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 정희진 글쓰기 5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 정희진 글쓰기 5

$16.00
Description
“과학자는 실험을 반복하고, 글쓴이는 쓰기를 반복한다.”
최고의 공부법, 융합 글쓰기

독창적인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아는 것을 버리자, 경계를 넘어서자!
정희진은 이 책에서 독창적인 글쓰기를 위한 방법론으로 융합 글쓰기를 제시한다. 저자는 글쓰기를 ‘내 몸을 타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면서 그런 글쓰기의 핵심적인 방법으로 ‘융합’을 말한다. 여기서 융합은 흔히 말하는 ‘학문 간 대화, 통합, 절충’ 혹은 서로 다른 지식을 합치는 범학문적 접근이 아니다.
융합은 단순히 지식을 끌어모으는 것도 아니고 모든 지식에 통달하는 것도 아니다. 융합은 지식의 경계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지적 작업이다. 정희진은 융합을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이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에서 새로운 앎이 탄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는 기존의 지식과 경계를 넘나들며 질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횡단의 정치’로서 융합을 논한다.

글쓰기가 잘 되지 않을 때, 말문이 막힐 때,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 글이 내 몸과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그래서 ‘잡념’이 몸을 점령하고 있을 때, 이런 순간이 가장 괴롭다. 어떻게 하면 나를 붙잡고 있는 ‘아는 것’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 어떤 기존의 언어가 새로운 관점을 방해하고 있을까? …… 어떻게 하면 더 용기를 내서, 잠깐 각성하는, 쉬운 ‘부활(rebirth)’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갱생(regeneration)’을 할 수 있을까. - ‘머리말’ · 18, 19쪽

“주류 언어가 나의 삶을 삼켜버릴 때,
현실이 교착 상태에 빠져 공동체가 고통받을 때
새로운 말을 찾는 과정이 융합이다.”

융합은 지배적 담론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공부법이다.《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에는 새로운 앎을 생성하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와 그 예시를 보여주는 29편의 글이 실려 있다.
새로운 언어를 창안하는 융합적 사고는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앎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희진은 기존의 논리를 답습하는 정의롭지 않은 지식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융합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당파성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융합은 약자와 지구에 봉사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작더라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적더라도 최선을 다해 다른 세계를 만들고 싶다. 자본에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은 많은 글 쓰는 이들의 고민일 것이다. …… 나는 내 글이 ‘보편적인 독자’를 초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내 글은 당파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 실패한다면, 그 또한 쓸 이유가 없다. 나는 이 문제에 융합으로 ‘대응’해 왔고 이 책에서 독자들과 공유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 ‘머리말’ · 13, 14쪽

저자

정희진

여성학연구자.서평가.월간오디오매거진〈정희진의공부〉편집장.다학제적관점에서공부와글쓰기에관심이있다.서강대학교에서종교학과사회학을공부했고,이화여자대학교에서여성학으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정희진의글쓰기’시리즈(전5권),『페미니즘의도전』,『아주친밀한폭력』,『혼자서본영화』,『정희진처럼읽기』,『낯선시선』등을썼으며,『양성평등에반대한다』,『미투의정치학』...

목차

1장생각대로살지않으려면
니어링은생각하는대로살지않았다-‘마이너스’를지향하기
동문서답의정치-우아하고통쾌하게말하는법
이론은장례식을거쳐진보한다-새로운앎을만드는횡단의사고
‘지금여기’를포착하는선구안-지식은스트라이크존에서시작된다
“너의위치를알라”-앎의출발,위치성
지식은‘발명’된다-종이신문과검색창의차이
혼자란무엇인가-외롭지않은사람은없다
말은본디칼이다-말하기와듣기의공중보건

2장파국의시대,공부란무엇인가
우리는착취하는자의언어로말한다-욕망하는자와해방되는자
공부는변태의과정이다-읽기와이해하기의차이
아무것도할수없는자유의시대-혼자,둘이,여럿이하는공부
‘노아의쪽배’까지부수지않으려면?인공지능과인문학의융합?
융합은관점이다-생태주의,평화주의,여성주의
공부의기준이다양한사회가대안이다-영어공부는필요한가?
학교에가면공부한다는환상-학교란무엇인가
공부는쓰기다-표절을넘어다운로드의시대에서

3장다른것을다르게보기
주류언어가나를삼켜버릴때-우리에겐자기언어가필요하다
소통은불가능하다-수많은차이의교차로에서
하나,여럿,그너머-다양성이라는세련된탈정치
복잡한것을복잡하게생각하기-새로운말이필요한이유
모두가억울한‘내나이’-나이,계급,젠더가뒤엉킬때
환원주의,매력적인깔때기이론-모든이슈에젠더가동원되는이유

4장고정된프레임을넘어서
꿀한통을얻으려면지구가필요하다-태초에꽃,꿀,벌이있었다
물과기름을섞는법-절충은융합이아니다
오리지널돈가스는없다-우리말과한글의차이
우리는있는곳에따라다른사람이된다-공간으로사유하기
태초에목소리‘들’이있었다-흑서와백서를넘어
문명은충돌하지않는다-비교가고정관념이되지않으려면
어떤프레임을택할것인가-프레임이동의정치학

출판사 서평

내용구성

1장생각대로살지않으려면

1장은융합적사고를위해우리가취해야할자세에관한글을모았다.흔히공부라고하면플라톤과공자로대표되는고전을공부하는일이라고생각한다.그러나이들의사상도부분적지식에불과하다.정희진은새의위치에서전체를보겠다는조감도로는건물내부를볼수없다는사실을지적하며대상전체를포괄하고모든상황에적용되는보편지식이란없다고말한다.중요한건모든지식은누군가의위치에서출발했음을깨닫고세상이라는지도에서자신의위치를파악하는일이다.새로운지식을만들려면자신이뿌리내리고있는‘지금,여기’에서시작해야한다.

니어링부부는생각하는대로살지않았다.사는대로생각했다.살아가는것자체가저항이되는삶을추구했다.……생각하는대로의삶은언뜻가능한것처럼보인다.여기서생각은미래와지향으로나뉜다.우리는이런삶을지향할수있다.집없이살기,전기덜쓰기,육류안(덜)먹기,낡은옷재활용,물부족국가에기부하기.……그러나생각(계획)하는대로사는삶은원래의생활에서더하는,더나은삶이기에불가능하다.그런삶의목표는끝이없다.……인간은단지자기행위로서구성중(inprocess)인존재다.사는대로생각하자.그것이나다.그래서우리는언제든변화할수있다.-‘니어링은생각하는대로살지않았다’·30∼33쪽

지리상의발견이아니라지리상의발명이맞다.서구가동양을찾아나서겠다는의지와생각이없었다면콜럼버스가‘신대륙’에당도하는일도없었다.콜럼버스가만난사람들은서구가발견한것이아니라서구의욕망속에서만들어진것이다.오리엔탈리즘의시작이다.오리엔탈리즘은서구의입장과생각의한계안에서가상의동양을생각하는방식이다.당연히현실의동양이아니다.더군다나서구(‘TheWestern’)에대항하는동양이라는동질적현실도존재하지않는다.
-‘지식은발명된다’·63쪽

2장파국의시대,공부란무엇인가

2장은융합적사고로공부하는법을다룬글을모았다.왜고학력자가‘범람’하는데도문해력은‘최하위’수준에머무르는가?정희진은입시나취업준비같이천편일률적인공부만지속하는사회를문제삼으며그대안으로새로운공부법을제시한다.공부는사유라는외로운노동을혼자서감당하며자신의몸을변환하는과정이다.저자는읽기,여행,경험등여러공부법이있지만그중에서도쓰기가최고의공부법이라고말한다.글을쓰면서자신이무엇을모르는지알수있고,그과정을반복하며새로운지식이생산되기때문이다.자신의무지를깨닫고이를메우는과정이곧공부이며새로운세상은새로운앎을만드는과정에서탄생한다.

모든국민이영어스트레스로평생을보낸다면,이는일제강점기보다더한식민상태다.영어로부터자유로운사회를고민해야하지않을까.……가장중요한문제는영어의의미가커질수록한국사회의지식생산이후퇴한다는사실이다.‘선진국’이자국에필요한지식을생산하고이를보편적지식이라고우길때우리는영어를공부한다.……두언어를동시에잘하기힘든상황에서피억압자만이중노동을하는구조다.식민주의가작동하는간단한원리다.
-‘공부의기준이다양한사회가대안이다’·126,127쪽

쓰기가최고의공부이자지식생산방법인이유는쓰는과정에서내가무엇을모르는지알게되기때문이다.쓰기와실험외에모르는것을아는방법은많지않다.……글을쓰다가막히거나진도가안나가는상황이있는데,이는거기서멈추고다시질문해야한다는좋은신호이다.이럴때는글쓰기를정지하고모든것을재점검해야한다.……이과정에서내가모르는것,부족한것을깨닫고쓰기를반복해야한다.겪어야만깨달을수있고,이때새로운지식이생산된다.과학자는실험을반복하고,글쓴이는쓰기를반복한다.-‘공부는쓰기다’·138,139쪽

3장다른것을다르게보기
3장은다양한대상을한단어로뭉뚱그려설명하는게으름을비판하고다른것을다르게바라보는방법을다룬다.우리의삶은수많은차이의교차로에놓여있다.하지만차이는필요에따라다르게구성된다.왜같은‘국제가족’이어도외국인배우자가‘미국신랑’이면글로벌패밀리,‘베트남신부’면다문화가족으로불리는가?남성중심주의와인종주의가반영된이러한인식은‘다문화’를둘러싼논의를납작하게만든다.정희진은각자자기입장이있는이질적인사람들로구성되어있다는점에서세상모든가족은다문화가족이라고말한다.이렇듯국가,젠더따위를기준으로삼아일방적으로그어진경계를허물고자신이직접관계를구획하는작업이곧새로운사유로향하는출발점이다.

“통일은둘이하나가되는것이아니라하나가여럿이되는것이다”(둘은적대적공존이라는,통치세력간의‘하나’된상태를말한다)는한국현대사에기록될명언이다.……분단체제는단순히국토가남북으로(둘로)갈라진상태가아니라적대적공존이라는하나의강고한통치시스템이다.그러므로통일은둘이하나가되는것이아니다.하나라는기존의거대한뭉치가해체됨으로써내부의여러개가드러나는새로운사회다.-‘하나,여럿,그너머’·162,163쪽

지금세대갈등이라고불리는현상은청년과중년의갈등이아니라계급문제다.20대는어떤부모를두었는가에따라계급이달라진다.세대갈등의실상은‘부모가가난한젊은이’대‘50대부자’의싸움이다.전문직이나부동산부자빼고는대부분50대국민은나이들수록취업기회,자신감,건강같은자원을잃고가난해진다.그러므로세대갈등은어리석다.나이와관계없이가난한사람들끼리연대해야한다.……우리는각자나이를감당해야한다.하지만가난하고나이든이들,즉자본주의사회에서쓸모없다고간주되는이들을존중하자.이것이공정이다.
-‘모두가억울한내나이’·176,177쪽

4장고정된프레임을넘어서

4장은대상을바라보는고정된시선을허무는방법에관한글을모았다.세상은한화면에담을수없다.그래서우리는프레임을통해세상을바라본다.팬데믹시대,‘사회적거리두기’정책은집은안전한공간이라는프레임에서시작되었다.주거가불안정한사람,가정폭력에시달리는사람처럼집이지옥인사람도있지만이들의존재는프레임밖에놓여있다.정희진은어떤현실에집중할것인지선택하는능력과안목이개인과공동체의운명을좌우한다고말한다.현실은우리가고른프레임에맞춰재구성된다.새로운세계를만드는새로운언어는기존의프레임을해체하는작업에서출발해야한다.

꿀벌의꽃가루받이활동은자연전체를포괄하는경제활동으로서그누구도지구의지배자가되어서는안된다는공생의원리를일깨워준다.여기서기본소득의당위가나온다.기본소득은지구의일원이자환경의일부로서누구나들이마실수있는공기와같다.기본소득은지구전체의긍정적인상호작용을위한생명자체의권리이다.기본소득은자본중심이아니라자연중심글로벌주의의일례다.-‘태초에꽃,꿀,벌이있었다’·194,195쪽

영어권의다른공항에갔을때출입구를‘거주자(residents)’/‘방문자(visitors)’로구분하는것을보고‘마음의평화’를느낀적이있다.이상적으로말하면우리는지구인으로서평등하다.지금이순간,숨쉬는공간이다를뿐어디든이동할자유가있다.‘내국인과외국인’보다‘거주자와방문자’가훨씬덜위압적이다.거주자와방문자는국가의경계를넘어선말이다.도착한장소는특정‘국민’이아니라‘사람’이사는현장이다.-‘오리지널돈가스는없다’·203,204쪽

집의크기와구조에따라사람의가치가정해지는시대다.지금한국사회는부동산문제를둘러싸고극심한갈등을겪고있다.집이교환가치가된현실도기가막힐판인데,최고의재산증식수단이라니.인간은공간을차지하는주체가아니다.우리가소유와인권을분리하는사회를지향한다면,집은누구에게나평생임대개념의주거공간이되어야한다.……집은사는곳이지소유하는물건이아니다.-‘우리는있는곳에따라다른사람이된다’·2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