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섞이지 않은 나무 (윤관 시집)

내가 섞이지 않은 나무 (윤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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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기반성을 통해 구현한 따뜻한 위로의 시어.
윤관의 첫 시집.
내가 섞이지 않은 나無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시라면 쓸모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 시를 쓰면 쓸모 있는 시가 되고,
쓸모 있는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세상이 쓸모 있어진다고 믿습니다.


이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저자

윤관

생업에종사하며일기쓰듯시를씁니다.1971년태어났고,대전에삽니다.적정선의고민과넘어지지않을만큼의무게를지고날마다걸어갑니다.나는이길과그길을걸어가는작고속된이를사랑합니다.예전에품었던희망과꿈들은아득하지만,이젠중심도변두리도아닌나로살고싶습니다.이한권의시집에내가남아있습니다.남겨진나를읽는또다른내가있습니다.모두가인연입니다.


일기쓰듯시를썼고,쓰는것자체가선물이라
다른이유를따로붙이지않았습니다.
시가뭘까라는생각조차해본적이없습니다.
다만,안과바깥을이어주는그거대한침묵속에서떼어낸
아주작은것.그것이시라면좋겠습니다.
그것을담아낼수있는사람이라면참좋겠습니다.

목차

1부일상의깊이
혁명
반쯤남은

가을밤
감알하나
엄니와고양이
노모(老母)
바람의경전
불알친구
박씨전
생각
한줌
겉과속
좋은하루
참좋은하루
좋은밤
왈(曰)
목련
물의살점
눈썹과눈사이

2부사랑은그리움
폭설(暴雪)
그대뿐이다
춘몽
미풍해장국
그러나벚꽃
7번국도가끓는소리
그저,안녕
두꺼비집
잊혀지는것
인과(因果)
내가사랑한사람
소월(小月)
고통이흔한것처럼
나는시를꿈꾸지않는다
들꽃,바람에부치는편지
안부
시간의북쪽
해질무렵
화장
묘한질서

3부스스로있는것들
어떤결심
나비가죽다
칠년의이명(耳鳴)
가을엔

개들의노하우
개의탄생
귀를꺾으며
민들레꽃이피었다
눈발
말의반성
완전변태

구멍
빗방울소나타
조용필
직선의깊이
반추동물
점의생(生)
지렁이

4부오후의깨달음
붓꽃
천천히뛰는가슴
무지
왼손
아무것도아니어서
나누고싶은비밀
생각벌레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
인다라망(因陀羅網)
범부중생(凡夫衆生)
상선약수(上善藥水)
잘되지않는다
꽃밭을만들어꽃을망치지마라
그늘의문장
너라는글자와너는얼마나다른가
나머지
함께늙어가고싶어요
나이
통증
가을소묘

출판사 서평

내가섞이지않은나와
우주의나머지,그것을연결하는
인연으로서의시

윤관은시를‘안과바깥을이어주는거대한침묵속에서떼어낸아주작은것이며,마음을움직이는쓸모를지닌것’으로바라본다.윤관의첫시집「내가섞이지않은나無」가꼭그러하다.일상에서흔히사용하는단어,누구나경험하는평범한정황이라는보편의바깥을가로지르는,윤관의안쪽에드리운특별한감각은일상어의낯선구성과문장의극적인배열을통해미학적가치를부여하고,안쪽에서자란깊은사유는내밀한감정의소요를치밀한관찰을통해시세계에담아독자의마음을움직이는쓸모의다리를놓아준다.그런데이는윤관만의것은아니다.
윤관의시에흐르는뚜렷한정서이긴하지만,무릇시인이라면마땅히발현하는‘문학’의방식일것이다.그렇다면우리는왜윤관을읽어야하는지,왜윤관을시인이라고불러야하는지그이유를찾아야한다.우리는그의시정신을‘배제의존재’에서찾고자한다.
‘윤관은일기쓰듯시를쓴다’는최돈선시인의추천사에도불구하고,윤관의시가일기가아닌것은바로배제의존재라는시정신이관통하기때문이다.그는우주적자아로부터떠오르는모든것을하나씩배제해간다.가족,욕망,사랑,이별,우정,찰나의감각,바람,커피….이배제하는과정이시로태어나고,결국모든걸다배제하고난나머지는,무한한우주앞에한없이부끄러운존재로서윤관자신이다.

‘잊혀지는것이얼마나아름다운지꽃지고알았다’「잊혀지는것」중에서

‘꿈을꾸었다/내가깨끗이사라지는꿈이었다’「완전변태」중에서

그리고기어이그러한자신조차‘내가섞이지않도록’처음의내가되고자무(無)를향한갈망을쉬지않고염원한다.그래서이시집의제목이「내가섞이지않은나無」가된것이다.

‘두껍아,두껍아/한꺼번에모든것을거두어가는어둠처럼/나의전부를주마/헌것도새것도아닌/처음의나를다오//처음의내가생각나질않아/내가섞이지않은나/처음의나를다오’「두꺼비집」중에서

‘가라앉은그대의속눈썹을타고/깊게깊게들어가야지/더이상내가/나를만들지못하게’「눈썹과눈사이」중에서

‘마음단단히먹고/움켜잡았던것을놓는다/나였다가전부였다가/나만남게된/나無’「가을엔」중에서

이제그는‘나조차섞이지않는나’의시선으로우주를둘러본다.온통귀하고귀하다.내아내,내아이,내어미,내아비그들의작은마음조차귀하게바라보는눈을가진것이다.이십년노래하고1집가수가된김성호,부적보다마음을잘쓰라는무당이종규,노가다김학삼은물론이고,약수터돌무덤을무너뜨리는기독교인들까지귀하다.

‘당신이나나나먼데서오는/우리가모르는그것이아니라/바로당신앞에서있는내가/내앞에서있는당신이/전부라고말해주고싶다’「나는시를꿈꾸지않는다」중에서

이모든것이전우주의나머지인나의밖에있는것이고,결국무(無)에지나지않는다할지라도나를제외한우주의모든것이기에그존재자체로귀한것이다.모두한번뿐인것들이기에.

‘삶은한번뿐이고/순식간에/사라진다고’「바람의경전」중에서
나를제외한전체와전체에서배제된나,전체와나를이어주는것은바로인연.윤관은아무리소소하다하더라도인연을깊이바라본다.무의식속에남아있는그리움조차,여전한갈등조차인연의마음으로깊이바라본다.거기서오래도록성숙한깨달음이연꽃처럼환하게떠오른다.윤관에게인연은바로안과밖을이어주는것이며,마음을움직이는쓸모인데,그의시가바로윤관의내면과세상을이어주는인연이었다.
그런데우리는「좋은하루」에서반전을만난다.윤관의시가쉽게읽힌다는,또는반면에깊은사유와깨달음담은시라는양쪽의편견을불식한다.개성있는시어,반짝이는문장을넘어,글이흐르는리듬과사유의충돌이빚어내는말의맛을느낄수있는작품을만나게된다.

‘시간은늘흐르고/멈춘채흔들린다,나는/깊어지는고요를감당할수없어/입자고운커피를내리고/그대에게편지를/그편지는기억이겪어야하는미래/당신은과거를찢어내고있겠지’「좋은하루」중에서

자칫길을잃을것같은현란한사유의행보속속사포처럼쏘아대는감각의향연은과연무슨생각으로시를지었을까싶은순간에물흐르듯흐르는언어의리듬으로속도감을부여하고,과감한생략으로시적엇박자를부여하며흥미를이끈다.한연으로구성한시속에이엇박자를배치한것자체가뛰어나다.시라는것이어떤문법에의해구축된의미의완성이라기보다시적미학의구체적이고정교한표현이라고했을때,독자로하여금추상과구상사이의절묘한긴장을체험하게하는이감각은백미라고할수있다.
시적자아로서부끄러움뒤에숨는윤관은실제로는누구보다자신을사랑하는사람이라생각된다.「좋은하루」에서슬쩍자신감을드러내는데,사실시집곳곳에자존의자락을안개처럼깔아놓았다.

‘다만내가좋아나를쫓았고/내가쓴나는/더이상나를속이지않아/누군가를속일일도사라져갔다’「생각벌레」중에서

‘말이나글로대신할수없는것이너무많았으며/표현하지못한것들의서러움이밀려온다’「나는시를꿈꾸지않는다」중에서

스스로를돌아보는힘,자신을객관적으로관조하는힘을가진,그리고오래도록생각의층위를다지며사유와실천의인연을이어온자의당당함이다.그의생각어느하나라도순간적으로떠오른게아니다.오래오래익은것들이다.윤관은그무르익은것들이썩어서그어떤사소한것의거름이되어도좋다고생각할것이다.

‘그많은뒷걸음질이얼마나많은나를살렸나/별처럼그대가깜박거리고/속아준거짓말이진실처럼빛나고/비로소숨이트이고’「인과(因果)」중에서

우리가윤관을시인이라부를때,그것은진실이되고,숨이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