.예술은무언가가없기때문에,진공상태가있고거기무언가를넣고싶기때문에하는거죠.이야기가없기때문에이야기를만드는겁니다.”(윌리엄트레버,『작가라는사람1』,118쪽)
단편소설의거장으로불리는윌리엄트레버.그러나그이전세대위대한작가들을의식하지는않는작가.그에게글쓰기는그저예술로존재한다.그렇기때문에무엇이든할수있고또해야만한다.“작가라면생각하고욕망할수있는한도내에서최대한멀리가야”한다고,“글쓰기는자유이고,자유란탐험한다는뜻”이라말하는니콜브로사르처럼.“저는나중에서야규칙위반이픽션의생명이자영혼이라는것을,어떤식으로든금지된것을접하지않으면가치있는것을쓸수없다고깨달았습니다”라고말하는E.L.닥터로처럼.
작가에게쓰지못할이야기란없고,위반하지못할법칙따위는없다.이스라엘에서가장뛰어난소설가이자저널리스트로평가되는다비드그로스만은웨스트뱅크의유대인과팔레스타인사람들의삶에대한열정적이고문제적인글『황색바람』을출간해논란이되기도했지만,정작본인은그논란에개의치않을수있는까닭이다.그에게는자신이이스라엘인이라는사실보다진짜현실과진짜현실속에서실제로벌어지는일을말하는것이더중요하고절실했다.그에게오직유의미한현실은목소리낼가치가있는문제들뿐이었으므로.
“무언가를틀린이름으로부르는것은우리자신을속이는일입니다.현실은나름의에너지와동력을가지니까요.그래서저는그문제에대해서쓸가치가있다고느꼈습니다.”(다비드그로스만,『작가라는사람2』,79쪽)
여성의출산을이야기하고,레즈비언의성을이야기하며공적담론을만들어나가려는시도들은또어떤가.우리삶의큰부분,중요한부분을차지하지만그냥지나치고마는것들에언어를주는일들.그것이작가가하는일이고,작가가할수있는일이다.
“출산은우리가생각하거나쓰는대상이아니에요,공적대화의대상이아니죠.하지만여자들이출산에대한글을계속쓰면문학의일부가될겁니다.”(루이스어드리크,『작가라는사람2』,64쪽)
사는대로쓰는글,쓰는대로사는삶
공간은경계가없으면알아차리기힘들다.공간은물론이고시간,사건,모든게그렇다.경계와지표없이인식은쉽지않다.작가들이쓰는글은경계를만든다.하염없이흘러가는시간과공간과사건을작가들이이야기로만들때우리는비로소세상을인식한다.그것이아니라면우리는많은것들을알아차리지못한다.작가는그렇게언어로하여금우리를인식으로이끈다.
“이땅에서사는것이어떤것인지에대해서솔직하고싶습니다.”―루이스어드리크는말했다.
“수치스러운일이있으면그것을말해야한다고생각해요.그렇지않으면타인에게당신을휘두를수있는힘을주는거니까요.”―자메이카킨케이드는말했다.
“저는글을쓸때,그리고삶을살때,운명을내면에서부터느끼려고애씁니다.제내면이무슨말을하는지알고싶어요.”―이사벨아옌데는말했다.
삶과글은별도의영역이아님을작가들이말해준다.우리는이당연한사실을또한번그들의말을통해서야알아차리고만다.
이소중한인터뷰집은작가들이세상과상호작용하는방식,그들이세상에참여하는방식을우리에게알려준다.그것을보며독자제위는언어의거대하고신비로운힘을느끼며인식의어떤행위로진입할것을촉구받는듯한느낌을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