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울프가독자에게바랐던,바로그방식대로”
-런던유령,버지니아울프의거리산책과픽션들
왜,지금,버지니아울프일까?거리산책이라니,이미지와심상이라니,실용적이지도,치열하지도않은것같아보이는것들을우리는왜이야기해야하는것일까?『런던유령』의저자최은주는말한다.
“현대의삶은더팍팍해졌고,관계맺기는피로감을주고,그에따라고독감은심화되었습니다.저는무엇보다자신의내면을바라보는일이필요하다고생각하는데요.그런점에서페미니즘의물결때문이아니라,존재론적인고독의주제를다룬다는점에서지금버지니아울프를다시읽으면좋겠다는생각을하게되었습니다.”
정보과잉과멀티태스킹으로끊임없이일과생활이침입받는시대,이때에고독은차라리경쟁력이다.그리고이럴때자신의내면을누구보다도깊고치밀하게파고들어간버지니아울프.버지니아울프의주요저서3권을정면으로읽어내고있는『런던유령』의저자최은주가대중적이라기보다는학문화된버지니아의소설이‘사실적’이라고말하는이유다.“단,정신적으로일어나는내적활동”에대해서.
삶을인식하는눈,삶과진실을말하는목소리
카프카의『변신』은이렇게시작한다.“어느날아침그레고르잠자가불안한꿈에서깨어났을때그는침대속에서한마리의흉측한갑충으로변해있는자신의모습을발견했다.”
이것은우화인동시에진실이다.갑충이되지않고서는이르지못했던,어떤삶의진실.카프카는벌레가되어그것을우리에게전한다.
무언가를참으로이해한다는건무엇일까.가능은한일일까.책을읽는다는건그것을이해한다는뜻일까.최은주가『런던유령』에서하고있는실험은,책을읽고글을쓸때일어나는일에대한것이다.“언어로표출되지않지만생성되는심상들,나아가실질적인어떤것,은밀한어떤것은분명히존재하고있으며,그녀와인생사이에진행되고있는싸움이기도했다.”최은주는버지니아울프가벌인인생과의싸움을울프의문장속에서읽어내며작가로서의버지니아울프,여인으로서의버지니아울프,딸로서의버지니아울프를발견한다.불행했던삶,자살혹은동성애같은키워드로읽어내는가십으로서의버지니아울프가아니라,그세기의가장치열하고열렬한독서가였던작가를,그녀의작품으로직접만난다.‘작가는어떻게책을읽고글을쓸것인가?’이에대한답을찾는것은직접작가가되는것.우리는그렇게『런던유령』을읽으며버지니아울프가되는경험을하며독자인동시에저자가되고,또버지니아울프가되면서우리는여러개의픽션들을만난다.
“버지니아울프는『댈러웨이부인』으로부터『등대로』,그리고『파도』로집필해나가는과정에서점차실험적인글쓰기를시도했습니다.스토리는점점끊어집니다,파편화되지요.우리의생각이한장소에속해있을때도여러장소를오갈수있고,이시간에서있으면서도다른시간속을오가듯이,소설들은그대로보여줍니다.”(저자인터뷰중에서)
일생의기획으로서의산책,사유,글쓰기
버지니아울프는런던을사랑했고,헌신적으로런던을산책했다.걸으며보이는사람들,차안에서우연히마주치는사람들을보며그들의삶을상상했고이런가족과이런삶을살겠지,공상하며소설을만들어냈다.거리에서마주치는얼굴들을보고그들이공동으로겪을어떤보편성을떠올렸다.그래서버지니아울프가할애하는문장은지극히사소하고작은것들에대한것이지만,우리모두가알고있는것들에대한것이다.우리는모두누군가에게인정을받고싶거나,사랑한다는말을듣고싶거나,잘될거라고,아무문제없을거라는말을듣고싶다.애쓰지않아도나를알아주는사람들을만나고싶고,나의고민과두려움을나누고싶다.우리가인생에서바라는것은결국그런것들이다.울프는걸으며생각하고생각한것을쓰는것을통해서스스로의인생을,타인의인생을이해했다.
버지니아울프에게‘거리출몰’은글쓰기작업과연관된다.그녀에게글쓰기와걷기는가지않은곳에대한모험이며갇힌시선의맹목과한계를자각하는일이었다.거리를걷는일은그녀에게그자체로글을쓰는데영감을주었을뿐만아니라우울할때위안을주었다.1934년의기운없는순간에그녀는다음과같이썼다.
“나는너무흉해.너무늙었어.자,그것에대해생각하지말고,
런던도처를걷자.사람들을보고그들의삶을상상하자.”(본문48쪽)
버지니아울프가독서와쓰기를거리를걷는것과비교한점을지적하며최은주는말한다.“독자는이책에서저책으로건너뛰고,책속으로걸어다니지요.길을걷는다는것은수동적인활동이면서능동적인활동이기도해서어슬렁어슬렁걸어다닐뿐만아니라‘거대한눈’이되어관찰하고,다른사람들의마음속으로들어가보게도됩니다.독서라는것이쓰인것을그냥읽어내려가는활동이기도하지만,능동적으로반응하며의문을제기하게되는활동인것과마찬가지입니다.그녀는독서와쓰기가침투하기를원했어요.『런던유령』은바로버지니아울프를‘다시쓰기’에대한,또는‘다시쓰기’를위한책입니다.”
우리는어쩌면한순간의반짝거림에지나지않을지도모른다
버지니아울프의자전적소설이라불리는『등대로』는3부로이루어져있다.하루일을담은1부,10년을담고있는2부(분량상가장짧다),다시이틀간을다룬3부.10년이라는세월동안누군가는죽고누군가는이혼하고누군가는인생이달라졌지만그저한마디언급으로만지나갈뿐이다.짧게처리된이유는이것들이중요하지않아서일까?
누군가의말은중요한것일수도아닐수도있다.그것을어떻게결정할것인가.(본문54쪽)
『등대로』에서램지부인이갑자기쓰러져죽었고,딸프루는아이를낳다가죽었고,아들앤드루는세계대전중에죽었다.민터와폴의결혼은실패로끝났다.이와같은사건들이중요하지않기때문에다뤄지지않은것은아니다.
…‘딸프루가아이를낳다가죽었다.’?이문장만으로도독자들에게전해질보편성이담겨있는것이다.(본문155~156쪽)
의식의흐름이라는것은단순히스타일상의기교가아니라버지니아울프에게는현실이었다.고흐에게,모네에게,피카소에게세상이인식되는방식으로그들은그림을그렸고버지니아울프역시자신에게인식되는방식으로글을썼다.그렇게울프의작품들은낯설고정교하고현대적이고실험적인것들로탄생했다.『파도』를집필할당시“완전히실패할지도모르지만나는이런작품을쓰는나자신을매우존경한다”고버지니아울프는일기에서적는다.완전히실패할지도모르지만그럼에도하는시도,그것은인생에서그녀가했던싸움과닮아있다.『런던유령』은버지니아울프를닮아있고,또한버지니아울프의작품들을닮아있다.이책을통한버지니아울프읽기가완전히실패할지도모르지만『런던유령』은지금껏존재한적없는픽션읽기와픽션만들기에대한책이다.우리는『런던유령』을통해버지니아울프를이해할순없어도적어도그녀가되어볼수는있다.이것은놀라운경험이다.어제와다르다할수없는오늘속에서타인과의공동경험을인식하고,중요한것과그렇지않은것에대한질문을우리는던져보게될것이다.
[저자인터뷰]
1.책에서도쓰셨듯버지니아울프의책은읽기쉽지않습니다.그런버지니아울프에대한책을쓰는것역시쉽지않은일이었을텐데요.
‘블룸즈베리’(Bloomsbury)라고하는지적인모임속에서버지니아울프의문학적활동이싹트기시작했는데,문학에관심이있는사람들조차작품보다는이와같은그녀의사생활에대해더잘알고있습니다.이유는버지니아울프의소설을편하게,마음대로이야기할수없다는어려움때문입니다.소설기법때문에접근이어려워요.학계에서만논의가되었고,그래서학문화되어있습니다.그런데다른소설들에비해더사실적이라고할수있어요.단,정신적으로일어나는내적활동에대해사실적이라는점입니다.내적활동을요약하여말하지않고빛이아롱거리듯이,안개가낀것과같은방식으로썼습니다.지속적일수없는‘존재의순간들’이라는표현이꼭맞지요.우리는어쩌면빛이내리쬐는한낮,한순간의반짝거림에지나지않을지도모릅니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순간이전부일수도있다는생각은못합니다.이미철학서들은이런인간의존재성을수도없이논했지요.버지니아울프는소설이라는장르에서인물의내면을통해그런점을드러내고있습니다.슬프고무의미하고아름답지요.그속에서내가보입니다.저는독자들이반드시자신의내밀한모습을어떤해석이아니라심상으로발견할것이라고봅니다.
2.쉽지않은버지니아울프읽기.그런울프를읽어내는방법으로선생님이선택하신방법은‘버지니아울프-되기’로읽힙니다.버지니아울프의책을읽어본사람이라면동감할방법도같은데요,이런낯선방식이버지니아울프를읽고이해하고싶은사람들에게더어렵게느껴지진않을까요?왜이런서술방식을쓰셨나요.
버지니아울프는『댈러웨이부인』으로부터『등대로』,그리고『파도』로집필해나가는과정에서점차실험적인글쓰기를시도했습니다.스토리는점점끊어집니다,파편화되지요.우리의생각이한장소에속해있을때도여러장소를오갈수있고,이시간에서있으면서도다른시간속을오가듯이,소설들은그대로보여줍니다.
이와같은버지니아울프의책을해설한다는것이무엇일까요.『댈러웨이부인』에는1차세계대전이후의런던,사적인삶과공적인삶,결혼,사랑이담겨있습니다.무엇보다여성의역할에대한사회적기대,사회적시선이여성인물들의삶내면으로반사되고있어요.클라리사의질병,미스킬먼의결핍감,엘리자베스의욕망은사회적기대와시선때문에굴절된증상들입니다.그들은사회적인기대에부응하며살고있지만,숨겨진저항들을품고있어요.그런데그와같은것들을한마디로요약하는것으로,버지니아울프의소설을설명하기는너무단순하고한정적이에요.사실,『등대로』에서『파도』에이르기까지독서활동에서남기는것은흔적정도입니다.플롯을요약한다면,아무것도아닙니다.다시말해,무엇을말할수가없지요.깊은감흥을주는단어와문장이아주많기때문에,소설전체를필사하는것이제일좋은독서방법일지모릅니다.우리는소설을읽을때,내용을바로이해하고호응하는것만은아니지요.대답하고반대하기도합니다.그것들을따로적는다면하나의다른이야기텍스트,픽션이생성될수있습니다.어쩌면,『런던유령』이독자에게보여줄수있는버지니아울프에대한가장적합한서술방식이었는지모릅니다.
3.제목의‘유령’과‘픽션’에대해설명해주세요.
‘유령’은버지니아울프자신이기도하며,소설속의인물들이기도합니다.소설을읽다보면버지니아울프가책속을통과하는것만같습니다.그녀가쓴에세이중에거리배회에대한것이있는데요.제목에‘출몰’이라는단어를사용했습니다.그녀가마치소설속을그렇게행간마다출몰했다가사라지는것만같습니다.『파도』에서울타리사이로잃어버린어린시절을바라보는등장인물들에대해그녀는유령에비유하곤했는데요.잃어버린어린시절을바라보는어른들은어디에나존재합니다.『등대로』에는램지부인이넘나드는문지방이그려지는데,젊은나이에죽은버지니아울프어머니의모델이기도한램지부인은죽은이후에도그집어디에나존재하는유령같아요.‘픽션’은사실버지니아울프의세소설을한정하는것이아니라,소설을읽으며독자들이생성하는자기식의이야기를생각했기때문인데요.그녀의소설을읽을때는내용정리가아니라,저절로일어나는자기식의중얼거림이나독백을글로쓰면좋겠다는생각이들었어요.자기식의픽션들을생성하는겁니다.『런던유령』또한독자로서의필자가버지니아울프를읽으며생성한‘그녀’라고하는가상인물이포함되어있습니다.
4.『런던유령』의서술자체가대범하고유니크한시도였다고생각합니다.독자들에게어떻게받아들여질지걱정이되진않으시나요?책속에쓰신것처럼버지니아울프역시읽는독자를많이생각하고고민한작가였는데요.
모더니스트들이그러했듯이,버지니아울프는적극적인독서활동을요구했어요.소설은매끈하게이어지는이야기를제시할것이아니라이미지와생각들,정신적인혼란함을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