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사는 사람

거울 속에 사는 사람

$18.00
Description
오늘도 찰칵찰칵 이승을 걷는 나,
아름다웠던 것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의 기록

길상호 시인의 두 번째 사진산문집이 기린과숲에서 출간되었다. 언젠가부터 그는 작고한 누나가 물려준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다니며, 그가 사는 동네의 풍경을 차곡차곡 사진으로 남겨왔다. 이 책에는 그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그가 직접 엄선한 사진 80장과 더불어 그와 어우러지는 짧은 산문 80편이 담겨 있다. ‘글쓴이의 말’에서 그는 비석에 새겨진 누나의 이름만 슬픈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여기를 사는 이들의 뒷모습도 어딘지 쓸쓸하다고, 풍경 속의 사물도 조금씩 낡아간다고…. “세상의 아름다웠던 것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에는 떨어져 녹슨 간판, 칠이 벗겨진 담벽, 깨진 창문과 부서진 콘크리트 바닥처럼 오래된 구도심의 낡아가는 집과 가게와 골목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꽃이나 새, 고양이와 같은 생명들도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이 마냥 쓸쓸하게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들을 바라보는 시인 특유의 따뜻한 시선 덕분일 것이다. 기실 우리네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은, 그가 일상에서 포착한 풍경들에 서린 따뜻한 시선과 아름다운 문장은 은연중에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온다.
저자

길상호

충남논산에서태어나〈한국일보〉로등단했으며천상병시상,김종삼문학상,김종철문학상등을수상했다.
시집으로『왔다갔다두개의』외다수,사진산문집『한사람을건너왔다』,그림산문집『겨울가고나면따뜻한고양이』가있다.

목차

그릇도일렬로앉아/굵은실/조심하세요/가득/햇볕의전화/떠날준비/예쁜경고문/구석에몰려/기도는어디가나/불밝히는벽/꽃이북적이면그때/한번언마음/아침에그리는자화상/너의바닥을보여줘/한송이노을을들고/몰래쓰러진/마른머릿결/우울하면햇빛을봐야해/주루륵,널어놓고/빛의발자국/병속에산다/너를담아낼그릇을/수은주는오르기만해/부은무릎으로/한쪽으로쏠렸다/쓸모가끝나면/빈마음을모아/자라는건뿔/그림자주차금지구역/얼굴은노랗게손발은까맣게/따라서/발등에바람분다/이제눈감아/다리밑엔바람이앉아있다/거기서핸들을꺾어/우리동네/숲에들어선빨강/차곡차곡,와르르/이제내려갈일이걱정이야/폭력이란무엇인가/빼꼼/어둠이나드나드는문/이어붙여서/나의창에도와줘/네가많이열렸네/너도곧/통로에세워두었다/우리가만든무늬/시간을거기버리고왔다/흐려진사람들/다닳아서더는/가벼운하늘/탯줄은재개발/입는다는거추장스러운일/안에는그림자가삽니다/빛은독서중/늘그렇게있지/발목을수리해줄게/광대는또피어나/선넘어오지마/물의갈비뼈사이돌멩이를던졌어/당신앞의길들/벽에앉아/혼자서도무럭무럭/언젠가의봄이/불꺼진이름/누군가담을넘고있다/물한컵으로/거기누구있어요/거울보는풀/깨진개/꽃이사는집/눈이내려쉽니다/각양각색/사다리도쉽시다/아침이바쁜골목/노래가난다/저끝에서잠시만/선반산책/겨울과거울/글쓴이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