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14.00
Description
사회적 약자가 이 세상과
‘품위 있게’ 싸우는 방법, 글쓰기
죄의식 없이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경쟁하고, ‘가해자’의 마음이 평화로운 사회.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왜 그렇게 분노가 많냐.”고 말하는 사회. 자녀를 잃은 슬픔을 국가 체제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사회. 이런 시대에 약자가 지닐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정희진에게 무기는 바로 ‘글쓰기’다. 그에게 글쓰기는 약자의 시선으로 타인과 사회를 탐구하고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내 안의 소수자성을 자원으로 삼아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드러내는 것, 나보다 더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연대하면서 세상을 배우는 일이다. 이것이 정희진이 말하는 시대에 맞서 ‘품위 있게’ 싸우는 방법으로서 글쓰기다.

품위는 약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약자에게는 폭력이라는 자원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무기는 나에겐 ‘있되’, ‘적’에겐 없는 것. 바로 글쓰기다. ‘적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사고방식. 사회적 약자만 접근 가능한 대안적 사고, 새로운 글쓰기 방식,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게만 보이는 세계를 드러내는 것. 내 비록 능력이 부족하고 소심해서 주어진 지면조차 감당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내 억울함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나보다 더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러면서 세상을 배워야 한다. - 머리말·14쪽
이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의 핵심은 바로 ‘윤리학’이라고 말한다. 윤리적인 글쓰기란, 타인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공감함으로써 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 나를 타인과 연결하여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윤리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월한 자신’을 재생산하는 글쓰기, 지배와 보편 규범을 재생산하는 글쓰기가 나올 뿐이다.

저자

정희진

융합글쓰기·인문학강사,서평가.여성주의관점에서공부와글쓰기에관심을가지고있다.서강대학교에서종교학과사회학을공부했고,이화여자대학교에서여성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나쁜사람에게지지않으려고쓴다』,『나를알기위해서쓴다』,『페미니즘의도전』,『정희진처럼읽기』,『아주친밀한폭력』,『혼자서본영화』,『낯선시선』등을썼으며,『양성평등에반대한다』,『미투의정치학』등의...

목차

머리말_나의몸,나의무기

1장윤리학과정치학은글쓰기의핵심이다
-정치적행위로서글쓰기
여기까지_《새들은제이름을부르며운다》,김형경
싸가지는정치학이다_《싸가지없는진보》,강준만
심서(心書)_《목민심서》,정약용
미디어는몸의확장이다_《미디어의이해》,마셜맥루언
방황_《대통령과종교》,백중현
맞아죽은개의가죽으로만든양탄자_《내무덤,푸르고》,최승자
근대의상징,광개토왕비_《만들어진고대》,이성시
정치적올바름_《지젝이만난레닌》,슬라보예지젝·블라디미르일리치레닌
촉감없는사회_《생명권정치학》,제러미리프킨
나는왜정치를하는가_《숨통이트인다》,장서연외
탈성장은우파일까좌파일까_《성장하지않아도우리는행복할까?》,세르주라투슈
운명이다_노무현전대통령유서
더러워진골목길네가치울거냐_《표현의기술》,유시민·정훈이
개신교는동성애가필요하다_“왜한국개신교는‘동성애’를증오하는가”,〈인물과사상〉,한채윤
전단지돌리는사람_《아무것도바라지않는죽음앞에서》,복거일
멈춤(知止)_《도덕경》,노자
평범한가정에태어났더라면_《평범한가정에태어났더라면》,박근혜
저들은자기가하는일을알지못하옵니다_“신약성서”,《성서》
무연(無緣)사회_《노년은아름다워》,김영옥
함께맞는비_《감옥으로부터의사색》,신영복
글짓기,글쓰기_《연암박지원의글짓는법》,박수밀
희망은욕망에대한그리움_《기형도산문집》,기형도

2장당사자의글쓰기는혁명의꽃이다
-내용이자방법으로서윤리적글쓰기
이전쟁이제일큰전쟁이다_《밀양을살다》,밀양구술프로젝트
장애인이공부해서뭐하냐_《그럼에도불구하고수업합시다》,홍은전
백인들의말은대단히매끄럽다_《그래도삶은계속된다》,켄트너번
가장무서운것은사람마음의밑바닥을보는것이었어요_《그의슬픔과기쁨》,정혜윤
극단적현실_《보다》,김영하
고공농성_《엄마냄새참좋다》,유승하·“을밀대위의투사강주룡”,박정애·〈식민지시대여성노동운동에관한연구〉,서형실
당신이라면어떻게하겠습니까?_《더리더》,베른하르트슐링크
길,균도(均道)_《우리균도》,이진섭
사람곁에사람_《사람곁에사람곁에사람》,박래군
몸의일기_《몸의일기》,다니엘페나크
평화_《나는평화를기원하지않는다》,김재명
반짝이는박수소리_《반짝이는박수소리》,이길보라
과거를떠나보내는용기_《꿈에게길을묻다》,고혜경
감정이입_《멀고도가까운》,리베카솔닛
오직엄마_《나는가해자의엄마입니다》,수클리볼드
소크라테스_《TheGay100》,폴러셀
피플_《혐오와수치심》,마사너스바움
아만자_《아만자》,김보통
아픈몸을살다_《아픈몸을살다》,아서프랭크
몸에깊숙이박힌못을어떻게빼내요?_《길,저쪽》,정찬
쉽게씌어진시_《윤동주시집》,윤동주
대소변을가리지못할때까지살고싶습니다_《인간을넘어서》,나카무라유지로·우에노치즈코

3장글쓰기의두려움과부끄러움
-‘세월호’에대해쓴다는것
이차적인간_《이야기해그리고다시살아나》,수잔브라이슨
일상과비상의구별?_《호모사케르》,조르조아감벤
무명용사의묘지_《민족주의의기원과전파》,베네딕트앤더슨
우리가슬퍼하는것이아니다,슬픔이우리를선택한것이다_《감정공부》,미리암그린스팬
상처입히는기쁨_《전체주의의시대경험》,후지타쇼조
사랑도명예도이름도남김없이_〈임을위한행진곡〉,백기완·김종률?199
썩지않는사랑_《모성적사유》,사라러딕
빗소리_《노란우산》,류재수·신동일
나는무엇을먹을까?_《숫타니파타》,법정옮김
불안없는영혼이더위험하다_《만들어진우울증》,크리스토퍼레인
카프카에서출발하여까마귀로끝나지않으려면_《구체성의변증법》,카렐코지크
유령팔다리_《뫼비우스띠로서몸》,엘리자베스그로츠
눈에는눈,이에는이_《구약성서》
好,삼년상_“한칸의사이”,〈녹색평론〉,배병삼
아이고사건_《스물한통의역사진정서》,고길섶
잊힐것이다_《잊지않겠습니다》,4·16가족협의회외
주머니안의송곳_《삼국유사》,일연
잠실밖으로던져진누에_《사라진손바닥》,나희덕
4·3은말한다_《4·3은말한다》,〈제민일보〉4·3취재반

부록_정희진이읽은책

출판사 서평

“페미니즘을만난나는운이좋았다.”

정희진은비평,칼럼,논문등을통해‘남성언어’가지배하는한국사회의통념과상식을뒤흔드는논쟁적인글을쉬지않고써온필자로잘알려져있다.이책에서는글쓰기의어려움에관한저자의솔직한고민을만날수있다.머릿속생각이손에이르러서는전혀다른이야기가되어버리는고통스러운과정,처음쓴글의망신스러움등글쓰기의어려움에관해털어놓는저자의고백은글을쓰는사람이라면누구나공감하는이야기다.짧은글이든긴글이든,칼럼이든논문이든쉬운글쓰기는없다.특히젠더를주제로삼은글은더욱그렇다.

문제는‘작가’가다소시끄러운직업이라는사실이다.모든글쓰기에는사회적책임이따르고,나의관심사는페미니즘을비롯한온갖논쟁적인주제가대부분이다.젠더관련한글은여성도남성도불편하게한다.당파성이뚜렷한글이라당파성이있으면있는대로,없으면없는대로,‘틀리면틀리는대로’욕을먹는다.격려보다는비판이많을수밖에없다.
-머리말·12쪽

“글쓰기의윤리와두려움을잊지않는필자이기를소망한다.”
정희진,글쓰기의두려움과부끄러움을말하다

정희진은글쓰기의어려움뿐만아니라‘더아찔한절벽’인글쓰기의두려움도말한다.정희진에게글쓰기는“책임과윤리를동반하는두려운일이고두려워해야하는일”이다.글쓰기의‘3대요소’는정치학(입장),윤리학(방법),미학(문장력)으로알려져있다.그중에서도정희진에게글쓰기의핵심은바로‘윤리학’이다.

나는글쓰기의‘세요소’가정삼각형같은형태라고생각하지않는다.이들은상호보완적이거나대립하지않는다.핵심은윤리다.소재에대한태도와글쓰기방식이정치적입장과미학을결정한다.……누가말하는가.누가듣는가.누구의목소리가큰가.누구의목소리가들리지않는가.사람들이듣기싫은말은무엇인가.사회는누구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가.이러한권력관계의동학은교육현장,출판시장,미디어같은구체적인장에서어떻게구현되는가.글은우리의삶을어떻게결정하는가.-머리말·15쪽

윤리적인글쓰기란무엇일까?글쓰기에서왜윤리가중요할까?글쓰기의윤리에서가장경계해야할태도는무엇일까?
정희진에게윤리적인글쓰기란,타인의이야기에반응하고공감함으로써나를다른곳으로이동시키는것,나를타인과연결하여새로운세계를상상하는것이다.타인에게반응하지않고‘감정이입’이없는글쓰기는불가능하다.타인의속으로들어가야만타인의현실을알고이해할수있기때문이다.이렇듯글쓰기에서윤리를고민하지않는다면‘우월한자신’을재생산하는글쓰기,지배와보편규범을재생산하는글쓰기가나올뿐이다.

남의이야기를듣는다는것은어떤경험일까.함께느끼고,상대를위해느낀다.고통받는사람에게감정이입하는경청은나도당사자가되는‘엄청난’일이다.감정이입이란자신의테두리밖으로나와서여행하는과정,자신의범위를확장하는일이다.감정이입을두려워한다면성장할수없다.-‘감정이입’·148쪽


내용구성

1장윤리학과정치학은글쓰기의핵심이다
-정치적행위로서글쓰기
1장은글쓰기에서윤리학(문장력)과정치학(상대를설득하는기술)이구현되는방식을생생하게보여주는글을모았다.정희진이중요하게다루는글쓰기방법론인‘윤리적글쓰기’와‘정치적글쓰기’를큰줄기삼아,저자의독창적사유와시선으로우리사회의면면을들여다본다.

“연탄재함부로발로차지마라”……1991년이시를썼을당시안도현은전교조해직교사였다는저자의소개와해석을읽고반전이일어났다.그가옳았다.그의정보덕분에이시는나의시가되었다.이시의제목이〈너에게묻는다〉라는사실도이번에알았다.……
시인을최고의지식인으로생각하거나자부하는이들이있다.나도그런축이다.시는언어들의언어,메타포이기때문이다.은유는다양한해석을가능케한다.시한줄이사전한권이될수도있다.시인이왜잘났겠는가?언어를창조하는사람이기때문이다.
-‘더러워진골목길네가치울거냐’·65,66쪽

이제는고전이된파이어스톤의《성의변증법》이나파농의《검은피부하얀가면》은모두그들이20대중반에쓴작품이다.자신이피억압자라는현실인식에서출발해사회운동에헌신하면서그과정의분노와열정이걸작이된경우다.글쓰기의목적이사회변화에있다는의미가아니다.글쓰기자체가사회를다시짓는과정이다.글쓰기의목적은결과에있지않다.과정이선하고치열하면결과도그러하다.글쓰기는다른삶을지어내는노동이다.
-‘글짓기,글쓰기’·90,91쪽

대중에게희망을제시해야한다는사명감에바쁜이들은주로정치인과종교인이다.요즘은지식인이나사회운동가도힐링이라는이름의희망을말하는데이건진짜절망적인현상이다.그들의임무는고통을드러내고사회에문제를제기하는것이다.……
희망은바라는것이므로어차피현재에는없다.내가생각하는‘희망’의문제는두가지다.우리사회는희망이없다.맞다.하지만희망과현실을대립적으로사고하기때문에이런좌절이오는것아닐까.현실의일부인‘어두운’현실을드러내면희망이없어지는것처럼생각한다.
-‘희망은욕망에대한그리움’·110,111쪽

2장당사자의글쓰기는혁명의꽃이다
-내용이자방법으로서윤리적글쓰기
2장에는여성,장애인,암환자,치매노인등사회적약자의‘자기현실쓰기’,즉자기위치를자각한당사자의글쓰기가지닌힘을보여주는글들이실려있다.정희진은훌륭한저작이되려면지식의축적만으로는불가능하다고말한다.“당사자가자기현실을쓰려면공감받기어려운,헤쳐도헤쳐도계속달려드는칡넝쿨을쳐내야한다.”통념과상식에도전하여자신만의이야기를만들어나가는사회적약자의글쓰기는세상을바꿀수있는힘이있다.

장애인이나여성이자기언어를지니는것은지식의개념을재정의하는전복적인행위다.사회적약자에게공부는취업,성장같은당연한의미외에자신의삶과불일치하는기존의인식체계에도전하는무기가된다.……
장애인에게공부의의미는이동,관계,투쟁…….그리고내가알수없는그이상일것이다.“장애인은공부해도어디가서써먹을데가없다.”는생각은현실과정반대다.공부야말로사회적약자가해야가장효과적이다.언어는그들의/우리의유일한자원이기때문이다.
-‘장애인이공부해서뭐하냐’·105쪽

대중적인글은쉬운글일까?아니,대중이존재하기나하는것일까.대중은균질적이거나실체적인집단이아니다.모두가만족하는글은가능하지않다.대중적인글을지향하는것은글을못쓰는첩경이다.안되는일을어떻게되게하겠는가.……
익숙한말은진부하게여기고,어렵다고느껴지는말에호기심을보이는사회가창조적인사회가아닐까.사회적약자가경험을드러내면‘사소한’것인데도불안하게느껴지고,가진자의논리는편안하게느껴지는사회에서인간성은어디를향하게될까.
-‘백인들의말은대단히매끄럽다’·107~109쪽

우리가접하는대부분의글은자기시각은없으나,자기뜻대로쓰는이른바‘객관적인’것들이다.세상사를전유(專有)하면서스스로를인간의기준이라고선포하는글.기회주의와보신주의를중립과보편,심지어정론으로포장한것들이다.거리를‘잡는것’(포지셔닝혹은주제파악)은극도로고통스러운일이다.거리두기와동일시는자신을이동시키지않아도된다는의미에서동일하다.반면,자신을변화시켜야만가능한공감과연대는어렵다.-‘극단적현실’·116쪽

3장글쓰기의두려움과부끄러움
-‘세월호’에대해쓴다는것
3장에서는이시대에‘세월호’에대해쓴다는것이무엇인지그의미를찾고자한저자의치열한고민이담겨있다.정희진은2014년4월16일이후오랫동안자신이쓴거의모든글이세월호에관한것이었다고말한다.“잊지않겠다.”,“그만울자,산사람은살아야지.”,“불순파유가족,순수파유가족”까지세월호를둘러싸고등장했던다양한발화를살펴보면서세월호에대해말하는방식을다시생각한다.

자녀의죽음,전쟁에서의생존,홀로코스트,집단성폭력,지진…….정말신은인간이감당할만한고통만주실까.인간은어떤고통도이겨낼수있는가.이는어떤조건에서만맞는말이다.고난을견디는능력은인간의본성이아니다.타인의고통을위로하고공감하는사회에서만가능하다.피해자와잠재적피해자들의상부상조와이를지지하는사회.이것이정의다.
-‘이타적인간’·180쪽

“우리가슬픔을선택한것이아니다.슬픔이우리를선택한것이다.그러나그것을어떻게대할것인가는우리에게선택권이있다.”고통받는인간은선택받았다.누구도이런선민이되고싶지않겠지만어쩌겠는가.이것이인간의조건인것을.
다만,사회는이들에게“(힘이없는데)힘을내라.”,“(보고싶어미칠것같은데)잊어라.”,“(이미너무참고있는데)참아라.”,심지어착취구조에갇힌사회적약자에게“왜그렇게분노가많냐.”고분노하지않기를바란다.돕고싶다면그들의분노를있는그대로수용하라.가장비윤리적인분노,그래서참아야할분노는딱하나,분노하는이들에대한분노다.
-‘우리가슬퍼하는것이아니다,슬픔이우리를선택한것이다’·193,194쪽

눈물을금지하는원리는같다.어렸을적부모나교사에게억울하게혼났을때울면안된다.“뭘잘했다고울어!”한대더얻어맞기십상이다.때린사람은우는사람이불편하기마련이다.가해자의논리는“(나는가해자가아닌데)네가우니까내가가해자가된것같아기분나쁘다.고로네가가해자.”다.자기행동을피해자탓으로돌리고심지어동의와웃음을강요한다.아이고사건은눈물이불법을넘어체제위협으로간주된예다.눈물=체제위협.눈물은힘이세다.
눈물은정치적이다.그래서‘아이고사건’은어디에나있다.여론이약자에게동정을보일우려가있고,사랑하는이를잃은슬픔은걷잡을수없는힘이있기때문이다.
-‘아이고사건’·235,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