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기/탄이초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의 탄생)

방장기/탄이초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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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양이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었다면, 동아시아는 불교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대승(大乘)이라는 관점을 기반으로 해서 동아시아에서 꽃을 피웠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결코 인과의 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조계종(曹溪宗)이라는 종단이 가장 큰 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조계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선불교(禪佛敎)가 중심이다. 일본은 이와는 좀 달라 다양한 종파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비교적 옛날의 면모를 잘 보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지니고 있는 게 진종(眞宗)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탄이초(歎異抄)가 그 진종이 소중히 여기는 서물(書物)이다.
중국의 불교에 대해서는 중국이 공산화된 지 어언 일세기 가량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지 싶다. 공산국가에서 종교는 인민의 아편 취급을 받을 텐데, 불교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근대는 시민들로 형성된 시민사회이고, 그 시민들의 기초가 바로 ‘개인’이다. 개인들의 공동체가 시민이고 그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는 게 근대사회라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은 기독교의 하나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존재방식이다. 신 앞에 선 존재이거나 신과 함께하는 존재로서 존재하는 방식, 그것이 개인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소외된 개인이라고 인식되고 있지만, 그것은 ‘신의 죽음’이 선언된 이후의 이야기일 뿐이다.
서구시민사회의 주체요 근대시민사회의 주인공인 개인이 동아시아에서는 언제부터 그 싹이 트고 형성되고 있었는지 하는 그것이 이 책이 출간되게 된 이유다. 서구문명의 충격적 상황이 동아시아에 전해지고 나서부터라고 보는 관점이 통상적인 그간의 인식이었을 텐데, 본 출판사의 관점은 이와는 좀 다른 데에 있다. 근대 이전부터 동아시에서도 개인 탄생의 그 싹은 존재하고 있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 서고 보면 일본의 고전수필 「방장기(方丈記)」와 「탄이초(歎異抄)」는 몹시 중요한 서적이 된다.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의 탄생 내지는 그 맹아를 보여주는 산 증거로서의 서적인 까닭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중언부언하기보다 독자들의 진지한 독서와 그 독후에 맡기고자 한다. 「방장기」와 「탄이초」에 대한 편견 없는 접근을 조심스럽게 바라고 기대한다. (머리말 중)

2006. 03. 05
작업실 섬뜰에서
글도 편집부
저자

가모노쵸매이

가모노쵸메이(鴨長明,1155~1216)는일본이헤이안시대에서가마쿠라시대로넘어가는격변의시대를산시인이자가인,수필가이다.시모카모신사(下鴨神社)의네기(禰宜;대제사장)인가모노나가츠구(鴨長継)의차남으로태어나신관(제사장)이될운명이었으나,신사내권력다툼에서밀려나고말아집을나오게된다.50세에다시찾아온신관(제사장)발탁과정에서최종퇴출되어세속에마음을실기하고출가하여히노야마(日野山)에은둔,불제자가되었다.출가하여부처님의제자가된후로는사람들과신을연결하는중간자가아닌홀로신(부처님)과직접마주하는삶으로일관했다.수필『방장기(方丈記)』가유명하며,그외에『무명초(無名抄)』,『발심집(発心集)』등의작품이남아있고,『백선와카집(自選の和歌集)』에도그의시가수록되어있는가하면일본와카를모아엮은책『신고금와카집(新古今和歌集)』의편집자로도참가,시인으로서의활동은활발했다.

목차

서문……………………………………………………4
방장기(方丈記)
흐르는강물은끊임이없고………………………10
사물의본성을깨닫기시작하면서…………………15
지쇼(治承)사년사월무렵…………………………21
지쇼(治承)사년유월의일…………………………25
요와(養和)무렵의일이었던가……………………35
또한같은무렵의일인가하는데…………………47
살아가기힘든이세상………………………………54
친할머니로부터집을물려받다……………………60
일장사방(一丈四方)의암자…………………………64
마음가는대로의생활………………………………72
아이를벗삼아노닐다………………………………76
이초암(草庵)에살기시작했을때는……………83
여보게,이삼계(三界)의일은마음가짐하나라네89
달이기울듯나의인생도기우누나………………98
[해설1]가모노쵸매이(鴨長明)는어떤사람인가?…103
[해설2]『방장기(方丈記)』의성립과개인의탄생…121

탄이초(歎異抄)
머리글(전서)_목적…………………………………132
제1장_영원의행복(幸福)…………………………137
제2장_지옥행몸……………………………………145
제3장_악인정기(惡人正機)………………………157
제4장_두종류의자비……………………………171
제5장_진정한효도………………………………181
제6장_제자단한명없는신란…………………189
제7장_신심(信心)의행자…………………………197
제8장_유일한길…………………………………205
제9장_그립지않은정토…………………………214
제10장_무의(無義)의의(義)……………………225
중간머리글(별서)_이의(異義)에대하여………230
제11장_본원(本願)과명호(名号)………………232
제12장_교학(教学)의의미……………………238
제13장_본원자만과구원………………………247
제14장_염불왕생이냐신심왕생이냐…………258
제15장_금생(今生)정각과후생(後生)정각……264
제16장_회심(回心)에대하여……………………270
제17장_화토(化土)에서정토(淨土)로…………275
제18장_큰부처님작은부처님과보시…………278
끝내며(후서)_호넨과신란의신심은한가지…282
주기(註記)…………………………………………294
덧붙임(오서)………………………………………298
[해설1]『탄이초(歎異抄)』의저자는누구인가?…299
[해설2]『탄이초(歎異抄)』와개인의탄생………308

출판사 서평

왜개인의탄생인가?
개인이서구사회에서형성된개념이고,동양사회에서는별반의식화되지않은개념이라는것이현대사회의일반적상식이다.서구근대시민사회가개인들의정치적ㆍ경제적계약관계에의하여성립되었다고보는게통상적이해인반면,동양사회에서는이개인개념이형성되어있지않았기때문에전근대적사회가19세기말까지도그대로유지되고있었다고본다는것이다.
이런일반적상식에서자연스럽게형성되어나오는의문이,그럼왜서구에서는개인이란개념이일찌감치형성되어자리잡은반면,동양사회에서는이개념의형성이크게뒤처지게되었는가하는것이다.
이에대한답변은정치적ㆍ경제적ㆍ문화적관점에서다층적원인규명과해석이행해지고있고,그해석들이상당한설득력을지니고있는것도사실이다.예를들면,경제적관점에서사회의부가충분히증대하여중산층이상의주민들이많아지게되면무리보다는각자개인의삶을더소중하게여기는경향이생기게되고,그것이개인형성의원동력이되었다고하는관점등이다.
그러나,정치적ㆍ경제적ㆍ문화적해석이개인형성의원인을설명하는그필요적해석임에는분명하더라도,그것이필요충분한해명이되고있지는못하다고본다.개인형성의가장중요한그키는다른무엇보다도종교와관련되어져있다고보는게타당하다고여겨진다.종교적관점에서접근할때라야비로소개인의개념이랄까그존재가명확히잡혀오고이해되고또해명이된다고하는것이다.

서구사회의종교는누구나주지하다시피기독교다.그리고그기독교의근거가되는기록이구약및신약성경이다.개인의탄생은구약보다는이신약의기록과이에대한믿음과밀접히연관되어져있는것같다.마태복음6장6절을보면이런언급이나온다.“너희는기도할때에남에게보이려고기도하는저회칠한제사장들처럼하지말고너의작은골방에들어가문을닫고은밀한중에계신네아버지께기도하라은밀한중에보시는네아버지께서갚으시리라”라고기록되어있다,
이예수님의언급속에개인탄생의맹아가깃들어있고,개인이어떤것,어떤존재인가를명확히하고있는정의(定義)적양상이담겨있다고생각된다.이렇게해서파악되는개인이란곧,제사장이라는매개체를거치지아니하고직접하나님과소통하는자라는의미소이다.
이런관점에서보면개인은신약시대에들어서서야비로소탄생하고있는존재임을알수있다.제사장을중심으로하는구약의집단성에서제사장을배제하고기도하는,각각의대중들이직접하나님을만나고소통하는단독자,일인이라는개인성으로거듭나게되는그것이‘개인’인것이다.제사장의배제그리고기도하는형식을통한하나님과의직접소통이개인을낳았다는것으로,십분설득력이있는설명이다.
중세교황청의건설과이의제도화는오히려제사장시대로돌아간측면이있지만종교개혁이후르네상스를거치면서제사장문화는희석이되었고,홀로하나님과만나기도하는단독자의모습이정착되었다고할수있다.정착되었다는것은,개인이서구사회에뿌리를내렸고,이것이서구인의공통적이고도일반적인존재방식으로자리잡게되었다는것을의미한다.
그런데,우리는개인이형성되고자리잡는이시기에동시에천부인권사상이뿌리를내리고있다는사실도상식적으로알고있다.개인이탄생하고이것이사회속에자리잡는과정과맞물려천부인권사상이사회전반에뿌리를내리게되었던것은결코우연이아니다.애초부터개인은신과함께하는존재였기때문이다.그러니까,신과함께하는제사장이라는지위가파기되고누구나신앞에선단독자,즉개인이제사장의지위를대신하게되었기때문이다.천부인권은개인안에있는것이며,개인이란개념을떠나서는있지아니하는거라는의미다.
오늘날개인은소외된존재로인식된다.‘신의죽음’선언과함께유물론이세상에들어오고이를체계화한마르크스의등장이후의일이다.마르크스가그의저서『자본론』에서입증하고자하였던게그것즉유물론의정당성인데,그게사실로받아들여지면세상은다시집단주의사회로회귀하고남들앞에서기도하고제사지내는회칠한자들의시대로퇴행하지않을수없게된다.탈근대를주장하는자들이나오면서그런징후들이도처에서고개를들고있지만,결코바람직한현상은아니라고본다.
개인의죽음은필연적으로천부인권의소멸로이어지게될게틀림없는까닭이다.그러고나면인권이니휴머니즘이니하는레떼르하에온갖요상한주장들과요설들이난무하게될가능성이높다.탈근대시대는인권이라는레떼르하에인간이인간을학살하는그런시대로수렴하게되리라고예견된다.천(天)의인증이찍히지않은인권은인권의파괴일뿐이다.

이제결론에들어가기로하자.서구사회에서탄생한개인,그리하여근대사회를형성하고이끌어내었던그개인이동아시아에서는중세사회의제사장성을미처극복하지못하는바람에개인이라는존재를형성하지못하였다는게일반적인상식이다.헌데,그상식이맞다고보고또그에도전할생각은전혀없는것이지만,그래도일말의예외정도는인정할수도있는게아닌가하는그점이다.바로일본의사례에서중세사회를거치면서개인의탄생이라고할만한단초를찾을수있지않는가하는것이다.실제로일본의중세는그와같은관점에값하는충분한개인탄생의기미를지닌문화랄까종교적양상을보여준다.서구사회에서기독교라는종교의전개양상을통하여개인이탄생했던것처럼일본의중세에서도이와유사하게종교적양상의전개과정을통하여개인탄생의그단초랄까를찾아볼수있게해주는사건들이몇몇눈에띈다.
누구나다아는것처럼,서구사회에기독교가있었다면동아시아사회에서는불교라는고등종교가상당한문명의꽃을피우고있었다.불교는심법이나마음수양법에가까운수행(修行)중심의불교가있는반면,기독교와비슷한양상을띠는신앙(信仰)기반의불교도있다.대승(大乘)을신봉하는불교가그러한데,이대승을신봉하는불교가인도에서중국을거쳐한반도를지나일본에이르러서,그가장극성화된형태를지니게된다.
대승은중생즉사바대중모두를구원하는거대한탈것을의미하는데,부처님의부주열반(不住涅槃)의서원즉약속에기반한다.“모든중생을다구제하기까지는부처님이열반에들지않겠다”고하신그언약이다.이는골방에들어가하나님과일대일(一對一)로만나기도하라는신약의그언급과비슷한체험,상황을불러일으키게된다.부처님의그부주열반의서원즉언약이오직그것을받는‘나한사람’만을위한언약임을알게된다는깨달음으로이어지게되는까닭이다.이부처님의부주열반의본원이‘나한사람’만을위한언약임을갈파한분이다름아닌탄이초의주인공으로등장하는신란이란승려도아니요속인도아니라는인물이다.‘나한사람’이란결국개인에다름아니다.부처님과일대일로대면해야만대승에의탑승권을달라할수있고또받을수가있다고하는것이다.

가모노쵸메이의『방장기(方丈記)』와유이앤의『탄이초(歎異抄)』는그와같은,개인탄생의단초를보여주는경험이반영되고있는작품들이다.『방장기』는좀더가벼운터치의,요즘식으로말하면미셀러니적필치로,그에반하여『탄이초』는좀더무거운필치의에세이적톤으로,그렇게한다.
부처님이라는초월자와마주하고있다는점에서『방장기』의저자가모노쵸매이나『탄이초』의저자유이앤이나모두승려임을짐작할수있게한다.그러나승려라고는하더라도그신분적자세에있어서는몹시유연한입장을취하고있다.비승비속(非僧非俗)즉,승려도아니요그렇다고속인도아닌그런중도적입장속에스스로의존재방식을두고있다는점이다.중세사회의억압적인틀에구애받지않는자유로운모습이엿보이고있다는점에서도개성중심의개인의그림자가살펴지는게사실이다.특히『탄이초』의저자유이앤의스승인신란성인의경우에는,신앞에선단독자(이경우는부처님앞에선단독자)에딱맞물려떨어지는거대한개인의풍모를지닌분임을살필수있다.기독교의목사들보다2,3백년은더앞서서사제나승려는결혼할수없다는그율법(律法)을깨고결혼을상시화한최초의인물이기때문이다.『탄이초(方丈記)』는이자유분방하고도거리낄게없었던신란성인의말씀들을모아놓은어록이라고하여도좋다할것이다.
자세한것은이책『방장기(方丈記)/탄이초(歎異抄)』를구입해서읽고,동아시아에서의개인탄생의단초를확인하는데에로나아가는과정을밟아나가는게좋으리라고본다.동아시아인으로서이것보다궁금한일은없고,또자부심을가져도좋을만한일은달리없다고본다.그러한점에서이책을구입하여읽어보는것만큼중요한일은없지싶은게출판사의공식적인입장이다.그러한입장에정당성과자부심을지니고있다는것이다.모쪼록독자여러분의많은호기심과그로인해이어지는,이책에대한독서행위를기대한다.
글도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