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구약성서에는현대인이이해할수없고수긍할수도없는내용이많다.그중가장공감하기어려운것이야훼가가나안일곱종족을남녀노소막론하고모두죽이라고명령했고이스라엘이그대로실행했다는얘기다.구약성서가특정종교의‘경전’이될자격이없다고주장하는사람은말할것도없고유대교나기독교에호의적인사람도이이야기는수긍하기어렵다.
*가나안종족들은좀비였나?이스라엘의가나안정복을전하는여호수아서를읽다보면고개를갸우뚱하게된다.야훼는이스라엘에게가나안종족을남녀노소할것없이모두죽이라고명령했고이스라엘은그대로실행했다는데그후에도가나안사람들이끊이지않고계속등장하니말이다.
*구약성서에서폭력은대개전쟁과관련되지만전부그런것은아니다.권력관계,억압,가난,소외,트라우마에대한기억등도폭력과관련된다.폭력은직접적이고명시적으로행사되는경우가대부분이지만때로는간접적이고은밀하게행사되기도한다.
*헤렘이뭘까?정말가나안종족을말살하라는명령일까?이스라엘에만있던독특한관습일까,아니면고대중동문화권에서널리퍼져있던관습일까?구약성서에서헤렘은동사와명사로모두51회사용됐는데그중31회는신명기-열왕기하에서사용됐다.‘헤렘’은번역하기힘든단어다.우리말로는한단어로옮기기도어렵다.‘헤렘’은정복전쟁에서중요한의미를갖는단어로서문맥에따라서다양하게사용됐으므로문맥을살펴서의미를따져야한다.
*숨쉬는것은하나도살려두지말라는명령은모두다섯번나온다.일종의전쟁교본과같은신명기20장16-18절,여호수아군대가가나안남쪽지역을정복했을때한번(10:40),북쪽지역을정복했을때두번(11:11,14),그리고바아사가여로보암가문사람들을몰살했을때한번(열왕기상15:29)이전부다.하지만이모든경우,실제로는사람포함숨쉬는것모두가죽지는않았다.가나안남쪽지역과북쪽지역에살던주민모두가죽지는않았다.여로보암가문도대가끊어지지는않았다.그러니숨쉬는것은하나도살아남지않았다는말은글자그대로받아들일것이아니라의도적인과장으로봐야한다.
*헤렘은예외를절대허용하지않는불변의원칙이아니었다.예외는여리고성정복때부터있었다.그때이미헤렘원칙은깨졌다.기브온이란집단역시헤렘의예외가되어살아남았다.사울이헤렘을어겨서왕좌에서쫓겨났다는이야기도왕으로서그의정당성을훼손하려는핑계였을수있다.
*가나안사람들이헤렘되어야했던이유는그들이가나안사람이었기때문도아니고그땅에살고있었기때문도아니다.그들을헤렘했어야하는이유는그들을살려뒀다가는이스라엘을유혹해서야훼신을버리고다른신(들)을추종하여배교하게만들것이기때문이다.곧야훼-이스라엘의언약관계가깨지는걸막기위해서였다.곧언약신학이헤렘신학을규정하고지배한다는뜻이다.
*가나안정복이야기에는표면적으로는그땅에서숨쉬는모든것을남김없이죽이라는헤렘명령이두드러지고지배적으로보인다.하지만텍스트를잘읽어보면거기에는다수의자료들이섞여있고다양한층위가존재함을알게된다.
*이스라엘의가나안정복전쟁과거기서벌어진헤렘을전쟁과학살을정당화하는데쓰는것역시죄악이다.오늘날우리가하나님과함께만들어나갈‘참여적계시’는전쟁이아니라평화다.지금은기독교인들이전쟁범죄에대한불감증에서깨어나평화를향한의지를굳건히세워야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