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흔적

따뜻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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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멋모르고 살았다.
첫 눈이 잠깐 다녀간 뒤 걷어내지 못한 잔상으로 시를 쓴 적이 있다. 포개다가 스미다가 녹아서 하나가 되는 풍경 속에서 그런 시를 쓰고 싶었다. 내 속으로 스며드는, 그러다 녹아서 하나가 되는......멋모르고 살았다. 그냥이라는 말이 적당하다. 멋모른 채 시를 쓰고 그냥 좋아서 쓴다고 했다. 마냥 좋았다. 그런 날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 세월은 날았다. 덩달아 시간은 뛰었다. 까마득했던 人生이라는 고갯길 뒤편이 이젠 서서히 보인다. 숨 가쁘게 달려 온 것이다. 내가 나를 잊은 채 삶이라는 수레에 실려 덜커덩거리며 별을 건너는 중이다. 아직 길은 멀고 아이처럼 이상과 꿈은 꿈 너머에 있다.

'내 나이 돼 봐라'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사뭇 그리운 시간이다. 지금이 그때 엄마의 나이를 살아내고 있다. 1집 '양파의 눈물’을 발간한 지 까마득하다. 곁에 있던 얼굴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들과의 사이가 아득하다. 내가 가야 만날 수 있는 먼 곳으로 영영 가버렸다. 슬픔이라며 아픔이라며 스스로 절망하고 위로하며 시간을 죽였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잠깐 침묵하기도 했다.

핑계 삼아 작은 신비를 찾아다니며 허기를 면했다. 일상의 경이로운 기적을 체험하려 없던 길을 만들며 바람을 읽었다. 앉고 섰던 자리의 기억들이 소중했다. 바람 한 점, 풀 한포기, 빗방울이 다녀간 자리며 미처 피하지 못한 잔설(殘雪)의 구겨진 얼룩까지 눈물겹도록 다정했다. 이 모든 것들이 지상의 양식이었다. 내가 먹어야 할 신성한 밥이었다.
 
탕진하며 살았던 긴긴 시간의 보고서다.
저자

고안나

저자:고안나
경남고성에서태어나2010년『부산시인』과2017년『시에』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현재시낭송가로활동중이다.
시집「양파의눈물」「따뜻한흔적」
전자시집「기억을묶어둔흔적」
시낭송CD「추억으로가는길」
한국시인협회회원
부산시인협회회원
중국길림도라지해외문학상
중국하얼빈송화강해외문학상
한중문화예술교류공헌상
경기문창문학상
백두산문학상
부산시인작가상
한반도문학대상수상

목차

제1부

첫눈처럼3
사진4
만남의방식6
너를감았다8
노을빛에붉어지던10
커피를마시며12
바람부는쪽으로14
참꽃보러갔더니15
역류할수없는길에서16
포구에서17

제2부

저녁강21
오솔길에서22
다리를건너며24
열차는떠나고25
코스모스26
갈대밭에서28
가을속에서30
겨울강32
날선검처럼33
목련연가34
백년도아닌생앞에서36

제3부

상화원에서41
바다,그쓸쓸한존재앞에서42
행담도를아시나요44
무창포,그신비한바닷길에서46
그섬에들었다48
화양구곡50
주산지왕버들52
감포바닷가53
호미곶,상생의손앞에서54
월령교에서55

제4부

바람의언덕에서59
지심도사랑가60
거제외포리에서62
사량도를품다64
가덕도아리랑66
남해에서놀다68
지리산에서섬진강을본다70
유달산에올라72
고군산군도74
섬이되어버린사람76

제5부

예당저수지에서79
애월에서80
성산에올라82
마라도에서84
가파도를지나며86
죽도이야기88
우도에서90
백록담에서92
관음도에서94
죽도(竹島)아리랑96
독도에서98

제6부

석양103
무의도104
한계령에올라106
오대산진고개에와서108
대관령옛길에서110
시간여행112
주문진에와서114
영동고속도로에비는내리고116
영도해안산책로118
詩쓰는밤120

제7부

경(更)을치다-장백폭포125
나는한잔술입니다-천지에서126
흥개호를아시나요128
오녀산에솟는해130
단둥압록강변사람들132
두만강에서133
연길생태박물관에서134
탈북자의꿈-압록강을건너며136
비단길138
백두산139
발문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