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중심이반듯한,빈틈없이틀을짠시적자아는결국독자안에서그힘을발휘한다.참된언어의조탁(彫琢)이란무의식적이고선험적인경험에서보이지않는본질을응시해야하듯이자연이라는광대한어떤하나도변하지않는세계는우리의삶속에서존재의뒤틀림과낯설게하기로시인의시적자아에서‘소리로표시되는’시니피에(signifie)로전환,‘귀로들을수있는’시니피앙(signifiant)으로발화한다.심상숙시인은이렇듯선문답을하듯,이야기를하듯,때로는근엄하게단호하게예측을허물어간다.여전히우주에가득한시인의숲에서환원되지않은말들이딱그만큼독자들의마음한켠에각인되어자리잡게될것이다.
[책속에서]
솔가지다녀가자
여우발자국돋아났다
덤불속어린여우
죽은새한마리를물고
사투를벌인다
어미여우가살아고물거리는
쥐한마리를물어다준다
―‘시인의말’중에서
어떤매듭이든실마리하나풀어내면전말이보이는법,
어긋나서뒤틀린맨처음의매듭부터
술술피어나는것
봄도매듭들의분분한조약이다
―‘매화나무에는고리가있다’일부
돌배나무잎사귀사이
해마다자전과공전중인열매가맺혀있다
잎맥의무늬들,
계절을새겨온목간木簡이다
(…)
돋아난잎사귀그늘에서나지막한언덕이넘실거리고있다
돌배나무가제과실을떨구는건
어록을내게내어주는일이다
―'돌배나무가건넨목간'일부
추천사
기억은시간을흡수해피와살을얻는다.그러므로기억에의해한편의시가쓰인다는건날것의문장에게생명을입히는것과같다.심상숙의시편은팩트인과거가시인의정서에들어서게되면어떻게생동하는지를보여준다.시인은유년과어머니,역사의기억너머까지자신의감각을보내놓고다시한번시로살게한다.이러한시간적왕래가시집전반에이어지고있다.또한그안에서고전적어휘를통한우리말의말결을헤아리고살핀다.내면에서넘실거리는심상이긴호흡의시편에펼쳐진점도눈여겨볼만하다.시집은쓰여지는것에바쳐지지만,시인은그바쳐진세계에서시적유랑을멈추지않는다.그기록은심상숙의방식으로계속될것이다.
―윤성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