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시의공간이란발생한순간에부식하는공간입니다.언어로짓기때문입니다.시의언어는의미를보존하지않습니다.한번쓰이고버려집니다.고유한성품보다는기분에가까워서인상/풍경만을남길뿐입니다.시집전체가정교한공간이고끝없는풍경입니다.공간과공간의거리가가까워지며밀려나고허물어지는풍경.우리는그속을산책하고요.그늘이바뀌면체질이바뀌는공간을.이렇게풍경은끝없고시를읽는일은즐겁습니다.산책자는풍경으로물듭니다.
-여성민(시인)
이희교시인에서퀄리아의명수를느꼈다.인공지능에서생물학적기능의한계를문제삼으면,그건우선적으로퀄리아에관해서이다.인공지능이―모든감각의퀄리아인지기능이제한적이라면―인간과대적할게아니다.이희교시인에게대적할인공지능은불가능하다.당연하겠지만서도‘이희교시인’이그만큼특별한느낌을준다는것.
―박찬일(시인)
책속에서
한때는사과도매달리는힘으로살았겠지만지금은낙하하는힘으로사는계절붉은사과는붉은사슴처럼외출을하고싶을까사과는동물원에떨어지는꿈을꾸고낙하산을펴는꿈을꾸고
―‘사과의감정’부분
(…)버스안에서사람들이시낭송을한다시낭송하는사람들입에서물고기가나온다시를읽는데왜물고기가나올까천장에서물고기가쏟아진다(…)버스는물로가득하다내얼굴에도물이흐른다신발이흥건하다물이이렇게많은데목이마르다목이말라서입을벌리면물고기가나오고천둥이나오고읽다만시가나오고눈을뜨면사람들이찐감자를나눠먹고있다버스는문학관으로달린다버스는바닷속으로들어가고있다
―「시와물고기2」부분
메스를대면/그림자는점점멀어진다/해부하면장미가슬픈표정을짓고있다그속은
거미줄로연결된통로다/실같은빛이꼬리를물고있다/햇살에토막났던그림자가다시형체를드러낸다/공간이맥없이사라진다/심장을도려내도그림자는살아난다/컴컴한내부에캄캄한기억을간직하고있다/밟으면기억이되살아난다/발바닥밑에더긴그림자를숨기고있다/걸으며모종처럼심는다
―「해부학」부분
백사장에내그림자가생기고나서어둠이밀려왔다(…)모래가시커멓게타고있다타고있는모래에그림자가빠진다모래의방이다눈을감으면방마다커튼이출렁이고모래발자국이방을걸어가고있다(…)
―「데칼코마니3―방」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