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에대한강박에쫓기며
여성혐오로불안을달래는
한국적남성성에대한전방위적탐구
가부장제사회에서‘남성’은‘보편’이자유일한‘인간’이다.남성성은여성성을비하함으로써성립된다.“계집애같다”“너게이냐?”같은말이남자들사이에서욕으로쓰이는것은여성이나퀴어가남성성이없거나부족한,열등한존재로여겨지기때문이다.진정한남자로인정받으려면남자다운몸,남자다운성격,남자다운능력을갖추어야한다.그러나이제그남자다움의신화가깨지고있다.혼자가정을책임지는가부장이될수없는상황에서많은젊은남자들이역차별의억울함을호소하거나‘일베’나남초커뮤니티에서사이버마초로변신해현실과멀어지고있다.전통적인남성의역할은할수없거나하고싶지않지만전통적인지위는유지해야겠다는비합리적사고.이런어긋남은어디서비롯된것일까?
‘가부장없는가부장제사회’에서
여성주의에필요한새로운전략은무엇인가?
성문화연구모임‘도란스’의두번째책《한국남성을분석한다》에는각기다양한지적배경에서당대한국남성에대한새로운해석을제공하는여섯편의글이실려있다.필자들은한국남성의현재를다각도로분석하면서,남성다운몸?심리?문화는현실이아닌규범이자신화임을밝힌다.일제강점기이광수와김유정과이상같은남성작가들의삶과작품을통해한국근현대사를관통하는‘식민지남성성’의기원을확인하고,그동안남성성의목록에서지워졌던레즈비언과트랜스남성(female-to-male)의남성성을분석함으로써기존의남자다움의규범을해체하고동시에남성성에대한다른해석의가능성을보여준다.
남성성의위기와가부장제의쇠퇴에관한담론은페미니즘의주요관심사이다.지난30년동안전세계적경제위기가심화된결과,근대적남성성의핵심인생계부양자로서남성의역할은불가능해졌다.한국도예외가아니다.한국의중산층을포함한대부분의가정경제는외벌이로지탱할수없게된지오래다.‘고개숙인아버지’의쓸쓸한뒷모습을보며자란아들들은이제더는여자를먹여살리는것을남자의일이라고생각하지않는다.남자들은사회가원하는성역할을할수없게되었지만,여전히남성으로서지위를유지하고있다.어떻게된일일까.……
《한국남성을분석한다》는남성으로서성역할이점점불가능해졌는데도남성으로서지위를유지하기를바라는한국남성의현재를다각도에서분석하고자한다.이책의중요한목표중하나는젠더연구로서남성성을분석하는인식론과방법론을제안하는것이다.이책의필자들은남성성과관련한신체,심리,문화는실재가아니라규범이자신화라고본다.또한페미니즘이여성을여자다움에서벗어나도록하여자기자신으로살수있게하는이론이라면,남성역시남자다움의구속으로부터벗어날수있게해주는사상이며그것이모두에게좋은일이라는데동의한다.이책에서우리는기존의남자다움의규범을해체하는동시에,남성성에대한다른해석의가능성을열고자했다.
-[들어가는글](권김현영)중에서
‘한국남자’는어쩌다욕설이되었나?
―‘남자의위기’담론과‘남자다운남자’의허상을넘어,
한국의지배적남성문화를분석하는새로운인식론과방법론
인류역사상남성은언제나인간보편이자‘일반’이었고여성은항상보편의‘특수’로존재해왔다.여성은‘여비서’‘여교사’‘여기자’처럼‘여성’이라는특수의위치를드러내는이름으로불리지만,남성은노동자,시민,유권자,청년으로불리며보편을대표해왔다.보편이아니기때문에잊히고묻힌여성의목소리를복원하고재해석하는것이여성성연구의한방식이라면,남성성연구는이와다른방식을취할수밖에없다.《한국남성을분석한다》는바로그러한남성성연구,특히한국남성성연구의한방향을제시해주는책이다.권김현영,루인,엄기호,정희진,준우,한채윤6명의필자들은역사와문화를넘나들고,문학과철학,인류학을바탕삼아,한국적남성성의기원에서부터오늘날전통적남성성과변화한현실사이에서분열하는남성들의모습까지한국남성을다양한각도에서분석한다.나아가보편이아닌차이로서‘남성성들’의목록을다시설정하고자한다.
[한국남성의식민성과여성주의이론](정희진)은이른바‘남자답지못한남자’가여성을더욱억압하는종속적(주변적)남성성,‘식민지남성성’에대한시론이다.여기서정희진은먼저근대자유주의부터후기구조주의까지‘남성성’을분석하는기존여성주의이론들을명쾌하게정리한다.그리고이러한서구의이론으로는한국적남성성을제대로해명할수없음을지적하면서한국근현대사를관통하는‘시대정신’이자문화권력으로서‘식민지남성성’에주목한다.
한국의지배적남성문화의성격을‘식민지남성성’으로규정하는정희진의글에이어권김현영은[근대전환기한국의남성성]에서바로그‘식민지남성성’의역사적기원과구체적인내용을밝힌다.19세기말부터20세기초까지근대전환기와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조선에남성과여성에대한성별이분법적담론이등장한배경과,근대적의미의보편적개인이될수없었던식민지남성의위치를고찰한다.
[남성신체의근대적발명](루인)은세계사와20세기한국사를넘나들며‘남자다운몸’,즉음경을중심으로한신체적‘남성성’의규범이만들어지는과정을추적한‘근대남성신체발명기’이다.한국의경우,특히1960년대이후박정희정권의산업발전과군국주의기획의일환으로서‘남성성’이관리의대상이되었으며,이것은징병신체검사의항목들과트랜스젠더퀴어에대한억압에서잘드러난다.
[보편성의정치와한국의남성성](엄기호)은신자유주의이후새롭게등장한한국적남성성의양상을크게두부류로나누어분석한다.성차별적현실에맞서목소리를내기시작한여성들에게남자도피해자라며항변하고스스로‘찌질함’을내세우는젊은남성들이나타났고,그러자이들을비판하며스스로‘페미니스트’라고선언하는남성들이새롭게등장했다.
[이성애제도와여자의남성성](한채윤)과[트랜스남성은어떻게한국남자가되는가](준우)는흔히남성성이없거나부족한존재로여겨지는레즈비언과트랜스남성의남성성문제를분석함으로써,우리사회에통용되는‘남성성’의실체를거꾸로재구성하게도와준다.한채윤은풍부한역사적자료를바탕으로삼아레즈비언에대한편견(“레즈비언은남자를혐오하거나선망해서여자를사랑하는여자”)의핵심에남성성은남자만소유한다는관념이있음을논리적으로규명한다.한채윤의글이‘여자의남성성’을설명한다면,준우의글은‘평범한남자’가되고싶어하는트랜스남성의욕망을분석한다.특히,준우의글은다섯명의트랜스남성들과심층면접인터뷰를통해당사자의언어를가시화했다는점에서의미가크다.
한국남성의식민성과여성주의이론
-정치적제도로서‘남성성’과한국의남성성에대하여
남자는어떻게‘남자다움’이라는속성,‘남성성’을체화할까?한국남성과미국남성의‘남성성’은같을까,다를까?다르다면왜,어떻게다를까?
이글에서정희진은권력관계이자정치적제도로서‘남성성’의의미를살피고서구여성주의이론의남성성연구역사를간결하게정리한다.그에따르면,서구의경험을바탕으로만들어진기존여성주의이론으로는식민지배를겪은한국의남성성을제대로규명할수없다.자신을‘강대국남성’과‘한국여성’에게동시에당하는이중의피해자로여기는‘식민지남성성’에대한고찰없이는,성평등을두고한국남성들이보이는전반적인문화지체현상과온라인의혐오문화를제대로분석하고논의할수없다.
‘남성다움’,‘여성다움’이라는표현에대하여
말할것도없이남성다움,여성다움이라고생각하는인간속성(‘합리적인’,‘감성적인’…)은동일한형태로존재하지않으며,성별을불문하고그것을실현하는것은불가능하다.우리는남성다움/여성다움이라는표현을수시로사용하지만,그런현실은없다.실재냐부재냐의문제가아니라유동적이고임의적이라는의미다.……여성주의는남성다움과여성다움의위계와차별을주로비판하지만이는비장애인,성인,이성애자에게만적용되는특권적인개념이기도하다.장애인이나노인에게성별성은정상성을향한욕망일수있다.최근에는분리설치된경우가많지만몇년전까지만해도장애인화장실은남녀공용이많았다.이는성별구분을전제로하는사회에서장애인은성별이구분되지않는‘인간에미달하는존재’라는의미이다.(43~44쪽)
‘남성의위기’와‘여성상위’라는거짓말
어느시대나지배적남성성의핵심요소는앞시대의남성성과겹치거나재구성되고재결합된인용의결과들이다.남성권력은남성성을‘가진것’이아니라현실을진단하고정의를내리며경계를만드는힘(boundarysetting)을의미한다.각각의남성성들은상호배반하거나불일치하고양립하지못하는것들이모순적인짝을이룬다.여기서중요한사실은남성성의변화나대체가남성권력의쇠퇴나변질은아니라는점이다.어느시대에나출몰하는‘남성의위기’담론은바로이러한다양한남성성중하나가다른남성성으로교체될때나타나는남성문화의반응인데,젠더이분법에서는이를‘여성지위향상’으로이해하게만든다.다시말해,생산양식의변화에따른남성내부의차이로‘대세’남성성의이미지가바뀐것인데,남성사회는이를‘여성상위’라고주장한다.(48쪽)
남성도피해자일까?
가부장제사회에서강한남성은‘조작된이미지’이므로남성도피해자일까?요점은피해자냐피해자가아니냐가아니다.남성들은계급과상관없이자신의문제점에대한변명과해결의논리가있다.괴로운일상의원인은자신보다지위가높은남성때문인데,여성들에게문제를전가한다.개인적으로문제가생길때는남성연대를활용한다.……남성은자신도남성성의피해자라고주장하지만,그리고그러한주장은어느정도일리가있지만,스스로남성문화를바꾸는사회운동에참여하는이들은서구의경우극소수이고한국에는없다.(55,56쪽)
식민지남성성-강대국콤플렉스와자국여성착취
한국남성은역사상한번도외세와의관계에서한국여성을보호한적이없다.더중요한문제는자신이소유한여자를적에게빼앗긴자존심의상처를다시한국여성에대한성폭력이나구타로해결하려는것이다.혹은한국여성에게이러한자신을위로해주어야한다고강요한다.(많은‘군위안부’여성들이일제의만행‘보다’해방후귀국하여당한가족내따돌림과남편의구타가고통스러웠다고증언한다.)……식민지남성성의가장큰문제는자신의성별과정체성등존재의모든이슈를강대국과의관계로만환원하는논리다.미국을대타자(theOther)로설정하고자신의모든문제는그들때문이라는전가와투사의메커니즘이다.따라서한국남성은미국남성과한국여성에게‘당하는’이중의피해자다.(63,64쪽)
근대전환기한국의남성성
-제국주의남성성과식민지남성성의위치
권김현영에따르면,오늘날한국남성의‘남성성’은근대전환기부터식민지시기를거치면서형성되었다.19세기말부터20세기초까지근대전환기에남자가된다는것은어떤의미였을까?남자다움이란결국‘어떤남자와동일시할것인가’의문제이다.그런데식민지조선의남성들에게는동일시할만한대상이없었다.‘조국’이사라졌으므로본받을‘아버지’도없었고,그렇다고스스로새로운근대국가건설의주체가될수있는상황도아니었다.그리하여식민지남성들은피지배상황에놓인자신을구원하기위해제국일본의남성성에자신을동일시하려고시도하거나,식민지배상황을안정화하려는제국남성들과공모해일본여성과혼인을꿈꾸거나,식민지조선여성에게기생해살아가면서그러한자신의처지를비관했다.권김현영은이광수·채만식·이상·김유정등식민지조선문인들의삶과작품을통해식민지남성성의형성과정을들여다본다.
근대전환기식민지남자들의처지
식민지조선의소년,청년,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