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멋모르고 살았다.
첫 눈이 잠깐 다녀간 뒤 걷어내지 못한 잔상으로 시를 쓴 적이 있다. 포개다가 스미다가 녹아서 하나가 되는 풍경 속에서 그런 시를 쓰고 싶었다. 내 속으로 스며드는, 그러다 녹아서 하나가 되는......멋모르고 살았다. 그냥이라는 말이 적당하다. 멋모른 채 시를 쓰고 그냥 좋아서 쓴다고 했다. 마냥 좋았다. 그런 날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 세월은 날았다. 덩달아 시간은 뛰었다. 까마득했던 人生이라는 고갯길 뒤편이 이젠 서서히 보인다. 숨 가쁘게 달려 온 것이다. 내가 나를 잊은 채 삶이라는 수레에 실려 덜커덩거리며 별을 건너는 중이다. 아직 길은 멀고 아이처럼 이상과 꿈은 꿈 너머에 있다.
'내 나이 돼 봐라'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사뭇 그리운 시간이다. 지금이 그때 엄마의 나이를 살아내고 있다. 1집 '양파의 눈물’을 발간한 지 까마득하다. 곁에 있던 얼굴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들과의 사이가 아득하다. 내가 가야 만날 수 있는 먼 곳으로 영영 가버렸다. 슬픔이라며 아픔이라며 스스로 절망하고 위로하며 시간을 죽였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잠깐 침묵하기도 했다.
핑계 삼아 작은 신비를 찾아다니며 허기를 면했다. 일상의 경이로운 기적을 체험하려 없던 길을 만들며 바람을 읽었다. 앉고 섰던 자리의 기억들이 소중했다. 바람 한 점, 풀 한포기, 빗방울이 다녀간 자리며 미처 피하지 못한 잔설(殘雪)의 구겨진 얼룩까지 눈물겹도록 다정했다. 이 모든 것들이 지상의 양식이었다. 내가 먹어야 할 신성한 밥이었다.
탕진하며 살았던 긴긴 시간의 보고서다.
'내 나이 돼 봐라'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사뭇 그리운 시간이다. 지금이 그때 엄마의 나이를 살아내고 있다. 1집 '양파의 눈물’을 발간한 지 까마득하다. 곁에 있던 얼굴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들과의 사이가 아득하다. 내가 가야 만날 수 있는 먼 곳으로 영영 가버렸다. 슬픔이라며 아픔이라며 스스로 절망하고 위로하며 시간을 죽였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잠깐 침묵하기도 했다.
핑계 삼아 작은 신비를 찾아다니며 허기를 면했다. 일상의 경이로운 기적을 체험하려 없던 길을 만들며 바람을 읽었다. 앉고 섰던 자리의 기억들이 소중했다. 바람 한 점, 풀 한포기, 빗방울이 다녀간 자리며 미처 피하지 못한 잔설(殘雪)의 구겨진 얼룩까지 눈물겹도록 다정했다. 이 모든 것들이 지상의 양식이었다. 내가 먹어야 할 신성한 밥이었다.
탕진하며 살았던 긴긴 시간의 보고서다.
따뜻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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