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이 꽃길이었네 (김호길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 (김호길 시조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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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호길(金虎吉) 시인의 새 시조집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창연출판사, 2022)는 60년 가까이 시조를 써온 우리 시조시단의 한 원로급 거장(巨匠)이 우리에게 건네는 삶과 기억의 오래고도 따뜻한 축도(縮圖)라고 할 수 있다. 산수(傘壽)를 눈앞에 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치열하게 시조를 짓는다는 일”이 운명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고 또 스스로는 “시조 삼장육구에 홀려 참 치열하게” 살아왔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충일한 그리움과 다시 신발 끈을 조이면서 미학적 진경(進境)을 열어가려는 남다른 의지가 시조집 안에서 온통 수런거린다. 그렇게 시인은 지나온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어떤 순간들, 사람들, 사물들, 장면들을 불러내어, 시간의 풍화를 견디면서 선명하게 인화된 기억들을 우리에게 정성껏 보여준다. 그가 선사하는 기억은 대체로 그리움에 감싸인 근원적인 것들인데, 그만큼 이번 시조집은 시인에게 가장 절실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세목들로 짜여있다 할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저자

김호길

우산(宇山)김호길시인
1943년경남사천시출생.
1963년개천예술제제1회시조백일장장원.
1965년서벌,박재두,김춘랑,김교한,조오현등과율시조동인.
1964년육군보병학교갑종190기로입대하여65년소위임관,3사단에서
보병지휘관.
1966년육군항공학교조종35기과정수료육군항공파일럿.
1967년비행경험을소재로한「하늘환상곡」으로〈시조문학〉3회천료.
1969년,1970년2년간연속국방부반공문예작품현상모집에자유시
「소총을소재로한사중주」「소총수」로당선,심사는고박목월시인.
1970년월남전전투헬기UH-1D파일럿으로참전.
1974년대한항공입사국제선파일럿으로보잉707후에보잉747
점보기파일럿이됨.
1981년대한항공사직후도미.
1982년미주중앙일보기자가됨.
1982년해외최초로문학단체인미주한국문인협회발기를주도함.
미주중앙일보신춘문예시시조심사위원역임.
1984년해바라기농원을설립하여영농을시작함.
1988년멕시코바하캘리포니아라파스근교에국제영농을전문으로하는
멕시코현지법인설립현재까지영농에종사함.
1999년세계어린이시조사랑협의회를조직세계시조사랑협회로개칭어린이
시조사랑운동을펼쳐서울산,부산,마산,진주지역에서행사를주도함.
1999년시조전문지〈시조월드〉발행인.
2021년시집『지상의커피한잔』세종도서선정.
수상:현대시조문학상,미주문학상,한국펜클럽시조문학상,시조시학상,
동서문학상,유심작품상,팔봉문학상등수상.
시조집:『하늘환상곡』『수정목마름』『절정의꽃』『사막시편』
영문시조집:『DesertPoems』,수필집:『바하사막밀밭에서서』
홑시조집:『그리운나라』,시집:『지상의커피한잔』간행

목차

시인의말

1부
시인의마음
시계를보다가
모든길이꽃길이었네
무명초
해돋이소견
무소식
그런순간이많았다
아침놀
전사의밤
나무의기도
상강霜降무렵에

2부
운초운초그리운이여
울어라울어라새여
종이비행기
골프공의안부
그길
난쟁이민들레
공명共鳴
병실에서
참새들의학교

야자수
여신상

3부
레그혼닭은
해안선의구도
시조여너는무엇인가
에밀리아노사파타EmilianoZapata
씨앗
조각달
별에게
월식
까르네아사다CarneAsada
고개를쳐들수록
사막풍경-백로가족
사막풍경-선계仙界

4부
풍경속으로
흥부가놀부집에간듯
돌부처
학처럼훨훨날아서-K시인영전에
풀꽃향기
소똥구리
수레끌기
동행
극락조꽃BirdofParadiseFlower
시름이별밭같아
고백
뜬구름

5부
사막의밤
진주남강변서벌시인
부겐빌리아
타령조
꿈꾸는나라
꾸룩꾸룩산비둘기
무명초
월송정月松亭소견
가로등너때문이야
먼우화寓話
항아사너별에게
동백꽃
고향집우물

■해설
씨앗한알속에서완성되어가는거목의꿈
-김호길의시조미학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교수)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이어서

3.근원적요람이자신성의거소(居所)로서의자연사물

김호길의시조가응시하는또하나의권역은자연사물에있다.우리를친숙하게감싸고있는자연은우리의근원적요람이기도하지만삶을가장경건하고아름답게만들어주는신성(神聖)의거소(居所)이기도할것이다.이때‘근원적요람’이란운명적으로주어진삶의조건을말하고‘신성의거소’란우리를가장거룩하게만들어주는상상적차원을함의한다.김호길시인은자신의근원을밝히고어떤신성을탐색하는대상으로서줄곧자연사물을택한다.그러한간절한노력이우리의감각과인식을갱신하면서복합적감동을선사하는것이다.아닌게아니라김호길시인의사유와감각은자연사물과의대화과정을다채롭게보여주면서,우리로하여금구체적삶의서사가출렁이는풍경을경험하게끔해준다.마침내자연사물과깊이화응(和應)하는과정을통해우리는자연사물과만나고대화함으로써스스로의감각과인식을갱신해가게된다.경쾌하고심도있는자연사물과의소통과정이이번시조집안에풍부하게담겨있음을발견하게된다.

나무는하느님계신
먼하늘을알고있다
말대신잎을피워
기도의손짓을하고
꽃피워하느님전에
헌화를올려드린다

나무는하느님계신
먼푸름을알고있다
기도의메시지로
온이파리태운뒤에
흘,훌,훌,하느님전에
빈몸뚱이보여드린다

나무는하느님계신
그하늘을믿고있다.
눈보라설한풍속에
기도소리날려보내고
나이테한금서약을
제몸속에새겨드린다
-「나무의기도」전문

‘시인의마음’을가능케해준하느님이여기에서는‘나무’의존재론적근거가되어준다.인간이상상하기어려운“하느님계신/먼하늘”을나무가알고있기때문이다.성스러운나무는‘말’을버리고‘잎’을피우는데,이‘말/잎’의대조가어쩌면김호길시조가지향하는언외언(言外言)의차원이아닐까생각해본다.그렇게나무는인위의‘말’대신에자연의‘잎’으로기도하고꽃을피워하느님앞에드린다.“하느님계신/먼푸름”을스스로알고있기때문이다.하늘에올리는“기도의메시지”로온이파리를다태우고빈몸뚱이로선나무는최종적으로“하느님계신/그하늘”을믿으며스스로를비워간다.그러한나무의존재야말로눈보라설한풍속에서기도하고나이테한금서약을새기는수도자(修道者)의모습을보이고있는것이다.김호길시인이듣는“나무의기도”는이처럼‘근원적요람’이자‘신성의거소’로서자신의모습을당당하고아름답게드러낸다.그렇게시인은자연사물과의깊은교감을통해일상속에서발견하는삶의지혜를풍요롭게들려준다.이는어떤존재가자기안에있는본질적인것을바깥으로이끌어내어그것을새삼발견해가는정점의지혜를뜻하는것이다.또한이는가장구체적이고개별적인발견을통해보편적항체(抗體)를형성해가는과정으로서,시인의예지가그러한치유의순간을향해나아가고있는것은이번시조집이이루어낸득의의세계라할것이다.다음은어떠한가.

가까이보면예쁘고멀리서도예쁘고
보면볼수록예쁘고눈감으면더예쁘고
만리쯤거리밖에는동백꽃으로피는너
-「동백꽃」전문

씨앗한알속태초의신비가숨어있다
천지창조개벽의비의가깃들어있다
태초에흑암이있듯개벽의날기다리는
씨앗한알속거목의꿈이잠자고있다
쌔근쌔근쌔근쌔근숨소리도가라앉히고
깊은잠빠져있을뿐꿈꾸며살아있는
-「씨앗」전문

‘동백꽃’은가까이보나멀리서보나언제나예쁜자태를드리우고있다.볼수록예쁘지만눈감으면더예쁘게남기도한다.그렇게“만리쯤”떨어져있어도예쁘게만피어나는‘동백꽃=너’는시인에게가장소중한존재로고개를내민다.동백꽃이가진색상과질감의기억이그러한‘너=동백꽃’의등식을낳았을것이다.그런가하면시인은‘씨앗’이라는가장원초적인형상을통해자연사물의원적(原籍)을노래하기도한다.씨앗에는“태초의신비”와“천지창조개벽의비의”가있고,태초의흑암처럼개벽의날을기다리는“거목의꿈”이잠자고있기때문이다.비록숨소리도가라앉히고깊은잠에빠져있지만언젠가날개를펴고비상해갈것이분명한“꿈꾸며살아있는”씨앗의형상은‘시인김호길’의원형을보여주기에모자람이없다.따라서시인으로서는“어디엔가시의혼령이/내목을바짝쥐고”(「타령조」)있다고노래하지만그곳은“눈부신태양이/언제나다시솟는”(「해돋이소견」)재생과치유의공간이기도할것이다.
시인은이처럼자연사물을통해일상에존재하는불모성을치유하고새로운소통가능성을열어간다.특별히각별한사유와감각을통해자연사물의미세한움직임까지묘사하는그의작법(作法)은,모든존재자들이가지는생성의활력뿐만아니라소멸의움직임에까지시선을부여해간다.비유컨대새벽녘미명을담기도하지만해질녘소멸의아우라(Aura)도충실하게담아내는것이다.우리는세상표면에서펼쳐지는속도전대신에이러한자연의아름다움을경험하면서경이로운생성과소멸의운동을동시에바라보게된다.그리고그잔상(殘像)을통해꿈과현실을넘나들고과거와현재를엮어낼수있게된다.물론그러한비상한활력에도인생론적비애가섞이게되고,다시그비애는시인의양도할수없는감각을생성시키는선순환구조를낳게된다.이러한과정이김호길의시조로하여금따뜻한비애와심미적감각을구비하게끔하는원동력이되어주는것일터이다.

4.시조외길에서만난이들에대한그리움의깊이

다음으로시인의그리움이불러오는인물시편가운데몇편을읽어보자.그의시조는근원적으로시인자신이살아온시간의결을회상하고성찰하는기억작용을활용하고있지만,그안에는나르시시즘의원리를넘어서는타자지향의감각이많은지분으로숨쉬고있다.기억이라는서정시의가장중요하고도원초적인욕망을통해,시인은한편으로자신의안쪽으로몰입하려는지향을보이고,다른한편으로다양한타자들을향해확장해가려는외연적힘으로번져가는것이다.특별히시인은시조외길에서만난몇분의시조시인을호명하고있는데그그리움의깊이가각별하기만하다.그러한각별함을통해시인은그분들에대한자신의기억을섬세하게구성함으로써그안에녹아있는시간을회상하고재현하는사유를완성해간다.시인은그분들에대한단순한미화보다는자신의삶에남아있는그분들의흔적을추스르고견디는쪽으로시조를써간다.그만큼자신의삶에만만찮은무게로다가왔던그분들에대한기억을통해이번시조집으로하여금기억의욕망을아름답게드러내게끔하고있는것이다.

훤칠한키그윽한미소
그를더는볼수없고
실솔울음그의가락
절절이파고든다
남도의하늘이텅빈
그리움을띄운다
-「운초운초그리운이여」전문

한이십년전인가
그가쓴시메모를보면
기라성진주시인들갔지만
자긴낙관처럼남았다했네
기러기훌쩍떠나듯
자기떠날줄잘모르고
-「진주남강변서벌시인」전문

‘운초云初’는박재두시인의아호(雅號)이다.김호길시인은운초를두번이나호명하면서자신의가없는그리움을토로한다.운초는키가훤칠했고미소가그윽했다.이제그모습을더는볼수없음에시인은“실솔울음그의가락”을절절하게회상할뿐이다.운초의고향은경남통영사량도인데“남도의하늘이텅빈/그리움”을띄워주는순간을이렇게붙잡아두는시인의그리움이따사롭다.물론이는한때현대시조의중요한한봉우리였던『율(律)』동인으로함께했던시절을독자들에게선사하고있기도하다.따님인박진임교수가엮은『박재두시전집-꽃그달변의유혹』(2018)이세상에얼마전에나왔는데이책은운초시학의서지적,실증적,역사적집성(集成)을이룬것이다.김호길시인의그리움과함께앞으로운초시학을향한연구열의가피어나기를소망해본다.또한김호길시인은진주남강변의서벌시인을호명하고있다.20여년전서벌시인은“시메모”에기라성진주시인들이모두떠나갔지만자신만은“낙관처럼남았다”고썼다고한다.그러나얼마후서벌시인도그시인들처럼훌쩍떠나고말았다.경남고성출신의서벌시인은가난의한을주제로승화시켜미학적세계를구축한시조시인으로유명하다.역시『율』동인을김호길시인과함께한분이다.김호길시인은“기러기훌쩍떠나듯/자기떠날줄잘모르고”그러한메모를남긴서벌시인을그리워하면서우리시조시단의인물시편들을통해자신의그리움을보여주고있는것이다.“사는날그리움의거리”(「항하사너별에게」)가더해지겠지만,“슬픔과기쁨의노래/공명하는피리하나”(「공명共鳴」)처럼이분들의삶과시조가모여우리시조문학사(史)의장강대하를이루어갈것이다.그러한그리움을은유적으로노래한단시조한편!

먼사랑아멀어져간
닿을수없는사랑아
꿈엔듯생시인듯
늘깜박이는사랑아
이밤에눈물글썽한
네얼굴을마주하네
-「별」전문

고향집우물도,동백꽃같은‘너’도,시조를함께써온이들도이제는“멀어져간/닿을수없는사랑”으로남았을뿐이다.그“먼사랑”의모습을시인은이제‘별’에게서바라본다.하지만빛으로지상에쏟아지는‘별’은“꿈엔듯생시인듯/늘깜박이는사랑”으로나타났다사라지고,“이밤에눈물글썽한/네얼굴”은그렇게별처럼돋아난다.시인은“네생각가슴에품으면풀꽃향이스민”(「풀꽃향기」)다고노래하면서“은하수시름밭지나는/기러기한마리”(「시름이별밭같아」)처럼안타까이2인칭을찾아가는경로를보여줄뿐이다.그과정이바로김호길의시조쓰기시간이아니었나싶다.
원천적으로서정시는시인스스로의자기발화에서발원하고완성된다.물론시인이포착하는대상이공공적소재일수도있지만,그럼에도서정시는궁극적으로자기회귀의속성을양도하지않는다.물론이때자기회귀란철저하게고립된개인적차원을뜻하는것이아니라타자를포괄하면서다시구체적개인으로귀환하는전(全)과정을포괄하는것이다.아닌게아니라김호길시인은고향이라는기원과수많은시간을함께했던자연이나인물같은타자들에대한그리움을통해원심과구심이만나는선명한지점을노래한다.이때그리움이란대상을향한간절한욕망이시간의풍화에탈색되어남은정서적지향을뜻하는데,그래서그리움은부재를넘어서는것이아니라부재의상태에서발생하는깨끗한비애를수납하는정서인셈이다.이러한그리움을저류(底流)에숨긴김호길시인은오랜시간겪어온순간들에대해선연하고도애틋한기억의현상학을남김없이보여준다.지난날에대한그리움의차원을넘어,실존적고독과사랑의시학으로무게중심을옮겨가고있는것이다.김호길시조의깊고눈부신한순간이그렇게현상하고있는것이다.결국이번시조집은원형적대상에대한가없는그리움의세계를통해그리움자체가삶의불가피한형식임을노래한결실이다.시인은오랜시간속에깃들여있는기억을향하면서시간의깊이를사유하고시간의다양한형식을집중적으로표현해간다.시조외길에서만난이들에대한그리움의깊이가그안에서하염없이글썽이고있다.

5.시조시인으로서의자의식과예술혼(魂)

이제마지막으로김호길시인이‘시조’자체에대한사유를어떻게끌어왔는지를탐색할차례이다.우리의시선이머무르는그의음역(音域)은시인자신의이러한자의식을반영하는과정에가로놓여있다.그는자신의시조가실존적자각과자기완성을동시에수행하는불가피한방식임을줄곧고백해간다.물론그는우리시조시단에서첨예한장르의식과남다른혜안으로자신만의외로된영역을구축해온언로시인이다.그러한지속적열의와노력이그에게자기위상을회복하고완성해가는에너지를당당하게부여해온것이다.그에게‘시조’는이러한경험과형식이균형을이루면서시조의시조다움을견고하게지켜가는이중적작업을수행하게끔해주는유일무이한현장이었던셈이다.

한두해도아니고
수십년은버틴세월
남의땅사막풍경
빗질하고있는나에게
시조여,너는무엇인가
날지키는샛별인가

무슨팔자그리기구해
유배아닌유배를와
흐르는해와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