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사람으로대했던의사
‘한국의슈바이처’,‘살아있는성자’,‘바보의사’,‘작은예수’등으로불리며우리곁을살다간장기려는일본신사참배에끝까지무릎을꿇지않았고독재자김일성과전두환앞에서소신과당당함을잃지않았던의사였다.힘없고가난한사람에게헌신하지만권력과돈앞에비굴하거나,민주화투쟁에헌신하지만공동체내에서는독재자로군림하는인물과는다른삶을살았다.북한에서장기려는번번이길가는거지들을불러와서겸상차려함께먹었다.그의아내가굶고있다는사실을모른채말이다.남한에서도지갑을두고나왔다고생각해그냥지나쳤다가병원에서월급받은게생각나서되돌아가거지에게수표를주었다.그가수표를쓰려다경찰에체포되었기에장기려의수표선행이드러났다.차남집에머물때는가정일을돕는아주머니와함께밥상을차려야지,그렇지않으면웬차별이냐며불호령이떨어졌다.전쟁이후장기려는무료병원을고집했고,부산대학교뒤편창고에방치된행려병자들에게지속적으로의료봉사를했다.부산뇌전증환자모임인장미회초대회장이되어수십년동안그자리를지키며매월나가서봉사하다가세상을떠났다.장기려는대통령이든거지든행려병자든모두같은사람으로대했다.그가평생을바쳐이룬의사로서의성과나가난한자들에게베풀었던사랑도귀하지만사람을오로지사람으로대한의사였다는사실만큼찬란하랴.
*이평전이주목한장기려의위기
이평전은장기려가평생맞닥뜨렸던절체절명의위기순간을주목했다.많은이들이장기려직면했던절체절명의순간에무엇을생각하고어떤선택을내렸는지에관심이없다.흘러간옛노래처럼몇가지미담만을반복재생한다.『장기려평전』은한국전쟁직전장기려가극도의긴장과불안으로구토를할정도로공산당의감시에위기감을느꼈음을비교적상세하게다뤘다.두차례나미공군의대규모평양공습으로목숨이위태로운순간에어떻게행동했는지,차남을데리고평양을떠나걸어서서울까지내려오는길을사실대로서술했고,가족을먹여살리기위해평양과부산에서어떻게UN군과국군의병원에취직했는지를추적했다.빨갱이로몰리면즉결처분당하던전쟁의와중에특무대에끌려가고초를당한일도그시대의눈으로파헤쳤고,부산대학교총장선거에홀로반대표를던져또다시정보기관에끌려가제거될수있음에도비굴하게물러서지않았던사건도빠뜨리지않았다.무엇보다그를평생고통스럽고슬프게만든분단의아픔에한발더다가서기위해한국전쟁을과하다싶을만큼상세하게다뤘다.70대중반에제도권교회를떠나이름도없는종교단체에의탁하기위해수년간고민하고따져보았던세월도상세히추적했다.이런위기와선택의순간에장기려의진정한모습이생생하게드러났다고판단했기때문이다.
*장기려와교회개혁
전기가‘추앙’에무게를둔다면평전은장기려의시선과문제의식으로오늘우리를달리보게만든다.교회개혁은일평생장기려의중요관심사였다.1940년에김교신과함석헌을만나면서부터개인구원차원의신앙을극복하는데매진했다.김교신,우치무라간조,함석헌,퀘이커등을통해장기려는사회구원에필요한영감을얻었고,1958년부터30년동안은일요일오후에<부산모임>이라는작은성서연구모임을이끌었다.‘부산모임’은장기려에게사실상교회였다.그게아니었다면10월유신선포당시부산계엄분국이주일모임을금지했을때일제강점기하에서목숨걸고신사참배강요에저항했던신앙인들처럼행동하지못한것을그렇게통렬하게회개하지는않았을것이다.
1980년대중반부터는더욱근원적인교회개혁의가능성을‘종들의모임’에서발견했다.그이후루터와칼뱅의종교개혁이한계를뛰어넘지못한불완전한개혁이라거침없이주장했고,30년을계속해온‘부산모임’을해산했다.제도권교회도떠났다.‘종들의모임’의복음전도방식이예수가의도했던본래의교회이며그렇게믿고사는게진정한교회개혁이라확신했기때문이다.
추천사
사랑이실천으로이루어진다는것을모르는사람은없다.그러나사랑을실천함으로써사랑을완성하는사람은많지않다.사랑이희생으로이루어진다는것을모르는사람은없다.그러나자신을희생함으로써사랑을완성하는사람은많지않다.여기가난한이웃들을위해자신의삶을희생함으로써사랑을실천하고완성한분이우리곁에있다.6·25전쟁을거치며우리의몸과마음이가난하고병들었을때오직사랑의힘으로우리의영육(靈肉)을치료한의사장기려(張起呂)선생이바로그분이다.그는자신의이익을구하지아니하고환자들의고통을자신의고통으로삼으며생애전체를봉사와희생과사랑으로완성한사람이다.우리는이제그를우리곁에있었던‘작은예수’,‘위대한성인(聖人)’이라고부른다.어떠한가치를찾아누구를바라보며어떻게살아야할지모르는사람들은이제장기려선생을바라보고그의삶을따르라.『장기려평전』이책을읽으며그의뒤를따르기만해도사랑을실천하는사람이될수있다.―정호승/시인
내가만난장기려박사는어린아이같은품성을가지고의료사역과복음전파에서예수닮기에애썼던분이다.그는동족상잔의질고와이산가족의아픔,분단의고통을짊어지고간속죄양이다.일찍이『장기려,그사람』을저술한바있는저자는자료를보완하여그를다시그려내는데에혼신의힘을기울였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장기려의예수따름의길을기쁘게본받게될것이다.―이만열/전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스스로의도하지않았지만인간성의등불로우뚝선사람이있다.땅의현실만바라보며살다지친이들이문득눈을들어바라보는사람,거울처럼우리의인간됨을비추어주는사람말이다.장기려선생은바로그런사람이었다.지강유철의치열한노력을통해우리는진리를가리키는이정표로서의그의삶을총체적으로이해할수있게되었다.이책이시대적어둠에갇힌채우울해하는이들에게한점빛이되리라확신한다.―김기석/청파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