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숙
2014년《시와소금》등단2018년『광남일보』신춘문예당선시집『흰이마가단단하구나』,『겨울밤미스터리』목포문학상,김장생문학상,여성조선문학상,김포문학상수상
시인의말1부매화나무에는고리가있다촛불하나돌배나무가건넨목간색을붓다그림자를빚는동안날개의위치몸맞닥뜨리는것들―블랙카본절대잃어버리지않는우산굴렁쇠풀밭보르헤스우산속미스터리,당신토리노의말즈음과요의사이아미,붉은등을켜야할것이어서동제가있는저녁해산하는여자들2부청사과―르네마그리트의「리스닝룸」에부치는시모서리에피는꽃행화부고―아현동63-11번지판화자루치레깃펼때백년드라마***나도내가한동안궁금하다그로테스크글썽이는눈고등어구이시냇물버킷리스트어서오세요-신선설렁탕집사설한마디소리꾼권달분승강의감정단면이전송되고있다3부안타레스괴강1―영옥이괴강2―꽃바위괴강3―갯장어숯불구이돌담괴강4―구기자와오미자괴강5―백중한가운데서만수구혼을하는방식1989,비무장지대1907,정미왜란그날신사임당테베의신전꽃잎붉게―기소불욕물시어인동화동그랗게날들이가고4부알래스카어린왕자라쇼몽,그날의외계인만수1―베르?窩凰?제1차세계대전사과를깎는시간라쇼몽,그날의외계인만수2―그들은자기묘지를선택하지않았다거미와진동동짓달만수동무만수의병일기북항의유예동백강강술래강가에정자가있었다월레소잉카섬초롱―소녀상앞에서그곳작은유리창을눈에대고해설/시인의품격만큼과거와현재를사유하는빛나는여정/송병호
시인의중심이반듯한,빈틈없이틀을짠시적자아는결국독자안에서그힘을발휘한다.참된언어의조탁(彫琢)이란무의식적이고선험적인경험에서보이지않는본질을응시해야하듯이자연이라는광대한어떤하나도변하지않는세계는우리의삶속에서존재의뒤틀림과낯설게하기로시인의시적자아에서‘소리로표시되는’시니피에(signifie)로전환,‘귀로들을수있는’시니피앙(signifiant)으로발화한다.심상숙시인은이렇듯선문답을하듯,이야기를하듯,때로는근엄하게단호하게예측을허물어간다.여전히우주에가득한시인의숲에서환원되지않은말들이딱그만큼독자들의마음한켠에각인되어자리잡게될것이다.[책속에서]솔가지다녀가자여우발자국돋아났다덤불속어린여우죽은새한마리를물고사투를벌인다어미여우가살아고물거리는쥐한마리를물어다준다―‘시인의말’중에서어떤매듭이든실마리하나풀어내면전말이보이는법,어긋나서뒤틀린맨처음의매듭부터술술피어나는것봄도매듭들의분분한조약이다―‘매화나무에는고리가있다’일부돌배나무잎사귀사이해마다자전과공전중인열매가맺혀있다잎맥의무늬들,계절을새겨온목간木簡이다(…)돋아난잎사귀그늘에서나지막한언덕이넘실거리고있다돌배나무가제과실을떨구는건어록을내게내어주는일이다―'돌배나무가건넨목간'일부추천사기억은시간을흡수해피와살을얻는다.그러므로기억에의해한편의시가쓰인다는건날것의문장에게생명을입히는것과같다.심상숙의시편은팩트인과거가시인의정서에들어서게되면어떻게생동하는지를보여준다.시인은유년과어머니,역사의기억너머까지자신의감각을보내놓고다시한번시로살게한다.이러한시간적왕래가시집전반에이어지고있다.또한그안에서고전적어휘를통한우리말의말결을헤아리고살핀다.내면에서넘실거리는심상이긴호흡의시편에펼쳐진점도눈여겨볼만하다.시집은쓰여지는것에바쳐지지만,시인은그바쳐진세계에서시적유랑을멈추지않는다.그기록은심상숙의방식으로계속될것이다.―윤성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