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인권 공부의 길잡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인권과 관련해 흔히 제기되는 질문들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난민의 인권을 옹호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학생 인권과 교권이 충돌한다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왜 차별금지법을 만들자고 하는지, 인권에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것인지 등등은 단번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민주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시민들이 해답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인권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인권 쟁점을 지적으로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마음의 문을 열고 민주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곧 인권 공부의 핵심이다. 열정적으로 논쟁하되 그렇게 도출된 결론 역시 특정 시점에서 내린 ‘잠정적 결론’임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모든 문제에서, 영원히 진리를 독점할 수는 없다. 이것이 인권 공부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인권은 기본 개념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정답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주입식 암기로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따져보고 민주적으로 논쟁하면서 찾아가야 하는 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인권 공부의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홀로코스트와 현대적 인권 개념의 탄생, 기후 위기와 인권, 증오 범죄, 과거 청산 등을 다루는 이 책에 실린 63편의 글은 자국 중심, 개인 중심의 권리 개념을 뛰어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권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인권의 ‘역사적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시대별로 사람들이 유독 민감하게 느끼는 사회적 고통이 있다. 그것이 당대의 인권 감수성이다. 국왕의 자의적인 권력 남용에 질렸던 시대에는 ‘법의 지배’만 확립해도 정말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다. 모든 책을 검열하던 시대에는 ‘출판의 자유’만 보장되어도 숨 쉬고 살겠다고 믿었다. 1987년 유월항쟁 때에는 ‘고문 없는 세상’과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무척 많이 등장했다. 그것만 이루어지면 편한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시대별로 특유한 억압 권력이 나타나 인권 문제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 시대에 그 인권 문제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문제가 존재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인권 문제가 유난히 도드라질 뿐이다.
이것을 인권 열차에 비유해보자. 인권 열차의 기관차와 각 차량은 각각 다양한 인권 문제를 상징한다. 기관차에도 엔진이 있고 각 차량에도 엔진이 있다. 열차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도 밀어주어야 움직인다. 시대별로 기관차의 선도 구실을 하는 인권이 달라진다. 예전에 ‘법의 지배’가 인권 열차의 기관차였다면 오늘날에는 ‘페미니즘’이 기관차가 되었다. 앞으로 시대가 바뀌면 또 다른 이슈가 기관차가 되어 인권 아이콘 구실을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줄 아는 눈이 인권의 역사적 감수성이다. - 1장 인권의 지평을 넓히는 상상력·84, 85쪽
인권의 ‘역사적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시대별로 사람들이 유독 민감하게 느끼는 사회적 고통이 있다. 그것이 당대의 인권 감수성이다. 국왕의 자의적인 권력 남용에 질렸던 시대에는 ‘법의 지배’만 확립해도 정말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다. 모든 책을 검열하던 시대에는 ‘출판의 자유’만 보장되어도 숨 쉬고 살겠다고 믿었다. 1987년 유월항쟁 때에는 ‘고문 없는 세상’과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무척 많이 등장했다. 그것만 이루어지면 편한 세상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시대별로 특유한 억압 권력이 나타나 인권 문제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그 시대에 그 인권 문제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러 문제가 존재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인권 문제가 유난히 도드라질 뿐이다.
이것을 인권 열차에 비유해보자. 인권 열차의 기관차와 각 차량은 각각 다양한 인권 문제를 상징한다. 기관차에도 엔진이 있고 각 차량에도 엔진이 있다. 열차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도 밀어주어야 움직인다. 시대별로 기관차의 선도 구실을 하는 인권이 달라진다. 예전에 ‘법의 지배’가 인권 열차의 기관차였다면 오늘날에는 ‘페미니즘’이 기관차가 되었다. 앞으로 시대가 바뀌면 또 다른 이슈가 기관차가 되어 인권 아이콘 구실을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볼 줄 아는 눈이 인권의 역사적 감수성이다. - 1장 인권의 지평을 넓히는 상상력·84, 85쪽
권리와 권리가 충돌하는 인권의 최전선에서
미래 인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 처음으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규정하는 인권 목록이 만들어진 후,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권의 종류는 대략 일흔 개다. 인권의 종류는 고정되지 않으며, 시대를 거듭하며 그 개수를 늘려 가고 있다. 자유권, 평등권, 참정권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부터 오늘날에는 건강권, 생명권, 환경권, 성소수자·여성·노인·이주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까지 과거에는 인권 문제로 상상할 수 없었던 권리가 인권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새로운 권리 주장이 폭발적으로 등장할수록 인권 개념도 함께 확장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다가올 미래 세계의 화두가 ‘인권’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권 이야기로 가득하다. 젠더 정체성, 증오 범죄, 기후 위기, 신자유주의, 전염병, 친환경 미래 에너지 등 전 세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를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절박한 인권 과제로 제시한다.
《인권의 최전선》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인권의 지평을 넓히는 상상력’에서는 범죄자 독방 구금, 과학 기술과 인권, 스포츠 인권, 제주어 등 토착어의 소멸, 노인의 고독 등 과거에는 인권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슈를 인권의 영역으로 확장해 살펴본다. 법과 제도가 중심이던 인권 개념을 넘어서 우리 삶 곳곳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차원의 인권을 만난다.
2장 ‘녹색 인권 시대가 온다’에서는 코로나19, 미세 먼지, 녹지화, 기후 위기, 신재생 에너지, 건강과 질병 등 최근 중요한 권리로 떠오른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과 관련한 인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전염병, 폭염, 폭우, 기근이 가져오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그 피해의 불평등성을 ‘지구화’와 ‘기후 위기’와 연결해 살펴본다.
3장 ‘더 깊은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에서는 인권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쉽게 체념하거나, 반인권적 표현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최근 늘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격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세계인권선언’, ‘비엔나 선언’, ‘국제인권규약’ 등 현대 인권 개념을 발전시켜 온 문헌을 살피며 인간 존엄이라는 인권의 본질적 가치를 재확인한다.
4장 ‘지구촌 인권의 미래를 묻는다’에는 미국, 독일, 폴란드, 네팔 등 저자가 세계 각지에서 목격한 다양한 인권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인종 차별, 인신 매매, 총기 문제, 증오 범죄, 홀로코스트 부정, 가짜 뉴스 등 전 세계를 들썩이고 있는 인권 이슈를 한국 사회와 연결해 살펴본다.
5장 ‘인권-평화 국가로 가는 길’에서는 촛불 집회, 대통령 탄핵, 예멘 난민 사태, 코로나19까지 격랑의 시대를 헤쳐 온 한국 인권의 현주소를 인권학자의 관점으로 진단한다. 또한 우리 사회 인권 운동과 인권 교육의 역할에 대해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본문 미리보기
‘고독’이라는 이름의 고문
2016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무려 43년간 독방에 갇혀 옥살이를 한 앨버드 우드폭스라는 재소자가 석방되는 일이 있었다. 우드폭스의 사례는 독방 구금과 고독 상태가 인간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교도소 안에서 규정을 위반할 때 내리는 징벌 중 최고 수위인 독방 구금은 환청, 환시, 공황장애, 폐소 공포, 망상, 기억 상실, 무기력, 우울 등 심리적·정신적 장애를 일으켜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는 처분을 받는 이들이 바로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죄짓고 감옥에 들어간 주제에 독방에 갇히는 건 당연하다.”는 말은 정당한가?
저자는 범죄자를 포함해 실직자, 노숙인, 쪽방 거주자, 독거노인,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에서 가장 경멸받고 배제된 사람의 처지를 인권 문제로 볼 줄 아는 것이 그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랜 독방 구금자들은 심한 뇌진탕을 당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뇌파 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방 구금이 몸과 마음을 함께 파괴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고독 자체가 고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때 ‘고문’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에서 분리되면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 1장 인권의 지평을 넓히는 상상력ㆍ41쪽
언어 다양성과 생물 다양성
19세기에 캐나다를 정복한 백인들은 원주민을 주류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영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토착어와 고유 문화 박탈, 정체성 혼란 등으로 원주민들은 고통을 겪었다. 식민지 시대 억압적 언어 정책은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언어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권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다. 최근에는 문화적·환경적 권리가 새로운 인권 의제로 등장하면서 언어와 환경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언어 다양성과 생물 다양성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언어가 사라질수록 생물의 종류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주어가 소멸하는 현실을 살피면서, 언어 권리가 한 집단이 자기 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인간 생존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제주강정해군기지, 개발과 부동산 투기 광풍, 비자림 도로, 신공항 건립과 같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소멸의 길에 들어선 제주어를 함께 기억한다. 제주어의 운명이 제주의 문화, 제주의 환경, 제주도민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