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시집 - 종문화사 세계문학 시리즈 10

기도시집 - 종문화사 세계문학 시리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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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라이너 마리아 릴케(Reiner Maria Rilke,1875~1926)는 『기도시집』을 1899~1903년에 썼지만, 1905년 12월에 출간했다. 그리고 『기도시집』은 초기 작품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텍스트이다. 『기도시집』은 “종교적 시인으로서의 릴케”라는 논쟁의 실마리를 처음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시집은 세부적으로 잘 다듬어진 그리고 신화시학적으로 구조화된 그의 첫 번째 연작시이다.
『기도시집』은 3부로 구성되었으면, 제1권은 오해의 여지가 전혀 없는 「기도」(Die Gebete)라는 부제 아래 1899년 9월 20일에서 10월 14일 사이 베를린-슈마르겐도르프에서, 제2권은 1901년 9월 18일에서 25일 사이 베스터베데에서, 제3권은 1903년 4월 13일에서 20일 사이 이탈리아의 비아레지오에서 쓰여졌다.
『기도시집』의 생성사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배경은 1899년과 1900년 봄/여름의 두 번에 걸쳐 루 안드레아스-살로메와 함께한 러시아 여행이다. 그는 이 시집을 그녀에게 헌정했다. 20년 넘는 세월이 지난 후 그는 당시 “러시아가 나에게 열렸고, 나에게 형제애와 그 안에 오로지 유대(紐帶)만이 존재하는 신의 어두움을 선사했다”(I. Jahr에게, 1923년 2월 22일)고 썼다. 러시아 여행 이후 릴케에게 신은 항상 “어두운” 채로 변함이 없게 된다. 『기도시집』의 “태고의” “회색의” 신에 대한 표상은 러시아의 신앙에 대한 릴케의 체험과 추상화(抽象化)에 의해서 각인된다. 릴케의 러시아 여행은 근대 이전으로의 여행, 근원적인 것과 태고적인 것, 시골풍 세계의 “인간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애와 우애로운 것”으로의 성찰적 여행이었다.
『기도시집』의 생성에 깊이 관여된 또 다른 하나의 체험은 1902년 가을부터 1903년 봄까지의 파리 체류이다. 당대 지성인이나 작가들의 문명 비판적인 시대 인식의 발원지이었던 대도시의 불안과 고통의 체험은 러시아 여행의 체험과는 반대로 시인의 눈길을 지상의 지금ㆍ여기로 이끌었다. 릴케는 이러한 체험을 용해하여 인간실존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도전으로서 연작시 『기도시집』을 썼다.
저자

라이너마리아릴케

저자:라이너마리아릴케(ReinerMariaRilke,1875~1926)
시인라이너마리아릴케는1875년12월당시오스트리아제국보헤미아지역의프라하에서하급철도공무원의아들로태어났다.9세때부모가이혼하여어머니의보호아래남겨진그는10세부터14세까지육군초급군사학교를거쳐예비사관학교로진학했으나병으로중퇴한후프라하,뮌헨,베를린의대학에서예술사와철학을공부했다.18세였던1894년첫시집「삶과노래」을발표한후1926년12월스위스의발─몽요양소에서급성백혈병으로세상을떠날때까지그는시인으로살았다.
그의삶은유소년시절11년과생애마지막5년을제외하고한곳에서1년이상을계속해서머문적이없는노마드의삶이었다.그의여정은뮌헨,베를린을시작으로보르프스베데,러시아의상트페테르부르크,프랑스의파리는물론이탈리아와북아프리카의여러도시에까지이른다.특히루안드레아스─살로메와함께한두차례에걸친러시아여행과로댕의비서로머물렀던파리체류경험은그의문학에깊이각인되었다.
릴케는이러한체험과함께타고난섬세한감수성과직관력을바탕으로삶의본질적이며실존적인문제인죽음과사랑,그리고고독과신을깊이파헤친많은작품을썼다.러시아여행과세기전환기대도시파리에서의체험을바탕으로,신과죽음과가난을풍부한감성으로노래한연작시『기도시집』,시「가을날」이들어있는『형상시집』,자신의대도시파리의체험을투영한소설『말테의수기』,로댕과의만남에서얻은조형미에대한깨달음에서쓴소위사물시들을담은『신시집』,에집트,스위스,이탈리아와스페인체류의흔적이새겨진『두이노의비가』와『오르페우스에바치는소네트』를썼다.20세기현대독일문학을대표하는기념비적작품들이다.이외에단편소설,희곡,프랑스어로쓴시와『로댕론』,『보르프스베데』등예술론,그의“소유대신관계”를증언하는만여통의편지를남겼다.

역자:장영태
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및대학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뮌헨대학교에서수학한뒤고려대학교에서「횔덜린의시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홍익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한국독어독문학회회장,홍익대학교총장을지냈다.
횔덜린의『휘페리온』,『시전집1,2』,『엠페도클레스의죽음』,『서한집』그리고횔덜린은『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왕,안티고네』등을번역했으며,『횔덜린의후기문학』,『궁핍한시대의시인,횔덜린』과『횔덜린시깊이읽기』등을썼다.
현재홍익대학교명예교수이다.

목차


기도시집
제1권수도자의삶의책
제2권순례의책
제3권가난과죽음의책
옮긴이의해설
릴케연보

출판사 서평

『기도시집』이발행되자츠바이크(StefanZweig)는“신의탐색자”로서의릴케,“우리시대한시인이시도했던가장순수한종교적인고무”라는상찬의서평을썼다.그러나서정시인이자비평가였던프라스캄프(ChristophFlaskamp)는테스트의넒은범위에걸친“작의적인기교”,“그의신과의연관에서우리가만나게되는터무니없는상황”이라고혹평했다.

이외에도『기도시집』의종교성를둘러싼서로다른해석들이존재했다.이러한다른해석들은수많은시편에서언급되고있는신을하나의암호(Chiffre)로이해했고,이암호에는“모든현세적인것의총화”가요약되어있다고본것이다.창조주와피조물사이의넘나들수없는질적차이,“창조주는하늘에있고피조물은땅에있다”는종교적명제는이시집의해석에서처음부터의문시된것이다.더욱이20세기후반에들어연구는이시집을무엇보다도“시쓰기에대한문학”으로보고토론을전개한다.드망(PauldeMan)은심지어이시집을“공공연한신성모독”이라고평가하면서,이시들의의미는오로지“기술적인상황의해결”에있다고주장한다.“신”이라는어휘는여기서“화음을만들어내는수공업자”의교환가능한언어재료로왜소화되었다는것이다.

릴케의『기도시집』은종교적-교화적인의도,의식화(儀式化)되고구조화된일상생활의질서그리고특별한심미적인조형이가장밀접하게결합되어야한다는연상은“기도서”라는표제와함께쉽게떠오른다.바로이러한사실을여기『기도시집』에도적용할수있다.
릴케는편지들을통해서『기도시집』의종교적-교화적인의도를직접강조했다.기도서에대한회상을통한일련의찬양과기도가중요하다는것이다.그러나이관점은낭만주의이래반복해서제기된것처럼,예술,종교그리고삶의실천의낡은,이미지나가버린일치에대한회상의관점이다.이러한관점을넘어서릴케의『기도시집』은현대적교화서이다.그의『기도시집』은전적으로성찰적이기때문이다.

릴케는『기도시집』의시의형식과쓰기가더이상소박한,일률적인종교의식일수없으며,신에대한“작업”으로서“모든예술의욕망자체이며,따라서기도와는다른”예술작업이라는사실을잘알고있다.그렇기에한대화록에서그는『기도시집』이시들의단순한편집이아니라,하나의연관을형성하는것“이라고주장한다.“나의다른모든책들이상으로이시집은하나의노래이며,어떤시연도그자리에서옮겨질수없는유일무이한시이다.”(대화록,파리1924)『기도시집』은무엇보다도릴케의실질적으로의미있는첫서정적문학작품이다.“고유하고독특한”릴케는『신시집』과『말테의수기』와같은중기의작품들을통해서가아니라『기도시집』을통해서시작된것이다.

『기도시집』은릴케자신의견해에따르더라도연작(連作)으로구도되었다.릴케가그렇게중요한연작이라는대규모의서정적인형식을선택한것은자신에게나1900년무렵의서정시에도처음이다.릴케는그가아리스토텔레스에까지거슬러올라가는예술작품의조화,완결성그리고전체성이라는사상을받아들이는가운데,연작은시적자아자신이발언을시도하는,자신의“개인적인경건성”과자신의가장직접적인신과의관계를통해서도발언을시도하는유일한거대예술작품이라고주장한다.

이러한급진적으로주관화된관점에서릴케의종교성과현대예술은어울린다.기도와시적작업의이러한결합은멀리거슬러올라가베네딕트교단의“기도와노동”(oraetlabora)을회상케한다.『기도시집』의기도들은그자체가지극히주관적인예술작품이다.이것이『기도시집』의형식,표현법과주제설정에대한조건으로보인다.어떤경우에도제도적으로나교조적으로편향되지않으며,따라서어떤매개적인존재도필요없는종교내지종교성의문제는릴케에게는예술이중요하다는이유하나만으로제기되는것은물론아니다.

우리가일종의문학적인삶의여정을볼수있는『기도시집』의3부구성은엄밀한구조원리이다.그것은삶의-탄생에서죽음에이르는-순환과정을환기시킨다.이러한관점에서마지막권은앞선권들에대한답변또는앞선권들의포기나“좌초”가아니라,그것들의결산이다.

각권들의완결성과이들사이의휴지를우리는생성사-각권의짧은생성기간과이들사이의상대적으로큰시간적거리-와결부시킬수있다.『기도시집』을이루고있는3개의권(卷)은1899년,1901년그리고1903년릴케의집중적인창작시기에쓰여졌다.그리고1905년릴케는이텍스트를퇴고했다.이로써이연작시집의생성기는그의초기부터중기의창작시기에이르게된다.그사이그의종교적사유방식이나언어구사방식이각권에서서로상당한차이를보이고있는것은사실이다.텍스트의진행에서수도자의역할이점점배후로물러서고,신과의직접적인소통시도는마지막권에서는죽음과가난에대한성찰에자리를내어준다.그렇지만각권들간모티브상의연계는유지된다.세번째권에그렇게중요한죽음의모티브는이미두번째권에등장한다.순례의모티브는첫권에도“그때나는순례자의한사람으로대성당에들어섰습니다./그리고가득한고통속에서/나의이마에서당신을느꼈습니다,”로표현되고,마지막권에서“거기서나는순례자들과한편이되고싶습니다”로수용되고있다.또한두번째권의범신론적인어법에서는세번째권의삶과죽음의일원론이이미암시되고있다.

제1권:신에게로의접근,신비주의의현대적재현

여기서러시아수도자가그리고있는신은성서에서와는달리창조자로서또는기적을통해서어떤능력도펼치지않는다.그리스도역시신과인간사이의중재자로서아무런역할도하지않는다.여기서노래하는시들에서의신은오히려“어두운”그리고“말없는”존재이다.
그때문에수도자는더없이큰주의력으로자신의수줍어하는신을찾아야만한다.신비주의와범신론에기대여그는신의“말없는힘”은원칙적으로모든사물에서,모든생성과소멸에서그흔적을느낄수있다고확신한다.

수도자의삶에관한제1권은성상화화가의허구를구상한다.“나는그것을황금빛바탕위에크게그립니다.”성상화화가는자신의신에대한규정시도에서자기규정을동시에체험한다.신은어떤초월적인힘을가진아버지-상(像)이결코아니다.

『기도시집』의자아탐색과신탐색에서미술과문학은다같이중요하다.바로시적‘작업’에서‘수신자’로서신에가까운존재는필요하다.『기도시집』의수도자는“말의근원적인뜻에서신학자”인한,신에대해서말하는한사람이다.“당신을위해서시인들은틀어박혀서/표상들을,쏴쏴소리를내는,풍요로운표상들을모읍니다.”이러한신인지시학(cognitioDeipoetica)의“이미지”는때로는거의집요하게그리고사물화로서작용할수있는하나의독특한구체성을달성한다.

예술가-주체는신과의지치지않는논쟁가운데그주위를맴돌기위해서신이라는상대를필요로한다.릴케는『기도시집』을통해서세계내의한현존으로서인간적실존을해석하라는요구에응할뿐만아니라,더나아가우리가‘나’를말할때,도대체그것이무엇을뜻하는가에대한물음에대한답을찾으려한다.우리가‘당신’을말할수있을때,우리는‘나’를말할수있다.자아는그때문에“내가당신과매우,수천가지로친화관계라는것을”안다.지치지않는주관성은거대한신의구성과관련이있다.이것은그렇게진지하고그렇게도전적인문제이기때문에러시아적인신과러시아적인종교성으로의연관을통해서도확실하게규정되지않는다.

바로이러한시적과제는시적으로생산적이다.이시적과제가시적발화를새롭게요구하기때문이다.우리는『기도시집』의이러한신의개념과추구에서『두이노의비가』의천사들에게이르기까지하나의연장선을그을수있을것이다.
그처럼『기도시집』에서는자기만족적인심미적예배-‘신의더큰영광을위해’-가중요
하지않다는사실이신과시적주체의위상의명백한구도를통해서드러난다.왜냐면자아의구성을통해서신역시끊임없이재구성되기때문이다.

『기도시집』에는신에의접근과예술적성공,형이상학과메타포에지가서로밀접하게결합되어있다.신의파악불가능성은자아의식이강한예술가에게는도전으로대두된다.
신의예술적인완성은예술가의자기완성을위한전제이다.여기에『기도시집』의제1권을특징짓는“긍지와겸손”의독특한변증법이인상적으로나타난다.기도는신을찬미한다.그러나최소한그만큼찬미하는자자신을또한찬미한다.신을찾는수도자의구도는신을찾는예술가의구도이다.

제2권.현세로의관점의이동

『기도시집』의두번째권,「순례의책」은인간의삶도이론의여지없는순례라고하는기독교적전통에서유래하는사상을이어받고있다.여기에서도릴케는교화적으로노래한다.그러나출발의모티브가중요하다.「수도자의삶의책」이근본적으로신과시적자아의정체성탐색을유일한동인으로삼았다면,이제시점은순례로서의지상에서의현존이라는오래된사상으로옮겨진다.『기도시집』의폭풍,건축물,성장,나무와같은첫모티브들이여기서모두되돌아오고,길의은유와결합된다.

제1권의과잉된언어표현은2년후쓴제2권「순례의책」에서는겸손과냉정에길을비켜준다.이제는무엇보다도위기의경험들을노래한다.이때러시아수도자의역할모델이여전히소환된다.
그러나이러한명백한선언은오히려제2권의발언자가결코“동일한인물”이아니라는사실을확인해줄뿐이다.신에대한그의관계는급진적으로변했다.신에대한이웃과같은근접성과친화력은과거의일이다.“엄청나게먼당신을향한길“,그리고이거리감에서신에대한관점역시변한다.

제1권에서신의발견은자신의발견과다름이없었다.따라서이제자기소외와신으로부터의소외가서로상관관계에놓인다.
제2권의특징은하나의관점의변화이다.시적자아시점은더이상신을향하고있지않으며,오히려세속적주변을향한다.제1권이예술종교적인종을울렸다면,이제는선언적으로현세중심의종을울린다.이를통해서릴케의중기작품의시작을알리고있다.

이시는거리두기로특징되는자아와신과의관계에연결된다.그리고세속적인사랑의관계에대해서는『기도시집』제2권에서어떤실마리도찾아볼수없다.릴케가이시연─루안드레아스살로메의증언에따르면,본래이시연은그녀에게바친것이었다─을이시집에넣었다는사실은『기도시집』이감각적이면현세적인것을향해서얼마나개방적이었는지를명백하게말해준다.

제3권:죽음과가난을통한대도시비판

연작『기도시집』의가장짧은제3권의자서적인바탕은릴케의1902년가을부터1903년봄까지이어진파리체류이다.등장인물러시아수도자는더이상명백하게호명되지는않는다.그렇지만『기도시집』의소통상황은시적자아가“거대도시들의불안”에대한보고자로서신을향하고있다는사실을통해서유지된다.이와함께제3권은그표제에서제기된실존적인주제들,릴케가그의중기및후기작품에서눈길을뗀적이없는죽음과가난을통한그의대도시비판에집중한다.회상록에서릴케는이제3권을“기도시집의가장아름다운부분”이라고칭한바있다.
시적자아는대도시의인간들이죽음을병동으로옮겨맞는다는사실에경악한다.이로써죽음을포함하는,사실개별적인죽음의과정을삶의본질적인부분으로보는삶의개념은폐기된다.릴케의애독서의하나였던덴마크의작가야콥센(JensPeterJacobsen)의소설『마리그럽베부인』을회고하는가운데거기에등장하는인간각자의“고유한죽음”을시적자아는간청한다.

오주여,저마다에게그의고유한죽음을주소서.
그가사랑을지녔고,의미와고난을지녔던
삶에서나오는그의죽음을주소서.

우리는다만껍질과잎사귀에지나지않기때문입니다.
각자가자기안에지니고있는위대한죽음은
모든것의중심을담고있는열매입니다.

이“고유한죽음”역시얼마나고통스럽고폭력적인지는후일소설『말테의수기』에서시종장브리게를통해서노골적으로상술된다.동시에화자는우리가인간으로부터“그의”죽음을빼앗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