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전후공간론

'잿더미' 전후공간론

$18.00
Description
패전 후 75년간 일본이 표상해온 ‘잿더미’ 개념
1945년 8월 15일 이후를 일컫는 ‘전후 일본’은 ‘잿더미’에서 시작됐다. ‘잿더미’라는 공간의 이미지는 ‘기원’의 서사를 작동시킨다. 불타고 무너져 골격만 남은 건물, 파편만이 널린 대지, 흔적만 남은 도로. 공중 촬영으로 이런 광경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은 전쟁의 참화를 증언하고 전후 공간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일본인은 이 비참함에서 다시 일어섰다’라는 서사가 반복해서 재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잿더미’는 일본 사회에서 공백의 기호로서 황폐한 도시 이미지를 매개로 피해자 일본인과 전후 일본의 기원으로 기능해왔다. 이 책은 이 ‘잿더미’라는 이념적 표상이 전후 일본 사회와 문화 예술과 창작 영역에 남긴 흔적을 추적한다.
저자

사카사이아키토

1986년일본치바현출생.도쿄대학대학원총합문화연구과언어정보과학전공박사과정을졸업했다.하버드대학풀브라이트펠로우십,세이케이대학특별연구원을거쳐,현재도쿄외국어대학강사로재직중이다.전문연구분야는일본근대문학이며,대표논저에는?‘언론통제’의근대를다시묻다?(공저,花鳥社,2019),「저항의영웅주의와리버럴의공전」(?現代思想?,2019)등이있다.

목차

한국의독자여러분께3
들어가며7

서장‘잿더미’ㆍ‘암시장’을다시묻다11

제1부잿더미ㆍ암시장의이미지편성
제1장이야기할수없는잿더미:전후일본의영화비평과잿더미표상37
제2장과거가빙의하는곳:〈20년후의도쿄〉와〈들개〉에나타난전재부흥69
제3장암시장과인종주의:암시장의구조와단속대상의변천97
제4장서사속의암시장131

제2부전후일본에서냉전기일본으로:국민적경관과이향(異鄕)
제5장다무라다이지로의「육체의문」론:‘신생’의서사와잔여로서의신체169
제6장‘잿더미’가암시장을주변화하다:이시카와준의「잿더미의예수」론191
제7장‘견딜수없음’을넘어서:미야모토유리코의?반슈평야?를둘러싼‘전후’의함정215
제8장‘이향’의공간성:김달수의「8ㆍ15이후」245
제9장‘아주머니들’의투쟁:민족교육과탁주273

종장‘잿더미’의포옹으로부터벗어나서309

맺음말323
옮긴이후기331

출판사 서평

‘전후일본’의원풍경이자국가적서사의출발점,‘잿더미’표상을전복시키다
-은폐된전후의서사공간을해방하려는도발적시도

왜이런담론이당연하다는듯이반복돼왔을까.이런이미지재생산에는어떤공동체적욕망이담겨있을까.일본인은‘잿더미’라는표현을들으면,실제로피해를입은당사자가아니면서도자신의‘피해자성’이충만해지는듯한도취에빠지는것은아닐까.‘잿더미’라는표현에는이전에존재했던강대한어떤것의잔해라는뉘앙스가있다.‘제국’이라는,과거에존재했으나이제는사라져버린것의자취가빚어내는비장감이야말로‘일본인’의정신적부흥,그밑바탕에도사린감정이다.
하지만새로운국가상따위를구상할겨를도없이불에타버린들판을배회하던사람들,그저주린배를채우는일이우선이었던사람들은무엇에의지해야했을까.그런관점에서바라보면잿더미와는다른공간이보이기시작한다.그것은대표적으로암시장같은공간이며,거기서‘전후일본’의공간내부에서배제되거나방치돼온사람들의서사가태어난다.
냉전구조를확립해가던미국의영향을받으며다양한입장이뒤섞이던,그다변적이고복층적인사회공간이야말로점령기일본의실태였고,그것을희미하게나마드러내는암시장은전후일본사회의‘파열점’이었고,과거와현재를잇는통로였다.패전한일본의공간은미국점령에따라곧바로외부세계와단절된것이아니라,제국의잔재를끌어안은상태에서옛제국령과밀접하게연결돼있었다.그상태가집약적으로드러난공간이바로암시장이었다.암시장은과거의제국주의와현재의점령상태를연결했다.그것은과거로부터단절되고국제적으로도단절된‘잿더미’라는전후일본의국민적경관으로환원될수없는공간이었다.
이런암시장의위상으로새로이제시함으로써점령기일본을냉전기동아시아의일부로파악하는이책은일본의젊은학자사카사이아키토(逆井?人)가일본의전후내셔널리즘을형성해온국민적경관과국가적서사의바탕에있는‘잿더미’표상을비판적으로고찰한최근연구서다.특히저자는점령기일본의도시공간을논할때빈번히거론된‘잿더미·암시장시대’영화와문학작품을재검토함으로써이제까지비평이되풀이해왔던잿더미논리와국민적경관의굴레에서벗어난새로운서사해석을시도한다.

‘잿더미·암시장시대’작품들의재해석을통해제시하는비판의설득력

과거와의단절과피해자성을의미하는기호‘잿더미’는전후일본을구축하는데사용된‘국민적경관’(NationalLandscape)이다.잿더미는국가의형태가제국일본에서전후일본으로변화하는과정에서‘일본인’이라는국민의단일성·균일성이라는허구를구성하는매개로기능했다.그것은식민지배와침략전쟁에대한책임을경시하고,총력전체제의지배구조를존속시킨제국의유산을청산하는과정없이이뤄졌다.
이책이이런국민적경관의굴레를벗어나마침내발견한것은그간일본답지않다고,‘일본인’이라는틀에맞지않는다고배제돼온서사다.1,2장에서다루는영화작품과영화비평은실제의잿더미와암시장영상을담은작품에서‘새로운일본’을읽고자했던비평담론의무능을보여준다.본격적인문학텍스트분석을시도한2부에서는‘전후’의출발점을그린것으로정전화되거나전후민주주의문학으로꼽히는작품들을통해‘잿더미’라는공간의인식이나‘새로운일본’과의대면을벗어나새로운해석을시도한다면과연어떤공간과함정이드러나는지살펴본다.
특히이책에서비중있게살펴본재일조선인문학이나그배경이되는민족운동도마찬가지서사를제공한다.실제로점령기일본에서조선인작가들이남긴작품은대체로‘재일조선인문학’이라는틀에서전후문학의하위범주로분류되고,일본문학의다양한‘수확’으로논의돼왔다.이책은특히점령기일본을묘사한김달수의소설을동시대일본소설과같은무대위에서분석함으로써‘잿더미’서사안으로환원될수없는요소들을끄집어내고그것들을통해구축되는서사공간을‘전후일본’의국민적경관이라는굴레에서해방한다.

일본의잿더미표상과한국의8·15해방에대한번역자의견

번역자는이책을단순히일본전후에대한저자의반성적사유에공감하거나편승해서번역하지않았다고밝힌다.오히려이책에나타난저자의분석이한국의내셔널리즘과그국가적상상력을반성적으로고찰하는데에도대단히유효하다고생각했기때문이라는것이다.즉이책을한국의독자들에게소개하며새삼스레강조하고싶은점은,일국적이고단선적인역사인식에대한자기반성이한국과일본에모두필요하다는것이다.
예컨대이책의저자가지적한잿더미표상처럼,한국의8·15해방또한비판적으로재고돼야한다.한국의네이션서사는8·15해방을암흑과굴욕에서벗어나민족의새로운역사가시작된지점으로그린다.달리말해이는1945년8월15일을기준으로‘일본’이라는이질적요소가해소됨에따라민족의순수성과주체성이회복됐다는신화적의미체계가한국의근현대사를떠받치는상상력으로착근돼있음을보여준다.그러나이런8·15해방의미화된이미지가식민지유산과그것이초래한역사적피해자및희생자들의현실을가리고있다는점을간과해선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