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정치학

미투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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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쉽게 조성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직장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면 노동 문제가 되고 피해자가 여성이면 성적인 문제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 모임 ‘도란스’는 네 번째 책 《미투의 정치학》에서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미투 이후를 모색한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적 자기결정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 사회의 남성 연대,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 등을 살펴봄으로써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를 파헤친다.
저자

정희진

여러대학과기관에서여성학과글쓰기를강의하고있다.《아주친밀한폭력》,《성폭력을다시쓴다》등여성과폭력,인권에관한많은글을썼다.메타젠더와학제간연구방법,융합글쓰기에관심을가지고연구하고있다.

목차

머리말|일상의혁명,미투의정치학_정희진

그남자들의‘여자문제’_권김현영
‘공작’은누가했나
누가무엇으로재판을받고있었나
“어떻게지위가타인의인권을빼앗을수있습니까?”라는비문(非文)
존재하는위력은반드시행사된다
진영론,문제제기를막는가장효과적인방법
‘여자문제’라는프레임
나가며

여성에대한폭력과미투운동_정희진
아버지의연장그리고‘속삭임’
범죄신고가혁명인사회
가해자에의해좌우되는쟁점들
남성과여성의‘자의성’은같지않다
인식론으로서젠더의지위
젠더사회에서‘불가능한미투’
남성사회가선별하는피해자
남성의새로운‘성역할’은스스로에대한책임감

춘향에겐성적자기결정권이필요했다_한채윤
들어가며
성춘향과변학도에게궁금한두가지
춘향이지키려한건정조가아니다
변학도는성욕을채우지못해화가난것이아니다
정조로는아무도구할수없다
그런데도형법에‘정조권’이들어갔다
정조권을넘어성적자기결정권으로
누구를위한‘저항’인가
‘동의’에필요한것은‘거부할권리’가아니다
마무리하며

젠더개념과젠더폭력_루인
트랜스젠더퀴어의시각에서본젠더폭력의의미
‘브랜든티나/티나브랜든’의범주를둘러싼논쟁
섹스-젠더의필연적관계비판
트랜스젠더퀴어와젠더
젠더인식과트랜스젠더퀴어가겪는폭력의성격
젠더폭력과젠더경합연속체
트랜스젠더퀴어연속체
트랜스페미니즘을향하여

출판사 서평

성폭력사건에서는왜가해자가아니라피해자가추궁당하는가?
누가,왜‘피해자다움’을요구하는가?
‘미투운동’의성장을기록하고미래를모색하는페미니즘의실천

2018년1월29일서지현검사의검찰조직내성폭력피해고발이후정계,문화예술계,스포츠계에이르기까지전방위로‘미투운동’이일어났다.‘미투’는한국사회를지배하는남성중심적성문화를뿌리째뒤흔들어일상의혁명을촉구하는매우급진적인운동이다.호주제폐지운동이후이렇게전세대의여성들이고르게지지한운동은없었다.그러나한편으로미투운동은법과제도,사회질서전반에성차별적통념이얼마나단단히자리잡고있는지확인하는계기가되었다.‘말하기’이후피해자개인이감당해야할몫은여전히너무크고,성폭력에대한사회적논의는거의진전이없다.용기있는목소리가근본적인사회변화로이어지려면무엇이더필요한가.

성폭력가해자를두둔하고피해자를비난하는분위기가쉽게조성되는것은무엇때문인가?직장내에서벌어진권력형폭력사건에서피해자가남성이면노동문제가되고피해자가여성이면성적인문제로둔갑하는이유는무엇인가?여성과소수자에대한폭력문제를다루어온연구모임‘도란스’는네번째책《미투의정치학》에서미투운동을둘러싼주요쟁점을분석하고미투이후를모색한다.여성주의시각에서‘위력에의한성폭력’,‘성적자기결정권’,진보와보수를초월하는한국사회의남성연대,사법부의젠더감수성,젠더폭력과젠더개념등을살펴봄으로써성차별과성폭력을지속시키는우리사회의부정의를파헤친다.

직장생활을하면서개인도조직도모두이기적일뿐,정의로움을찾기어렵다고느꼈다.조직을앞세워개인을희생하거나,오로지개인만남게될뿐이었다.내가원한건이타적인예민함이었다.마지막희망을품고,좋은세상을만들고싶어대선캠프에들어갔다.그러나성폭력을당하고,사람과세상으로부터스스로격리됐다.‘미투’는마지막외침이었다.이싸움의끝에는정의가있기를바란다.
이책에서는미투사건의본질인‘위력’이무엇인지를다루고있다.집필작업에함께참여했지만끝내원고를담을수없었다.내가이야기할수있는장소는아직까지법원이어야한다는사실을다시금깨달았다.하지만이책에서위력에의한성폭력사건의본질과맥락,사실을잘다루고있어큰위로가된다.이책을통해우리사회가만들어낸성범죄,‘위력’에의한성폭력을함께이해하고변화되었으면좋겠다.《미투의정치학》을계기로또다른가해자를막고,현재의피해자를위로할수있는마법이일어나기를소망한다.
―김지은(안희정전충남도지사성폭력사건피해자이자고발자)



‘안희정사건’의의미와미투의정치학

2019년2월1일,한국여성운동사에기록될만한중요한판결이있었다.바로안희정전충남도지사성폭력사건의2심판결이었다.
안희정전지사는자신의지위를앞세워수행비서김지은에게‘위력에의한성폭력’을가한혐의로기소됐다.검찰은업무상위력에의한간음,강제추행등총10건의성폭력혐의로기소하여4년을구형했다.그러나2018년8월14일에1심재판부는무죄를선고했다.1심재판에서가장중요한쟁점은성폭행피해자의‘피해자다움’에관한것이었다.1심재판부는피해자가성폭행피해를당한뒤곧바로경찰에신고하거나직장을그만두지않고일상적인업무를수행한점등을들어피해자의진술을믿기어렵다고판단했다.1심재판은공판에서판결에이르기까지성차별과성폭력에대한한국사법부의보수적인식을그대로보여주었다는비판을받았다.
그런데2심재판부는1심판결을완전히뒤집고10개의공소사실가운데9개를인정하여징역3년6개월을선고했다.안희정전지사는법정구속되었다.전문가들은2심결과를두고‘위력에의한성폭력’을인정하는판례가거의없는한국실정에서중요한지표가될판결이라고평가했다.현행법상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혐의에서‘위력’이란피해자의자유의사를제압하기에충분한위세를말한다.따라서물리적인폭행이나협박이없어도사회적?경제적?정치적지위나권세를이용한성폭력이인정될수있는것이다.하지만지금까지한국법정에서‘위력성폭력’이인정된경우는극히드물었다.더욱이안희정사건은피해자김지은의‘미투’고발이후거의1년간전국민의관심이집중된사건이라는점에서앞으로다른성폭력사건재판에큰영향을끼칠것이라는평가가나오고있다.
안희정사건을비롯해여러‘미투’사건이법정으로가면서‘위력에의한성폭력’‘성적자기결정권’‘성인지(性認知)감수성(gendersensitivity)’같은낯선개념들이언론을통해알려지기시작했다.이개념들은성폭력사건에서재판부의판단을좌우하는주요쟁점이기도하다.《미투의정치학》은이러한쟁점들을중심으로안희정사건을주된분석대상으로삼아여성의‘말하기’,미투의본질,여성에대한폭력의의미등을살펴본다.

안희정사건은조직내최고권력자가남성일때,그권력이임면권이라는구체적인권한부터해당업계전반에걸친영향력까지광범위하게퍼져있을때,‘부하직원’의위치에있는여성에대한성적착취가얼마나손쉽게일어나는지를정확하게보여준다.대부분의미투사건을떠올려보라.문화예술계와체육계에서터져나온미투대부분이이같은구조에서반복해서일어났다.정치권도마찬가지였다.이사건은특정영역의예외적인경우가아니다.……
모든운동은맥락을이해할때만효과를낼수있다.미투운동역시그렇다.그런점에서우리는미투운동의핵심이‘위력’이며그위력의작동방식과맥락은젠더인식없이는설명될수없다고본다.이점이이책에서안희정사건이주요분석대상이된이유다.―〈머리말〉(10,21쪽)



〈그남자들의‘여자문제’〉(권김현영)는안희정성폭력사건재판방청기이다.권김현영은1심과2심공판을방청하면서사건과관련해무엇이어떻게언론에서보도되는지,피해자를둘러싼음모론이어떻게확산되고어떤프레임이만들어지는지,여론이어떻게달라지는지를분석했다.‘피해자다움’을강조하는재판부에대한차가운분노와피해자를향한뜨거운연대의마음으로써내려간이글에서필자는언론의지나친개입과왜곡에주목한다.언론의선정적이고자극적인보도를거치면서여성인권의제는가십거리로전락했다.‘정치공작’이라는프레임도만들어졌다.한편으로이글은성폭력을“큰일하는남자의사생활문제”정도로치부하는한국진보남성집단에대한정신분석이기도하다.

〈여성에대한폭력과미투운동〉(정희진)은미투운동을중심에두고여성에대한폭력과젠더개념을소개하는데초점을맞춘다.정희진은여성에대한폭력이일상화된한국사회에서미투운동으로가시화되는폭력은극히일부임을지적한다.드러나는폭력과감추어지는폭력은누가결정하는가?성폭력사건이발생했을때남성사회가관심을두는것은피해자의고통이나인권침해가아니라해당사건이남성사회에얼마나타격을주는가이다.가해자가조직의권력자인가,사건이남성전체의위신에타격을주는가따위가사건의성격을좌우한다.가정폭력피해나성산업에종사하는여성의피해가‘미투’로수용되지못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춘향에겐성적자기결정권이필요했다〉(한채윤)는우리에게친숙한고전소설《춘향전》을통해‘정조’에서‘성적자기결정권’으로성폭력범죄의보호법익이바뀐것이어떤의미인지를설명한다.또‘(여성이)정조를지키겠다고스스로결정할권리’정도로오해받는성적자기결정권에대해자세히알아본다.안희정사건에서1심재판부는피해여성이성적자기결정권을충분히행사하지않은것이곧동의를뜻한다고판단했다.피해자의성적자기결정권을침해한죄를가해자에게묻지않고자신에게‘있는권리’를사용하지않은피해자에게죄를묻는상황이벌어진것이다.정조를지킬의무를다하지못했다며오히려성폭행피해자를비난하고처벌했던과거와과연무엇이다른가?한채윤은《춘향전》을여성주의관점에서재해석하면서지금껏우리사회가제대로생각해보지않았던질문을던진다.“도대체왜남성에게는전혀없는정조관념이여성에게는있어야만하는것일까?”

〈젠더폭력과젠더개념〉(루인)은성적권리를행사할수있는조건을고찰한다.최근일부페미니스트들이트랜스젠더나동성애자같은사회적약자에대한혐오와배제를주장하고있다.이것은미국의대외침략을지지하는우익페미니즘이나성역할을이용해서라도여성이출세해야한다는‘파워페미니즘’과도다르다.루인의글은미투운동이대중화되고여성에대한폭력문제에대중의관심이집중되면서일부에서페미니즘과퀴어를나누어진영화하려는흐름을비판한다.루인은왜어떤여성에대한폭력은젠더폭력이되고어떤여성에대한폭력은그렇지않은지를묻는다.곧누가진정한‘여성’이며폭력의개념은누가정하는가라는여성주의의가장근본적인논쟁을제기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