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층: 청파동 주택 리모델링 기록
Description
“일식, 서양식, 한식이 절충된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의 리모델링 기록”
“’나이층‘이라는 책의 제목은 청파동 주택의 리모델링 중에 발견된 바닥층의 단면 형상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그 형상은 1층 바닥의 해체 과정에서 발견됐다. 기존 바닥 마감과 난방 시스템 위에 동시대의 재료와 시스템을 덧대는 건축자들의 반복적 행위로 만들어진 형상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포개진 그 단면은 일본과 서구의 혼종으로 만들어진 이 집이 한반도의 풍토에 적응하며 살아온 시간의 층위이자, 삶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무가 한 해의 생존을 완수하며 그것의 성장륜인 나이테를 남기듯이 이 집도 나이층을 남긴 것이다.” - 정이삭, ‘이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에서, 14쪽

청파동 주택은 1930년 일본인에 의해 용산구 청파동에 지어진 지상 2층, 지하 1층의 목조주택이다. 일제 식민시기였던 당시 용산구에는 일본 가옥과 서구 주택이 접목된 화양절충식 주택이 다수 지어졌고, 청파동 주택도 전형적인 화양절충식 주택 중 하나다. 다만, 청파동 주택은 광복과 문화 및 기술의 변화 등 90여년 간 시대의 흐름을 지나오며 당대의 삶에 맞춰 조금씩 변용되어 왔고, 그 원형과 변용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건축가 정이삭(동양대학교 교수,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이 청파동 주택을 한반도 풍토에 맞춰 변용된 화양절충식 주택을 뜻하는 ‘한반도 화양절충식 주택’이라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책의 제목인 ‘나이층’은 1층 바닥면에서 발견된 15개의 재료층을 묘사하는 단어로, 이러한 시간의 층위에서는 아궁이, 연탄, 기름보일러 등 바닥 난방 방식의 변천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계에서 ‘리모델링보다 신축이 쉽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을 남기고 없앨지에 대한 판단을 필요로 하는 부분 철거보다 전면 철거가 빠르기 때문이며, 최초의 건축이 가진 미감과 결을 맞추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2017년 리모델링 의뢰를 받고 청파동 주택을 방문한 정이삭은 이 주택의 문화재적, 주택문화사적 가치를 알아보고 이에 공감하는 협업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모인 정이삭, 지연순(공사 관리 및 설계 협조, 공간모색연구소 대표), 조재량(목구조 자문, 송련재 대표)은 빠르고 편한 길보다는 잠시 멈추어 세세한 판단과 선택을 한 후, 다시 나아가는 길을 택한다. 건축 사진가 노경(로스페이스 대표)은 이러한 지난한 시간을 함께 따라가며 청파동 주택의 리모델링 전후 과정을 사진으로 충실히 기록했다.
저자

정이삭,지연순,조재량,노경

저자:정이삭
동양대학교교수며,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대표건축가다.주요건축작업으로철원선전마을예술가창작소,DMZ평화공원마스터플랜,연평도도서관,서울시전통시장공간개선연구,연남동적벽돌집,노란평상,씨타델카&페,청파동아흔살집(킷테),있기에앞서,N작가주택등이있다.다양한건축작업과연구를하며,건축및현대미술전시에기획자나작가로참여했다.‘제15회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큐레이터및작가),‘2016베이징디자인위크’(한국관큐레이터),‘캠프2020’(총감독),‘서울은미술관’(작가),‘한강예술공원’(작가),‘MMCA예술버스쉼터’(작가)등의프로젝트에참여했다.그의작업은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아르코미술관,부산현대미술관,수원시립미술관,두산아트센터등에전시되었다.
저서로는『예술이말하는도시미시사』,『하이퍼폴리스』,『동시대예술과변이하는계획들』,『할수있을때까지,원인동』등이있다.@a.co.lab@isakchung

저자:지연순
공간디자이너,전시기획자,변역가이며공간모색연구소대표다.서울시립대학교건축공학과를졸업하고건축잡지「플러스」와「월간디자인」에서기자와편집자로일했다.전통건축에기반을둔미학의순수성을현대에적용하는디자인해법을추구한다.주요공간작업으로는제주도차농부집,광주갤러리혜윰,광주DM홀등이있으며,서울청파동주택(현킷테)의공사관리및설계협조를했다.건축과예술의연결과다양한확장에관심을갖고있다.<가정방문전시프로젝트,송씨할아버지댁>(2016),<셋방살이내집마련>(2023),<나이층>(2023)등의전시를기획했다.번역서로는『근대건축론집』(공역,1986),『세계도시사』(공역,1998),『색채-명화이야기시리즈』(2002),편저로는『미술공예운동과건축』(1995),『구성주의건축』(1995)등이있다.@longlife_design_lab

저자:조재량
국가무형유산대목장이수자이며,현재송련재대표다.1996년경복궁동궁복원공사를시작으로경회루,근정전중수,광화문복원등20년남짓한시간을경복궁과창덕궁,창경궁복원및보수공사현장에서보냈다.2002년부터는부편수로일했고,2016년시작된경복궁흥복전권역복원공사에서도편수를맡았다.2011년,구룡포에있는근대문화역사관을시작으로옛서울시장공관(2015),조선식산은행충주지점(2021)등을수리하면서근대건축물의구조적인합리성과목조구법의변화,재료와디자인의시대성에주목해왔다.전통목구조외에조적조,철골조와목조의결합등서로다른재료와구조를조합하는프로젝트에관심이많다.@jaeryang.jo

저자:노경
서울출생으로사진을전공했다.도시속변화하고멈춰있는것들과동시대건축가들의작업을기록한다.로스페이스스튜디오를운영하며,「SPACE(공간)」의전속사진작가로활동하고있다.@rohspace

목차

청파동주택에들어서다
이집은우리에게무엇인가-정이삭

건축을기록하다
미완의통로,소멸과지속의균형-정이삭

구축을기록하다
열세달의기록을시작하며-지연순
청파동주택에사용된목재,그리고건축주-조재량

삶을기록하다
함께나이드는집-지연순×신은주

포럼과전시로남기다
일본과서구건축을절충한한반도집:‘청파동주택,1930~2024’포럼-박지윤

출판사 서평

“일식,서양식,한식이절충된
한반도화양절충식주택의리모델링기록”

“’나이층‘이라는책의제목은청파동주택의리모델링중에발견된바닥층의단면형상을묘사하는표현이다.그형상은1층바닥의해체과정에서발견됐다.기존바닥마감과난방시스템위에동시대의재료와시스템을덧대는건축자들의반복적행위로만들어진형상이다.여러가지재료가포개진그단면은일본과서구의혼종으로만들어진이집이한반도의풍토에적응하며살아온시간의층위이자,삶의과정을보여주는것같았다.나무가한해의생존을완수하며그것의성장륜인나이테를남기듯이이집도나이층을남긴것이다.”-정이삭,‘이집은우리에게무엇인가’중에서,14쪽

청파동주택은1930년일본인에의해용산구청파동에지어진지상2층,지하1층의목조주택이다.일제식민시기였던당시용산구에는일본가옥과서구주택이접목된화양절충식주택이다수지어졌고,청파동주택도전형적인화양절충식주택중하나다.다만,청파동주택은광복과문화및기술의변화등90여년간시대의흐름을지나오며당대의삶에맞춰조금씩변용되어왔고,그원형과변용의흔적을고스란히품고있다는점에서고유한가치를지닌다.건축가정이삭(동양대학교교수,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대표건축가)이청파동주택을한반도풍토에맞춰변용된화양절충식주택을뜻하는‘한반도화양절충식주택’이라명명한이유도여기에있다.일례로책의제목인‘나이층’은1층바닥면에서발견된15개의재료층을묘사하는단어로,이러한시간의층위에서는아궁이,연탄,기름보일러등바닥난방방식의변천을확인할수있다.

건축계에서‘리모델링보다신축이쉽다’는말이심심치않게나오는이유는무엇을남기고없앨지에대한판단을필요로하는부분철거보다전면철거가빠르기때문이며,최초의건축이가진미감과결을맞추는것보다새로짓는것이편하기때문이다.2017년리모델링의뢰를받고청파동주택을방문한정이삭은이주택의문화재적,주택문화사적가치를알아보고이에공감하는협업자들을불러모았다.그렇게모인정이삭,지연순(공사관리및설계협조,공간모색연구소대표),조재량(목구조자문,송련재대표)은빠르고편한길보다는잠시멈추어세세한판단과선택을한후,다시나아가는길을택한다.건축사진가노경(로스페이스대표)은이러한지난한시간을함께따라가며청파동주택의리모델링전후과정을사진으로충실히기록했다.

[편집자의글]

90여년을거치며변용되어온건축물을
어떠한기준으로리모델링해야할까?

“이주택의유형적특징과가치를드러내는측면에서는일식과한식,서양식의우열없이,준공당시의건축적특징이나다양한양식의보기드문혼종적경향,그리고사소하나거주과정에서의소중한기억의단초가될만한것들은보존하거나복원하고자했다.각시대의생활상이반영및변용된건축적장치들은최초건축당시의원형과변형된당시의원인,그리고현시점의시대적요구를함께고려해수리했다.”-정이삭,‘미완의통로,소멸과지속의균형’중에서,30쪽

청파동주택은원형의보존적가치를중시하는문화재적가치와90여년간한반도의풍토에맞게변화해오며우리주택문화사를기록해온가치를동시에품고있다.그렇기에어떠한기준으로청파동주택을복원,재생,활용할지는리모델링작업에서그무엇보다중요했다.“이집은무엇인가.이집은일본의것인가,한국의것인가,일본도한국도아닌서구문명의편린인가.”(15쪽)라는정이삭의질문처럼,청파동주택의리모델링작업은건축의유형을구분하는데서부터가치판단을요구한다.여러전문가의자문과조사를거친정이삭은청파동주택을‘한반도화양절충식주택’이라명명하고,일식과서양식,한식이가져다준특성모두를긍정하며작업에착수한다.작업자들은최초건축물로의원형복원혹은리모델링전온전한상태로의보수와같이특정한시점을기준으로잡지않고,“건축주의의견,실사용자에맞춘기능적보수,현시점기술적인여건”에더해“주택이가진특유의미감”(175쪽)등을복합적으로고려해리모델링을진행했다.

다만,작업자들은청파동주택의작업방식만이정답이라고말하지않는다.그들또한수많은시행착오와비효율을경험했고,더나은방법을고민중이다.포럼에서한국전통건축의특성을현대인의삶에맞춰작업해온건축가조정구(구가도시건축대표)와문화재관련한연구와수업을이어온이경아(서울대학교교수)를초청한이유도더나은혹은다른방법을모색하기위함이다.조정구는전통건축이라판단하는나름의기준을건축의‘고유한정취’라고밝혔고,이경아는“한국의정체성이세계적으로자리매김해가는지금과같은상황이라면,여러기준에의해다양한복원과활용방식들이나타나는사례에열린태도를가지는것도충분히가능하다”(175쪽)는의견을전했다.이처럼『나이층:청파동주택리모델링기록』은여러문화와시대가충돌하고융합된흔적을고스란히품은건축을어떻게건축적으로다뤄야하는지정답을제시하는책이기보다는,“경험의기록과공유가더나은다음을만들수있다”(37쪽)는믿음을기반으로만들어진책이다.

책의구성

‘청파동주택에들어서다’는책의내용을안내하는정이삭의글에더해,청파동일대의필지구분을보여주는시대별지도와주택의물리적변화를중심으로일괄한타임라인으로꾸려져있다.이는청파동주택의저변에자리한개발,생활양식등의움직임을짐작케한다.‘건축을기록하다’에서는정이삭이청파동주택을작업하며판단의근거로삼았던건축가의태도와결정및실천들을서술하고,리모델링전후도면과사진들을소개한다.‘구축을기록하다’에서는지연순이열세달에걸친리모델링과정을공종별로구분해세세하게설명하고,조재량은내외관에쓰인목조와구조를중심으로청파동주택이가진특이점을짚어낸다.책의후반부에서는청파동주택의외연을넓혀주는이야기를담았다.‘삶을기록하다’에서는지연순이1959년경부터근래까지청파동주택에거주했던신은주를인터뷰해주택에얽힌건축주의삶과시선을살펴보고,‘포럼과전시로남기다’에서는청파동주택의가치를모색하고공유하기위한자리였던포럼,전시등의활동들을기록했다.곳곳에배치된노경의건축사진들은주택에대한독자의이해를돕는동시에청파동주택이가진미적인아름다움을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