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딸이잖아!
원시시대부터근대에이르기까지여성은남성중심사회에서재산을얻거나보호하기위한교환수단으로‘사용’되어왔다.사도바울은‘하나님앞에서는남자도여자도없다.’고명시했지만,또한“여자들아,주님께하듯이남편에게복종하라!”고명령했다.오랜세월여성은남성이세상을존속하게하는데필요한도구에불과했다.왜이처럼불평등한관계가수천년간당연한것으로여겨져왔을까?그것은여성이‘약하고,어리석고,믿을수없고,수다스럽고,질투심많고,경박하고,비이성적이고,신경질적인존재’이며남성은‘강하고,이성적이고,자발적이고,용감하다’는뿌리깊은믿음이사회를지배해왔기때문이다.이런현상은요즘도여자아이에게는인형이나소꿉장난세트를주고남자아이에게는로봇이나장난감칼이나총을주는부모의의식에서도어렵잖게확인할수있다.이처럼남성이여성본성의부정적인요소들을통제하는지배적인위치에있어야한다고,심지어여성자신도그렇게믿고있다.물론이것은사실과는전혀상관없는‘문화적신념’일뿐이다.오늘날아이들에게아기가어떻게태어나는지를알려줄때에도많은부모는이렇게말한다.“아빠가작은씨앗을엄마배에심었어.그래서그씨앗이자라서어느날아가가엄마배에서나오는거란다.”이런설명은대수롭지않은것같지만,시원적인지배원형을그대로재현한것이다.즉,원시사회에서그랬듯이여자는남자가일정기간자신의씨앗을심어놓는‘냄비’에불과하다는생각이다.이것은정치적·종교적인정체성까지도포함하는개인의모든정체성이아버지의정액에포함되어있음을의미한다.이렇게‘저열한’존재로서여성은특히교육과정치분야에서철저하게배제되었다.여성이정식교육을받기시작한것은최근의일이며남성과동등한참정권을얻은것은미국에서1920년,영국1928년,프랑스1946년,스위스1971년의일이었다.한국역시1948년정부수립과동시에여성참정권이확보되었으니불과65년전의일이다.대부분국가에서여성은빈민,아이,중증환자,외국인과똑같은처지에서참정권을포함한대부분사회적권리에서제외되었다.다시말해이들은공적영역에참여한활동적인시민보다열등한존재로간주되었다.그러나빈민은재산을축적하면온전한시민이되고,아이는자라서성인이되고,중증환자는병이치유될수있고,외국인은거주하는국가에귀화하면되지만,한번여성이면영원히여성으로남을수밖에없는만큼,여성의사회적권리는철저히,그리고영원히박탈되었다.지금이순간에도수많은아이가태어나고있지만,아들이없는집안에서딸을낳은부모중에는이렇게외치는이들이적지않다.
“맙소사,딸이잖아!”
여성을입체적으로조명한최고의인문서
저자들이명백히밝히고있듯이이책은‘여성학’의범주를벗어난다.또한,페미니스트들이자주빠지는함정이기도한‘여성의관점’도벗어나인류학과철학과역사학의관점에서여성을바라본다.
세계적으로권위있는인류학자이자클로드레비스트로스의수제자인프랑수아즈에리티에는인류의출발점으로거슬러올라가여자들이종속적인상태에놓이게된원초적인시점에서부터이야기를시작한다.새로운생명을잉태하고세상에내놓는여자들이왜‘제2의성’이되었는지,선사시대여자들은공동체의생존을위해어떤역할을했는지,그리고남자들은자신의후손을생산하고대를잇는데결정적인조건이되었던여성의‘배[腹]’를어떻게조종했는지,여성의‘본성’이라는것이과연존재하는지를매우흥미로운담론을통해살펴본다.이과정에서에리티에는남자들이어떻게자기아내의‘아이를생산하는특권’을수탈해왔는지를돌아보면서어느시대어느장소에서나‘각각의성이내포한차별적가치’가요구되었던현상에주목하고,‘추하고,어리석고,불쾌한’남자도‘아름답고,지적이고,관대하고,성실하고,교양있는’여자보다는언제나더가치있는존재로여겨졌던이유를파헤친다.또한,매춘은직업이었던적도없으며‘가장오랜직업’이라는주장도사실이아님을,그리고여자들에대한차별역시절대로주변적인사실이아니었음을상기한다.이처럼역사적으로,그리고전세계적으로여성의육체와영혼을심각하게훼손하고때로목숨을앗아가기도하는여성차별의본질을,에리티에는인류학적차원에서첨예하게분석한다.
철학자실비안아가생스키는여성의현재와미래에주목한다.위대한철학자들,현자들,사상가들은모두남자였고,그들은자신이활동하는우월한세계에서여성을완벽하게배제했다.아가생스키는소위‘객관적’이라는철학서들이남성적관점의산물이라는사실을입증하고,비판적인시선으로철학자들의기본적인도구인언어의특성을점검하면서,남성과여성의관계를개념적으로전혀새롭게사유한다.그녀는특히여자들이공적인삶에서자신의공정한위치와남녀평등을확보하기위해어떻게투쟁해왔는지를돌아보면서성의차이는보편적인만큼,‘중성(中性)’이아니라‘혼성(混性)’의세계를구상해야한다고주장한다.또한,그녀는부부관계,가족관계,사적공간에서가족구성원들이집안일을이상적으로배분하는‘동수(同數)문화’의가능성을살펴보고,특히인공수정,동성부모,정자와난모세포기증,익명출산,대리모등과학기술의발전과사회변화가불러온까다로운문제들을철학과윤리의관점에서통찰력있게사유한다.
뛰어난대학교수이자노동운동전문가였던역사가미셸페로는문헌도,증언도,직간접으로채록한자료도거의찾아볼수없는‘여성의역사’라는불모지에가까운분야에뛰어들었던개척자였다.가정의울타리에갇힌채침묵을강요당했던여자들이남긴흔적에주목한그녀는여자의일생이태어날때부터잘못되어있다고말한다.여성은‘이류(二流)의성’으로여아가태어나면부모는실망하고,어머니는죄의식을느낀다.그녀는젊은여자들이어떻게교육의기회에서소외되었고,여성에게는기껏해야장래에한남자의아내,아이들의어머니가되는데필요한교육밖에는허락되지않았는지를이야기한다.또한,결혼을거부한여자들,버려진여자들,여러남자에게속했던여자들,소위‘타락한여자들’이라고부르는‘바람직하지못한’반항적인여자들이어떤운명에놓였는지도들려준다.그녀는여성이교육받고,스스로직업을선택하고,자신의능력을발휘하고,대중앞에서발언하고,선거에서투표하거나선출될권리를획득하기위해서,그리고출산을스스로결정할권리,수천년동안계속되었던‘원하지않는임신의고통’에서벗어날전례없는권리를확보하기위해서치러야했던길고긴투쟁의역사를매우상세하게돌아본다.
이책의저자들은‘여자들의이야기’를아직끝나지않은투쟁의역사로규정한다.여성의배는피임수단덕분에남자들의통제에서벗어났고,여성의육체는여성자신의소유가되었으며,그것을누구에겐가주거나주지않을권리도여성의몫이되었지만,이런자유도무색하게여자들운신의폭은여전히좁기만하다.세계곳곳에서,우리가까운곳에서,우리사이에서,남자들은‘아이를생산하는놀라운특권’을여전히그리고영원히통제하기위해끊임없이여자들을무지와복종상태에가둬두려고한다.심지어오늘날에도남자들은자신의딸과누이와아내의육체를통해자신의명예를지키려하기에여자들은구타당하고,살해당하기도한다.그리고선진국이라고해서이런상황으로되돌아가지말라는법은없기에‘여성의자유’라는것이비교적최근의일이고아직허약하다는사실을절대잊지말아야한다고,이책의저자들은경고한다.그리고여성이스스로자신의운명을결정하고,자신의권리를보호하고,남성과여성이어우러져함께살아가는혼성의사회에서여성이온전한‘인간’으로서존재하는세상을만들어가는것도오로지여성자신의손에달렸음을역설한다.
더없이충실한주해
‘여성’이라는존재를공시적으로,그리고통시적으로살펴본이책에는중세시대부터오늘날에이르기까지남성중심사회에서여성이놓여있는불평등한사회적현실에주목한수많은인물이등장한다.특히,여성의권리를위해투쟁하고,때로목숨까지바쳤던여자들의처절한사연들은물론,여성해방의역사에서획을그었던대표적인사건들이100여컷의사진과함께자세한주해를곁들여총망라되어있다.차별받는여자들에게정당한지위를부여할것을주장했던중세시대여성작가에서부터19세기생시몽주의자들,네오맬서스주의자들,남성들의놀림감이되었던‘블루스타킹(bluestocking)’들,원치않는임신을거부하고피임과낙태의권리를위해싸웠던페미니스트들,여성동성애자들의권리를주장했던여성작가들,남성이장악한예술계에서동등한권리를주장하며작품활동을계속했던여성화가들,때로추방과감금과가난과죽음이라는대가를치렀던여성참정권주의자들,여성노동운동가들,그리고오늘날에도여전히남성과동등한권리를획득하고자투쟁하는대표적인페미니스트들의삶과업적이상세하게소개되어있어이책의자료적가치를더욱부각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