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드리 노니다가 (라종일의 탐미야담 | 1983년 어느 가을밤, 젊은 정치학자 마음에 깃든 옛이야기)

밤드리 노니다가 (라종일의 탐미야담 | 1983년 어느 가을밤, 젊은 정치학자 마음에 깃든 옛이야기)

$13.80
Description
헌화가, 구지가, 처용가, 여우설화, 유리설화, 지귀설화 등 옛이야기들이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롭고 우아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탄생하여
아홉구비 이야기 고개를 넘어가는 ‘그순간’의 황홀.
라종일의 탐미야담(耽美夜譚) 《밤드리 노니다가》는 라종일 교수가 40여 년 전인 1983년, 천년 넘게 전해져 온 우리 옛이야기인 헌화가 처용가 지귀설화 등 고전시가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다시 써 외국계 잡지사에 영어로 기고했던 원고를 국문학자 김철 교수가 우리말로 유려하게 번역하여 엮은 책이다. 고전교과서 어느 페이지에 말라붙어 있을 법한 건조한 옛이야기를 신선한 사유와 예측할 수 없는 흥미로운 전개에 문학적 감수성을 더해 이야기의 폭과 깊이를 넓히며 입체화하였다. 40년 전이든 2천 년 전이든 아니면 오늘이든, 그 모든 이야기가 품고 있는 자신을 꽃 피워 온전히 드러내는 ‘그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저자

라종일

정치학자.외교안보전문가.동국대석좌교수.서울대정치학과를졸업하고영국케임브리지대학교트리니티칼리지에서정치학박사를취득했다.경희대학교정치외교학과교수와미국의스탠퍼드대,미시간대,남가주대,프랑스의소르본대등해외유수의대학교에서연구및교환교수,영국케임브리지대에서펠로를역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행정실장,국가정보원해외담당차장,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보좌관,국가안전보장회의상임위원장,주영대사와주일대사를두루지냈다.우석대학교총장을거쳐가천대학교와국방대학교석좌교수로재직했으며,현재는동국대석좌교수,푸단대학교객원교수로재직중이다.
주요저서로『하노이의길』,『장성택의길』,『낙동강』,『세계의발견』,『사람과정치』,『끝나지않은전쟁』,『현대서구정치론』등이있으며,공저로는『청년을위한정치는없다』,『한국의발견』,『한국의불행한대통령들』그리고번역서로는『정치와소설』(폴돌란저),『정치학』(아리스토텔레스저)등이있다.
또한젊은여성작가인김현진과의서신을엮어발간한『가장사소한구원』에서문학적감성을선보인바있다.『밤드리노니다가』는40여년전젊은날의그가품었던뜨거운열정과문학적감수성을‘우리옛이야기’속에녹여신선한시선과사유로풀어낸작품이다.

목차

들어가며

1장용(龍)과미녀|헌화가(獻花歌)와구지가(龜旨歌)
가질수없는아름다움에대하여

2장오쟁이진남자|처용가(處容歌)
배신으로부터깨달은구원

3장사람이되기위하여|여우설화
동물의마성(魔性)에관한순수한슬픔

4장아버지를찾아서|주몽(朱蒙)과유리(琉璃)설화
결핍과신비를품은칼의반쪽

5장빛없는불|지귀((志鬼)설화
단한번눈길에부서진영혼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그림없는그림책,혹은시아닌시집같은
낯선감성으로다가오는우리옛이야기모음집

헌화가,처용가,여우설화,유리설화,지귀설화와등
고전시가와의새롭고낯선조우

이다지도놀라우면서도아름답고신비로운
옛이야기를읽어본적이있는가?


주영대사와주일대사등정부고위직을역임했던외교안보전문가이자,정치학,외교학,국제정세등을가르치는정치학자인라종일교수의마흔에는과연무슨일이있었던것일까?공직자와학자의면모로만알려져있던라종일의젊은날을지배했던감성은과연무엇이었을까?스스로를이야기꾼으로여기며건조한옛이야기속에감춰있던아름다움과신비로움을건져올려새로운이야기로되살려낸감성은어찌하여40년이흐른지금에도이토록생생하게다가올수있는걸까?
라종일의탐미야담(耽美夜譚)《밤드리노니다가》는라종일교수가40여년전인1983년,천년넘게전해져온우리옛이야기인헌화가처용가지귀설화등고전시가를인문학적상상력으로다시써외국계잡지사에영어로기고했던원고를국문학자김철교수가우리말로유려하게번역하여엮은책이다.고전교과서어느페이지에말라붙어있을법한건조한옛이야기를신선한사유와예측할수없는흥미로운전개에문학적감수성을더해이야기의폭과깊이를넓히며입체화하였다.40년전이든2천년전이든아니면오늘이든,그모든이야기가품고있는자신을꽃피워온전히드러내는그순간을포착한작품이다.
《밤드리노니다가》가세상에다시나오기까지는연세대국문과김철교수의우연한발견이계기가되었다.노교수의책장어딘가에서오랜잠에빠져있던영문원고《TheDragonandtheBeauty》를발견한김교수는그빛나는매력에취해한치의머뭇거림도없이이원고를직접번역하겠다는의지를라종일작가에게전했고,섬세하고지적인문체와긴장감을유지하면서도조화와변화의리듬감을살린번역으로그아름다움을되살려냈다.
이야기가한장면한장면전개될때마다저절로머릿속으로그림이그려지는듯하고,옛이야기라는서사임에도시적감성이느껴지는번역이었다.본래영문원고가담고있었던사유의깊이와품위있는지적유희의매력도잘살아났다.
아,이렇게사랑스러운원고라니!라는감탄이나왔다.


장르를특정할수없는이야기의매력

라종일의탐미야담《밤드리노니다가》는장르를가름하기어려운책이다.말하자면,‘고전시가의인문학적인새로운해석’이라는이름표를붙일수는있는데,시적인정조와소설적서사,인문학적전개와나아가동화적서정을두루지닌원고로어느한장르에묶어둘수없는원고다.게다가사유와깨달음의향취를문장곳곳에서만날수있기에더욱그렇다.분야에얽매이지않고지적인감흥이폭발하듯장르를넘나들며전개되는,그야말로‘이야기란이런것이다’를증명하고있는책이다.그래서이모호한정체성을‘라종일의탐미야담(耽美夜譚)’으로명명할수밖에없었다.
원래우리고전문학에서‘야담’은‘野談’,즉저잣거리에떠도는이야기모음집을말하는데,탐미야담에서의야담은‘夜譚’,즉‘밤드리노니다가’이야기속으로빠져드는,밤의신비로운감성을담은이야기모음집이라는의미를담고있다.‘탐미(耽美)’는,이책의궁극적목적이‘이야기의아름다움’을찾아가는것임을뜻하는데,이고요하고나지막하고사랑스러운원고는‘탐미탐미탐미’하지않고도탐미를따라간다.흥미롭고아름답고신비롭다.무엇보다낯선까끌거림이놀랍다.


모든이야기들의그순간,에피파니

《밤드리노니다가》라는제목은,이이야기의서사너머에존재하는이야기의또다른본질에대해생각하며정하게되었다.라종일의탐미야담에는바로‘이야기고개’를넘어가는‘그어떤순간’에대한깊은사유가담겨있었기때문이다.
‘밤드리노니다가’는8구체향가인〈처용가〉의둘째행에놓인싯구이다.처용이밝은달아래밤늦도록놀다가집에들어가기까지,결정적인사건이일어나기바로직전,충분히삶의희로애락을경험하였지만막상자신에게큰변화로이어질어떤사건을앞두고아무것도모른채맞는그늦은밤의긴장감과흥분을맞닥뜨리는‘그순간’에멈춰섰다.모든이야기는‘그순간’을맞이하여그때까지의서사와는다르게방향을수정하고,또다른줄기의이야기와이어지고,놀라운상황과조우하고,확장하며이야기의결말로들어서며깨우침에이르게된다.그순간은평면적인이야기의어깨를세우고머리카락을곤두세우며분위기를부풀리게한후-독자모두가귀를쫑긋세우는순간이다-푸르륵꺼져간다.
교과서에박제된옛이야기들은모두‘그순간’이거세되어있다.이이야기들은원래입에서입으로전해지던소문같은것들이었다.잠시만생각해봐도이야기를전하는사람마다형태와내용이조금씩달랐을것이고,그이야기마다‘그순간’역시각기다른지점에서청자들을웃고울렸을것임을추측할수있다.이야기를듣던사람들은자기무릎을탁치며그순간어떤깨달음을깨우쳤을지도모른다.그러나이살아숨쉬던이야기를활자에구속하면서그순간은사라져버렸다.이런의미에서라종일의탐미야담에서다시건져올린‘그순간’은바로탐미의정점이된다.
라종일은,“마치가슴에번개가치듯모든걸뒤바꾸는깨달음이내게일어났어.불,어둡고뜨거운불-인간을만든본질이자실체인그것.나의존재를휘어잡고간단히제압해버리는그어마어마한빛없는어두운불을마주하면나의그런노력은얼마나연약했는지.”라는식으로그순간을재생한다.
그런면에서이책의정점은이렇게터져나왔다.
“바로그찰나,아마한호흡도안될그순간,나는그녀를보았고그녀의눈도나를포착했어.그녀가웃었던가,아니찡그렸던가?”
단한번눈길에부서진내영혼,바로그순간,그녀의미소.
문장이아니라현실에서의탐미의궁극을발견한순간의느낌으로전율이일었다.이렇게세상모든이야기의그순간은바로에피파니(Epiphany),궁극의순간으로승화한다.라종일은이곳에서탐미적상상력을완성한다.


탐미속에서발아하는이야기의힘

헌화가에서소를몰고지나가던견우노인은아름다운수로부인에게“곶ᄒᆞᆯ것가받ᄌᆞᄫᅩ리이다.”라고수줍은고백을하며,꽃한송이곱게피어있는험한벼랑위로한발내딛는다.견우노인의발은벼랑위꽃한송이로향하지만,그용기가진정으로향한곳은수로부인쪽이었다.탐미란그런것이다.본질을지극히원하면서도오히려본질을떠나가는길위에핀꽃을조용히응시하는것.단한번의눈길에영혼이부서진그순간만으로도족한그런것.라종일작가는기꺼이벼랑위로올라꽃을향해손을뻗었다.
김철교수는역자후기에서이렇게말하고있다.
“바라건대,이오해와착각의산물을읽는독자들이더많은오해와착각을낳아주기를.‘이야기’는그렇게지속되어야한다.”고.


1부〈미녀와용〉은아름다운수로부인을중심에두고전개되는'향가'의향연이다.수로부인에대한한노인의헌신을노래한'헌화가'에서시작하여,수로부인을탐하는동해용의고뇌에찬이야기를'구지가'와'해가'에서가지고왔다.인간과대결하는서양의용과는다른우리나라의용의면모를,미녀를납치한용의마음을통해알아보자.

“아름다움은언제나우리와함께있어요.왜냐하면,그것은우리를끝없이끌어당기는힘이기때문이지요.아름다움이란아마근본적으로설명할수없는어떤자질일지도모르겠어요.그것은내면적인어떤우아한힘-사람들을지배하는힘이지요.하지만아름다움이일으키는가장중요하고큰힘은그것이우리에게상상력을부여한다는점이지요.아름다움은우리자신에대해,우리존재의본질에대해,그리고우리를둘러싼이세계의본질에대해상상하게해준답니다.”-본문중에서

“동해용왕에게납치된수로부인의이야기를‘민중저항’과연계시킨「용과미녀」의이야기가진부하지않을수있는근거는,민중저항의정치적힘을‘탐미적상상력’으로부터끌어낸작가의‘용기’에서나온다.그것이‘용기’인이유는,1980년대‘민중문학’의현장-반(反)미학의절정을이루었던-을경험한사람이라면이‘미학의정치화’가지니는의미를이해할수있기때문이다.”-역자주

아름다움의본질은일상의순간을떠나비일상을꿈꾸는상상력을낳는것이다.


2부〈오쟁이진남자〉는자신의아내를역신에게빼앗긴처용의이야기를담은향가'처용가'에서가져왔다.우리는처용의마음을모른채“밤드리노니다가”를읊조렸다.아마누구보다처음으로처용의마음에들어갔다나온이야기가아닐까싶다.아내를빼앗긴처용은절망과분노에빠지지않고깨달음의세계로나아간다.

“자기를괴롭히던의심이바로눈앞에서사실로확인될때그의심정이어땠을까요?그가마주친광경은무엇이었을까요?그육욕의현장과그로부터생겨난고통은처용에게는오히려깨달음의계기가되었답니다.번쩍하는한순간,그는그토록알고자했던모든것을알게되었고,너무나오래마음을괴롭히던모든질문에답을할수있게되었어요.인간사를짓누르고있는비참한거짓과무지를꿰뚫어보았던거예요.사랑이니가족이니하는이름으로우리스스로만들어우리자신에게불러온고통들,그감옥으로부터탈출한것이지요.우리의이기적인집착이어떻게우리를속이고고통스럽게하는지를보았어요.인간이서로사랑한다는건고양이가쥐를가지고노는것과같다는것,우리는남을사랑함으로써사랑에실패한다는것,그리고우리의사랑에는이미배신이깊이뿌리박혀있다는사실을그는깨달았어요.내면의빛과함께해방이찾아왔어요.-본문중에서

「오쟁이진남자」에서처용은아내의간통현장을목격하고분노대신덩실덩실춤을춘‘대인배’또는역신(疫神)의무릎을꿇린‘왕무당’의이미지를벗어나,애욕(愛慾)의허망함으로부터인간실존의근원적고통을꿰뚫어봄으로써무한한자비(慈悲)의경지에이르는보살(菩薩)로현신(現身)한다.천년넘게무속(巫俗)의전통속에또는저속한스캔들의그늘속에묻혀있던처용은이렇게그명예를회복하게되었으니경하할일이아닌가.”-역자주

깨달음은모든가능성과희망을내려놓은절망의순간에한줄기빛으로다가온다.고통을승화하여자유와해방에이르는구원의빛을발견한다.



3부〈사람이되기위하여〉는사람이되고싶은여우의마음을담은‘여우설화’에서이야기를가져왔다.쑥과마늘만먹으며백일을견뎌인간이된단군의어머니곰,웅녀가먼저있지않았겠는가.여우도웅녀와같은길을걸으려고난을참지만,한여성으로인간사회를견뎌내는것은쉬운일이아니었다.

“전통적인대가족아래서는보통삼대가함께사는데다,시시때때로찾아오는친척들도있고,아예들러붙어사는군식구들까지있었지요.게다가수없이많은역할들이있었어요.이를테면,효성스러운며느리이면서손주며느리인데다,사랑스럽고품위있는아내이면서집안살림을꾸리는훌륭한주부의역할까지-여우가사람이되려면이모든걸해내야했고,그건거의불가능한일이었지요.따뜻한엄마이면서자애로운올케여야했고,찾아오는모든손님에게는친절한안주인이어야했으며,착한이모,고모,기타등등이어야했어요.그녀가해내야할역할의목록은한도끝도없었어요.하지만이모든어려움은,자신의동물적감정과행동을억누르고정숙한부인처럼행동해야하는마지막시련에비하면아무것도아니었어요.”-본문중에서

“사람으로변신하고싶은욕망끝에비참한죽음에이르는여우의이야기「사람이되기위하여」의결론도놀랍고신선하다.“인간이된다는건이만큼어려운일이노라.그러니착하게살아라”하고끝맺는이설화의교훈주의적상투성은“사람처럼보이는우리가실은여우,늑대,뱀,물고기,지네가아닐까?”라는마지막한마디에깨끗이무너진다.”-역자주

욕망과본성을거스르며인간답게산다는일오히려동물처럼살기도쉬운일이아니다.


4부〈아버지를찾아서〉는‘유리설화’와‘주몽설화’를그근간으로하고있다.고구려를세운주몽의아들유리는자신을남기고떠난아비를그리워한다.부정의결핍속에유리는아버지를만나기위해주몽이남긴수수께끼를풀기시작한다.과연주몽이숨긴건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