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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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60~1970년대 실험적 주택에 담긴
건축가의 도전과 한계를
도면, 모형, 렌더링으로 재구성해 분석하다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은 현직 건축가의 시선으로 발굴해낸 1960~1970년대 한국의 실험적 주택과 건축가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저자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은 당시 국내 유일의 건축전문지였던 「SPACE(공간)」에 게재된 주택 중 여덟 개 프로젝트를 선별한 뒤, 지면의 자료를 근거로 직접 도면, 모형, 렌더링 등을 다시 제작하면서 건축가의 의도를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추론해나간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SPACE(공간)」에 연재됐던 ‘리-비지트 「SPACE」’를 바탕으로 기획된 이 책은 그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주택 작업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한국의 근현대 건축사의 빈칸을 채우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또한 이 주택에서 저자가 읽어낸 당대 건축가들의 도전과 한계는 한국성, 주어진 조건에 대한 극복, 조형성 실험 등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건축을 바라보는 데에도 유효한 관점을 제공한다.

“오랜 기간 잊혀졌던 1960~1970년대의 주택 작품들은, 서재원의 재발견과 해석을 통해 다시 현재성을 갖게 되었다. 기존 관행과 다른 새로운 제안들을 통해 건축적 사고와 표현 형식에 다양성을 더했던 당대 주택 영역의 사례에 대한 생생한 해석은, 흔히 거장의 작품이나 국가 주도의 대형 건축 사업, 그리고 아파트 출현에 집중되었던 우리의 역사적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중략) 심도 있는 해석들이 더해지면서, 우리의 근현대건축사는 몇몇 밝은 별들을 잇는 별자리가 아니라 총체적인 은하계로 확장되어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 최원준(숭실대학교 교수), ‘리뷰’, 379쪽
저자

서재원

서재원은대한민국건축사이자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의대표이다.현대사회의다면적상황을애증의시선으로관찰하고,그로인해나타나는부조화와조화,구축과비구축,합리성과비합리성,풍자와농담등의모순적병치를통해한국사회의가능성을담고자노력하고있다.주요작업으로호지,서교근생,망원동단단집,홍은동남녀하우스,공상의방파빌리온등이있다.2017년에문화체육관광부에서수여하는젊은건축가상을받았고,2021년에는김태수크리틱펠로우십(TSKCriticFellowship)을수상했다.현재서울대학교건축학과에출강하여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건축가라는중간존재
추천의글:뻔하지않은집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안병의,우산을주제로한주택
매너리스트의보석상자:유걸,강씨댁
짓다만표정:조창걸,건축가丁씨댁
우리에게던져진미완의덩어리:정길협,C씨주택계획안
한국성이라는그추상적원죄:김석재,박대인의집
고뇌하는계단:공일곤,OH씨댁
나누기게임:김원,봉원동K씨댁
잘알지도못하면서:조성렬,한남동송씨댁

리뷰:시간에서발굴한우리의건축형식실험들

출판사 서평

1960~1970년대,한국의건축가들을찾아서

한국전쟁이이후,1960년에접어들면서박정희정권이집권했던20여년의시간은한국건축의근현대사에서도중요한분기점이었다.이른바‘발전국가시기’로명명되는이기간동안「건축법」(1962)이제정되었고,정권의휘하에서종합박물관,정부청사등설계공모를통해본격적인프로파간다건축이생산됐다.하지만그역사에대한기록과해석은김수근,김중업등굵직한공공프로젝트를주도했던몇몇건축가들에집중됐다.이들을제외하고당시한국건축계를구성했던여러건축가들의이름과행적,그들이생산한건축에대한본격적인논의가시작된것은불과10여년전부터의일이다.권력의근거리에있지않았던당대건축가들의실천과도전에대한역사는어디서부터찾아야할까?건축가서재원은50여년이흐른현시점에서이러한질문을품고당대유일한건축전문지였던잡지의지면을대상으로그흔적을찾아나섰다.

왜‘주택’인가

“단독주택은시대의정치적,사회적프로파간다에비교적직접적인영향을받지않는프로그램임에도불구하고한건축가의솔직하고내밀한창작의지와집주인의사회적통념이직접적으로대면하고응축되어나타나는매우철학적인이데올로기의산물이다.”-44쪽

그가특히주택에관심을가진이유는건축가의내적의지가오롯이발현될수있는대상이었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클라이언트의요구를반영해야하는주택의특성상시작부터한계와제약을안은건축가의상황을묘사하며서재원은건축가를‘중간존재’로규정한다.따라서주택이야말로이상과현실의사이에서고뇌하는건축가의사고와철학이집약적으로투영된대상이라말한다.

“의뢰인의요구사항이있고지켜야할제약이있다는점에서순수예술이될수없을뿐만아니라시대의요구또한짊어지고있다는점에서건축가는목사와목수사이에서,기능과형태사이에서,그리고구상과구축사이에서끊임없이방황할수밖에없는‘중간존재’가된다.그리고그로인한고뇌의흔적은고스란히도면과건물에남는다.따라서건축가의주택작업은여타의다른건물보다건축가의진솔한고민을농밀하게엿볼수있는좋은매개가된다.”-‘프롤로그’,12쪽


새롭게조명하는8인의건축가,주택에담긴질문들

“서재원은단독주택에주목했는데,공공재적성격이상대적으로약하고한정된의뢰인과사용자를대상으로하기에내재적형식미에대한실험들을가장꽃피울수있는영역이기때문이다.
그가선별한여덟채의주택은눈에띄는형태적인공통점을갖고있지는않지만,제각각독특한형식적인문제들을설정한작품들이다.”-최원준,‘리뷰’,372쪽

서재원이발굴해낸건축가와주택작업들의면면을보면,오늘날에도유효한흥미로운주제와시사점을발견할수있다.안병의의우산을주제로한주택계획안은비슷한시기에계획된일본건축가가즈오시노하라의엄브렐라하우스와비교를통해참조대상(우산)을바라보는두나라의다른해석과태도를드러낸다.유걸의초기작인강씨댁에서는루이스칸의영향을언급하며,기하학의이성적엄밀함과감성적공간을통합하려는자족적시스템을통해콘텍스트에대한윤리적질문을던진다.조창걸의건축가정(丁)씨댁은조형의지와현실적제약사이에서갈등하는상태가위트와모순으로드러났음을짚는한편,정길협의C씨주택계획안에서는자기만의건축언어를찾기위해스스로에게엄밀했던조형실험을발견한다.김석재가전통요소를차용해한국성을드러낸작업인박대인의집은건축가와의뢰인의입장의차이로인해해결되지않은‘한국성담론’에주목하게한다.공일곤의OH씨댁은현실(삶)과이상(작품의지)사이에서끊임없이방황하는건축가의자아성찰적태도가우유부단한결과로귀결된집으로,건축가의숙명에대해다시금질문하게하는작업이다.김원의봉원동K씨댁은건축설계라는행위의근원적본질을묻고있는건축가의종교적태도가잘드러난집으로,우리시대엘리트의역할에대해생각하게한다.마지막으로조성렬의한남동송씨댁은조형의지가기능과공간을압도한작업으로,형태와기능사이에서완벽함을추구하는전략가적태도를엿볼수있다.
이책에서호명된여덟건축가의낯선주택작업은1960~1970년대당시대부분30대에수행한작업들이다.서재원은일명‘대표작’으로분류되지않는이주택들사이에서건축가들의이후건축행보에영향을미치는단서,혹은자신들의주요작들과달리새로운실험을감행했던도전,나아가‘한국성’과같은시대의부름에대응하는태도등을포착해낸다.‘매너리스트의보석상자’(유걸),‘짓다만표정’(조창걸),‘한국성이라는그추상적원죄’(김석재),‘고뇌하는계단’(공일곤)등각주택에붙은특징적인제목들은그가집중적으로분석한대상(요소)과주제를단적으로드러내며독자들에게호기심과궁금증을유발한다.


건축가의표현방식들에대한분석과성찰,
형식주의에입각한독자적재해석

책말미의‘리뷰’에서최원준(숭실대학교교수)은“오늘날우리건축계에서사전정보없이건물의모습만으로그건축가를바로알아챌수있는경우를꼽자면에이오에이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의서재원이대표적”이라설명하며,“엄정한형식을통한건축적소통에서서재원이주도면밀하게활용하는요소는역사적단편”이라고말한다.한국현대건축에서보기드물게형식주의건축의계보를잇는그에게선배건축가들의주택은분명훌륭한역사적참조체로다가왔을것이다.

“건축의형식을통한소통이이시대에유효한길이기는하지만많은동지가있지는않기에,서재원은「SPACE」의지면을통해선배들을찾아나섰다.역사적단편들을활용하여건축의내러티브를조성하는그에게,우리의역사를구체적으로돌아보는일은건축적실천의자연스러운일부이기도했다.”
-최원준,‘리뷰’,370쪽

서재원이각주택을해석하는과정의백미는잡지에공개된사진,도면등한정된자료를자신만의매체(도면,스케치,모형,렌더링등)로재구성하는방법론이다.그는‘내가건축가라면어떻게표현했을까,어떤부분을가장고민했을까’를염두에두고건축가의설계프로세스를따라추론을이어간다.이를위해평면도나단면도를스케일에맞춰다시작도하거나,엑소노메트릭등3차원분해도를다시제작하기도했다.실제건물내외부모습을확인하기힘든경우에는실물모형을제작해사진을촬영하거나,3D모델링을통해렌더링이미지로확인하는과정을거쳤다.각주택의특징에가장부합하는방식에따라새롭게표현된매체는건축가서재원의시선과선배건축가의시선이교차하는흥미로운지점이다.또한독자들이저자의형식주의적면모를이해할수있도록서재원이설계한건물의평면도를‘리뷰’에함께수록했다.


국내외시각을더한균형적해석

이책은「SPACE」에연재됐던‘리-비지트「SPACE」’에바탕을두고기획됐다.원고를다듬고내용을추가해살을붙이면서,건축가서재원의주택분석이지닌함의를우리건축계‘안과바깥의시선’을통해설명하는과정이필요하다느꼈다.이에맞춰포르투갈포루투에서활동하는건축가팔라(fala)가쓴‘추천의글’과건축비평가이자건축역사가인최원준의‘리뷰’가책의시작과끝을장식하면서,『잃어버린한국의주택들』은안과밖의담론과연결되는균형을갖추게되었다.

“여덟채의검박한단독주택은오래된것과새로운것,기능과형태,건축가와건축주,그리고이상적포부와실용적조건사이의흔한이분법적관계를드러낸다.이프로젝트들은포르투에서약1만164km떨어진먼서울에있지만알바로시자,아돌프로스,로버트벤투리,그리고데니스스콧브라운같은우리에게친숙하고나름가까운레퍼런스들과관계를맺고있다.”-팔라,‘추천의글’,26쪽

“『잃어버린한국의주택들』은다양하면서도일관성있게선별된주택작업들을소개한다.이집들은절대평범하지않은,수학적이면서조형적인프로젝트다.독특한형식적실험을묘사하면서동시에건축주,도시의규제와제약,지역정치등각시대의한계와어려움을극복하려노력한다.이집들은또한전통주택에서몇가지익숙한요소를빌려와모종의관계를제시하는동시에관습과기대를깨뜨린다.전통과현대,모던과포스트모던사이에서고민하는것처럼보이는이주택들은그래서‘뻔하지않은집’이다.”-팔라,‘추천의글’,31쪽


충실한아카이브,영문병기로
독자들의이해의폭을넓히다

『잃어버린한국의주택들』의첫인상을결정짓는긴세로판형은저자의주요한참조체인「SPACE」지면을반영한것이다.독자들이책을펼쳤을때저자가참고했던잡지의지면을같은호흡으로읽어갈수있도록지면을세로로이등분한판형을시도했다.또한기존에알려지지않았던작품과건축가를발굴해소개한다는취지에맞춰본문전체를영문으로병기했다.이로써국내독자뿐아니라해외독자들에게도보석처럼숨겨졌던한국근현대건축의새로운장면들을소개하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