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아프리카 코이산족 채록 시집)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아프리카 코이산족 채록 시집)

$11.50
Description
단절과 회의懷疑의 시기,
세상의 처음을 만들고 바라보는 이들과
시간의 반복 속에서 ‘우리’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안내하는 새롭고 오랜 안부
“부시먼”.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서구/식민지개척자/문명이 붙인 이름(부시먼)으로, 그들이 부여한 역할[노예, 괴물, 동물, 야만인, 열등함과 과장된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몸(사르키 바트만), 순진무구한 바보(영화 〈부시먼〉)]로 그들은 우리에게 꽤 친숙한 타자였다. 그러나 그 친숙함에 비해 부시먼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샴)으로, 발화의 주체가 되어 말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언어화되는 기회는 드물었다.

W. H. 블리크라는 연구자에 의해 채록된 이 연도미상의 이야기들은 ‘부시먼’의 땅이 식민지가 된 착취적 시기에 발화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록이다. 최초의 현생 인류이자 늘 지구의 이방인이었던 코이산족(코이코이족과 산족을 함께 이르는 말)의 역사와 그들이 세상의 처음을 만들고 바라봐온 기록, 무수히 뜨고 지는 태양과 별에 포개어지는 삶에 닿아보는 일은 “주술, 교감, 공생, 연결, 사람 같은 말들이 그 힘을 잃어가는 요즘”, “폭력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사랑의 시간”(안희연 시인)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저자

코이코이족

가장오래된현생인류로알려진이들은석기시대후기부터지금까지아프리카남부칼라하리사막부근에서수렵·채집을하며살아간다.혈통적으로유사해이두부족을함께이를때“코이산족”이라고도부른다.

목차

1.별들은여름에수군대는걸좋아해
말하는별들
비를부르는무당
새떼들
달과깃털
새로뜬달님에게바치는노래
은하수를만든소녀
안개와토끼
달의비명
별들에게불꽃뿌리기

2.죽은자의발자국속으로는비가내린다
바람이부는이유
죽은자의발자국속에고인빗물
네가지바람의노래
영혼의인간
사자를쫓는재채기
고슴도치잡기
자칼구름
▲샴의예감
늙은엄마
연기를피우는피
싸틴

3.우리는별이야하늘을걸어야만해
태양과달그리고별들
달의기원
쏟아지는구름소리때문에
끊어진활시위의노래
그렇게우리가왔다오
아침에는난갈퀴를들지요
사자꿈
늙은▲카겐
루이터이야기
그대의이름은무엇인가
새벽심장별

옮긴이해제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별이야하늘을걸어야만해”
‘하늘’과‘땅’,‘우리’를이어온,겪은적없이떠오르는기억

가장오래된현생인류,여전히수렵ㆍ채집을하며살아가는사람들
노예로,괴물로,야만인으로끝없이타자화되었던이들이자신의이름으로남겨온이야기

“부시먼”.그리낯설지않은이름이다.서구/식민지개척자/문명이붙인이름(부시먼)으로,그들이부여한역할[노예,괴물,동물,야만인,열등함과과장된섹슈얼리티를드러내는몸(사르키바트만),순진무구한바보(영화〈부시먼〉)]로그들은우리에게꽤친숙한타자였다.그러나그친숙함에비해부시먼이스스로를부르는이름(▲샴)으로발화의주체가되어말하는이야기가우리에게언어화되는기회는드물었다.
산족(부시먼)언어연구자였던W.H.블리크가자신의집에서일하던산족하인들로부터채록한이연도미상의이야기들은‘부시먼’의땅이식민지가되고그들일부가백인이주민의노예로살아가던착취적시기에발화되었다는문화적ㆍ역사적조건을감안하더라도입에서입으로전해온코이산족자신의이야기를들어볼수있는흔치않은기록이다.『별들은여름에수군대는걸좋아해』는W.H.블리크의채록으로제작된책가운데가장시적인이야기가많이담긴『부시먼민담집』을원작으로두고있는책으로,아프리카문학ㆍ문화연구자이자사르키바트만(백인에의해인간전시에동원되었던코이코이족여성)의삶을다룬연극〈사라바트만과해부학의탄생〉의작가이자연출가인이석호선생이남아프리카공화국유학시절이책을발견하고일부를골라옮기며탄생했다.최초의현생인류이자여전히수렵ㆍ채집을하며살아가는사람들,노예로또는야만인으로늘타자화되었던이들에게서그들이믿는것,잃은것,지키는것,살아가는것에대한이야기를듣는일은“주술,교감,공생,연결,사람같은말들이그힘을잃어가는요즘”,“폭력도차별도없는완전한사랑의시간”(안희연시인)으로우리를안내할것이다.


‘문명의진보’라고믿었던모든것들을의심하게된시기,
세상의처음을만들고바라보는이들과
시간의반복속에서‘우리’를연결하는이야기가안내하는새롭고오랜안부

이책에실린시들이채록된때는남아프리카케이프가네덜란드의식민지였던시기다.코이코이족과산족원주민들은식민지가된고향케이프를떠나는것이금지되어있었고그곳에서일부는여전히수렵ㆍ채집생활을,일부는백인이주민들의노예로살았다(더러는인신매매등의형태로타국에서노예의삶을살기도했다).
이책에는갑작스레일상과땅을빼앗긴이들이착취속에서잃은것을큰소리로기억하고부르는세계가있다.그리고그한편에는별들의소리가들리고소녀가은하수를만들고죽은자의발자국엔어김없이비가내리는세계가흘러간다.
이시집은세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
1장‘별들은여름에수군대는걸좋아해’에는코이산족의신앙과세계관에닿아볼수있는시들이다수담겨있다.최초의현생인류인그들이세상을만들고바라봐온감각과만나고,자연세계와그들이맺는관계에간접참여하며오랜신앙의대상인별과달을향한코이산족의노래를들어볼수있을것이다.팬데믹과함께‘문명의진보’라고믿었던많은것들을의심하게된시기,세상의처음에서흘러나오는이야기들과익숙한듯새롭게공명해볼수있을것이다.

할아버지오두막에서잠을잘때마다
난늘그곁에앉아있곤했지
밖은추웠어
난할아버지에게묻곤했지
내가들은소리의정체에대해
꼭누군가말하는소리처럼들렸거든
할아버지는말씀하셨지
별들이수군대는소리라고
별들이‘차우!’라고수군대는구나
‘차우!차우!’라고말이야
-「말하는별들」에서

그는우리식구였어
우린그를▲쿤이라불렀네
그는비를부르는사람이었지
그리고종종비를내리게했지
그는비의머리카락을만들어
부드럽게흘러내리게도했지
비에게두다리를만들어주고는
든든한기둥처럼흐르게도했지
또가끔은구름을불러세워놓고
한바탕연설을늘어놓기도했어
그는정말비를부르는무당이었어
-「비를부르는무당」에서

2장‘죽은자의발자국속으로는비가내린다’에서는코이코이족과산족의생활상과죽음관을주요소재로하는시들을볼수있다.

내리는비는그렇게
죽은자의발자국을지우고
흐르는빗방울은그렇게
그가알고그를알린모든것들을
산산이부수어버려
죽은자의발자국속으로는
비가내리지
-「죽은자의발자국속에고인빗물」에서

식민경험과인종차별,심지어는아프리카내에서도인종서열최하위로핍박을받은이들의역사에는최초의현생인류이자늘지구의이방인이었던아이러니가있다.그러나1,2장에실린시들은자연세계안에서이들이얼마나깊은내부자인지를느끼게한다.‘어른이아이에게별의소리를듣는법을알려주던기억’,‘해와별이뜨고지는풍경’의반복으로태초와지금을단숨에연결하는그이야기를듣다보면자연의일부로살아가는몸의감각에조금가까워진다.겪은적없지만떠오르게될기억들이이장들에있다.
3장‘우리는별이야하늘을걸어야만해’에는백인이주민의노예이자식민지인으로서말하는이야기들이주로담겼다.당시의착취적상황과식민지기이후인종주의를흡수한아프리카내부종족주의에의해‘애매한(황갈색의“오염된”)피부색’이라는이유로핍박받게되는부시먼의역사를생각하며읽게되는장이다.

양치기루이터는
사람들에게알렸습니다
그가고통을느낀다는것을
백인들이믿지않는다고
그가죽기직전까지매를맞았다는것을
백인들이믿지않는다고
루이터는알고있었습니다
자신은결국죽게될운명임을
그는속삭이듯
반복적으로말했습니다

나는양떼들을돌보았어요
나루이터는,양떼들을돌보았어요
-「루이터이야기」에서

각장을하나의단위로살펴보는방법외에도자유롭게펼쳐읽거나‘새벽-아침-정오-저녁-밤-새벽’으로이어지는전체시배열의시간적흐름을느껴가며읽는것이이책을보는여러방법중하나일것이다.


“폭력도차별도없는완전한사랑의시간”으로미끄러지는길
“입에서입으로,과거에서현재로흘러왔고흘러갈이이야기들이당신의마음에불꽃을일으킬거예요.”

“이책에수록된시들을읽는동안정신이열리는경험을했습니다.마치다른차원으로건너가는미끄럼틀을탄것같았어요.지금여기가아닌저너머,아주먼과거로순식간에빨려들었지요.…지금이곳의현실이각박하면각박할수록,내안에영혼같은건한방울도남지않았다는생각에몸과마음이상해갈수록그시간이더욱그리워집니다.주술,교감,공생,연결,사람같은말들이그힘을잃어가는요즘,동아줄을붙잡듯이시들을붙잡습니다.…입에서입으로,할아버지에게서아이에게로,과거에서현재로흘러왔고흘러갈이이야기들이당신의마음에불꽃을일으킬거예요.

내신발은이제곧
달로변할거야
달처럼빛나
숲속어둠을뚫고
길을밝힐거야
땅도밝힐거야
그러면나는집으로돌아갈수있게될거야
-「달의기원」에서

그렇게걸어간길의끝엔밥짓는냄새,환한불빛이새어나오는집,폭력도차별도없는완전한사랑의시간이자리하고있으리라는믿음으로요.”-안희연(시인)

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는개인의불멸은믿지않지만우주적차원의불멸은믿는다고이야기하며우리의육체적죽음너머로우리의기억과태도가남을것이라고말했다.오래전부터세상을만들고듣고바라봐온이야기,자연과인간이서로를끝없이“데리러가고”“데리러오는”풍경,길잃은모두가결국엔“집으로돌아가는”기억들….『별들은여름에수군대는걸좋아해』는첫어른이다음아이에게,두번째어른이또그다음아이에게별의소리를듣는법과사냥하는법을알려주는소리들,무수히뜨고지는태양과별과달로부터우리의지금까지를설명하며읽는이로하여금겪은적없는무언가를기억하게한다.

우리가기다리는저별,
저별은가장마지막순간에나타날거예요
역시저산너머로
그리고누구못지않은속도로
하늘을빠르게기어올라
저망망한하늘을가로지르며
뜨기와뛰기를반복할거예요
-「태양과달그리고별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