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 (김명지 시집)

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 (김명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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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b판시선 24번째로 김명지의 시집 ≪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가 나왔다. 이 시집은 2010년에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으로, ‘엄마가 닿지 못한 나이 그 나이를 넘어’선 ‘나를 돌보는 데 익숙지 않아 누군가를 돌’보며 어느새 ‘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에 이르렀다고 고백하고 있다.
늦깎이로 문단에 나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은 현재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느 곳이든 달려가 힘을 보태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얼마나 정신없이 살았으면 “잠시 앉았다 가자”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니/그날이 우리에겐 최초의 찰나였거늘” 매 순간 “첫”이 아닌 날이 없었다고 중얼거린다.
“오래 앓”고 난 후 “꽃이 태어나”듯 생명을 새롭게 얻은 이 시집에는 아련하고 애달픈 삶의 잔영이 진하게 남아 있다. 완경을 코앞에 둔 시인은 “여자에 이를 날 고대하던 딸을 남겨두고/완경에 이르지 못한 채/한숨 깊은 세상을 버린/어미를 그리워”(〈사모곡〉)하며 “신열”을 앓기도 한다. 아마 무척이나 외롭고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토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릇,/세상 모든 사랑은 붉어라”.
시집에는 외롭고 쓸쓸한 잔상들로 가득하다. 〈아버지, 마트료시카〉 〈백중〉 〈사모곡〉 〈순댓국 한 그릇에 공깃밥 둘〉 〈아버지가 보낸 봄〉 등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이 묻어둔 가족 이야기가 아프긴 하지만 마냥 절망스럽지 않으니, 그것은 시인의 고백에 담긴 진실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시인은 “지상의 외롭고 고단하고 때때로 쓸쓸한 사람”들에게 “함께 붉어”지자고 말을 건네고 있는데, 그 때문일까 〈순호 씨와 아가〉 〈엄마라는 소리〉 〈폭낭〉 등에서 “고향 언덕배기”를 닮은 이웃들은 〈한 무더기의 고향〉처럼 서로를 위로하며 어루만지고 있다.
이민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그의 시를 읽는 일은 붉은 마음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는 살면서 만나면서 헤어지면서 죽음을 대하면서 언제나 붉어졌던 날들을 이 시집에 차려 놓았다. 일편단심(一片丹心), 그의 시는 한 가지 생각으로 마음을 모을 때마다 먹는 음식, 절식(節食)이다”라고 하면서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열정과 순수의 상징을 띠고 있다. 몸을 사르는 불길처럼 뜨겁기도 하고, 귀신도 근접할 수 없이 순결하”다고 평하고 있다.
또 정희성 시인은 김명지 시인의 이 순결한 ‘붉은 마음’에 대해 “사정이 그러함에도 시인은 제 앞을 생각하지 않고 넓게 세상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 이게 시인이다. 맹목이 아니고서야 어찌 시인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면서 김명지의 ‘첫’ 시집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

김명지

저자김명지는1965년전남여수에서출생하여강원도속초에서성장.2010년≪시선≫으로등단.현재푸드컨설턴트로일하고있으며,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5

제1부
아버지,마트료시카 12
봄동 14
능소화지는골목 15
이월의초상 16
목련 18
꽃이태어나는시간 19
벚꽃엘레지 20
화양연화 21
눈물,라크리메 22
비문 24
그녀,정선 26
백중 28
가을이다갔네라고말하던그시간 30
잠기다 32
생즉사사즉생 34

제2부
은혜식당 36
민들레의말 39
사모곡 41
해질녘파리크라상에서김태정을읽는다 44
굴비예찬 46
한무더기고향 47
순호씨와아가 48
물밥 50
지금은사라진성북역에서 51
사랑 52
엄마라는소리 53
광화문비가 54
척산온천장에서 56
신문을보다가 57

제3부
곤드레밥 60
그날 62
폭낭 64
가을담쟁이 65
어린꽃봄꽃인아해들아 66
노래하다 69
담배가게아가씨 71
섣달그믐 73
묵화2 74
서어나무숲에들다 75
순댓국한그릇에공깃밥둘 76
유물론 78
사랑이라말하자 79
아픈밥 81

제4부
너는나의봄이다말하리 84
보고싶다 85
기억을갉는기억 86
봄에하는생각하나 88
당부 90
붉은벽돌집에꽃이피었다 91
아버지가보낸봄 93
심장같은사랑이라니 95
낙화 96
첫, 97
그해겨울 98
족제비가족 101

해설|이민호 103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순댓국한그릇에공깃밥둘〉


아주오래전
아이를놓치고시장통을터덜터덜걷는데
배가너무고팠다

이천원짜리순댓국집에들어
사정없이뿌려진들깨가루를걷어내고
비닐포장을쿡쿡찌르는비린내
구부러진허리를버린새우젓을내려다보며
그래도먹어야한다고생각했다

그후오랫동안순댓국을먹을수가없었다
한달내내우기인허름한골목속
우기의추위를건너려고
순댓국집문을밀었다

탁자여섯개
서른쯤되어보이는부부가아이다섯을데리고와
순댓국세그릇에공깃밥일곱개를시켰다

망설이며숟가락을부딪치는소리,
오래전놓쳐버린내아이가
탁자앞에앉아
저도공깃밥을시키고있었다

순댓국한그릇에공깃밥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