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의 낙서 (꾸밈없이 에파타)

성자의 낙서 (꾸밈없이 에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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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종희 작가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성자의 낙서』. 고통과 아픔이 우리의 친구였으며 부족한 인간에게 생명과 함께 주어진 것이어서 우리는 그것으로 성장하였다는 깨달음을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이종희

저자이종희는
소설가/시인
경북경주출생
성균관대학교대학원졸업
학사장교만기전역
단편소설《하트모양의가스얼음》
大邱文學/대구문학
詩集《춤추는목각줄인형》
단편소설《새를쫓기위하여》
短篇小說·詩選集《샤갈선생》
短篇小說選集《크리스마스목가》
長篇小說《신의나라토마스》
長篇小說《잎새시계》
長篇小說《네모행성》
長篇小說《푸른말호박등불》
長篇小說《성자의낙서》
長篇小說《은화를입에문물고기》
長篇小說《두번째아담》

목차

004작가의말
008성자의낙서-프롤로그
010박영안젤라
019태반음
028막달레나처럼
053일곱마리의악령
060갈대연못달빛
066사이비교주
070생명나무가지
074검은눈의프린세스
084앙코르연주
089삼백데나리온어치의향유
095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107아리랑
111땅과후손
115초대
135성소
142보다나은선택-배반
148염기서열
152에파타
156존재의쓸쓸함
159생체항상성
165임대차존속기간
173목숨과생명(프시케와조에)
185커튼을걷다
188가든파티
193문제와해결의방
198성자의손가락-에필로그

별지:이종희신간장편소설목록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청년은열차객실에서계란과김밥을파는수입이보장되는자리를꿰찼지만그전까지만해도꼬마와똑같은처지로역주변을하는일없이어슬렁거렸다.역사를무대로생계를꾸려가는구두닦이와소매치기그리고껌팔이행상아이들은그가서울에서사람을죽이고이작은소도시로도망쳤다는소문에모두깔때기를두려워했다.그리고깔때기가열차객실을주름잡으며김밥장사를독점하던김중사라는별명의사내도죽였다는말이퍼져나갔다.이지역출신이아니라는의미로깔때기라고불리던그는최근에놀랍게도이소도시에유일한체육관의태권도사범으로또한번변신을했다.알고보니드럼통체구에짧고통통한팔을휘저으며거만하게소도시의거리를활보하며다니는체육관관장이깔때기의대학선배였다.유도국가대표출신의관장은이조그만도시의자랑이었다.깔때기의본래이름이호일이며그가태권도의고수였다는것은그후에알려진사실이었다.깔때기가신분을숨기려한다는것은체육관에서일년에한차례사람들을초대해서유도와태권도시범을보일때도깔때기는사람들앞에나서지않는것으로도증명이되는듯했다.아이들이시범을보이는광경을사람들사이에서말없이지켜보기만했는데실수를한아이들에대해서는나중에가혹하리만치혹독한벌을가했다.소도시의체육관에서전국체전우승자가나왔다.사범호일이야구배트로아이들의허벅지를사정없이내려친뒤에아이들은펄펄날았다.아이들은두가지가운데하나를선택할권리가있었다.깔때기의고강도훈련을견뎌내고태권도대회에서우승하여체육특기생으로대학에진학하는것과,그의잔혹한훈련에대해부모들에게소상히이야기를하고체육관을그만두는것이었는데아이들은대개전자를택했다.뼈가부러지고몸군데군데검붉게피멍이들었다그리고아이들은우승을차지했다.
비가서서히그치기시작하자사람들은원래자기의자리로돌아가기위해역사를빠져나갔다.그러는사이미친여자월지가언제올라갔는지역사의창문틀에올라서서뛰어내리려는아슬아슬한장면을연출하고있었다.월지는2m높이의창틀에올라선채불안하게그녀를올려다보는사람들을향해말했다.

―비켜요,비켜.

팔을휘저어가며피하라는시늉을했다.사람들은미친월지가장정의키보다도높은창틀에서뛰어내리며발을접지러거나바닥에넘어지며머리를짓찢지않을까염려하여수런거리기시작했다.더많은사람들이그녀의주위로모여들었다.

―내리온나,니그서뛰었다카믄빼뿌사져뿐다.

군중들가운데섞여있던노인이월지를향해걱정스레말했다.

―젊은얼라가우짜다가저꼬라지가돼뿌랬노?이사람들아,그래보고만있지말고좀말래보라카이.

꼬마가구두약과솔이든나무통을어깨에걸며노인에게말했다.

―할배요,미친년이라요.우리가암만말해도몬알아묵어요.

노인이군중들을향해호통을쳤다.

―무슨귀경꺼리났다꼬이래보고있노?썩몬가나.

그는지팡이를들어내려치려는시늉을하자사람들이흩어지기시작했다.미친여자월지가팬티를무릎아래까지내리고,치마를배위까지올렸다내리는민망한광경을연출하기시작했을때였다.

―와!??한게쥑이네,존나맛있게생기뿟다.

꼬마는다음말을잇지못하고별을보았다.노인의지팡이가꼬마의정수리를떨어졌기때문이었다.

―떽끼놈.

이때였다.모여든사람들이비명을질렀고저마다고개를돌리거나눈을감았다.월지가두어번팔을앞뒤로흔들며도약준비를한후에마침내창문틀에서힘차게아래로뛰어내렸다.그러나몸의어디한군데는부러지고말았을거라는예상을뒤엎고월지는멀쩡했다.사람들의눈이휘둥그레졌다.월지를안고함께흙바닥에나뒹군사람이있었다.깔때기라고불리는청년호일이었다.

―자기왜이제왔어?

월지가깔때기를향해교태를지으며말했을때사람들은혀를차며가엽다는듯여자를바라보았다.

―젊은아가가안됐네,어디사는처잔고?말씨를보이,이지방사람은아인데,어데서왔다카더노?

사람들이수런거렸지만월지는눈길을주지않고깔때기에게안기려고했다.깔때기가일어나며옷에묻은흙탕물얼룩을털어냈다.광장은아직두꺼운구름이뒤덮어어둑어둑했다.깔때기가월지를향해나직이말했다.

―따라와.

월지는그의말에아랑곳하지않고눈이풀린채넋을놓고진흙탕에앉아있었다.깔때기가월지의뺨을사정없이후려쳤다.그런두사람을지켜보는아이가있었다.짱구였다.미친월지가두손을모아호일에게비는시늉을했다.소매치기짱구가곁으로슬금슬금다가와월지의옆구리를손가락으로쿡쿡찔렀다.그러면서도그는연신호일의눈치를살폈다.찰나였다.호일의다리가번쩍움직였다고생각했을때짱구는허공으로날아역사의돌벽에등을부딪치며정신을잃었다.이광경을멀리서지켜보던부랑아들은호일의시선을피하며딴청을피웠다.호일이월지를일으켜세운후에먼저앞장을서고월지가그뒤를따랐다.두사람이시야에서멀어지자수군대는소리가커졌다.

―너그들봤제?깔때기저시끼는사람이아인기라,김중사형님하고다른히야들이열명도넘게달라들었는데졸지에허벗는기라,절마저그기양날라뿌는데우야겠노.그자리에서360도회전하믄서돌려차삐는데,죽이준다카이.

―듣겠다,시발놈아,목소리좀낮차라,깔때기절마들을라,점마한테걸리믄빼도몬추린다!

―그런데저또라이가시나는와델꼬가는데?우째끼나인자다른놈들은저가시나몬건드리겠다.

―아이고,깔때기절마,우리쳐다본다,가자짜슥들아.아구창돌아가지말고,미친년을델고가든지말든지지맘대로하라캐라.

가로등빛을받아깔때기와월지두사람의긴그림자가광장에드리워졌다.호일이앞서가고월지가그의그림자를밟으며걸어갔다.호일이돌아볼때마다월지는깜짝놀라며걸음을재촉했다.비안개가가로등불빛을받아안개꽃처럼피어나고있었다.

*

대학에복학한후,호일이시작한주식투자동아리는성황을이루었다.전국적으로만명이넘는대학생들이동아리에회원으로가입했다.호일은동아리운영진을시켜주겠다는것을미끼로회원들을끌어모아대출계약서를작성하게했다.쥐도새도모르는사이에꼬임에빠진철없는학생들이몇백만원에서부터몇천만원에이르는금액의채무자가되어버렸고그돈은고스란히사이비교주의금고로들어갔다.호일이동아리회원들로부터신분증사본과계좌번호그리고공인인증서를빼내는역할을했다.사이비종교단체에서어머니의빚을탕감해주는조건이었다.사실알고보면빚이랄것도없었다.사교단체에내기로약속한돈을제때에내지못한것이빚으로둔갑을했고그들은금액만큼의차용증서를받고공증을했다.빚은눈덩이처럼늘어만갔다.어머니는집을팔았고그후로는사교단체의집단숙소에기거하며노동을했다.

―난호일도속았다고생각해,그래서원망하지않아.

호일의여자친구인은영은오히려그를위로했다.그녀는호일의권유에천만원을대출받았다.호일은친한친구인그녀의돈만은되돌려주고싶었다.

―언제한번데리고와,교주님께이야기해볼게.

사무장이라는자가음흉하게웃는이유를호일은알수없었다.

―호일이교주님의경호를맡고있으니교주님도호의를베풀어주실거야.

은영이교주를만나는동안호일은사무장의심부름으로잠시집단합숙소를벗어나외출을했다.은영은천만원을돌려받았다고했다.며칠뒤은영으로부터전화가걸려왔다.

―교주를만나게해줘.

그녀의목소리는불안하게떨렸다.호일이그녀에게갔을때은영은정신을잃었다.인근병원의응급실로실려간뒤에그녀는한동안깨어나지않았는데응급의사는대학생인은영이,그럴리가없다며고개를갸우뚱거렸다.향정신성의약품을투약한증상을보인다는것이었다.그리고강간을당한흔적으로보아마약을투여한후에여러명이강간한징후를확인했다는말을호일에게전해주었다.병원측에서서둘러경찰에연락을했다.경찰이집단합숙소에들이닥치기도전에호일이교주를찾아갔다.그는대강당에서설교를하고있는중이었다.

―재물을땅에쌓아두면어떻게돼?썩지,썩어버리는거야,그래서천국창고에쌓아두어야해,바로너희들이앉은바로이자리가천국자리야.

간부들이종이를돌렸다.

―얼마나쌓을지적어,땅도팔고보석도팔고,적금도깨고모두천국으로옮겨,썩기전에안전한곳으로옮기는거야.

연이어음악이고막을찢었다.잠시쉬는틈에사이비교주가목을축이기위해연단휘장뒤로내려오는모습이보였다.호일은살인충동을억눌렀다.눈에는핏발이서고움켜쥔두주먹을떨었다.교주의뒤로다가가팔을꺾었다.

―쌔끼야,아파.

교주가마지막으로남긴말이었다.호일이교주의허리를반으로접었다.바늘로찌르면아프다고비명을지르지만도끼로찍으면아프다는말을할수없다.그는너무아픈나머지아무말도하지않았다.뒤늦게교주를발견한사람들의비명소리가뒤따라왔지만호일은돌아보지않고뛰었다.

*

역을떠돌던미친여자월지를데리고혼자살고있는아파트에도착하자,호일은곧바로그녀를욕실로밀어넣었다.호일은월지에게서상상하고싶지도않은과거은영의현재를떠올려보았다.소식이끊어진지도벌써삼년이지나고있었다.
호일이잠깐생각에잠겨있을때욕실에서월지의비명이들려왔다.호일이소리없이다가가욕실벽에등을붙이고천천히문을열었다.월지가타월의끝을양손으로당겨서팽팽하게만들어움켜쥐고호일이머리를디밀고들어오기만을기다리고있다.그녀는눈에핏발이서있었고타올로호일의목을조를기세였다.호일은미친여자들을수없이보아왔다.그래서그들을어떻게다루어야하는지도알고있었다.호일은중지를구부려만든손가락관절주먹으로월지의명치를찔렀다.월지가입을쩌억벌린채눈이뒤집어지며욕실바닥에쓰러졌다.한동안월지는벌린입을다물지않았다.그녀는가슴을찢는극렬한통증으로입을다물수가없었다.벌린입으로침이흘러나왔다.돌바닥에팽개쳐진개구리처럼사지를떨었다.입에거품을물며월지는정신을잃었다.그녀의몸어디에선가끼익,끼이익,자동차브레이크를밟을때나는소리가흘러나왔다.그사이에호일은익숙하게욕조에물을받고손가락을넣어온도를점검했다.잠시후월지는깨어날것이며더이상도발할수없을만큼고분고분해진다.그녀는호일이강하며절대이겨낼수없는상대라는것을알게되었다.이것이호일이사이비종교단체의합숙소에서미쳐버린사람들을다루었던방법이었다.사람들은정신이멀쩡하지만광적이거나가정이파탄이나고전재산을단체에바친후에억울하고기가막혀서,그리고육체를유린당한후에미치거나미친듯이행동했다.그모든것을일시에잠재우는방법은저항할수없을만큼강력한폭력이었다.그사이월지는깨어나고있었다.헝클어진머리,씻지않아서때얼룩이있는몸에서풍기는냄새가수증기에섞였다.호일은구역을참기위해숨을멈추었다.그녀는한동안호일을두려워하며심지어말을걸지않을것이다.
그녀와눈이마주치자호일이턱으로욕조를가리켰다.그러자월지는눈으로샤워꼭지를응시했다.호일로서는그녀가욕조에들어가기전에샤워를먼저하겠다는의미로받아들였다.호일이고개를끄덕였다.호일은그녀의갑작스런발작에대비해욕실을지키기로했다.따스한물이얼굴과몸에떨어졌다.

―나가요,어서요.

그녀가팔로가위표를만들어재빨리가슴을가리며말했을때호일은잠깐당황했다.그녀는정상인의상태로돌아온것이분명했다.
월지스스로도놀라고있었는데어째서이낯선남자가욕실에함께있는지의아했다.월지는고개를돌리고호일이나가기를기다렸다.발아래에는아마바로조금전벗어던진것으로보이는더러운옷가지들이샤워비를맞고추적거린다.월지는자주벌어지는이런상황에덤덤했다.언제나정신을차려보면낯선곳,이상하고비감한상황에빠진것을발견하곤했다.
호일은방금월지가보여준뜻밖의행동에당황했는데,그것은엄밀히말해행동이라기보다는변화였다.‘그녀가정상인