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13.00
Description
페미니즘의 언어로 한국 사회 강간 문화를 낱낱이 해부한다!
성 문화 연구 모임 ‘도란스’의 세 번째 책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성차별 · 성폭력 문제에 관한 주된 쟁점들을 피해와 가해 개념을 중심에 두고 들여다보는 책으로, 강간과 섹스를 구분하지 못하고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강간 문화를 드러내는 것, 성폭력은 누구 혹은 무엇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폭력의 문제임을 밝히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목표이자 이 책의 목표이다.

지금 이 폭발적인 ‘미투’ 운동을 근본적인 사회 변화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과정에서 페미니즘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저자들은 2018년 상반기 한국 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이 뜨겁고 민감한 사안을 더 깊이, 더 멀리 보려 한다. 유례없는 페미니즘의 대중화 시대를 맞아 성차별 ·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상의 정치로 지속시키기 위해 미투 운동 이후를 생각한다.
저자

권김현영

저자권김현영은여성주의연구활동가.《한국남성을분석한다》,《언니네방1,2》,《남성성과젠더》의편저자이고,《양성평등에반대한다》,《성의정치성의권리》,《성폭력에맞서다》,《대한민국넷페미사》,《페미니스트모먼트》등다수의공저가있다.한국성폭력상담소,언니네트워크등에서일했고,여러대학에서“젠더와정치”,“대중문화와섹슈얼리티”,“페미니즘정신분석학”등의과목을가르쳤다.

목차

들어가는글?우리는피해자라는역할을거부한다_권김현영

성폭력2차가해와피해자중심주의의문제_권김현영
들어가며
‘2차가해’라는문제설정
피해자중심주의와판단기준
문제는강간문화다
나가며-피해자의권리에서모두의의무로

문단내성폭력,연대를다시생각한다_<참고문헌없음>준비팀
들어가며-<탈선>,우리가목격한미래
‘문단’이라는가부장적사회
드러난이름과드러나지않은이름
논란의한가운데에서
자격과무결
“너라도빠져나와.”
연대와책임
맺으며-남은숙제들

소수자는피해자인가:커밍아웃,아웃팅,커버링_한채윤
들어가며
커밍아웃과아웃팅의역사
커밍아웃을감당할준비는되었는가
아웃팅의딜레마,그함정에서빠져나오기
커버링에응하지않기
나가며

피해자유발론과게이/트랜스패닉방어_루인
혐오의가시화와그정치학
게이/트랜스패닉방어란무엇인가
혐오를통해이성애-이원젠더구성하기:대구트랜스패닉방어사건
규범을질문하기
맺으며

피해자정체성의정치와페미니즘_정희진
페미니즘의대중화와여성주의언어
피해는사실이아니라경합하는정치의산물이다
정체성의정치
여성의몸과피해자정치성의정치
신자유주의시대의자아와페미니즘
젠더는여성이아니며,희망의반대는절망이아니다

출판사 서평

성폭력피해고발을어떻게사회변화로이끌것인가?
한국사회강간문화를낱낱이해부하는페미니즘의언어


“여성이자신에대해말하기시작하면세상은터져버릴것”이라는한페미니스트시인의말은이제누구도반박할수없으리라.강남역여성혐오살인사건,특정집단내성차별·성폭력을고발하는‘○○계내여성혐오/성폭력’해시태그운동,지구적차원에서벌어진‘미투’운동을거치며한국사회는말하기시작한여성들로인해요동치기시작했다.하지만성폭력피해자는여전히피해를인정받기위해인생을걸어야한다.‘꽃뱀’이라는비난과무고죄와명예훼손의협박에시달리며‘무결한’피해자임을입증해야한다.일반적인폭력사건과달리유독성폭력사건에서만피해와가해라는말이쉽게제자리를찾지못한다.

누가피해자이고누가가해자인가?무엇이성폭력인가?‘2차가해’의기준은무엇인가?누가판단하는가?성폭력문제에서페미니즘은무엇을할수있는가?성문화(性文化)연구모임‘도란스’의세번째책《피해와가해의페미니즘》은성차별·성폭력문제에관한주된쟁점들을‘피해’와‘가해’개념을중심에두고들여다본다.페미니즘은피해자를보호하고가해자를처벌하자는사상이아니다.페미니즘은그이상이다.강간과섹스를구분하지못하고성폭력을정당화하는강간문화를드러내는것,성폭력은‘누구’혹은‘무엇’의문제가아니라‘권력과폭력’의문제임을밝히는것이바로페미니즘의목표이자이책의목표이다.

피해자가직접나와말해야만하는상황은그자체로비상사태이며,시스템에대한신뢰가무너졌을때일어나는일이다.피해당사자의목소리로직접이야기할때에야비로소변하는것이있다는점에서피해자의직접행동주의는매우힘이세지만,그만큼당사자에게커다란부담을안겨준다.모든피해가공론장에서잘이야기될수있는것도아니다.침묵도더는답이아니다.“아나운서가되려면다줄각오를하라.”는말을농담이랍시고던진정치인은성희롱유죄판결을받았지만그말을직접들었던,언론고시를준비하던대학생들은정작사과한마디듣지못했다.당시한기자는나에게대학생들이기자를지망하면서도용감하게나서지않았다며기자로서이들의자질을의심한다고말하기도했다.피해자를비난하고고립시키는기제는이토록다양하다.
-[성폭력2차가해와피해자중심주의의문제](25쪽)

분명한것은한가지다.거듭강조하건대,피해는그자체로진실이아니라투쟁으로획득되는개념이며,이과정이바로페미니즘이라는사실이다.사회적약자가겪은피해가그대로인정된다면유토피아일것이다.그러나역사는그렇지않다.누가사회적약자이며무엇이피해인지,이문제에관한복잡한논쟁이전제되어야한다.그런데한국남성들은피해의식마저남성문화의일부로‘소유’하고있다.가해자의피해의식,피해자의죄의식은우리사회에서흔한일이다.그래서페미니즘은가장급진적이고‘선진적인’정치일수밖에없다.페미니즘은비정치적으로간주되어왔거나비가시화되었던피해를드러내고,가해와피해를둘러싼갈등,곧사회정의의중요한의제를제기한다.-[피해자정체성의정치와페미니즘](210~211쪽)

들불처럼일어난피해고발의목소리가
혁명적변화로이어지려면무엇이필요한가?


2018년1월,한여성검사의‘검찰내성추행’고발이후한국사회에‘미투(#MeToo,나도고발한다)’운동이들불처럼일어났다.문화예술계,법조계,정치계,학계를비롯해사회각계각층에서피해고발이이어졌다.그런데검찰내성추행고발직후한남성시사평론가가자신이진행하는라디오프로그램에서이일을다루면서“한국에는미투운동같은게없었죠?”라고말해거센비난이일었다.많은여성들이그가“(지적으로)게으르고”“오만하다”며분노했다.성폭력피해자들의용기있는고발과공론화움직임이계속이어졌음을분명히기억하고있기때문이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증언,2003년부터매년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진행하는‘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2009년배우장자연씨가남긴유서,2016년5월강남역여성혐오살인사건이후강남역에붙은수많은포스트잇,2016년10월인터넷상에서일어난‘#○○_내_성폭력’해시태그운동,2017년11월한샘사내성폭행피해자의고발에이르기까지,여성들의말하기는계속되어왔고실제로크고작은법적,제도적변화를이끌어내기도했다.한국에는이미오래전부터‘미투’가있었다.
그런데성폭력이커다란사회적이슈가된일이이렇게많았는데도어째서여전히같은상황이반복되는것일까?지금이폭발적인‘미투’운동을근본적인사회변화로이끌려면어떻게해야할까?그과정에서페미니즘은무엇을할수있는가?《피해와가해의페미니즘》은2018년상반기한국사회를뿌리째흔들고있는이뜨겁고민감한사안을더깊이,더멀리보려한다.이책은유례없는페미니즘의대중화시대를맞아성차별?성폭력문제에대한관심을일상의정치로지속시키기위해“미투운동이후”를생각한다.
특히‘2차가해’라는용어와‘피해자중심주의’라는개념이오용되고남용될경우발생할수있는문제(권김현영)와“모든여성은피해자”라고주장하며‘여성우선’을외치는페미니즘일부의‘정체성의정치’가야기할수있는폐해를성찰한다(정희진).

‘진실에대해말하기’는언제나어떤것을무릅쓰는일이다.우리는누구나민주주의사회에서말할권리가있다고간주되지만,그말이사회가허용하는영역을초과하는순간에는언제든지추방될수있다.피해자로서자신의피해에대해말한다는것은,자기자신에게진실을말할권리가있다고주장하는행위이다.광장에서는누구나말할자유와권리가있다.하지만바로그렇기때문에말은언제든묻힐수도있고의심을살수도있다.
‘진실에대해말하기’라는행위를선택한자는언제나이런시험대에오른다.시험대에오른사람들의말은대부분사람들의생각을바꾸는데‘실패’한다.하지만아주가끔변화가만들어지는순간이있다.페미니스트시인뮤리엘루키저는,“여성이자신에대해말하기시작하면세상은터져버릴것”이라고말한바있다.-[성폭력2차가해와피해자중심주의의문제](67~68쪽)

[성폭력2차가해와피해자중심주의의문제](권김현영)는성폭력피해자의직접행동을통해여성의목소리가가시화되기시작한현실과,피해자의‘말하기’이후에일어나는일들을짚어보는것으로시작된다.필자는성폭력이본질적으로이성애중심주의와젠더권력의문제임을드러내고,성차별?성폭력문제의밑바탕에뿌리깊은‘강간문화’가있음을여러사례분석을통해보여준다.나아가,그동안한국사회에서진행된반(反)성폭력운동을돌아보며지속가능한운동으로나아가는데무엇이부족했는지,무엇을더사유해야하는지고민한다.예를들어,피해자를보호하기위해등장한‘2차가해’라는용어와‘피해자중심주의’담론이오히려피해자를소외시키고연대자와지지자들을위축시키는한계를드러냈음을지적한다.

[문단내성폭력,연대를다시생각한다]는‘문단내성폭력’고발자를지지하고연대해온‘[참고문헌없음]준비팀’이쓴,현재진행중인고투의기록이다.이글에는피해고발이공론화된이후현실에서피해자들이겪는고통과피해자를지지하기위해모인연대자들에게일어난일이그대로기록되어있다.[참고문헌없음]은문단내성폭력에대한증언과지지의말들을모아책을출간하고,펀딩을통해피해자들을법률적?의료적으로지원하기위해시작된프로젝트였다.그러나연대자의자격,지지와연대의방식등을두고숱한논란이벌어져프로젝트가좌초될위기에놓이기도했다.이글은연대자의위치를끝까지질문해본사람들이수없이많은토론과고민끝에내놓은것이다.

[소수자는피해자인가:커밍아웃,아웃팅,커버링](한채윤)은성소수자의‘커밍아웃’을용기있는행동으로칭송하고‘아웃팅’을끔찍한범죄로보는시각에,소수자를‘피해자’의위치에가두고길들이려는의도가숨어있음을밝힌다.필자는먼저자신이동성애자임을밝히는‘커밍아웃’과“ㅇㅇ는동성애자다”라고폭로하는‘아웃팅’이사회에등장하게된과정을살피면서두개념에관한상식을뒤집는다.‘커밍아웃’을당당함과용기의표식으로여기는사회에서는‘아웃팅’이범죄가되고,성소수자의정체성을너무드러내지말고살아가라는사회적압력(‘커버링’)의요구에저항하기어려워진다.이렇게되면정작동성애자의삶을억압하는사회의문제는시야에서사라지고만다.

[피해자유발론과게이/트랜스패닉방어](루인)는한국최초로‘패닉방어’를단행본에서다룬다.이글은‘피해’와‘가해’라는문제에대한새로운사유를요구하는사건을다룬다는점에서특별하다.‘패닉방어’란게이혹은트랜스젠더를살해한가해자가법정에서자신의범죄행위를변명할때사용하는전략이다.가해자는피해자의성별정체성혹은성정체성을알게되어충격을받아우발적으로살인을한것이므로자신의행위는‘패닉’의결과로일어난‘정당방위’라고주장한다.이렇게‘피해’와‘가해’의관계를뒤섞는‘피해자유발론’은여성혐오나성폭력사건에서자주등장하는페미니즘의오랜의제이다.“여자가밤늦게돌아다니니까,야한옷을입고다니니까성폭력이일어난다.”“여성이의무는이행하지않고과도하게권리만주장해서남성이역차별을당하고있다.”같은식이다.

[피해자정체성의정치와페미니즘](정희진)은‘피해자’로서여성의정체성을강조하는여성운동의한계를밝히고타자와연대하는페미니즘을제안한다.페미니즘의대중화이후놀랄만한현상이나타났다.피해여성들의현실에우선주목해야한다며“여성우선”의정치를주장하는여성들이등장한것이다.이렇게“여성우선”을주장하는페미니즘은일명‘터프(TERF,Trans-ExclusionaryRadicalFeminism)’라고불린다.쉽게말하면트랜스젠더여성(특히mtf,즉남성에서여성으로)을배제한페미니즘이다.그러나과연누가‘진정한’여성인가?가장심각한피해는누가정하는가?우선순위는사회정의와어떻게연결되는가?필자는정체성의근거가피해에머무르게되면,여성들은고통을경쟁하고피해를자원으로삼는,남성사회가원하는성역할수행주체가됨을잊지말아야한다고말한다.

침묵이목소리가되어나올때
-[성폭력2차가해와피해자중심주의의문제]


성폭력피해자가직접자신의피해경험을말하는일이확실히늘어났다.특히인터넷이라는물적조건과소셜네트워크(SNS)라는뉴미디어를기반삼아,인터넷의사소통에능숙한여성대중이2016년강남역살인사건이후직접행동에나서면서변화가본격화되었다.그렇다면피해경험을쉽게말할수없었던과거와달리지금은상황이나아진것일까?하지만“피해자의용기있는직접행동으로인해겨우변화의가능성이열려도,그이후에문제가해결되기는커녕가해자들이피해사실의진위여부를의심하는여론을만드는데성공하거나,연이은폭로로인해피로감만쌓이고문제는아무것도해결되지않는일이반복되고”있다.
이글에서권김현영은성폭력문제의근본적인해결을위해서는성폭력을‘피해자’와‘가해자’만관련되는‘협의의당사자성’차원에서접근해서는안되며,한국사회에만연한‘강간문화’에대한문제의식을분명히하는것이중요하다고말한다.필자가던지는가장중요한질문은이것이다.“성폭력피해에대해어떻게말하고,어떻게들을것인가?”

‘2차피해’란무엇인가
성폭력2차피해는성폭력문제를여타의폭력과구분해주는핵심적인문제다.‘2차’라는뜻의‘second’는‘social’과혼용된다.성폭력2차피해는다른말로‘사회적강간(socialrape)’이라고불린다.……피해자가의료조치과정에서적절한배려와설명을듣지못하고“몸을함부로굴렸다”는말을듣거나,언론이사실관계를보도하는과정에서가해자입장만을전달해피해자를사실상꽃뱀취급하거나,선정적인표현으로사건자체의초점을흐리게하는것역시모두피해자를비난하는문화의산물이다.즉,2차피해란1차피해문제를해결하는과정에서성차별주의와잘못된성통념으로인해피해자가마주하게되는부당한일을총칭한다.(3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