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선생이다

책이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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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책을 이야기하는 기쁨
김보영, 황시운, 한지혜, 홍희정, 김중일, 듀나― 여섯 명의 작가가 쓴 나의 선생이 되어 준 책 이야기. 인생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준 작가들의 내밀한 책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떻게 책을 만나고, 그 책이 우리의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진솔한 책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 역시 일상에서 책을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보영

저자김보영
1998년부터게임개발자로활동했고2004년제1회과학기술창작문예중편부문에당선되어작가활동을시작했다.2014년제1회SF어워드에서장편부문대상을수상했다.작품및작품집으로『멀리가는이야기』,『진화신화』,『7인의집행관』,『당신을기다리고있어』,『저이승의선지자』등이있다.

목차

기획자의말:책은어쩌다내선생이되었나_임유진

내선생이된소설_김보영
(헤르만헤세,『데미안』)
나만의속도_황시운
(엘리자베스토바베일리,『달팽이안단테』)
숨어있기좋은책_한지혜
(이주홍,『못나도울엄마』)
최대한오래,깊게_홍희정
(파트리크쥐스킨트,『좀머씨이야기』)
사랑하는나의책나의사람_김중일
(『표준국어사전』)
얼음행성으로돌아가다_듀나
(어슐러르귄,『어둠의왼손』)

출판사 서평

독자만이누릴수있는특권,책을이야기하는기쁨
-‘독자겸작가’6인이말하는내친구이자선생이되어준책이야기

전철안에서책을읽는사람과잡상인중잡상인을마주치기가더쉬울것같은시대에,아직도책을읽는이희귀한‘독자’라는사람들은유독‘책에대한책’을좋아하는경향이있다(공신력있는조사를거치지않은어디까지나개인적인의견이지만).책을좋아하는사람들은책에대해말하는것도좋아하는법이라입이근질근질하겠지만,사회생활을할때어제본드라마얘기는주변사람에게할수있어도,어제읽은책이야기같은걸떠드는건좀곤란하다.남이읽은책이야기라니,어젯밤남이꾼꿈얘기만큼맞장구치기어려운이야기임에틀림없다.그래서그들은주변인에게책이야기를떠드는대신,남들이쓴‘책에대한책’을읽으며동병상련을느끼곤하는것일지도모른다.그럼책을좋아해서책을많이읽다보니책을쓰게된‘작가’라는사람들은얼마나책에대해할말이많을까.그래서그들에게물었다.“당신의선생이된책은무엇이었나요?”하고.김보영,황시운,한지혜,홍희정,김중일,듀나등‘독자겸작가’여섯명은『책이선생이다』를통해자신의인생을바꿔놓은계기가되고친구가되어준책에대한애정어린고백을털어놓았다.

“그책의모든문장이나를위해쓰인것만같았다”
읽을수도,쓸수도없는어둠속에서빛이되어준책

책을읽으며저자가오로지나에게만말을거는듯한순간,내마음을그대로적어놓은듯한문장을만나는순간,한번만이라도그순간을느껴본적이있다면그사람은‘독자’이기를멈출수없다.소설가김보영은‘내선생이된책’으로헤르만헤세의『데미안』을꼽는다.청소년을위한필독도서로늘선정되는바로그책.스스로도대놓고말하기민망하다고쓰면서도그녀는‘인생의책’으로『데미안』을꼽으며“헤르만헤세의모든저작으로부터자아와세계에대한탐구를배웠다”고주저없이말한다.모든관계가버겁게느껴지고모든말들이상처로다가왔던,오직글쓰기만이해방구였던열여덟살짜리여자아이가글을잃어버렸을때,야간자율학습시간우연히펼쳤던『데미안』을읽으며“그책의모든문장이나를위해쓰인것만같은”감각을느낀다.이후그녀는헤르만헤세의작품을섭렵하며자신의작품곳곳에그흔적들을새긴다.

소설가황시운은“내삶을부러뜨린오월이일곱번반복되는동안,나는두다리없이사는법을배웠고끝나지않을것만같았던난독의시간을보냈다”며불의의사고이후자신의삶을술회한다.그런그녀에게‘기록해야만한다’는쪽지와함께선배가보내준책은엘리자베스토바베일리의『달팽이안단테』였다.어느날갑자기이름도모르는병에걸려침대에서만생활하게된저자가,친구가가져온야생달팽이를1년동안관찰한기록을엮은이에세이집은달팽이의생태와진화에관한충실한기록임과동시에고통의시기를지나는이의처절한생존의기록이기도하다.이책을읽으며그녀는더이상전과같을수없는,사고이후의나와의화해를시도한다.

“내가책을읽고소설을쓰는게고통스러워졌던건이길수없는걸이겨내고싶어하는욕심때문이아니었을까.표면적으로아무문제없이작품활동을이어가고,끊임없이새책을내고,새로운관계를형성하며그안에서무언가를건져올리는동료들에대한질투와그들에게뒤처지고싶지않다는오기,잊히는것에대한두려움같은것들이내게서책을,소설을앗아간것은아니었을까.베일리는자신을감염시킨바이러스나신경장애에집착하는대신달팽이를관찰하고기록하면서자신의내면에집중했다.그러한시간이그를살렸듯이,상처입은모습그대로의나자신에게집중하는시간이나를살릴수도있지않을까.많지않은분량의책을두달여에걸쳐읽으며생각했다.”(본문74쪽)

이러한독서체험은그녀의삶을삼켰던거대한사건못지않게그녀의인생에커다란전환점을제공한다.머나먼미국에서침대바깥을벗어나지못했던저자가쓴책이한국에서번역되어출간되고,그책은마땅히만나야할독자를만나읽을수도쓸수도없었던그녀의마음속어둠에빛을비춘다.우리는여기에서기적이라고부르고싶은책과독자의만남을목격한다.

독자에서작가의삶으로,
더넓은세상으로나를데려다준책들

어린시절만났던책에대한기억은유난히각별하고애틋하다.어릴적읽었던책에대한기억은어김없이그책을읽던어린‘나’를소환하기때문일것이다.소설가한지혜에게최초의선생이되어준책의기억은어린시절가족과복닥복닥살던좁은단칸방,쥐가출몰하던낮은다락방에있다.『소공녀』의새라처럼기적이일어나길손꼽아기다리던어린‘나’에게마음대로되지않는잔혹한진짜세상을보여줬던책,이주홍의『못나도울엄마』는그녀에게그저꿈이고판타지였던책의세계를현실로확장시킨선생이었다.

시인김중일의책에대한첫기억은할아버지의커다란국어사전이다.턱을괴고창밖을응시할때할아버지의팔꿈치밑에늘놓여있던그사전.첫한글선생님이었던할아버지에게단어를배우던어린시절을지나멋모르고시를짓기시작했던대학생은시인이된다.그의삶곳곳에놓였던책은그를읽는사람에서쓰는사람으로만들어간다.

매력적인인물조형이돋보이는소설가홍희정의독서의기록은곧관찰의기록이기도하다.그녀는어린시절부터목격한것들을쉬지않고노트위에적어내려갔고,그기록들이쌓여이야기로만들고싶은욕구가생겨난다.그녀의소설쓰기의시작점에선생이되어준책은바로파트릭쥐스킨트의『좀머씨이야기』였다.그녀는『좀머씨이야기』를통해섬세한인물의세부묘사에대해,최대한오래,깊게타인을이해하려는노력을배운다.

어떤책은완벽하지않기에선생과같은존재가되기도한다.소설가듀나에게SF의방향성을보여줬던책,어슐러르귄의『어둠의왼손』에관한글을읽으며우리는작품이가진한계가다음단계로넘어가는디딤돌이되기도한다는것을,어떤책에서도배울게있음을깨닫게된다.

읽는다는것은,쓴다는것은,
결국가장내밀한나자신과만나는일

이렇듯책에대한이야기는결국이책을읽는‘나’의이야기로이어진다.“읽는다는것은,그리고쓴다는것은,결국가장내밀한나자신과만나는일”(본문50쪽)이라는소설가황시운의말처럼책을읽으며,글을쓰며우리는어린시절의나,지금의나,나도몰랐던나를발견한다.그렇기에『책이선생이다』의주인공은책이아니라그책을읽은‘독자’인것이다.이책을읽으며내선생이되어준책,인생의책을떠올려보아도좋을것이고,누군가에게는이책자체가인생의책이될지도모를일이다.이책을읽은후,읽기전과조금은달라질당신의인생이나는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