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이순원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이순원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90
Description
“90년대 한국 소설의 한 정점을 이룬 작가” 이순원.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린 소설 「은비령」(1996)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은비령」은 가상의 지명인 ‘은비령(銀飛領)’을 새로이 실제 지도상의 공간에 이름 붙이게 만들었을 만큼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 아름다운 소설을 써낸 작가가 한국 사회를 온통 떠들썩하게 만든 문제작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1992)를 써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일순 아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는 추리 기법의 사회 비판 소설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에 뽑힌 《비상구가 없다》의 원작이다. 자연과 성찰이라는 치유의 화법을 구사한 이후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소설에는 사회를 비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아주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는 우선 이순원이 선택한 소재들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의 대담함에 놀라고, 다음으로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규탄하는 작가의 행간에서 미처 갈무리되지 못한 날선 혐오감과 분노를 발견하며 다시 놀라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스토리DNA 열여덟 번째로 출간되는 이번 시리즈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함께 작가 이순원이 직접 선정한 단편 「푸른 모래의 시간」(제1회 남촌문학상 수상)을 수록했다.
저자

이순원

저자이순원은1957.강릉출생.
1985.《강원일보》신춘문예에「소」가당선.
1988.《문학사상》신인상에「낮달」이당선.
1996.「수색,어머니가슴속으로흐르는무늬」로제27회동인문학상수상.
1997.『은비령』으로제42회현대문학상수상.
2000.「아비의잠」으로제1회이효석문학상,『그대정동진으로가면』으로제7회한무숙문학상수상.
2006.「푸른모래의시간」으로제1회남촌문학상,『얘들아단오가자』로제1회허균문학작가상수상.
2016.『나무』로제5회녹색문학상,『삿포로의여인』으로제12회동리문학상수상.

창작집으로『그여름의꽃게』『얼굴』『말을찾아서』『은비령』『그가걸음을멈추었을때』『첫눈』등이있고,장편소설『우리들의석기시대』『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수색,그물빛무늬』『미혼에게바친다』『아들과함께걷는길』『순수』『첫사랑』『19세』『나무』『흰별소』『삿포로의여인』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

I.10층에서9층으로가는비상구
엘리베이터는움직이지않는다

II.9층에서8층으로가는비상구
잠들지않는오르가슴을위하여

III.8층에서7층으로가는비상구
은마를꿈꾸며

IV.7층에서6층으로가는비상구
그대,부자를미워하지말라

V.6층에서5층으로가는비상구
이유없는죽음들,그리고……

VI.5층에서4층으로가는비상구
땅은사람을속이지않는다

VII.4층에서3층으로가는비상구
얼굴없는테러리스트

VIII.3층에서2층으로가는비상구
‘해방구’는해방되었는가

IX.2층에서1층으로가는비상구
이아름다운청춘을위하여

X.1층에서밖으로나가는비상구
그곳엔비상구가없다

XI.비상구에관한두개의사전지식

작가로부터

푸른모래의시간

출판사 서평

매주금요일,‘압구정동’에가해지는연쇄테러
우리는‘테러’로부터자유로운가?

비상구(非常口).평시에사용하는출입구가아닌,급작스러운화재나사고가발생했을때사용하는탈출구다.“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는말은이미‘압구정동’이비상상황에처해있으며그곳에서벗어날길이보이지않는다는의미가된다.작가가이야기하는‘압구정동’이란무엇일까?『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에서그려지는‘압구정동’은한편으로는서울특별시강남구에속하며청담동과신사동사이에위치한행정상의구획이지만,다른한편으로는끓어오르는탐욕의도가니이자성경속‘소돔’과‘고모라’처럼환락과부패와타락의온상이되어버린거리를상징한다.
작품속에는매주금요일밤마다압구정동주민들을대상으로살인을저지르는의문의‘젊은남자’가등장한다.그의범행의대상이되는인물들은성도착증에걸린노파,성전환수술을한트랜스젠더,양재동빌라의방탕한여대생,룸살롱을경영하는복부인,도박과마약에빠진재벌2세,사장과몸을섞다가결국은콜걸로나서는어느여직공이다.그들은처음부터압구정동에살았던것도아니고,반드시압구정동에살고있는것도아니다.그럼에도그들을‘압구정동주민’이라고칭하는것은,그들의내면이‘압구정동’이라는말로상징되는타락한한국식자본주의의속성을지향하고있으며자의또는타의로그러한속성을확대시키는데몸을바치고있기때문이다.작가에게그들은가해자와피해자의관계와시대의희생자를넘어한국사회의천민자본주의를재생산하는동류의구성원이자산물이며,그러므로모조리박멸해야마지않은존재들로서모두작중‘테러’의대상이된다.

욕망과환락의상징,90년대의‘압구정동’
우리내면의‘압구정동’을경계하라!

이순원이말하는‘압구정동’은단지특정한공간만을지칭하는개념이아니다.“이땅졸부들의끝없는욕망과타락의전시장”이자“똥통같이왜곡된한국천민자본주의가미덕처럼내세우는부패와환락의별칭적대명사”로서,한국식천민자본주의의속성을내면화한자들은누구든‘압구정동주민’인것이고그들이배회하는곳이라면어디든‘압구정동’이되는것이다.
그렇다면이순원은왜“비상구가없다”라고말하는것일까?작가는작품외부의지면을빌려후기<나의테러는아직끝나지않았습니다>로다음과같이이야기한다.

나의이‘지상(紙上)테러’는자본의부패와타락에대한경고(응징이라면얼마나좋겠습니까마는)이며,그릇된논리에부추김받은왜곡된욕망에대한경고입니다.그리고그것은당신들‘압구정동’사람들에대한경고만이아니라그런왜곡된꿈틀거림을억제할수없는욕망으로가슴에안고있는우리모두에대한경고이며,또한이땅의왜곡된자본주의체제에대한경고인동시에그런욕망으로부터결코자유로울수없는작가자신에대한자해적(이경우반성적이란말은얼마나비겁하겠습니까)경고이기도합니다.

이순원은타인들의마음속에자리한병적인욕망을욕하면서도내심거기에이끌리는‘우리들’을목격한다.타락한기득권층이사라지는자리를대체할,또다른준비된기득권층의모습앞에서작가는좌절한다.“비상구가없다”고외치는것이다.
독자들역시『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속에그려진타락과부패의화신들을‘비할데없는쓰레기’라고욕하면서도,그들의대열에편입되고자하는욕망이있음을발견하고뜨끔하게되는것은아닐까?

과연우리에게비상구는없는가?

작가이순원이빗나간욕망의상징으로‘압구정동’을지목한지한참이지났지만,‘압구정동’의이기(利己)와배타는여전한듯하다.2018년연초부터압구정동아파트의경비원들이무더기해고된다는소식이들린다.최저임금인상안협상타결이빌미가됐다.
문제는끝을모르는‘압구정동’의확산일것이다.시대와제도의피해자로여겨졌던젊은세대가기성세대의악습을내면화해새로운가해자가되는현상을근래젊은사회학자들이지적한다.이순원이소설을통해비판한‘압구정동’이사회전체로,우리의미래로퍼져는것아닌가하는우려가나온다.
그러나이순원은자신이암울하게진단한한국사회에대해‘꽉닫혀출구가없다’고만단정하는것은아니다.작가는“출구가있다”고말하며,그출구를‘독자의존재’에서찾는다.“그욕망의바다가아무리깊다해도우리가슴속그바다보다깊은자리에‘윤리’라는이름의테러리스트가아직잠들지않고깨어있는한자신은독자에대한접근을계속해서시도하고있을것”이라고말한다.우리가여전히『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를새롭게읽을수있는이유일것이다.

한국문학을사랑하는독자들이만들어가는이야기의우주
‘대한민국스토리DNA’열여덟번째책

‘대한민국스토리DNA100선’.새움출판사가야심차게펴내고있는이선집은이름에서알수있듯이두가지큰특징이있다.첫째는,이야기성이강한소설을골라펴냈다는점이다.둘째는,드라마영화만화등다양한문화콘텐츠의원형(DNA)이되는작품위주로구성돼있다는사실이다.이야기성에주목해우리대한민국사람들의삶의내력을오롯이껴안고있으면서도우리나라의정신사를면면히이어가고있는작품들을꼼꼼하게챙기고골랐다.옛날민담에서부터현대소설에이르기까지우리에게전해지는이야기는무수히많다.그가운데스토리가풍부하고뚜렷한작품을선정해과거와현재,신화와역사가공존하면서서로대화하는형식으로100권을채워나가고있는중이다.
오늘날모든역사드라마와영화의원형이된이광수장편소설『단종애사』,도시빈민들의뒷골목을생생하게조명한80년대베스트셀러『어둠의자식들』,‘첫사랑’과‘없는자의슬픔’을주제로한단편집『소나기』,한국대표문학상들의시작점이된주인공들의탁월한작품들을모은『무진기행』등과함께열여덟번째로출간되었다.대한민국스토리DNA는이후에도국문학자나비평가에의한선집이아니라,문학을사랑하는대중의선호도를우선적으로반영하여새로운한국문학사를구성해갈계획이다.

줄거리

1992년서울,압구정.불야성같은압구정동의밤거리에서매주금요일마다한사람씩,주민들이보이지않는누군가에게연쇄살인을당하기시작한다.범인의뒤를쫓는강남경찰서의노력에도불구하고테러는멈추지않는다.그러면서점차범행의타겟과목적이사람들에게명확하게알려지기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