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가장 어두울 때의 사랑에 관하여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가장 어두울 때의 사랑에 관하여

$15.50
Description
테러, 희생, 추모, 전쟁 같은 두렵고 참혹한 단어 속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기적 같은 9·11 이야기
2001년 9월 11일, 납치된 여객기들이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부 청사에 충돌한다. 세상을 결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참사의 순간, 미국 상공에는 4546대의 비행기가 운항 중이었다.

이 책은 하늘 위에서 갑자기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사고 이후 일주일을 들여다본다. 갑작스레 납치의 위험 속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어깨에 지게 된 조종사들, 그런 조종사들을 도와 외딴 공항에 비행기 수십 대를 안전하게 착륙시켜야 하는 관제사들, 보안 검색과 대피소 마련을 비롯해 일주일 동안 지역 인구와 맞먹는 대규모 피난민들의 의식주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까지 보살피려 나서는 섬 주민들, 기내에 방치된 동물을 일일이 찾아내 돌보는 활동가들, 무엇보다 하루아침에 삶의 뿌리가 흔들린 채 내려앉은 낯선 땅에서 낯선 환대를 받으며 어쩔 줄 모르는 “비행기 사람들”까지. 테러, 희생, 추모, 전쟁 같은 두렵고 참혹한 단어로 뒤덮인 9·11 이야기에서 이 책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보석 같은 진실을 꺼내 보인다.

재난이 상수인 시기, 고립과 경계만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이때에 타인에 대한 따뜻함과 신뢰를 잃지 않으며 고통과 두려움에 맞설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타인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이야기하는 은유, 정세랑, 정혜윤 작가가 이 책을 추천하며 찬사를 보냈다.
저자

짐디피디

저자:짐디피디(JimDeFede)
언론인으로,워싱턴주스포캔의《스포크스맨리뷰》와《마이애미뉴타임스》에재직하며수상한경력이있고《마이애미헤럴드》에서대도시논설을담당했다.《토크》,《더뉴리퍼블릭》,《뉴스데이》등에도글을기고했다.현재는CBS마이애미지국취재기자이며,주간방송〈페이싱사우스플로리다〉를진행한다.

역자:장상미
대학에서의류학을전공하고대학원에서시민사회운동을공부했다.번역자원활동을하던시민단체에서상근활동가로일하며사회운동관련출판번역을시작했다.2012년부터는‘어쩌면사무소’라는공간을만들어운영했고,거주하던재개발지역의마지막모습을담은독립출판물『지금은없는동네』와어쩌면사무소의전후과정을기록한책『어쩌면이루어질지도몰라』를썼다.옮긴책으로『일하지않을권리』,『재난불평등』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첫째날9월11일화요일
둘째날9월12일수요일
셋째날9월13일목요일
넷째날9월14일금요일
다섯째날9월15일토요일
여섯째날9월16일일요일

에필로그
9·11그후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세상이망가지는순간
사랑과돌봄,환대를놓지않은사람들의이야기

2001년9월11일,납치된여객기들이세계무역센터와미국국방부청사에충돌한다.세상을결코사고이전으로돌아갈수없게만든참사의순간,미국상공에는4546대의비행기가운항중이었다.
이책은하늘위에서갑자기갈곳을잃은사람들의사고이후일주일을들여다본다.어디를향하고있는지알수없는불안함과가족과친구가다치지는않았을까걱정하는마음,내가타고있는비행기에도테러범이있을수있다는의심속에서그들은목적지로부터한참떨어진낯선곳에불시착한다.
인구1만명이사는캐나다의작은섬마을뉴펀들랜드갠더에는35대의비행기와6595명의승객과조종사,승무원이착륙한다.놀랍게도한주동안갠더와그주변마을사람들은모두자기일을멈추고이낯선타인을무조건적으로보살피고돕는다.마을보안관은전화로부탁받은포옹을대신전하려온마을을돌고,초등학교선생님은이들이가족에게소식을전하도록전세계로팩스를보내준다.처방약이필요한승객들을위해마을의약사들은십여개국에전화를돌려처방전을해석하고맞는약품을새로찾아낸다.주민들은너나할것없이자신의집과샤워실을내주고동물보호소직원들은수하물칸을비집고들어가비행기안동물들을구출하고보살핀다.공포와충격속에서승객,승무원,조종사를비롯한“비행기사람들”은마을사람들의환대와돌봄에빠르게안정을되찾고마음을회복한다.인간이인간을가장처참하게대한날한편에서는인간이인간을조건없이껴안았다는기적같은사실을담은책으로,재난이상수인시기“점점왜소한인간,고립된인간을양산하는이때에인류애를회복할수있는귀한책”(은유,에세이스트)이다.


“타인은지옥이아니라천국임을믿게하는책”
9?11테러20주기,왜이이야기를다시읽어야할까?

그동안국내에는잘알려지지않았던이이야기는이책을원작으로한브로드웨이뮤지컬<멀리서온사람들comefromaway>이입소문을타면서최근몇년사이소셜미디어를중심으로조금씩언급되기시작했다.팬데믹이후불신과경계를통해안전이확보된다고믿게된시기,이이야기가여전히힘을잃지않는이유는무엇일까?

“인간내면에는회복력,관대함,용기가깃들어있으며그것이재난을극복할유일한힘이되어준다는것,지구에서이미그렇게살아낸사람들이있다는사실이크나큰위안을준다.타인은지옥이아니라천국임을믿게하는마법같은책이다.“
-은유(에세이스트)

“선의가픽션속에만존재하는것같은날에이책을펼쳐본다면,실컷운다음신뢰를찾을수있을것이다.”
-정세랑(소설가)

9?11테러로소방관아들을잃은어머니이자뉴펀들랜드에비상착륙한승객중한명이었던해나에게는뉴펀들랜드에서의시간이슬픔과고통속에서도기댈수있는언덕이되었다.그의딸퍼트리샤는다음과같이말한다.

“때로엄마의얼굴에그늘이드리우곤해요.그러다가말씀하신것처럼어떤생각을하면다시환하게밝아져요.살다보면슬픈일이일어나요.좌절도겪고.하지만그런와중에도좋은기억이라는게생겨요.받아들이기힘든말일지몰라도,좌절에좋은추억이담기는거예요.가장깜깜한순간에누군가한줄기빛을비춰주어잊고싶은기억속에따뜻한온기를더해주는거죠.”(290p)

이책은고통과따뜻함이공존할수있다는것을알려주는책이다.불안하고두려운상황에서도타인을향한마음의곁을포기하지않는것이사람을얼마나단단하게회복시키는지를보여주는이야기다.인간에대한신뢰를놓지않고두려움과좌절을마주해나갈수있는가능성과영감을전하는책이기도하다.

“온갖파괴적이고무의미한일이벌어지는세상에서,인간성을격하시키는하찮은뉴스가난무하는사회에서,특히인류를위한희망이절실하게필요한이시기에인간이무엇을할수있고,어떤존재일수있는지이이야기속인간의모습을영원히살려놓고싶다.”
-정혜윤(에세이스트)


어디서나실재하는폭력과억압,불평등속에서
인간이언제나환대와신뢰를선택할수있다는가능성

이이야기는우연히일어난기적같은이야기로만남지않는다.2021년,저자는그날의사람들을다시만난다.그들은여전히동화속같이따뜻한삶을이어가고있을까?
20년이흐른지금,뉴펀들랜드는조금달라진모습이었다.팬데믹조치로이방인의방문이통제되고있었고“비행기사람들”과여전히인연을이어가는마을사람들이있는반면소식이끊긴사람들도있었다.뮤지컬의성공으로일부주민들에게만관심이집중되자이를시기하는시선도있었다.그러나그날을계기로평생뗄수없는인연을만난사람들도있었다.무엇보다2001년9월의뉴펀들랜드를기억하는사람들은모두그시간이세계와타인을바라보는관점을바꿔놓았음을분명히느끼며살아가고있었다.
저자는다시찾아간이들로부터아름다운소식만떼어내소개하지않는다.20년전그들이만든기적같은시간은특별한사람들이이뤄낸특별한일이아니었음을분명히한다.저마다의약점을가지고사는평범한사람들이만든날들이었기에오히려누구에게나언제든지그런기적의가능성이열려있다고이야기한다.
갠더시민들이보여준환대는분명특별하지만,인류역사전체로보면익숙하고도보편적인모습이기도하다.리베카솔닛이책『이폐허를응시하라』를통해생생히재현했듯이,거대한재난을마주하면각자도생의지옥도에빠질거라는통념과달리기존의질서를뛰어넘어모두를위한‘재난유토피아’를형성한사례가무수히많다.9·11테러당시에도척박한환경에서끈끈한공동체를유지해온갠더뿐아니라냉정한자본주의의상징이던뉴욕한복판에서도그런일은일어났다.서구사회만큼발언력과파급력을갖지못했을뿐,전쟁에휘말린아프가니스탄과이라크에서도마찬가지였을것이다.이책의빛나는지점은한때의일시적미담을소개하는것이아니라어디서나실재하는폭력과억압,불평등속에서인간은언제나환대와신뢰를선택할수있다는가능성을보여주고자하는데있다.타인과마음의곁을나누는것이두려움과고통에맞서는가장강력한무기임을이책은설득하지않으며깨닫게한다.




<책속에서>

미국상공에서운항중이던민간항공기4546대가저마다착륙할곳을찾느라허둥지둥했다.하지만영공폐쇄명령이가장크게영향을끼친대상은대부분유럽에서출발해대서양을가로지르며미국으로비행중이던국제항공편약400대였다.
비행기중일부는출발지로회항할수있었지만,대부분은캐나다에착륙하는수밖에없었다.자국국경을보호하려는의도라고정당화하긴했지만,미국정부는그비행기들이안고있을잠재적인위협을손쉽게이웃나라에떠넘기고있었다.캐나다당국은그중어느항공기에테러범이있을지전혀알지못했다.사실,양국법집행기관모두그중에테러범이잠복한비행기가있을것으로의심했다.그런위험에도불구하고캐나다는주저없이갈곳잃은비행기를받아들였다.(pp.19~20,프롤로그)

엘리엇은상황을간파했다.텔레비전에펼쳐진사건을볼때미국은혼돈상태일듯했다.대통령은소재가불분명하고육군이집결하고있었다.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지누구도알지못하는것같았다.분명몇시간정도로끝날일이아니었다.시장은계산하기시작했다.비행중인항공기50대에승객과승무원이대략250명씩타고있다면앞으로몇시간안에1만2000명이상이갠더에착륙할것이다.아무도비행기에서내리지않는다쳐도,그만한인원이먹을음식을마련하는일만해도갠더만한도시로서는보통일이아닐것이다.
엘리엇은가만히손놓고있을수없었다.승객들이밤새고립될경우에대비해야했다.시청안에긴급대응반을꾸리고,필요하면협조를요청하라고지방자치단체에두루연락하기시작했다.(p.40,첫째날)

기다리는동안크노트는수석사무장을조종실로불러뉴욕과워싱턴에서벌어진사건에관해알려주었다.다른승무원에게는알리지말고,승객귀에도절대소식이들어가지않게주의하라고했다.캐나다까지는아직두시간더가야하니소동을일으켜서는안되고,무엇보다혹시타고있을지모를테러범을자극해선안된다고생각했다.그리고는사무장에게조종실과일등석으로향하는나선계단을식음료수레로막고고정해방어막을치라고했다.납치범이마음먹고달려든다면오래버티지는못하겠지만,접근속도를줄여승무원이대응할시간을벌수는있을거로생각했다.(p.44,첫째날)

‘패티!’
순간비탈레마음속에무역센터남쪽건물의보험회사에서일하는여동생패티가떠올랐다.동생은1년도더전에폐섬유종으로남편을잃었는데,지금은본인마저죽었을지모른다.이제열네살된조카패트릭도생각났다.비탈레는그아이의후견인이었다.
만약생각하기도싫은일이패티에게벌어졌다면자신이조카를직접맡아키워야했다.10대아이를잘키울수있을지,동생과한약속을지켜낼수있을지걱정이밀려왔다.
놀랄정도로많은생각이한꺼번에머릿속을스쳐지나갔다.조카를키우려면아마뉴저지로이사해야겠지.아이더러학교를옮기거나친구들과헤어지라고하고싶지는않으니까.적어도지금은,그렇게많은일을겪은아이에게또그럴수는없어.하지만뉴저지로이주하면뉴욕주경찰을그만두어야할텐데.혹시주소지만브루클린에그대로둘수있으려나.아니면,관할주내에거주해야한다는규정을면제받을수있을까.(p.57,첫째날)

비행기가꼬리를물고줄줄이활주로에들어섰다.
공항울타리에늘어선주민들은차옆에붙어선채로비행기승객에게손을흔들었다.환기도하고폐소공포증으로고통받는승객들에게안정을찾아주기위해문을열어둔비행기도일부있었다.계단이없으니지면으로부터6미터높이에서뛰어내리지않고는내릴방법이없었지만,열린문을통해주민들은누구든지나가는사람에게인사를건넬수있었다.(pp.64~65,첫째날)

시내에서는구세군이지원물품을모아각대피소에전달하는중앙유통처역할을맡았다.지역라디오방송국과공영텔레비전방송국에서는음식,여분침구,헌옷등승객이쓸만한물건이면무엇이든기부해달라고안내방송을내보내기시작했다.승객에게주려고집에서이불,담요,베개등을들고나온사람이주민센터정문에서부터3킬로미터가까이줄을섰다.
지역상인은수천달러어치물품을기부했다.약사오브라이언은지역내모든약국과협력해갑작스레착륙한승객들에게나눠줄각종세면도구를확보하고,칫솔4000개도따로주문했다.(p.71,첫째날)

록샌은뉴욕의현실이상상한것보다더심각하다는걸눈치챘다.상상을뛰어넘을정도로나쁠것같았다.돌아서서밖으로나갈까,잠깐고민했다.오늘밤에이걸꼭봐야만할까?다들피곤해서그런모습을보이는걸수도있는데.밤에푹자고나서보면그렇게까지나빠보이지않을지도모른다.하지만이대로어떻게잠을잘수있을까?록샌은결국텔레비전을보는편이낫겠다고마음을먹었다.
천천히,거의발끝으로걸어강당에모인무리뒤쪽으로돌아들어갔다.고개를들어보니세계무역센터잔해앞에서생중계를진행하는장면이보였다.그순간록샌역시놀라서입을다물지못하고,커진눈에눈물을글썽이며그자리에얼어붙었다.(pp.79~80,첫째날)

휘튼부부는냉장고에있는음식은뭐든지꺼내먹고,전화를걸거나컴퓨터로이메일을보내도된다고했다.위성방송리모컨이어디있는지알려주고,깨끗한수건을건네준뒤부부는밖으로나갔다.원하는만큼머물러도좋으니,있다가나갈때는문을잠그지말고그냥두라고했다.비탈레는두사람에게아무말도못했다.낯선사람을집에남겨두고나가는휘튼부부는별생각이없었지만,비탈레에게는그런신뢰의표현이절실했다.마음의고통을덜어주는특별한행동이었다.여전히머릿속에울려퍼지고있는음악만큼세상이삭막하지만은않다는안도감을주는표지였다.(pp.106~107,둘째날)

남자는뒤뜰에서가족과함께손자의생일파티를준비하는중이라며,혹시함께하겠냐고물었다.패스트는그러기로하고뒤뜰로따라갔다.아이의부모가다른아이가도착하기를기다리며풍선과색종이띠로뒤뜰을장식하고있었다.남자가그날파티의주인공에게패스트를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