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가난의 정의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가난의 정의

$18.50
Description
‘벼락 거지’는 넘치고 빈민은 가려지는 시대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가난은 무엇인가?
가난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장 먹을 음식이나 잘 곳이 없는 것, 생활비 부족, 심지어는 원하는 브랜드에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디어에서는 ‘하우스 푸어’, ‘카 푸어’처럼 주택이나 자동차 같은 자산은 소유하고 있지만,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 ‘가난(푸어)’이라는 수식을 붙이기도 한다. 이 모든 ‘가난’은 모두 같은 가난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떤 것은 ‘가짜’ 가난이고, 어떤 것은 ‘진짜’ 가난인 걸까? 지금 나의 상태도 가난이라 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반빈곤 활동가였고, 현재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학계, 사회운동, 정책과 정치 분야에서 두루 공헌한 저자는 이 책에서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한 유명 투자전문가는 “가난은 병”, 돈을 모르는 “금융 문맹은 전염성이 아주 높은 질병”이라는 표현으로 방송에서 주식 투자를 독려했다. 팬데믹으로 기존 복지 제도의 구멍이 드러나고, 거기서 고통받는 이들이 더 늘어난 상황에서 편견과 혐오에 기댄 이런 표현은 가난에 대한 공포와 ‘복지 의존’, ‘복지 탈취’ 같은 허상의 혐오를 더 증폭시킬 뿐이다. 가난을 ‘전염병’에 비유하는 혐오 표현은 특히 뿌리가 깊다. 19세기 런던에서는 빈곤한 이들을 ‘역병’, ‘악덕과 질병의 물결’ 같은 표현으로 묘사하곤 했다. 이뿐 아니라 가난에는 우범성criminality, 타락, 게으름, 악덕, 오염이라는 낙인이 따라붙었고, 이런 낙인이 현대 복지제도에서도 ‘자격 있는 빈민’, ‘자격 없는 빈민’을 가르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가난과 ‘빈민’에 대한 혐오적인 편견과 시선은 반복적으로 빈곤을 개인의 기질, 성향의 문제로 돌리며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지운다. 저자는 빈곤이라는 결과를 만드는 원인에는 개인의 행위도 있지만, 사회, 문화와 같은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행위 역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

루스리스터

사회보장제도와빈곤에초점을두고연구와활동을병행해온반빈곤활동가이자빈곤연구자다.1970년대부터어린이빈곤행동단체ChildPovertyActionGroup,CPAG에서활동했고,1990년대에는단체대표를역임했다.브래드포드대학응용사회학과와러프버러대학사회과학부에서학생들을가르쳤고,현재는러프버러대학사회정책학명예교수이자영국노동당상원의원이다.지은책으로는『동일임금,어떻게달성할것인가?EqualPayandHowtoGetIt』,『배제사회:시민권과빈곤층TheExclusiveSociety:CitizenshipandthePoor』,『시민권:페미니스트관점Citizenship:FeministPerspectives』,『서유럽시민권의젠더화:초국가적시민권연구의새로운도전GenderingCitizenshipinWesternEurope:NewChallengesforCitizenshipResearchinaCross-NationalContext』,『사회정책이론과개념의이해UnderstandingTheoriesandConceptsinSocialPolicy』등이있다.

목차

제1판서문
제2판서문

들어가며
1장빈곤의정의
2장빈곤의측정
3장불평등,사회적범주,서로다른빈곤경험
4장빈곤담론:타자화에서존중까지
5장빈곤과행위주체성:견뎌내기에서조직화까지
6장빈곤,인권,시민권
나가며:개념에서정치로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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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금전개념이없어돈을함부로쓰는사람이가난해진다?
‘가난혐오’의긴역사와그허상

코로나19로저금리가계속되고,노동소득이줄어들거나불안정해지자많은사람이주식,부동산투자에눈을돌렸고미디어는이를부추기듯‘벼락거지’라는표현을반복해사용했다.지금당장‘재테크’에뛰어들지않으면하루아침에‘거지’로전락하게된다는이‘벼락거지’라는표현은가난을무지,무능,실패에따르는징벌로인식하게한다.저자는특히미국과같은능력주의기반사회에서빈곤에대한혐오가‘아메리칸드림’같은문화와결합해‘빈곤은곧실패’라는인식으로굳어진다는점을지적한다.하지만노벨상을수상한경제학자뒤플로와바네르지는가난한사람들이오히려부자들보다합리적이라고말한다.편견과달리이들은쉼없이일하는‘복잡한자산운용관리자’들이다.이들에게는돈뿐아니라시간,건강,사회적관계까지모든자원을치밀하게관리하지않으면생존할수없기때문이다.

한유명투자전문가는“가난은병”,돈을모르는“금융문맹은전염성이아주높은질병”이라는표현으로방송에서주식투자를독려했다.팬데믹으로기존복지제도의구멍이드러나고,거기서고통받는이들이더늘어난상황에서편견과혐오에기댄이런표현은가난에대한공포와‘복지의존’,‘복지탈취’같은허상의혐오를더증폭시킬뿐이다.가난을‘전염병’에비유하는혐오표현은특히뿌리가깊다.19세기런던에서는빈곤한이들을‘역병’,‘악덕과질병의물결’같은표현으로묘사하곤했다.이뿐아니라가난에는우범성criminality,타락,게으름,악덕,오염이라는낙인이따라붙었고,이런낙인이현대복지제도에서도‘자격있는빈민’,‘자격없는빈민’을가르는기준에영향을미치게되었다.
가난과‘빈민’에대한혐오적인편견과시선은반복적으로빈곤을개인의기질,성향의문제로돌리며빈곤의구조적원인을지운다.저자는빈곤이라는결과를만드는원인에는개인의행위도있지만,사회,문화와같은구조가큰영향을미치며개인의행위역시구조안에서만들어진다는점을간과해서는안된다고강조한다.

‘절벽밑에구급차’가아니라
‘절벽에울타리를세우는’원칙이빈곤의해법이다

이책에서제안하는빈곤이해는‘정확한’수치집계나측정을위한뾰족한정의에국한되지않는다.저자는오히려좁고초점이뚜렷한정의는빈곤의규모와심도를측정하는데도움이되지만이렇게포착한빈곤의현실이얄팍한묘사에그치게될것이라지적한다.물질적인곤란이라는빈곤의중심에더해,책에서는총체적이고포괄적인빈곤이해관점들을다채롭게보여준다.큰틀에서빈곤을관계,상징적현상으로바라보는관점으로보완해야하며,빈곤문제를인권과시민권,행복과인간번영의문제로바라볼것을제안한다.이런다각적인이해를통해빈곤문제해결이절벽밑에구급차를준비해두는것에서나아가절벽에울타리를세우는방법으로가능해진다는것이다.

예를들어현재한국의복지급여기준은‘소득’에있다.복지급여를받기위해서는소득기준을넘겨서는안되기에복지급여를받는사람들은계속해서저임금노동에머무를수밖에없다.소득같은기준은정확한측정을가능하게하지만기준이갖는한계로인해복지급여가빈곤에서벗어나는데제대로된역할을하지못하게만드는것이다.특히가구단위로소득을측정하는경우실제생활과빈곤여부를판단하기더어려워지는데,노동소득이없는여성,아동,노인구성원들의빈곤취약성을간과하기쉽기때문이다.책에서는나이와성별뿐아니라장애,지리적요소나인종처럼빈곤문제에서간과되기쉬운관점들을포괄적으로조명한다.

여러빈곤의정의와측정법,‘빈곤선’을설정하려는다양한시도를분석한저자는‘빈민’과‘비빈민’을가르는경계는뚜렷하지않다는사실을지적한다.‘연대를연민으로대체하’기쉽고,수급자격을증명하는과정에서존엄과자긍심을해치며빈곤자체에낙인을찍게되는‘선별주의’보다는모든시민에게동등한관심과존중을보장하는‘보편주의’적관점이사회보장제도의잠재력을높이는,발전적인빈곤대응방안이라고보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