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인류역사를관통한영적·지적성취의숨은주역
유대인은수천년간수많은역경과도전을이겨냈다.이집트의노예생활,가나안의방랑기,바빌론의포로생활을거쳐헬레니즘세계에융화되었고,로마제국의흥망을지켜본후이슬람문명권과르네상스기유럽에서번성했으며,중세암흑기와나치강제수용소에서살아남았다.수많은문명과종교와민족이역사에서사라지거나흡수되었을때유대인은어떻게활력을유지할수있었을까?
이책은유대인이문화를창조하는공동체로서발전할수있었던이유,즉유대인특유의‘사상’을바탕으로삼아유대역사를깊이있게조명한다.유대정체성을확립하게하고유대사상을이웃민족과구별하게해준‘모세율법’부터,유대교의바탕이된‘토라’,포로생활에서생존하기위해새로운신개념을만들어낸예언자들,그리스문학과과학저술을아랍에전한번역가들,유대사상을지식체계로구체화한《탈무드》까지유대인들은자신들의고유한신념과사상을가슴에품고끈질기게살아남았다.이책은한민족이소멸의위험에맞서전진과후퇴,도전과응전을거듭해온기나긴투쟁의서사시이자,유대인이수천년역사를관통하며인류의영적·지적성취에어떻게기여했는지를보여주는생동감넘치고매혹적인이야기다.
세계사의주인공인적은없었으나세상을정복한민족,유대인
유대인은전세계인구의약0.2퍼센트(1500만명)에지나지않는다.하지만그들은종교,과학,경제,철학,문학,음악,미술,상업,산업분야에서위대한성취를이루었다.유대인은주변국을정복해제국을이루는방식으로역사를이끄는주인공이된적이단한번도없었다.하지만역사의전환점이된사건뒤에는늘유대인이있었다.
유대인을다른민족과구별짓게해준‘유일신사상’은세계최대의종교인기독교와이슬람교탄생의뿌리가되었다.그리스어,라틴어,아랍어에능통했던유대인언어천재들은책을활발히저술하고번역하여유럽과아랍문명의번영을주도했다.근대유대인혁명가들은1848년이탈리아의통일에참여했고,프랑스인·독일인·영국인·러시아인으로서싸우며19~20세기유럽의변혁을이끌었다.
“영어로쓰인가장탁월한유대역사서”
《책의민족》은누구나재미있게읽을수있는유대역사서이다.미국역사가이자작가인맥스I.디몬트는유대역사를학자들만의것으로남기지않고,4천년유대민족의일대기를유머가깃든대중적인필치로흥미진진하게펼쳐보인다.《책의민족》에는유대역사와세계사에박학다식한저자의방대한지식이바탕에깔려있다.유대역사에서가장위대하고신비한인물인모세의정체에관한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적해석부터유대교와기독교의잃어버린연결고리를드러내준<사해문서>의발견에얽힌이야기,나폴레옹이제국내에살던유대인문제를해결하기위해1천8백년만에유대최고회의를소집한일화까지그동안잘알려지지않았던유대인과유대역사에관한흥미로운이야기가가득하다.
이책은출간직후전세계에서수백만부가팔린베스트셀러가되었으며,“영어로쓰인가장탁월한유대역사서”라는평을받았다.
전세계를배경삼아펼쳐지는유대민족의놀라운모험
유대인은지구상에있는거의모든나라에자신들의흔적을남겼다.《책의민족》은유대인이남긴발자취를추적하기위해먼저세계각국의역사를개괄하고,네개의대륙과여섯개의문명에서꽃피운유대인의역사와문화를속도감있게그려낸다.유대의신여호와와아브라함의만남에서부터수천년간이어진유랑생활,헬레니즘문화의도전,아랍과유럽에서맞이한부흥기,유럽에퍼진반유대주의,시온주의의탄생과이스라엘건국까지4천년유대인의파란만장한일대기는마치모험소설을읽는듯하다.역사의흥망성쇠를겪어내며살아남은유대인의생명력과끈기는감동적이기까지하다.
역사의관심밖에있던유대인을무대위로끌어올리다
역사철학자오스발트슈펭글러는《서구의몰락》에서유대역사를전혀다루지않았고,아널드토인비의《역사의연구》는유대인의역사를‘각주’로만다루었다.이처럼유대인은세계곳곳에남긴지적성취에도불구하고역사에서중요하게다뤄지지않았다.유대인과같은시기에역사에등장했던다른민족과달리,유대인은민족의영광을증언해주는유적을거의남기지않았다.대신유대인에게는사상이있었다.주목해야할사실은유물만남긴민족들은대부분사라졌지만,사상을남긴유대인은살아남았다는점이다.《책의민족》은유대사상의핵심을이룬‘모세율법’,‘토라’,《탈무드》의탄생배경과발전과정을깊이있게다루면서역사의뒷면에존재했던유대인을역사의무대앞으로끌어낸다.
유대인과유대사상은어떻게탄생했을까?
기원전2000년경유대인은중근동민족들사이에서뒤늦게출현했다.유대역사는최초의히브리인아브라함이여호와와만나언약을맺은그날로부터시작한다.신은모든남자는할례를받아야한다는계명을내렸고,가나안땅을주겠다고약속했다.가나안땅에서방랑하던아브라함과그후손들을하나로뭉치게한것은유일신사상,할례,인신제사금지였다.눈에보이는우상을섬기고풍요제의를올리던근동지역의다른민족들과는달리,유대인은보이지않는신을믿었고어디에서나회당을세워사제없이신과직접소통했다.‘하나뿐인신’과‘보이지않는신’개념은유대인을다른민족과확연히구분되게해주었고,각문명을넘나들며지적성취를이룬원동력이되었다.
유일신사상과보이지않는신때문에유대인의지적능력이향상되었다.‘움직이는성막’이유대인들을특정한장소에묶어놓지않았기때문에그들은기회를따라정체성을포기하지않으면서옮겨다닐수있었다.……그리스인의전통의상인튜닉,아랍의무슬림랍비무프티,미국의아이비리그처럼디아스포라문화가어떻게포장되었든그안에는언제나여호와유일신교가있었다.-171~179쪽
유대정체성을세운‘모세율법’
성서에따르면이집트로가유대인을해방시키라는여호와의명령을받은모세는홍해를지나시나이사막으로유대인을이끌었고그곳에서신으로부터받은율법을유대인에게주었다.‘모세율법’은유대인의정치·문화·종교등생활전반을지배하는신의명령이었고,개인과개인의관계,개인과국가의관계,개인과신의관계를규정했다.모세율법은가나안에서방랑하는유대인을하나로모으는구심점역할을했으며유대인의정체성을확립하게해주었다.약3천년전에작성된모세율법에는오늘날미국헌법의철학과유사한자치주의와휴머니즘정신이깃들어있었다.
미국헌법의철학과모세율법의철학사이에는신기한유사성이있다.연방정부가헌법이부여한권한만지니는반면에개별주정부들은그들에게명시적으로금지된것을제외하면무엇이든지할수있듯이,유대인들도모세율법이금지한것을제외하면무엇이든지할수있었다.……이것은유대인에게엄청난자유를허락한다.그들은율법에명시적으로금지된것을하지않는한,자신들이원하는것은무엇이든할수있었다.-60쪽
그리스문명은유대사상에어떤영향을끼쳤나?
기원전3세기경,근동지역에그리스의헬레니즘문화가들어왔다.그지역에살던유대인들은그리스의통치를받으며헬레니즘문화와맞닥뜨렸다.아름다움과즐거움을추구했던그리스인과달리유대인은금욕적인유일신신앙과정신적가치를추구했다.이렇게달랐던두민족의사상은어떻게한지점에서만났을까?
유대인대부분은헬레니즘자체는거부했지만그리스철학은철저히연구했다.유대인들은그리스인들이제공한모든지적유산을흡수하여유대인의감각을더해자신들만의탁월하고수준높은지적성취를이루어냈다.이런사상적융합의분위기속에서기원전3세기에《구약성경》이그리스어로번역되었다.기원전1세기알렉산드리아태생의유대인철학자필론은《구약성경》을플라톤철학으로해석했다.플라톤에심취했던필론은유대신앙을그리스철학과융합한최초의학자였다.
그리스어로번역된《구약성경》
《구약성경》은근동지역언어인아람어로쓰인<다니엘>,<에스라>의일부를제외하고모두히브리어로기록되었다.하지만당시시리아,이집트,그리스등지에흩어져살던유대인은히브리어를잊어버리고그리스어를사용했다.유대지도자들은《구약성경》의내용이언어보다중요하다고느꼈다.그리스어로된성경을읽는것이성경을전혀모르는것보다낫다고생각한것이다.《70인역성경》은유대인이이방문화속에서자신들의민족정체성을지키기위한고심어린전략에서탄생했다.이책은외국의이방문화에서성장한유대인을유대교의테두리안으로다시끌어들이는데큰역할을했다.또《70인역성경》은그리스,로마에도큰영향을끼쳤다.
(《70인역성경》은)문학적으로매우가치있는그리스어저작이며,유대인보다이방인에게더많이팔린베스트셀러였다.유대의휴머니즘과철학을그리스인과로마인에게전파한것도이책이었다.그래서바울이그리스인과로마인에게전도하러왔을때그의교리는완전히새로운것은아니었다.사람들은이미《구약성경》에익숙했다.-171,172쪽
전세계로흩어진유대인은어떻게유대정체성을지켰나?
유대인의생존을위협하는상황이발생했다.유대인의디아스포라역사가시작된것이다.디아스포라(Diaspora)는‘흩뜨리다’라는뜻의그리스어에서유래한말인데,팔레스타인땅밖에서흩어져사는유대인을가리킨다.디아스포라역사는유대인이기원전6세기바빌로니아인들에의해예루살렘에서쫓겨난때부터19세기유럽의게토에서해방될때까지의기간을뜻한다.이상황에서유대인들은어떻게주변문화에흡수되거나동화되지않고유대정체성을지킬수있었을까?
《탈무드》,디아스포라유대인의정신적구심점이되다
유대인들은《탈무드》를만들어디아스포라라는위기에맞섰다.《탈무드》는완성되기까지2백년이넘게걸렸다.1100년경법전화된《탈무드》의편찬자들은구전으로전해오던율법을구체적인윤리체계로정리했다.도덕과신앙에관한철학적담론뿐아니라위생,천문,경제등일상적문제까지담은《탈무드》는유대인의생존도구였다.유대인은언제어디서나《탈무드》를읽으며유대적삶의기준을세울수있었다.《탈무드》는변화된삶의조건에맞게어디에서나적응가능한유대인을창조했고,동시에흩어진유대인을영적공동체로결합하는역할을맡았다.
《탈무드》연구자들은하느님을일상적인활동에받아들여,유대인의행동이하느님의성품으로물들어야한다고주장했다.토라가종교적유대인을만들었다면,《탈무드》는유대인의관심을과학과이론의영역으로확장했다.성경이민족주의적유대인을만들었다면,《탈무드》는어디에서나적응가능한유대인을창조했다.-238쪽
유대학문의구심점‘예시바’
《탈무드》의산실은유대인고등교육기관인‘예시바’이다.이학교들에서유대사상이《탈무드》또는‘지혜’라고불리는지식체계로구체화되었다.예시바의역사적역할은디아스포라가되어이방인의땅에서살면서급속도로변화할유대인의운명을보호하기위해율법에융통성을부여한데있다.최초의예시바는3세기에로마의보복을피해팔레스타인에서탈출한랍비들에의해바빌론에세워졌다.9세기이후에는유럽에최초로예시바가세워졌고,13세기이후에는유럽전역으로퍼졌다.예시바는유대문화에서지적인역할을담당했으며,12세기에최초로세워진유럽대학의원형이되었다.
유대사회에서학자는점점더큰지위를얻게되었다.학자들은오늘날기업총수나스타영화배우보다더크게존경받았다.유대전설에서영웅은칼로난폭한괴물을죽이는기사가아니라,지식으로무지의용을죽이는사람이되었다.무지는부끄러운것이었고,부자든지가난한자든지무식하면경멸의대상이었다.유대랍비들은학식있는평민이배우지못한귀족자제보다낫다고생각했다.임신한여자들은배속의아이가학자의영으로충만하기를원하며예시바에모여들었다.-245쪽
아랍인은왜유대인을존경했을까?
오늘날유대인과아랍인은첨예하게갈등하는적대적관계에놓여있다.하지만두민족은유대인이아라비아로이주하기시작한1세기말부터15세기무렵까지평화롭게공존했다.아랍인은유대인을‘책의민족’이라부르며존경했고,유대인은아랍인의관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