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 (위상진 시집)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 (위상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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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위상진은 미술과 시를 융합해 나가는 가운데 이미지를 자신만의 형식으로 구현해 내었다. 그것은 추상적 비구상의 이미지 조형이다. 그러한 위상진의 비구상적 이미지의 세계가 각별한 것은 자신의 존재론적 탐구 수단이기 때문이다. 위상진의 이미지는 단순한 환상 또는 환상을 위한 환상이 아니다.
- 변의수(시인·문학평론가)

위상진 詩에서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험적 제한조건들인 시간-공간을 가시화시키려는 집요한 노고이고(인과성은 흔히 위상진 詩에서 탈인과관계로 표상된다. ‘시적 허용’을 넘어선 것으로서 양자역학의 반영이다), 그리고 이의 연장에 있는 것으로서 물자체(Ding an sich)에 대한 집요한 관심이고, 그리고 초월적인 것에 대한 집요한 궁구이다. “식은 지 오래된 바람은 왜 한 곳으로만 숨어드는지/ 이상한 꿈은 왜 물속에서 젖지 않는지”(위상진,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 부분); “우리 시간을 길게 길게 늘이는 중이거든/ 민달팽이가 집을 찾아가고 있네”(위상진, 「기억의 지속」 부분); “나는 너를 숨어서 본다 […] 너는 가끔 나를 숨어서 본다”(위상진, 「거울의 이면」); “밀려있는 신문은 책 몇 권 분량이다”(위상진, 「늦게 펼친 그림책」 부분): “시문학 4월호 ‘편집인 겸 주간 문덕수’/ 직함이 지워져 있더군요”(위상진, 「잠시 자리 비우신 ­문덕수 선생님께」); “거울 속 여러 개의 얼굴은/ 모르는 처음 보는 사이이다”(위상진, 「어지럼증의 수치」 부분); “답이 없는 것이 답이라고 (속으로 말했지)”(위상진, 「규칙적인 산책」 부분);
‘답이 없는 게 답이다’가 위상진의 형이상학 모험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상한다. ‘답이 없는 게 답이다’로써 위상진은 형이상학적 보편성에 합류하려고 했다. “이 민족이 그렇게 아름답게 될 수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통을 겪어야만 했겠는가!” 니체가 『비극의 탄생』(1872)에서 그리스 민족을 두고 한 말이다. 그리스인들은 비자연적 방법인 올림포스산과 ‘(그리스)비극’을 통해 삶의 잔혹성을 돌파하내려고 했다. 위상진 시인 또한 비자연적 방법인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를 통해 삶의 잔혹성을 돌파해내려고 한 것 아닌가. 서시이면서 표제시에 나오는 ‘이상한 꿈은 물속에서 젖지 않는다’는 위상진의 형이상학적 모험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기에서 말해야 할 것은 詩적미학적 성취이다. 詩적미학적 성취의 모범적 예이다.
- 박찬일(시인추계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