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표범 -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8

인간 표범 -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8

$14.00
Description
“그 눈, 그 입, 그 사지로, 검은 인간 표범은 자신의 아름다운 먹이에게 달려들었다.”
에도가와 란포가 창조한 일본 최초의 탐정 아케치 고고로의 활약상을 16권으로 집대성하는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의 여덟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1934년 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2회 휴재를 하며 〈고단구락부〉에 연재되었다. 구로이와 루이코의 〈괴물〉과 무라야마 가와타의 「악마의 혀」에서 착상을 빌려 인간이 짐승으로 변하는 괴담으로 출발했으나 결국 〈거미남〉(‘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3권) 이후 각광 받은 모험 활극으로 완성되었다. 이 소설에는 ‘에로그로’의 시대상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소설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어느 겨울 밤, 히로코가 일하는 카페 아프로디테에 온다라는 기괴한 사내가 나타난다. 두 눈에 푸른 광채를 띠고 돌기가 돋은 거무죽죽한 혀를 날름거리던 짐승 같은 사내는 히로코를 납치하고, 이를 추적하던 연인 가미야 요시오는 온다의 소굴에 갇혀 그녀가 살해당하는 참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1년 후, 새로운 연인인 레뷔 가수 에가와 란코가 또다시 온다의 표적이 되자 가미야는 아케치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무참히 살해당하고, 그 촉수는 아케치의 부인 후미요에게까지 뻗친다.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는 반인반수와 맞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까.’

란포의 이 소설은 일본 장르문학, 그중에서도 탐정소설과 추리소설, 모험 활극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일본에서 그 장르를 창조하다시피 한 작가의 작품만이 줄 수 있는 기원적인 재미를 줄 것이다.
저자

에도가와란포

저자:에도가와란포(1894~1965)
일본미에(三重)현출생.본명은히라이타로.‘에도가와란포’는에드거앨런포에서착안한필명이다.어린시절부터국내외추리소설,그중에서도특히영미계탐정소설에심취하였으며,1923년<신청년>에단편소설2전짜리동전을발표함으로써추리작가로데뷔했다.1925년D자카살인사건에서첫선을보인탐정아케치고고로가큰인기를얻자꾸준히그가등장하는소설을집필했다.본격추리소설외에괴기와엽기,에로티시즘,환상성,초자연성,잔학성등이부각되는작품들을쓰는한편,‘소년탐정단’시리즈등도꾸준히발표하여성인독자는물론어린독자의절대적인지지를얻게된다.에도가와란포가평생에걸쳐쓴작품들은그자체가일본추리소설사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는창작활동외에도평론등을통해해외추리소설을일본에소개하였으며,일본탐정작가클럽을창설하고‘에도가와란포상’을만들어신인작가를발굴하는등일본추리소설의저변을크게확대시켰다.이런이유로오늘날그는명실상부한일본추리소설의아버지로서칭송받고있다.

역자:이종은
이화여자대학교교육공학과를졸업하고,키노에서기자로일했다.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영상이론과에서예술전문사를취득했고,90년대한국,그욕망의투사(<아틀란티스혹은아메리카>수록)등한국영화를다룬글을썼다.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에서한일번역을전공했으며옮긴책으로는<죽음의가시>(시마오도시오)등이있다.‘아케치고고로사건수첩’전권을번역하는중이다.

목차

인간표범9

작가의말276
옮긴이의말278
작가연보280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고단구락부>1934년5월호부터이듬해5월호까지연재했다.인간이다른인간으로변신하는이야기는여러번썼기에이번에는인간이짐승으로변하는괴담을쓰려했다.역시일관된줄거리를충분히생각지않고써서전체적으로완결성이부족한감이있다.매달집필하면서어떤달은좀흥미로운이야기가떠오르는가하면어떤달은너무시시한이야기만떠올라내고질적인문제가노출되었다.하지만당시오락잡지들은이런유치한읽을거리를원했기때문에내장편은꽤수요가많았다.”

역자의말

“처음부터범인을밝히고시작하는까닭에다른소설들에비해트릭이나추리요소가적은이소설에서가장큰미스터리는인간표범의정체인지도모릅니다.하지만그비밀은최후까지밝혀지지않고그가어떻게세상에태어나게되었는가는여러가설로만남을뿐입니다.오우치시게오나등여러평론가들은그런모호한결말이이소설의가장큰결점이라고지적하는데,신보히로히사는이소설이연재된시기에군부의비상체제가강화되어‘에로그로’에대한탄압이심해졌기에암시로끝냈을것이라고변명해주면서도,그이상자세히밝히면너무황당무계해지기에자제한것일수도있다는의견을밝힙니다.
‘에로그로’란에로틱과그로테스크의합성어로쇼와초기의문화풍조를가리키며1929년대공황이후2·26사건이일어났던1936년까지의시기에해당합니다.<마술사>서두에서매일같이끔찍한사건들이신문지상에오르내린다는서술처럼이시기에실제로엽기적인사건들이많이일어났으며신문사들은경쟁적으로선정적인기사를내보냈습니다.대중문화에서도이런경향을띤작품들이큰인기를얻어주류를차지하게되지만,황도파청년장교들의쿠테타인2ㆍ26사건으로계엄령이선포된이후군부의권력은더욱강력해지고‘에로그로’에대한탄압은심해집니다.
<음울한짐승>으로엽기붐을일으킨장본인이나다름없는에도가와란포는검열로인해이런작품을더이상쓰지못하자<괴인이십면상>을비롯한소년탐정물로전향했습니다.<흡혈귀>에서처음으로등장했던고바야시소년이소년탐정단을이끌고아케치탐정과함께사건을해결하는소년탐정단시리즈가시작되는것입니다.”

책속에서

“작은동물이집요하게공격하자온다는또격정적으로발을굴렀다.양쪽발을교대로차며두손을가슴앞에꽉쥐었다.가미야에게는들리지않겠지만틀림없이아까처럼이를갈고있을것이다.그는정말이지형언할수없이섬뜩한광란의춤을추기시작했다.인간이라면그모습을보고벌벌떨며줄행랑치겠지만,개였기에도망치기는커녕오히려더맹렬히덤벼들었다.
하지만다음순간,실로엄청난일이벌어졌다.가미야는그때그무시무시한광경을영원히잊을수없었다.”(19쪽)

“그후약30분간가미야는무엇을보고들은걸까.지옥도그런지옥이없었다.세상의온갖음습한것,참혹한것,외설적인것,모든색채와동작과음향이그의뇌수를표백하고,눈을멀게하며,귀를막았다.
마침내지나치게흥분한온다가격정의여파를해소하지못하고미친듯이뛰어다니다가그의시야에서사라졌다.그러자그뒤로인간의형태를잃고반짝거리는빛이어지러이흩뿌려졌다.한여성의혼이유례없는고통속에서승천한것이다.이로써가미야는연인의혼과육체를모두이세상에서완전히떠나보내고말았다.”(43쪽)

란코는당장이라도죽을것처럼비명을지르며상대의손에서스르르빠져나와공처럼굴러흰타일이깔린욕실로들어갔다.
“우하하하……,이젠독안에든쥐네.알았나.이욕실에는창문이하나도없어.다시말해너는내주문에걸려든거야.”
야수의벌거벗은검은육체가네발로기어어슬렁어슬렁타일계단을내려왔다.
어느새란코는욕조에머리까지담그고있었다.
인간표범은쥐를희롱하는고양이처럼바로습격하지않고타일세면장에웅크려고개를숙인채푸른빛이발산되는눈으로아주흥미롭다는듯이물속의먹이를노려봤다.(114~115쪽)

아케치일행은군중들뒤쪽의약간높은장소로가서천막지붕경사면에서벌어지는격렬한체포극을감상했다.
시커먼양복차림의인간표범은그의본성인사족보행으로광활한흰텐트천을종횡무진뛰어다녔다.하지만추격자중에는야수못지않은곡예의명수가두세명있었다.더군다나도망자는한명,추격자는열명가까이다.제아무리인간표범이라도서서히지붕구석으로몰렸다.
“저놈도슬슬운이다했나보네.뛰어내릴건가.그게아니면…….”
쓰네가와경부가그렇게중얼거릴때그의생각을알아맞히기라도하듯이검은표범은지붕끝에서멋진도약을했다.(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