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의 죽음 (죽음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적당한 거리의 죽음 (죽음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12.00
Description
죽음을 지워 버린 서울. 죽음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파리
현대 서울에는 유사 죽음이 넘쳐난다. 막장 드라마 속 인물이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갑작스레 죽는가 하면, 영화 속 주인공은 전개에 필요 없어진 인물을 손쉽게 처리한다. 체력이 소진된 게임 캐릭터는 곧 ‘리셋’되어 부활하고, 좀비는 좀처럼 죽지 않는 판타지를 반복한다. 도시인들은 대중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죽음을 감상하고 시청하지만 정작 실제로 마주한 죽음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누구도 죽음을 삶의 영역 안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중문화에 재현된 죽음의 양상은 비슷하지만 프랑스 파리가 실제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서울과 조금 다르다. 파리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의 공동묘지를 즐겨 찾는다. 이곳에서 데이트와 산책을 하고 탭댄스를 추며 일상을 보낸다.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자 옆으로 가장 역동적인 삶의 모습이 나타난다. 파리의 묘지에는 삶과 죽음이 조용히 공존한다.

이 책은 근대화를 거치는 동안 도시에서 멀어진 서울의 묘지, 도시가 끌어안은 파리의 묘지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고찰한다. 화려함과 생기로 가득 찬 서울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파리의 묘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모습, 바로 삶에 대한 성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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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bookjournalism.com
저자

기세호

저자기세호는서울대학교공과대학건축학과에서건축학을전공하고동대학원에서건축이론을공부했다.건축과도시에서잘드러나지않는부분,감추려고하는부분에관심을갖게되어〈근대화로인한묘지와도시사이의거리변화에관한연구-파리와서울의비교를통해-〉라는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현재는동대학원박사과정에서관련연구를이어가고있다.

목차

1_죽음을부정하다
유사죽음의시대
도시묘지의행방불명
불가분적관계에대하여

2_죽은자와산자를잇다
두번째집
망자의도시,네크로폴리스
파리,이노상,향수
내죽으니그리좋나!

3_묘지,추방되다
공간은살해당했다
조각난도시
도시와묘지의적정거리
죽음의풍경이사라진도시

4_파리와서울에서죽다
파리의묘지에는삶과죽음이공존한다
서울,추방당한죽음
다시,죽음에게말걸기

에필로그;묘지에서삶을보다



북저널리즘인사이드;죽음을기억하는삶

출판사 서평

“묘지는공공산책로이며만남의장소였다.봉안당옆에는상점이있었고회랑에는수상쩍은여자들이어슬렁거렸다.축제도여기에서열렸다.이렇게묘지에서전율을느끼는것이예삿일이었다.”

역사가요한하위징아의묘사처럼,중세프랑스파리에서묘지는매우자연스러운풍경이었다.가장많은인구가밀집되어있고가장생기가넘치는도시한복판에공동묘지가자리했다.묘지는항상상인과호객행위를하는매춘부로떠들썩했고,시민들은그주위를자유롭게활보하며일상을보냈다.

근대화가진행되는사이,파리의묘지에도변화가일어났다.19세기중반오스만남작은파리를전통사회에서근대도시로탈바꿈시키고자묘지개혁계획을수립했다.파리북쪽으로멀리떨어진곳에묘지를옮기려는의도였지만,이는시민들의완강한반대에부딪혀무산되었다.시당국은죽은자를삶의터전가까이에두고그들과긴밀하게관계를유지해나가고싶어하는시민들의뜻을받아들였다.그모습이현재까지도남아,도심속묘지를찾는시민들의발길이이어지고있다.

전통사회의서울역시죽은자를경외하며존중하는태도를보였다.조상을경외하며숭배하는태도는제사,성묘등더욱관습화된의례문화로발전해나갔다.마을인근에공동묘지가자리를잡았고,백성들은수시로챙겨야하는행사가아니어도일상적으로이곳을찾아들었다.

그러나서울과묘지의거리는일제강점기에이르러급격히멀어지기시작했다.근대화가진행되는동안군사시설,광산개발시설등을이유로넓은땅을차지하고있던묘지는점차서울밖으로밀려났다.해방이후에도학교와주택,공장을짓는데걸림돌로인식되면서유배를떠나듯멀리도시밖으로옮겨졌다.묘지는점점사람들의기억속에서잊혀갔다.

그결과오늘날의도시인들은죽음을피하고꺼리며,삶과완전히분리된특별한사건처럼여긴다.죽음이추방당한서울은화려한불빛과즐거운일들로가득하지만,망자의곁에서지난날을돌아볼공간을허락하지는않는다.그러나빛으로만가득한공간에선오히려빛의존재를,그소중함을알수없듯우리도죽음을기억하지않고서는삶의깊이를온전히느낄수없다.

현재우리는1년에두어번,큰일이있을때만묘지를찾는다.몇시간이넘게달려묘지를방문하지만머무는시간은30분이채되지않는다.반면파리의공동묘지들은‘묘지투어’로불릴만큼관광명소로인기가높다.어쩌면우리가잃어버린것은묘지그자체일뿐만아니라,파리사람들처럼죽은자곁에서조용히삶을성찰할기회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