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지리학 : 병은 어떻게 세계를 습격하는가

전염병의 지리학 : 병은 어떻게 세계를 습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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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끝나지 않는 전염병 시대, 지리적 분석으로 해답을 제시하다
콜레라, 장티푸스, 결핵, 말라리아, 스페인독감, 에볼라바이러스, 에이즈, 코로나바이러스……. 어느 시대에나 어느 지역에서나 전염병은 예측 불허한 순간에 세계를 습격한 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는 풍토병에 그쳤던 질병이 촘촘해진 세계화의 그물망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한다. 이제 지구 어딘가의 낯선 질병은 곧 내 앞마당의 질병이며, 전문가들은 우리 앞의 무수한 팬데믹을 예고하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과 쓰레기 처리 시설이 미비하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구 문명이 균질하게 고도화되어가는데도 전염병은 왜 계속 새롭게 나타나는 걸까? 과학과 기술이 이렇게나 빠르게 발달하는데도 병의 종식은 왜 예전과 다름없이 어려울까? 우리는 언제쯤 전염병이 뒤흔든 삶을 회복할 진전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전염병이 발생하는 이유를 환경과 개인위생에서, 해결 방법을 과학과 기술에 기대어 찾아온 지금까지의 관점으로는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전염병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해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삶을 가로지르는 지리적 연결망과 건강 불평등 지도에 주목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저자

박선미

고려대학교지리교육과를졸업하고,이후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ㆍ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인하대학교사회교육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사회과교사가길러야할소양,지역공간에내포된불공정한구조와그안에내재된권력구조,세계시민성과다문화교육에관한연구를해왔다.학부와대학원에서사회과교육,다문화교육및부와빈곤의글로벌지도등을강의하고있다.저서로『빈곤의연대기』(공저),『한국지리교육과정의쟁점과전망』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제1장제국주의와함께온콜레라,콜레라가만든근대도시
1.인도갠지스강유역의풍토병,콜레라
2.콜레라,대영제국의군대와상선을따라세계를휩쓸다
3.콜레라가만든근대도시

제2장장티푸스보다빠르게번지는혐오
1.전근대적질병,장티푸스
2.아일랜드대기근과떠나는사람들
3.환영받지못한사람들
4.장티푸스유행,편견에서공포로

제3장코로나바이러스에서오리엔탈리즘을읽다
1.2020년을강타한코로나바이러스
2.서양의경멸적시선과위축된동양
3.코로나바이러스공포로다시고개든오리엔탈리즘

제4장공포만큼크지않았던혐오,스페인독감
1.세균보다작은바이러스
2.가장짧은기간에가장많은사람을죽인전염병
3.미국이스페인독감의온상일리없어

제5장전지구적질병에서열대풍토병으로변한말라리아
1.열대의풍토병으로변해버린말라리아
2.온탕과냉탕을오간국제사회의말라리아근절노력
3.말라리아는퇴치될수있는가?

제6장구소련과함께붕괴된결핵방어선
1.결핵,아름다운질병에서가난뱅이질병으로
2.인류와결핵의싸움
3.구소련붕괴와더강력하게돌아온결핵

제7장에볼라비상버튼을누른세계
1.죽음의전령,에볼라바이러스
2.나쁜정치를파고든에볼라바이러스
3.에볼라공포에사로잡힌세계

제8장에이즈와치료받을권리
1.에이즈에들러붙은편견
2.빅파마와지식재산권
3.에이즈를둘러싼골리앗과다윗의싸움

제9장코로나19,실패한시장그리고소환된국가
1.코로나19앞에서맥없이무너진선진국의영광
2.국가의의료서비스공백을덮친팬데믹
3.코로나가소환한국가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전염병은왜계속새롭게발생할까?
과학과기술이발달해도왜쉽게종식되지않을까?
끝나지않는전염병시대,지리적분석으로해답을제시하다

콜레라,장티푸스,결핵,말라리아,에볼라바이러스,에이즈,코로나바이러스…….어느시대에나어느지역에서나전염병은예측불허한순간에세계를습격한후쉽게사라지지않았다.갑작스럽게찾아온코로나19는이제4~6개월주기로변이와재유행을반복하며우리의삶에깊이개입하게되었다.상하수도시설과쓰레기처리시설이미비하던시기와는비교할수없을정도로지구문명이고도화되어가는데도새로운전염병은왜계속나타나는걸까?과학과기술이이렇게나빠르게발달하는데도병의종식은왜예전과다름없이어려운걸까?우리는언제쯤전염병이뒤흔드는삶을회복할진전의실마리를발견할수있을까?
지금까지전염병의원인은개인또는특정집단의문제로여겨졌다.코로나바이러스가발견되었을때도발생지역의식문화가가장먼저도마위에올랐다.성적으로문란한이들이에이즈에쉽게걸린다거나빈곤한지역의위생관념이전염병의온상이라는이야기도마찬가지였다.이책은전염병이발생하는이유를환경과개인위생문제에서,해결방법을과학과기술에기대어찾아온지금까지의관점으로는늘뒷북을칠수밖에없다고말하며전염병을제대로이해하고극복하기위해기존의방식을뛰어넘는새로운해답을제시한다.개개인의삶을가로지르는지리적연결망과건강불평등지도에주목하는것이그핵심이다.

“모두가안전하기전까지는아무도안전할수없다”
세계보건의핵심키워드,건강불평등

지리적연결망을중심으로전염병을살피면병의경로가보인다.어디에서시작해어디로퍼져나가는지,왜지역마다피해규모가달라지는지,같은지역에서확산되더라도왜어떤이에게는비교적가볍게지나가고다른어떤이에게는치명적인지를추적하면“질병은지역내에서행위자들간의권력관계가어떻게이뤄지는지알려주는지표”이기도하다는사실이드러난다.
코로나팬데믹을통해주지했듯전염병은사회의가장약한곳을무너뜨리며시작된다.고령자,어린이,주거환경이열악한사람들,진단비나마스크구매비용이부담스러운사람들,재택근무를할수없는사람들,아파도일을쉴수없는사람들이가장먼저위험에노출되었고타격을입었다.국가단위로도피해정도가달랐다.부유한국가가인구의2~3배에다다르는백신을쌓아놓는동안가난한국가는극심한유행을겪었다.전염병은의도를가지지않은채무차별적으로퍼지지만개인이누리는안전망과삶의기회에따라피해정도는균등하지않다는것을지난3년간다시한번깨닫게되었다.
전염병이건강불평등을심화시키는현상은새롭게발견된사실은아니다.부유한국가에서는이미사라지거나대수롭지않은질병이된말라리아는빈곤한지역에서여전히많은사상자를낸다.공기좋은곳에서충분한햇빛을쐬며쉬는것이치료과정으로서권장되던결핵은한때부유한이들에게만회복의기회가주어지는계급적질병이었다.치료약이상용화되며더는‘죽을병’이아니게된에이즈역시치료제개발초기에는비싼약값으로서구와아프리카대륙사이사망자수가크게차이났다.
새롭게주목해야할사실은지구적이동과접촉이전에없이잦아진지금,전염병이건강불평등을심화시킬뿐아니라건강불평등이전염병의유행을심화시키게되었다는것이다.부유한국가가인구의2~3배에달하는코로나백신을쌓아놓는사이백신이부족했던가난한국가에서는유행이심각해졌고,그과정에서전파력이더욱커지고기존백신의면역을회피하는델타,오미크론변이가발생해다시금세계적인유행이일어났다.과학과기술의발전으로백신이빠르게개발된다고하더라도모두가평등하게안전할수없다면결국아무도안전할수없다는사실이확인된셈이다.

전염병이뒤흔든세계,극복의실마리를찾을수있을까?
인류를습격한전염병의역사속에서‘사회적백신’을구하다

건강불평등이세계보건의중요한열쇠로고려되어야한다고역설하는이책은질병의불균등한지리적분포는물론질병이면의권력관계와체제,지역이가져다주는삶의기회와그기회에영향을미치는시장,제도,정치규범,문화자산을포괄적으로살핀다.
콜레라와장티푸스의사례를다루고있는1,2장은전염병이어떻게기존의사회적,정치적,문화적편견이나혐오그리고차별을증폭시키는지,그리고반대로이러한기존의차별의식들이전염병확산과피해에어떤악영향을미치는지를중점적으로분석한다.코로나19와스페인독감,말라리아를다루는3,4,5장은서구에서발생하거나크게확산된전염병사례들에서조차오리엔탈리즘과같은편견으로인해비서구가사태의원인으로왜곡되는상황을다루며전염병이어떻게서구와비서구를구분짓는허위의식을만들어왔는지를보인다.또한‘전염병퇴치’가아닌‘빈곤퇴치’에초점을두는방식으로전염병종식에성공한사례를통해세계보건을위해빈곤과불평등을완화하려는노력이필수적으로수반되어야한다는사실을짚는다.결핵과에볼라바이러스를다루는6,7장은냉전의해체이후급속히전개된세계화가특정지역에서의전염병발생을초래하며이에대한다른국가들의개입방식과정도에영향을미치고있음을보여준다.신자유주의이후생산체제와규모가바뀌고,고용구조가유연화되고,국가의역할과개입및통제가최소화되며빨라진전염병의확산속도와세계보건기구로대표되는세계보건거버넌스의대응이건강불평등의지리적양상을어떻게변화시켰는지를알수있는장이다.8,9장에서는에이즈환자의건강권과글로벌제약회사의이익이충돌한사례,코로나19의국가별방역사례를통해세계여러국가가전염병에대응하는과정에서시민단체와그들간의초국적연대가어떻게힘을발휘하는지,정부의정책선택과집행능력그리고정부에대한시민의신뢰가얼마나중요한지보여준다.

“지역은전염병이발생하고전파되는공간이기도하지만,그것이재생산되고가공되고상상되는공간이기도하다.지역이라는장소에서벌어지는이러한전염병의복잡한동학을이해하는것이어떤의미에서는전염병의원인과치료법을찾아내는것만큼중요하다.우리의정치적,경제적,지적욕망혹은헛된신념이나선입견이전염병과그로인한위기를증폭시킬수도있기때문이다.…사람들은지역간건강불평등이존재한다는사실에는대체로동의한다.그러나그원인에대해서는의견이분분하다.건강불평등의원인을개인적행동습관으로보느냐,지역의환경으로보느냐,혹은사회경제적구조로보느냐에따라원인파악이달라지고해결방안도달라진다.”(6p,「들어가며」)

문화적편견과정치·경제·사회적판단들이팬데믹상황에서전세계의안전과매우긴밀한상호작용을하고있음을밝히는이책은전염병의발생과확산의요인을인간의삶과분리해온익숙한관점에비상등을켠다.전염병은생물학적질병일뿐만아니라사회적질병이라는것,전염병의발생원인과극복방안은우리의생각만큼단선적이거나타자화될수없다는사실을이해하는것이시작이다.과학과기술이언제나사후적인대응책일수밖에없다면,우리삶을실제로가로지르는지리적연결망과빈곤·불평등지도를살피는일은어쩌면전염병앞에서우리가도모할수있는유일하게선제적인대응이라는점을이책은명료하게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