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서, 괜히

그리워서,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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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워서, 괜히〉는 오래 전 사라져간 유년의 시절을 노년이 되어가는 세월에 다시 손에 어루만져 읽는 이들에게 그리움, 슬픔 그리고 아련함과 자기성찰의 자리로 초대해준다.

“내 기억 속의 유년 시절은 대체로 가난하고 힘겨웠지만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불행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행복에 더 가까웠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가난해져 사탕을 사 먹지 못하게 된 일들에 대한 기억도 있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이 비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이렇게 말문을 여는 그는“메뚜기, 잠자리, 방개, 거머리, 문둥이, 미군이 던져주던 사탕, 양색시 누나들, 친구들, 형과 누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셀렘민트껌, 바브민트껌, 텔레비전, 버드나무, 옥수수밭, 얼음공장, 경미극장, 장안벌 등과 루핑으로 지붕이 덮여 있던 교실, 개울에 떠내려오던 사과상자 등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그래서 유년 시절은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저자

최창남

전후서울에서태어났다.그의유년시절은적산가옥,미군부대,양색시등과저녁어스름내리면골목어귀에서부터들려오던메밀묵,찹쌀떡장수의정겨운목소리와이른새벽을깨우는두부장수의종소리,여름날이면아이스케키를파는아이들의외침으로채워져있다.거머리와메뚜기,잠자리와물방개,물고기들도함께살아왔다.당시서울의밤하늘은요즘과달리별들우수수떨어지고은하수가흘렀다.강처럼흐르는별들을보거나떨어지는별을세다가신새벽을맞이하곤했다.
유년시절부터그의곁에있던이웃은가난한사람들이었다.살아오는동안에도가난한이웃들과함께살아가려했다.청년시절에일어났던YH,동일방직,원풍모방,콘트롤데이타노동조합사건등은그의삶에큰영향을미쳤다.가난한이웃과함께살아가려는삶은재건대,서울역앞양동,산동네,목회현장,노동현장,지역운동,예술운동등으로나아갔고,그시간들은그의청년이후의삶을채웠다.1984년목회자로서의한계를느껴노동운동에투신했는데,노동자이면서소위당시매스컴에서떠들어대던위장취업자이기도했다.늘가난한이웃들과함께하려고했으나돌이켜본지난날은무엇하나내세울만큼제대로한것이없는삶이었다.
그는‘노동의새벽’,‘저놀부두손에떡들고’,‘살아온이야기’등지금은고전이된노동가요들과민청련의주제가였던‘모두들여기모여있구나’와‘화살’등의여러민중가요를남겼다.펴낸책으로는최근자전적고백과명상록이라할수있는《그래서하는말이에요》와초등학교6학년읽기교과서에수록된동화《개똥이이야기》가있으며《그것이그것에게》,《울릉도1974》,《백두대간하늘길에서다》,《숲에서만나다》등이있다.지금은뭍에서물러나남단인섬중산간자락에몸기대어살고있다.

목차

마중글-잃어버린이야기

첫째이야기-원숭이똥구멍은빨개
뒷마당우물에밤하늘의별들이다쏟아졌다고해도믿던때

둘째이야기-내영혼이따뜻했던날들
눈물을알게해준일들이있었지만,그로인해내영혼은조금씩더따뜻해졌던때

셋째이야기-그리움의흔적
가슴한켠에지워지지않는흔적으로남아있는때

넷째이야기-아버지와장마
‘맨날장마였으면좋겠네,장마였으면좋겠네…’마음으로노래부르며아버지의체온이따뜻하기만했던때

다섯째이야기-일본에갔다조선나와돈벌이못해서
내방식대로‘호야엄마’를사랑했던때

여섯째이야기-어머니의설탕
엄마의눈물로인해살아오는내내영혼이메마르지않았던때

일곱째이야기-전학
살아오는내내그리움품을수있었던때

여덟째이야기-아줌마,나좀데리고가세요
‘이아줌마가우리엄마였으면얼마나좋을까’하는철딱서니없는생각을했던때

아홉째이야기-케키와거머리
살아오는내내힘을얻고위로받을수있었던때

열째이야기-우주가족
텔레비전을보여달라고,수정이의이름을목놓아불렀던때

열한째이야기-아버지의담배
아픈마음으로아버지의담배를꺼내어버드나무아래에묻었던때

열두째이야기-청자담배
모든것들을두고홀로떠나와낯선세월을지나담배연기사이로아스라이흘러가는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리워서,괜히〉는오래전사라져간유년의시절을노년이되어가는세월에다시손에어루만져읽는이들에게그리움,슬픔그리고아련함과자기성찰의자리로초대해준다.

“내기억속의유년시절은대체로가난하고힘겨웠지만불행하지는않았습니다.불행하지않았던것이아니라행복에더가까웠습니다.아버지의사업이망하고가난해져사탕을사먹지못하게된일들에대한기억도있지만행복했던기억들이비교할수없이많습니다.”

이렇게말문을여는그는“메뚜기,잠자리,방개,거머리,문둥이,미군이던져주던사탕,양색시누나들,친구들,형과누나,아버지,어머니그리고셀렘민트껌,바브민트껌,텔레비전,버드나무,옥수수밭,얼음공장,경미극장,장안벌등과루핑으로지붕이덮여있던교실,개울에떠내려오던사과상자등으로가득했습니다.이모든것들과함께했었습니다.그래서유년시절은행복했습니다.”라고말한다.

책을읽기전에는이단어들이무엇을뜻하는지도무지짐작조차할수없으나마주대하면서그의육성을듣는순간부터모두정겨운기억으로바뀐다.그의추억은우리의풍경이되고낯설던동네가자시가살던동네로변모한다.물론세대마다다른기억을지니고살고있기에그안에똑같은자세로들어설수는없을지라도“느끼게되는것들”은우리의영혼에살아있는파편들이되어세포증식을한다.

그의말대로“사람들은그들의유년시절을잊고살아가고있었습니다.그들삶의가장소중하던시절을잃어버린채살아왔습니다.유년시절은우리가살아오면서잃어버린삶의조각입니다.퍼즐조각입니다.이조각을잃어버리면우리는삶이라는퍼즐을완성할수없습니다.”〈그리워서,괜히〉는“괜히”가되지않는다.우리안에방치되어있던조각들을불러내어우리의이야기를만들도록돕는다.

아,그랬어.그게그런거였어,하는식으로우리는자기이야기처럼저자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게된다.그건일종의마법과도같은시간이다.“나의영혼은전설처럼남아있는수십년전의다락방으로달려갑니다.”라고할때우리는각자오랫동안문고리조차잡지않았던자신의다락방을연다.그리고는“퀴퀴한세월의냄새에젖어듭니다.삐걱거리는나무계단을조심스레밟고다락방으로오르자묵은세월을뛰어넘어마치어제처럼모든것이그대로입니다.달라진것이라고는이제는서있을수없이자란나의몸뚱이뿐입니다.”라고독백하게된다.

세월은흘렀으나다락방에들어선우리는어느새그시절의아이가되고,그시절의냄새를맡고그시절의풍경속으로들어간다.몸은노인이되어가도존재는여전히아이라는이신기한도술이펼쳐지는곳에서독자들은저자를만나기도하면서자신과도마주하게된다.우리는그때얼마나어렸는가!세상의크기는또한얼마나컸고모르는것투성이였던가.이미익숙했던곳의지도를꺼내들고다시처음가보는길처럼길을찾는건흥미롭고긴장되는즐거움이다.

때로아려오는아픔이있지만그조차추억속에서는행복이다.

“짙은화장을한양색시누나들은미군부대옆동네에서유년시절을보낸우리들의눈에는정말눈부시게예뻤습니다.물론,껌을얻어먹는날의양색시누나들은더욱예뻤지만말입니다.그런날의양색시누나들은정말천사같았습니다.”

여기에다대고미군기지,양공주,식민지그런단어를떠올릴수도있지만아이는눈부시게이쁜여인의자태에만홀린다.그게당연하고자연스럽다.그안에담긴슬픈비밀을알기에는더많은세월이흘러야했고그런단서들이되는사건들은그의이야기속에마치숨겨진플롯처럼이어진다.

시골소사에서그때만해도서울의촌동네답십리,그리고충무로로이어지는그의삶의경로는60년대의서울을떠올리게하고가난한집에서가장이던아버지의우여곡절인생도그렇게탐사하는서사로펼쳐진다.지독히매를들었던아버지,그의수감,엄마의사랑,그사랑의눈물이지닌의미들은그시절소년의체험과노인이되어가는세월의회상이만나면서비로소‘완전한서사’로정리된다.

인간의생애란이렇게체험자체로설명이되지못한다.그건시간의방에서다시만나고만나면서그의미를얻게되는법인가보다.그래서〈그리워서,괜히〉는고달픈시대의위로가된다.아픈기억들조차따뜻하게되새기는그의영혼이가진온도의힘때문이다.

“두고온그모든것들이그립습니다.제삶에들어와제삶이된사람들이고시간들입니다.그들은제인생이었습니다.삶자체였습니다.나는언제나내인생은내가사는것이라고생각하였지만사실은그들이내인생을살아왔습니다.그들에의해채워지고만들어졌습니다.지금이순간에도말입니다.”

그리고는고마움을표한다.

“그시간들,그사람들로인해제인생은언제나따뜻했습니다.때로는많이힘들기도하였지만말입니다.아무리생각해보아도제영혼이따뜻했던날들이었습니다.”

책을읽는내내,그리고마침내마지막페이지를넘기면“영혼이따뜻했던날들”은다만그의것만이아닌것을알게될거다.〈그리워서,괜히〉는그렇게우리의영혼에깊은자욱을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