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 정희진의 글쓰기 4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 정희진의 글쓰기 4

$16.00
Description
여성학자 정희진의 영화 읽기와 쓰기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4, 5권 동시 출간!
“나는 영화를 볼 때 특정 부분에 깊게 ‘꽂힌다’.
그리고 그 이유와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그 ‘꽂힌’ 부분을 통해 나 자신을 알 수 있고,
그 부분에 나의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다고 믿는다.”

어떤 영화는 영원히 몸에 각인된다.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아도 또렷이 떠오르는 한 장면, 온몸을 들썩이며 울게 만든 대사,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배우의 얼굴, 내 인생의 영화와 나를 망치러 온 나의 드라마.
정희진의 영화 비평은 작품 자체가 아닌 영화를 보는 자신을 향해 있다. 텍스트 안팎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깊은 공감의 이유를 탐색해 간다. 동일시할 수 없는 순간마저도 그 이질감의 정체를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이 책은 영화를 보는 나를 보고, 영화를 해석하는 나를 쓰고, 나의 관점을 구성하는 당대의 현실에 질문을 던지는 독창적 영화 비평서다. “나는 언제나 나만의 부분적 시각이 독창적 글쓰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 이 책은 영화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나의 글쓰기 레시피 공개서다.”

정희진에게 우주 재난 SF 영화 〈그래비티〉는 우울증 환자의 치유기이고,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다룬 〈작전명 발키리〉는 정치철학의 고전 《리바이어던》에 대한 최고의 해제다. 〈비밀은 없다〉에서 딸의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엄마의 대사(“정신을 차리자”)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약자의 자기 주문(呪文)으로 치환된다. 저자만의 고유한 경험과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 〈피고인〉의 조디 포스터와 〈화양연화〉의 양조위는 온전히 겹쳐지고, 〈설국열차〉와 〈부산행〉의 결말은 데칼코마니로 읽힌다.

저자

정희진

융합글쓰기·인문학강사,서평가.여성주의관점에서공부와글쓰기에관심을가지고있다.서강대학교에서종교학과사회학을공부했고,이화여자대학교에서여성학석·박사학위를받았다.『나쁜사람에게지지않으려고쓴다』,『나를알기위해서쓴다』,『페미니즘의도전』,『정희진처럼읽기』,『아주친밀한폭력』,『혼자서본영화』,『낯선시선』등을썼으며,『양성평등에반대한다』,『미투의정치학』등의...

목차

머리말내가쓴것이나다

1장갈증의언어“언어는언제나현실보다늦게당도한다”
공부는생존이다_우리는매일매일
젠더와‘제정신’_비밀은없다
세상의모든숫자_암수살인
피해를공유하는윤리_스톱
내영화를망친그들의연대_‘제이슨본’이라는남자
위치성과지성_아이엠낫유어니그로

2장통증의위치“나는어디에서말하고있는가”
우울과중력_그래비티
사랑과사랑한다는주장_밀리언달러베이비
외로움,나는말하고싶다_피고인,화양연화
관객의경험_우리들의블루스
다시태어날수있다면_콜미바이유어네임
인간의조건에맞는바람직한사회_나라야마부시코
글쓰기와자아_소셜포비아

3장타자의목소리,나의목소리“다름은진실을해체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고레에다히로카즈_아무도모른다,어느가족
국가라는‘몸’_작전명발키리
기차밖의타자는희망인가?_설국열차,부산행,스테이션에이전트
우리안의식민성_미스터션샤인,청연
모든연대는정의인가_기억의전쟁

출판사 서평

영화에대해쓰는것이아니다
영화를보는나에대한이야기다

나역시내인생의영화가있고,영원히각인되는장면이있다.내인생의영화는바뀌는편이지만,한영화의인상적인장면은거의변하지않는다.이책은내가영화를볼때어느지점에착목하는가에관해말한다.처음영화를볼때이런관점으로보겠다고작정하고보는경우는없다.영화를보고나서야내가“이영화를이렇게봤구나”하고어렴풋이되새기고의문을품는다.그리고그영화에대해쓰는과정에서조금더윤곽이드러난다.……영화의주장은감독이나다른관객혹은평론가가정하는것이아니다.‘내’가정한다.각자가정한그생각들이모여바람직한공동체를이룰수있다.-‘머리말’에서

“영화에대해이야기할때
나의경험,위치,동일시한부분을중심에두고이야기하면
영화보다더한나의영화가만들어질것이다.”

‘정희진의글쓰기’시리즈4권《영화가내몸을지나간후》는우리시대의가장독창적인비평가정희진이영화와드라마라는텍스트를온몸으로통과하며치열하게써내려간18편의글을담고있다.논쟁적인다큐멘터리〈아이엠낫유어니그로〉〈기억의전쟁〉에서부터천만영화〈부산행〉2022년화제의드라마〈우리들의블루스〉까지,모든영화와드라마는정희진을거쳐‘나’에대한글쓰기로재구성된다.
정희진에게영화는단순한취미가아니라‘삶의중요한영역’이자‘삶의방도’다.개인이결코다알수없는드넓은현실을비록일부일지라도영화가보여주기때문이다.이때중요한것은감상자로서자신의위치를확보하는것이다.자신의자리를분명히할때에만무엇을모르는지가늠할수있으며이로부터앎의가능성이열리기때문이다.그래서이책은영화나드라마자체의내용보다감상자의위치와목소리를의도적으로키운다.‘누가’‘어디서’‘어떻게’보고있는가에대한질문이처음부터끝까지모든문장에살아숨쉬며책전체를지배한다.

영화는보는이의관점에따라현실보다더현실을정확하고넓게드러낸다.영화의힘때문이아니라우리가현실을알수없기때문이다.영화는모르는현실을알수있는강력한매체중의하나다.그래서영화감상이나독서는취미가아니라삶의중요한영역이요,삶의방도다.-26쪽

“글쓰기과정이‘공개되는’글,
필자의사고방식을독자가파악할수있도록쓰인글이
좋은글이라고생각한다.”

정희진은영화비평을비롯해‘독창적’글쓰기를위한가장중요한전제는부분적관점(partialperspective)이라고말한다.부분적관점은모든사람의생각을똑같이‘여럿중의하나’라고보는것이아니라,“자기입장의정치학을분명히하면서인식하는자기자신에대해말하는실천”이다.이책에서저자는영화에대해쓰며여성주의,마르크스주의,생태주의,탈식민주의등자신을이루는정체성,사고방식을적극적으로공개한다.자신을있는힘껏설명할때타인과의의미있는대화도가능하다고저자는믿는다.

독창성은벼랑끝이라는맥락,부분적관점에서만가능하다.부분적관점은사회에서통용되는지배적인객관성개념에나의목소리를보내고조율하고틈새를내는,공동체의생존을위한중요한실천이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