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상상되지도, 계산되지도 않는 여성의 일과 시간에 대하여)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 (상상되지도, 계산되지도 않는 여성의 일과 시간에 대하여)

$16.00
Description
‘자투리 시간’에 갇힌 ‘깍두기 노동자’를 넘어서
하루 1시간의 단축근무는 모두에게 이로운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정부의 ‘52시간제’ 도입에 맞춰 국내 굴지의 대기업 H그룹에서는 임금 감소 없이 하루 1시간의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H그룹 소속 B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있었다. 마트 캐셔 노동자들에게는 ‘워라밸’이 필요 없는 걸까? 최저임금을 받는 이 여성들에게는 1시간치 임금이 훨씬 절박한 걸까?
캐셔 노동자가 되어 직접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일하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저자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들이 빼앗긴 것은 돈보다도 ‘시간’임을 알게 됐다. 참여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시간과 일, 삶을 생생하게 포착한 이 책은 사회와 노동시장이 여성을, 이들의 일터에서 여성됨, 나이 듦, 삶과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성별화된 노동시장의 구조 속에서 특히 여성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쉽게 ‘선물’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밝힌다. ‘일-생활 균형’이라는 이상을 빚는 문법은 무엇이며, 그 문법이 왜곡하는 것은 무엇인지, 장시간 노동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선 우리가 중심에 두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저자

이소진

블루칼라노동자가정에서태어나자랐다.동국대철학과에진학했으나학과공부보다는중앙동아리‘맑스철학연구회’와학생운동모임‘달려라진보’에서학생운동에전념하다간신히졸업했다.졸업직전학과내성폭력사건해결에나선것을계기로여성의삶,그리고엄마의삶과나의삶을이해하는언어로서여성학을연구하게됐다.2019년참여관찰연구인「표준노동시간단축이중년여성의일과생활에미치는영향:B대형마트캐셔를중심으로」로이화여대에서여성학석사학위를받았고,우수논문상을수상했다.「시간을빼앗긴여자들」은이논문을재구성하고보완해펴낸첫책이다.현재는연세대사회학과박사과정에재학중이며,마트캐셔직을비롯한블루컬러여성노동과중년여성노동자,청년여성등기존노동연구에서조명받지못했던여성들과여성들사이의차이를주목하며노동연구를이어가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엄마의일과시간을이해하기

1부계산대와‘워라밸’사이에선여자들
1장.아줌마에게‘워라밸’은필요없다?-노동시간단축과지워진목소리들
2장.무엇이노동시간단축을두렵게하는가-문제는‘돈’이다?
3장.생산성의마법,H그룹의노동시간단축

2부계산대는어떻게‘아줌마’의자리가되었나?
1장.주부사원구함-‘엄마’의‘값싼노동’을사는대형마트
2장.최저임금과함께아줌마들이벌어가는것
3장.아줌마의일과시간-가정밖에서상상되지않는‘텅빈시간’너머

3부계산대앞에서사라진한시간이바꾼것
1장.당신이몰랐던계산대앞의일-시간과싸우는숙련노동
2장.사라진한시간과강화된노동강도
3장.휴식도건강도계획할수없는조각난시간

나가며.아줌마와‘워라밸’다시보기-임금보다‘시간의통제권’으로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노동시간단축은‘모두’를위한선물이될수있을까?
‘일-생활균형’의자격은무엇이며,주인은누구인가?
팬데믹이불러온여러변화중에도재택근무와탄력,유연근무제도입확산은장시간노동패러다임전환에대한논의를앞당기는데주목할만한역할을했다.그결과여야를가릴것없이대선주자들의공약으로노동시간단축이거론되고,‘주52시간제’도입이후잠잠했던노동시간단축에대한논의는다시한번적극적으로공론장에오르기시작했다.
이제껏노동시간단축에대한이야기들이오갈때마다노동시간단축을원하고,그로인해삶의변화를맞을이들은특정집단으로상상돼왔다.‘저녁이있는삶’이란표어는9시에출근해서6시에퇴근하는화이트칼라노동자의생활시간으로,‘워라밸’은‘칼퇴근’과저녁회식거부등으로대표되는소위청년층의문화로,‘일-가정양립’에서‘일-생활균형’으로이름을바꾼유연,탄력근무제는출산이나육아로자녀돌봄이시급한여성노동자의필요를충족하는무언가로상상된다.그렇다면누군가의‘저녁있는삶’을위해저녁밥상을차리는사람,‘칼퇴근’개념도희박한일터에서일하며자녀돌봄에서도‘졸업’한중년여성에게노동시간단축은어떤의미일까?살림을꾸리면서도시간급으로최저임금을받으며‘자투리시간’에일하는여성들에게도노동시간단축이여가와높은삶의질을선물할수있을까?노동시장이상상하는노동자,덜일할자유와자격을가진사람은누구일까?노동시간단축은정말‘모두’를위한선물이될수있을까?

저임금과시간빈곤의이중부담을지는
워킹맘,경단녀그리고그뒤의여성/일자리의현실
‘워킹맘’,‘경단녀’라는표현이낯설었던때부터함바집,옷가게,공단에서블루칼라노동자로일하며선택할수없는연장근로가일상이던엄마를봐왔던저자는집회에서만난중년여성마트노동자들이모기업에서실시한주35시간제에반대한다는말을듣고의아했다.엄마에게는허락되지않는하루1시간의여유가왜이엄마또래‘아줌마’들에게는필요하지않다는것인지,1시간치임금이그렇게절박한것인지알고싶었다.마트캐셔가되어이들과함께일하고,이들의생활을직접듣게된저자는이들이빼앗긴것이그저1시간치임금’이아닌‘시간’이라는것을알게됐다.모기업사무직노동자들과달리이여성들은하나같이“1시간이줄었지만삶의질이높아지지는않았다”고말한다.그렇지않아도불규칙했던근무스케줄은더욱불규칙해졌고,출근시간을전날까지알수없는날도늘었다.노동력부족을메우겠다고동원된셀프계산대와초단시간아르바이트는노동강도를더높이기만했다.저임금을감내할만큼일의의미를찾게했던일터에서의교류도사라졌다.
참여관찰과인터뷰를통해이‘보이지않는여자들’의시간과일,삶을생생하게포착한이책은사회와노동시장이여성을,이들의일터에서여성됨,나이듦,삶과시간을어떻게인식하는가를질문한다.또한노동시간단축과‘일-생활균형’이라는이상을‘아줌마’들의시간과엇갈리게만드는한국의노동시장구조를살핀다.더불어노동시간단축이‘돈문제’가될수밖에없는한국의특수한임금제도,장시간노동문화에각인되어있는남성중심적인조직문화,‘일-생활균형’과성별화된노동유연화문제를차례로다룬다.그리고이같은노동시장의구조에서서로다른노동환경아래일하는노동자들에게노동시간단축이똑같은‘선물’이될수없는이유를밝힌다.나아가‘일-생활균형’이라는이상을빚는문법은무엇이며,그문법이왜곡하는것은무엇인지,장시간노동패러다임의전환기에선우리가중심에두어야할일과시간,삶의문제는무엇인지를고찰한다.

‘자투리시간’에갇힌‘깍뚜기노동자’가되는여성들
조만간기계가대체할,‘아무나’하는고작‘이런일’의의미
마트일자리는대체로중산층가정에속해있어단독생계부양자가아니고,자녀가성인기에접어들어돌봄에서비교적자유로워진중년여성의일자리다.이여성들은결혼,출산,육아로경력이단절된후별다른직업적전문성을갖추지못했기에전문직일자리는생각조차못하고,결혼이후지속해온‘살림’도자의반타의반지속할수밖에없다.집에서TV나보고‘아무일도하지않는자투리시간’에가까운데서최저임금수준이라도괜찮으니‘반찬값’이라도벌고싶다.돈을많이벌려면‘공단’에가야한다는데공단이다른저숙련일자리보다급여가높은이유는장시간노동때문이다.시간급으로따지면여전히최저임금수준을벗어나지못한다.그러니이여성들은‘주부사원’으로서노동시간이비교적짧고유동적인마트일자리를‘선택’한다.마트는대부분오전9시부터오후6시까지일하는노동자인소비자의수요에대응하기위해유동적인근무스케줄을감당할수있는노동자를선호한다.거기다마트공간을깨끗하게유지하고정리하며고객들에게친절을베푸는마트노동자의자질은‘엄마의자질’과닮아있다.그러니마트일자리와중년여성의관계는‘상부상조’인걸까?계산대를중년여성의자리로만든이인식은온당한것일까?
저자는캐셔노동과같은시간유동성이높은일이중년여성의일이된이유중하나로중년여성의시간에대한상상력부재를꼽는다.여성의시간,특히나남편과아이를둔중년여성의시간은가정밖에서상상되지않는다.더군다나자녀돌봄에서자유로워진중년여성들은이제특별히할줄아는일도,할일도없는존재처럼보인다.그러니언제든출근할수있는사람들이고집에서하던대로‘여성적자질’을발휘해‘엄마노릇’이나하면될일이다.출근하지않는날무얼하느냐는질문에중년여성노동자들은대부분“아무것도하지않고쉰다”고답하며스스로도그시간을비어있는시간으로인식한다.하지만그답에는늘가사노동이생략되어있고이들이집에서아무것도아닌것처럼능숙하게해내는일들대부분은일터에게그들이하는일과밀접한관련을갖는다.하지만이들의시간은여전히비어있는시간,언제든끌어다쓸수있는시간이고이들의능력은시간과노력이필요없는‘천성’으로가치절하된다.그렇기에이들의시간과능력은제대로계산되지도않고,상상되지도않는것이다.책에는이런왜곡된인식을만든성별,연령,교육수준을비롯한다양한‘차이’를조명하는풍부한시각,이여성들을겹겹이둘러싸‘자투리시간’에갇힌‘깍뚜기노동자’로만든편견들을깨트릴이야기가가득하다.
직접일을해보기전까지저자역시계산대앞에서바코드를스캔하고물건값을받는캐셔의일이복잡할것없는일,숙련도가필요없는일이라고생각했다.하지만여러아르바이트를전전하며늘능숙하게일했던저자는끝내스스로를‘엉터리캐셔’였다고평할수밖에없었다.캐셔는쪼개진시간속에서거대한마트공간을누비고,고객의눈,동료노동자의눈이라는감시체계를몸에새긴채매주바뀌지만공식적으로교육되지않는업무정보를숙지한다.거기다한사람한사람이‘고객만족센터’가되어친절하게그리고신속하게그모든일을처리해야하는캐셔의일은무척복잡도가높고숙련을요하는,무엇보다시간에늘쫓기는일이었다.소비를위한공간의일부처럼만보이던누군가의일터가,지금도공기처럼눈에보이지않는일을선명하게담아낸이책은우리사회에서노동의가치와의미는어떻게정의되었고,어떻게바뀌어야할것인지를고민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